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시대 노동조합이 이끈다 : 일자리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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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비정규직 제로시대 노동조합이 이끈다 : 일자리 기금
○ 일시: 2017년 7월12일(수) 오후 3~5시
○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지하 교육장
○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발표: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 토론: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강진구 경향신문 탐사보도팀 팅장 
○ 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후원: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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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침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오늘 참석하지 못한 금속노조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대기금을 제안하였죠. 노조의 기금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이와 같은 기금이 ‘정규직 양보론’이란 비판받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오늘 자리는 일자리 기금이 과거의 비판을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해 나갈지, 노동조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는 일자리 기금보다 일자리 대타협 과정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기금과 대타협이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주제라서 이를 같이 말씀드릴까 합니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거두절미하고 노조의 변화와 양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그런 변화나 양보 프레임보다는 일자리 인력문제 해결 그 자체가 더 절박합니다. 촛불혁명 이후에 첫 임단협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누적되어온 현장의 절실한 인력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일자리 혁명, 의료혁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일자리 대타협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위원회를 통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일자리위원회,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과 함께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대책팀(TF)을 구성해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노조의 기득권 포기와 양보론을 강조하는데 이제는 이념적 논쟁을 넘어 구체적인 논의가 되고 있으므로 이렇게 접근할 문제는 아닙니다. 보건의료노조가 일자리 대타협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대통령’, ‘국정과제 1호 일자리 만들기’에 즉자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짧게는 메르스 사태 이후부터 병원의 인력문제, 인력충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노동조건의 개선과 서비스 질의 향상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꾸준히 인력문제 해결을 노동조합의 최우선 과제라 주장해 왔습니다. 
병원의 인력 확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병원의 조직문화 등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환자의 안전이 담보될 수 없습니다. 병원의 열악한 현장 실태를 보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병원의 경우에도 1년에 300명의 간호사가 퇴사합니다. 중소병원의 경우 1년이 지나면 간호사가 전부 바뀔 정도로 이직률이 높습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양질의 서비스는 나올 수 없습니다. 저희는 ‘백의의 천사’라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저희는 ‘백의의 전사’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일터는 전쟁터’라 표현하는 것이 더 맞다 싶을 정도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인력부족문제 해결이 기득권 양보 운동, 또는 연대로 갈음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통 병원은 ‘노동집약산업’이라 하지만 어느 언론기사처럼 ‘노동학대산업’에 가깝습니다. 그 정도로 보건의료부문은 인력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건의료노조는 작년에도 일자리 산별연대교섭을 지금과 똑같은 컨셉으로 제안했습니다. 과거와 지금의 차이는 박근혜 정부는 호응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는 호응하면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건의료노조는 2017년 대선 당시 일자리 대타협안을 4월17일 각 당 후보에게 제안했고, 모든 후보가 당선되면 함께하겠다는 답변을 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했던 일자리위원회에 보건의료분과 구성을 수용했고, 그 논의가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건의료부문 50만 일자리 만들기 제안 
보건의료노조는 50만 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제안합니다. 병원에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원하면 환자 혼자 입원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유교의 효 사상 때문에 가족이 병원에 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옆에 누가 없으면 입원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간호사가 모든 환자를 다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이 병간호를 하거나 간병인을 써야 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11만에서 23만 명의 인력 충원이 필요합니다. 병원에는 여성 노동자가 80%입니다. 가임기 여성이 많다 보니 임신부 야간근무는 금지됩니다. 출산·분만·육아 휴직을 가게 되면 1년에 10% 인원이 항상 부족합니다. 남성 중심 사업장에는 특별한 일이지만 여성 다수 사업장에는 이것이 흔한 일이니까 정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제안한 것이 ‘모성 정원제’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110% 인력이 정상 인력 정원이 되어야 합니다. 이 요구와 같이 보건의료노조는 50만 개 일자리 만들기를 제안했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은 결국 환자 안전 실현과 더불어 초기업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한 번에 3마리 토끼를 잡는 일석삼조의 사업입니다.   
