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 증원,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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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내걸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임금체불,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시간 위반, 직장 안팎에서의 벌어지는 불합리한 차별, 성희롱, 비인격적인 처우, 노조 활동 관련 부당노동행위 등 법으로 정한 기본적인 노동 권리와 질서를 어기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근로감독관 지금 인원으로는 ‘노동존중사회’ 실현 턱없어   
근로감독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고용 및 노동 관련법으로 정한 권리를 누리며 노동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다. 근로기준법 제101조는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에 근로감독관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근로감독관 규정 제2조는 근로감독관이 고용평등, 노동조합, 여성근로자 보호, 노사분규, 근로기준, 임금, 산업보건 및 안전에 관한 업무 등을 수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근로감독관은 ‘노동존중사회’ 실행을 수행하는 첨병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근로감독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의 업무는 크게 예방적 근로감독과 사후적 신고사건의 처리로 나뉜다. 전자는 근로기준 및 관련 법령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사업장을 감독하는 것이고, 후자는 위반사건 및 신고사건에 대한 수사와 처리를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감독관들은 신고사건 중 임금체불 신고사건 처리에만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예방적 근로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노동현장의 각종 권리 침해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임금체불 신고사건은 19만 5천 건에 체불액은 1조 4천억 원, 피해 근로자는 30여만 명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신고 건까지 감안한다면 임금체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최저임금미만율 곧 법정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율도 2011년 3.9%에서 2014년에는 6.2%로 증가했다. 노동조합이나 노사분규와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비인격적 언행이나 성희롱과 같은 행위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근로기준 및 노동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이를 관행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근로감독관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근로감독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최근 근로감독관 증원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7년 3월 기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정원은 1,282명이며 과장을 포함한 간부를 제외한 실무인력은 1,100여 명이다. 
 
 
지난 5년간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과 행정대상, 업무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데 비해 근로감독관 정원은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양적 비대칭성을 넘어 근로감독 관련 법령, 제도, 이슈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근로자와 사업주 등의 근로감독 행정 수요는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근래에는 불법 파견 및 사내하도급, 부당노동행위, 차별 시정, 무기계약직, 임금피크제 등 새로운 제도나 이와 관련된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의 대부분은 장기간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한 복잡한 사건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에 대한 양적·질적 수요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감독관 증원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2006년 참여정부 때 381명의 대폭 증원이 이루어졌을 뿐 이후 시장친화(business-friendly)적 보수 정권 아래에서 제대로 증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가령, 2013년에는 비정규직 차별시정 강화 등을 위해 247명의 증원을 요구했지만 7명 증원에 그쳤고 2014년에도 기초고용질서 준수, 취약계층 고용사업장에 대한 감독 강화를 위해 311명의 증원을 요청했지만 12명 증원에 그쳤다. 
 
근로감독관 증원에 고려되어야 할 것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5년 수행한 ‘근로감독관 업무개선방안 연구’에서 양적·질적 방법을 통해 필요한 근로감독관 증원규모를 분석하였다. 근로감독관 업무 영역의 양적 확대와 질적 고도화, 신고사건 처리 부담과 적정 신고사건 처리 건수, 초과근로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적게는 1,245명에서 많게는 현재 인원 대비 두 배의 증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심층면접에서는 대다수 근로감독관이 비교적 높은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지만 과도한 업무량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천명했고 임기 내 근로감독관 1,000명을 더 늘리겠다는 방침 아래, 금년도 추가경정예산에 500명 근로감독관 증원을 위한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앙공무원 증원에 부정적인 야당의 반대로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고 근로감독관은 200명 증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의 실현을 위해 근로감독관 업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원을 대폭 충원하기 위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회 추경예산안 처리절차를 거치면서 당초 충원 계획 대비 40%만 반영된 점은 아쉽다. 
근로감독관의 증원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증원을 위한 증원’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관의 증원은 수단이다.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인 근로감독 행정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 관련 전산망 등 인프라의 확충, 근로감독 행정 업무의 효율화, 근로감독 인력 배치 및 활용 방식의 개선, 공인노무사 등 근로감독 관련 민간 자원과 네트워킹 활용 및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로감독 행정 혁신 차원에서 근로감독청을 신설하고, 노동검사의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근로감독 직렬이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장단점을 살펴보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면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든 근로감독 행정이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현재 근로감독관은 물론이고 새로 충원될 근로감독관들이 효율적인 업무시스템 하에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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