노조할 권리, 법제도 개선에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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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과 퇴행으로 일관하던 대한민국 사회가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시민혁명으로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적폐청산과 개혁을 올바른 방향과 내용으로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 그 핵심 사항 중 하나가 ‘노동배제 내지 적대’ 기조를 ‘노동존중’으로 바꾸는 것이다. 비정상성은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10%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노조할 권리’는 노동존중의 기본 조건 
 노동자는 우리 사회구성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노동자는 우리 사회가 누리고 있는 모든 재화와 용역의 직접 생산자다. 노동자 없이 이 세상과 사회는 한순간도 존립하거나 유지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배제하였으며 심지어 적대시해왔다.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노동은 여전히 비용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인권 침해는 물론이고 사회통합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 되고 있다. 더불어 노동소득의 감소에 따른 유효수요 부족으로 성장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노동권 보장 강화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대한민국의 노동3권 보장은 국제노동기준에 현저하게 못 미쳐 노동후진국 수준이며, 매년 UN과 ILO 등 국제기구로부터 노동권 탄압에 대한 지적과 개선 권고를 받고 있다.
 ‘노동존중’은 노동자를 ‘주체적 인간’으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와 자기 삶의 조건을 결정하는 데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나 수혜의 결과만이 아니라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가 주체적 인간으로 서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서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고 나아가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할 권리’의 확실한 보장은 ‘노동존중’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먼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헌법은 공무원과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해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노동3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한다. 입법과 해석을 통해 얼마든지 ‘노조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 개헌 국면에서 노동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노동헌법 쟁취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헌법 개정과 관계없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먼저, ILO 8대 핵심협약에 속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에 관한 제87호 협약과 제98호 협약의 비준 절차를 당장 밟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국내법을 협약의 내용에 부합하게 모두 개정한 후에 협약 비준이 가능하다며, ‘선 법률개정 후 협약비준’을 주장하면서 협약 비준 절차 이행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ILO 협약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모두 개정한다면 굳이 협약을 비준할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ILO 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법률을 개정하고, 그 과정에서 ILO의 협력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협약 비준 시까지 법률 개정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이행계획을 제시하고 ILO의 지원을 받으며 법률 개정을 마무리하면 될 것이다. 더구나 ILO 제87호 및 제98호 협약은 자기집행력이 있는 조약이므로 국내법과 동일하거나 우월한(기본적 권리에 관한 다자간 조약이므로) 효력이 있고, 사법부가 법원(法源)으로 인정하여 재판규범으로 삼을 수도 있다. 제87호 및 제98호 협약을 비준하면 사법부가 위 협약에 위반되는 법률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ILO 제87호 협약 및 현행 헌법에 위반하여 ‘노조할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법률 조항이나 정부의 조치들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해석 또는 정부의 시정조치를 통해 즉시 해결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해고자가 한 명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노동조합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약칭 ‘노조법’)」의 노동조합 정의 조항, 노동조합 자유설립주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노조법의 ‘설립신고서 반려’ 조항과 노조법 시행령의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이다. 노동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설립신고서 반려’ 처분을 취소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면 된다.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의 취지와 노조법의 목적을 존중하여 실질을 중시하는 해석을 통해 ‘설립신고서 반려’ 처분 또는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불어 관련 법률 조항들을 개정해서 본원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립사업자의 외형을 갖추어 아예 노동자 개념에서 배제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권을 비롯한 노동3권을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립신고 단계에서 행정관청이 신고증을 교부하지 않는 방법으로 노동조합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은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단결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일단 설립신고증을 교부하고, 구체적인 분쟁 단계에서 사법기관 등이 노동조합의 지위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그때도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중시하여 노동권 보호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립대학교 교수(「사립학교법」제55조,「교원노조법」제2조)와 청원경찰(「청원경찰법」 제11조)은 공무원이 아니다. 헌법상 명시적인 제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조 결성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들에 대해 합헌결정을 했었다. 그러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청원경찰법」 조항에 대해 견해를 변경해서 2018. 12. 31.까지 개정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군인과 경찰 이외에 소방․교정공무원을 포함한 여러 특정한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 5급 이상의 모든 공무원, 6급 이하 공무원 중 일정 업무(대표적으로 소위 총괄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등의 단결권을 박탈하는 「공무원노조법’도 ILO 제87호 협약에 위반되므로 개정되어야 한다.
 
지금 노조법은 ‘치안경찰법’, 노조할 권리를 보호할 실질적 법 개정 필요  
 노조법은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구체화한 법률임에도 오히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겨냥한 금지와 처벌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노조 운영과 활동(특히 쟁의행위)에 대하여 수많은 형벌조항과 과태료 부과 조항이 있다. 이런 이유로 노조법은 노동법이 아니라 치안경찰법이라고 평가된다. 노동조합 활동 및 쟁의행위에 대해 이처럼 방대하고도 촘촘한 제한과 금지,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입법례를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법이 많을수록 정의는 줄어든다(Much Law, Little Justice)’는 영국 법언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한과 금지, 처벌조항을 전면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근대적 노동법을 정립하는 첫걸음이다.
 ‘노조할 권리’ 보장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분쟁의 사법적 처리절차가 정비되어야 한다. 실체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구제기구와 절차의 미비로 ‘그림의 떡’이 되어버릴 수 있고, 그것이 현재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과 집행이 긴요하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분쟁처리기구와 신속한 구제절차가 구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참심형 노동법원의 도입이 절실하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은 사회일수록 임금불평등이 낮다. 우리 사회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노조조직률 30%, 단체협약 적용률 50%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조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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