올해 보건의료노조는 임금의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인력부족 문제와 비정규직, 노동시간 단축문제를 어떻게든 돌파하겠다는 절박함으로 교섭에 임하고 있습니다. 병원 내 인력문제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많은 연구와 실태조사를 수행했고, 이를 위한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건의료노조는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확보할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중에 선도적으로 노조가 임금인상의 일부를 양보하겠다는 것이 포함된 것입니다. 산별교섭에 포함된 60개 병원이 보건의료분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지난 7월5일 채택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자리 만들기에 노사정 공동선언을 통한 정부의 동참을 이끌 계획입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진행 중인 산별교섭이 곧 끝납니다. 이후 현장교섭에 들어가 노사정 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구체적인 인력 충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핵심요구와 관련된 교섭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9월 말 현장교섭의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기여, 인력 확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사안을 모아 보건의료 노사가 얼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으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를 종합발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후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단계까지 보건의료노조는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타협 이후 남겨질 과제와 쟁점 
기금 조성의 정도는 전적으로 노사정 각자의 노력과 진정성에 달려 있습니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1인당 년 3,500만 원에 1%씩을 5만 명이 모으면, 1,750억 원이 됩니다. 조합원만이 아니라 전 직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금액은 더욱 늘어납니다. 이걸 한국노총이랑 전체 합산하고, 노조가 없는 곳도 참여하게 되면 그 성과는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결국 보건의료노조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제안하며 사 측이 여기에 어떻게 응하는지, 더불어 정부가 법·제도 및 재정으로 어떻게 뒷받침하는가에 따라 한국 사회에 새로운 노사관계의 변화를 선도하게 되고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일자리위원회는 불완전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 수단이나 추진시스템이 미흡하다고 봅니다. 특히 민간사용자가 문제입니다. 공공의 경우는 어떻게든 따라오게 되어 있는데, 민간의 경우 이렇다 할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지금이 인력문제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이 있는가 하면 현찰 주고 어음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과거 보건의료노조의 일자리 대타협 관련 역사를 살펴보면 2007년 산별중앙교섭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임금 인상 일부를 양보하면서 합의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를 두고 ‘아름다운 합의’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고되기도 했었는데요. 2016년에는 병원업종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노사정이 합의했던 작은 수준의 소타협 사례도 있습니다. 
반면, 건강보험료 1만 1천 원을 더 내서 민간보험 필요 없이 건강보험증 하나로 무상의료를 실현하자고 제안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호응은 매우 높았으나 실패한 운동입니다. 당시 운동이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는 진보진영 내의 양보론에 대한 문제 제기,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무관심과 방관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례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지금 정세도 비슷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전과 다르고, 노동계 안에서도 양보론 논쟁이 크지 않은 것을 보면 저는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성공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사정 일자리 대타협을 추진하면서 든 생각은 이것이 제대로 완성되려면 결국 초기업 노사관계 시스템이 거시적(Macro)수준부터 중범위(Meso)수준과 미시적(Micro)수준까지 중층적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도적 수준이 체계적으로 제도화되었을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이런 논의가 초기업 노사관계 정착과 사회적 대화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는 일자리 기금을 추진하는 과정이나 기금 마련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건의료노조와는 약간 다릅니다. 이를 한 범주에 묶어 같이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성과연봉제 저지부터 기금제안까지
작년 공공부문 노조가 최대 규모의 공동파업을 진행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에서는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6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고요. 공공운수노조는 양대 노총 공대위 차원에서 기금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내용은 여러 쟁점이 있는 만큼 양대 노총 공대위 안에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성과연봉제가 폐지되면 인센티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요. 과거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상화 등으로 포장된 반노동 정책 추진을 위해 성과급이란 콩고물로 노조를 통제하려 했고, 일부 노조에서는 이를 수용해왔습니다. 누군가는 투쟁해서 무노동무임금으로 월급이 깎였는데 누군가는 성과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공공기관 노사관계 통제 방식을 이번에는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에서는 정부 지침으로 환수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자신이 집행한 돈을 환수하는 데에 발생할 문제를 고민하는 듯 난색을 보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공공운수노조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기금 만들기를 제안했고 이것을 일자리 기금으로 쓰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한편, 인센티브를 반납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일반 도입된 공공기관은 이를 폐지하고, 노사교섭을 통해 도입한 기관은 노사교섭을 통해 폐지하는 것입니다. 이때 폐지를 결정하면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를 반납하게 되는데 성과연봉제를 끝까지 하겠다고 한다면 그 기관은 반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가 파악한 바로는 300여 개 중앙정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대부분이 폐지 쪽으로 생각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폐지하는 것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는 기관별 노사 합의를 통해 반납이 이뤄진 곳도 있고, 폐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기금을 계속 모으는 중입니다. 이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양대 노총 공대위가 일자리위원회에 정식 계좌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고 지금은 공공운수노조 계좌를 만들어 기관별로 걷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63억 원 정도 모금이 이뤄졌습니다.  
 
 
기금 어떻게 쓸 것인가 
기금을 운용하는 데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번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하는 데 기금을 다 쓰자는 안입니다. 두 번째는 공익재단을 설립해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전자는 한 번에 효과적으로 의미 있는 금액을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쓸 수 있지만 기금을 바로 다 소진하게 됩니다. 후자는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에는 금액의 규모가 작습니다. 현재는 공익재단을 설립해 노사정이 함께 재단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논의까지 진행 중입니다. 향후를 위해 기금을 더 만들 수 있는 방편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금을 추가로 모으는 방법도 공공기관 노동자가 추가로 기여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사용자와 정부 측 모두 노동자가 낸 기금에 적절한 방식으로 추가 기금을 출연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이건 정부와 더 이야기해 봐야 할 문제이며 노동계 내에서도 충분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노동조합 내부에도 다양한 쟁점이 있습니다. 기금의 명칭, 운영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실무협의에서는 두 가지 논의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 기금 조성과 운영 자체에 대한 협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둘째, 기금을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정책과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노정교섭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1,600억 원에 실제 얼마가 모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이 금액은 마중물에 불과합니다.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것을 위해 노동자의 참여·요구·교섭이 필요합니다. 기금 운영도 물론이지만 향후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협의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교섭의 병행 발전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는 양대 노총 공대위와 함께 노정교섭 발전에 대한 연구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 내부의 과제 
일부 노조에서는 정부가 준 인센티브를 노동자들이 왜 돌려줘야 하는가에 대한 반론이 있습니다. 한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일자리 만들기와 같은 것에 왜 노동자가 기여해야 하는가, 기여의 방식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도 있습니다. 성과급 문제라든가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임금인상 방식을 조정하는 데 여러 쟁점이 있지만 아직 노동계 내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합니다. 노동자가 낸 기금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게 마중물이 되어 정부와 사용자, 특히 재벌까지 소득을 재분배하게 하는 과정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계가 나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와 재벌이 자신의 책임을 지게 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기금 취합 과정에서 노동자 내부의 정서가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을 낸다고 책임을 다한 것은 아닙니다. 비정규직 조직화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연대와 산별교섭을 통한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노력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기금 조성을 통해 기존 노조의 생리를 변화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함께하고 있다는 인식을 제고해야 합니다. 이는 흡사 노동자의 표상을 바꿔내는 마케팅과 같은 것입니다. 더는 ‘강성귀족노조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노조로 전환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정희) 2003년 말, 2004년도에도 일자리기금 제안이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그림을 제시하기 위해 어떤 고민이 필요할지 질문을 던지는 차원에서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기금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일자리 기금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하며 빈곤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했으면 합니다. 노동조합이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뿐 아니라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적 역할을 다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공장 담벼락 아래 갇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금이 노조의 재도약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이런 전제에서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연대기금의 성격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필요합니다. 이 고민은 노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어떤 집단이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2004년 이후, 노동조합에서 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이나 협력 업체를 지원한 사례가 있습니다. 2007년 보건의료 차원에 임단협 합의가 있고, 2015년에는 SK하이닉스가 성과이익 공유제를 통해 협력사를 지원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 간의 격차가 차별이고, 이것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시혜적이고 은혜적인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이때 비정규직은 동료 노동계급이라기보다 대상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 기금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공복지를 확충해서 노동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사회임금으로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도 연대임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장 안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내복지기금을 기업 밖, 즉 하청업체까지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기업에 사회공헌기금 사업을 확대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노동연대기금이나 일자리기금은 노동자 처우 개선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금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차별 완화노동조합이 자기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내자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출발하되 지향점은 어디인지 그 철학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신뢰성 측면에서 기금을 누가 출현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산업이나 노조별로 다른 것 같습니다. 기금 조성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기금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기금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노동조합원의 생각, 운영의 방식, 전달의 체계는 중요합니다.   
 
산업·직종에 따른 연대임금전략의 동반 요구 
기금이라 하는 것이 흡사 옆 호주머니 같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산업단위, 업종단위, 지역단위의 교섭을 통한 연대임금 전략이 같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노조 내부 양보론·생색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결국은 시혜적이고 은혜적인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대상화하는 운동에 그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펼친 상태로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큰 그림을 함께 그려가는 과정에서 기금과 관련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과거와 현재의 기금 제안이 다른 것은 일단은 정부의 태도입니다. 정부에서도 기금 활용을 통해 노동조합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에 긍정적이므로 무언가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때가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반면, 노동시장 상황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시선, 귀족노조 프레임은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답을 고민할 필요는 더 커졌습니다. 처우 개선과 차별해소에 집중하면서 노동조합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기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노조의 사회적 역할의 확장 
2004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박사는 연대기금 조성과 함께 업종·지역단위의 교섭구조 마련이나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가령, 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노동자 간 격차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지불능력이 큰 쪽에서 기금을 출현해 임금평준화기금이나 복지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금과 함께 산업 업종별 교섭구조나 협의체 등을 구성하여 원·하청 간의 임금격차 축소와 단가 조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집행과정을 모니터링 하자는 것입니다.    
복지기금의 경우, 기업복지를 사회적 복지로 전환하여 지역단위의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거버넌스를 만들어 냈으면 합니다.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을 함께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가령, 현대자동차에는 근로복지회관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수영장, 문화교실, 식사하는 곳이 있는데 주로 정규직만 씁니다. 이런 혜택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건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받는 임금 중 시장임금은 약 90%를 차지합니다. 사회임금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건데, 북유럽의 경우 사회임금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불능력이 있는 회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투쟁하는 것과 별개로 노동자는 기업 차원에서 받는 여러 혜택을 어떻게 사회화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합니다. 
 
기금 전달체계에 대한 고민 
기금 전달체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속노조의 기금 조성방안과 관련해 얼마 전 자동차 쪽의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은 제게 기금조성을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했습니다. 임금 인상분의 2%를 양보해서 예컨대 1,000억 원을 모았다 치더라도 그 돈이 1·2차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가도록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대자동차를 통해 하청노동자한테 줄 수도 없는 구조고, 기업 간 거래에서 노동자에게 얼마를 더 주라고 해서 그게 하청업체의 호주머니로 갈지 하청노동자에게 갈지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단위를 넘어서는 교섭구조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가지 않으면, 지금 논의되는 기금은 결국 현금 주고 어음 받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부는 ‘하도급지킴이’라는 하도급 관리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노무비를 대금청구 과정에 명기하도록 합니다. 더 자세히 봐야 알겠지만 저는 현 공공부문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시스템을 민간부분으로 확장해낼 여지는 없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기금 조성과 전달체계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통한 원·하청 간 임금격차 축소 방안 모색 과정에서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최재혁) 저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주제인 일자리 기금에 대해서 몇 마디 보태보고자 합니다. 
 
기금조성 의지 자체가 중요해 
저는 어떤 형태의 기금 제안이 나온 상태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금 조성이 제안되었다는 것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의미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사측의 책임임에도 사회가 노동계에 요구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이번 기금제안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노조의 적절한 호응이라고 봅니다. 노동조합은 더 능동적인 자세로 이 주제를 제기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조합 내부의 비정규직 문제나 저임금·불안정 노동문제는 사회 전체의 위기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것을 돌파하는 데 이 기금이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임금 양보론이나 그 진정성에 대한 비판이 노동조합 내부에 있습니다. 이 기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이 합리적이거나 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제안이 폄훼될 이유도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를 해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진 것 자체로도 큰 의미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 기금이 성공하자면 강성노조·귀족노조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제안이 곧 강성노조와 귀족노조를 깰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시작이니까 물론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죠. 
 
기금과 관련한 이해당사자의 조율의 필요 
계속 언급되는 것처럼 문제는 기금 조성 후가 아닐까 합니다. 이해관계자를 크게 네 집단으로 분류하면 기금을 조성하는 노동조합, 표현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혜자 집단, 기업, 정부가 있을 텐데, 이 네 집단을 어떻게 추동해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일단 공공부문은 차치하고 민간부문의 경우 사용자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논의된 청년실업 문제, 임금격차 문제의 당위성만으로 사용자를 논의테이블에 앉히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좀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한편, 기금 수혜 집단을 어떻게 기금 조성과 활용에 참여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금이나 연대임금이 기본적으로 덜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이들의 이해관계를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이들을 일방적으로 기금을 받는 대상으로 둬서는 안 됩니다. 또한, 주는 사람은 있는데 받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미조직 노동자를 어떻게 조직하고 참여하게 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어떤 특정 방식이 가장 옳고, 좋다는 식으로 논하기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공공부문의 경우 이해관계자는 생각 이상으로 많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누군가는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보건의료 인력을 충당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것이지만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과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진보 진영 내에서도 자금의 용처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논의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금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기금으로 풀고자 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없다면 기금의 장기적인 목표와 관리 방안이 필요합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제도 개선과 맞물려 고려되어야 합니다. 복잡한 이해관계나 제도적 한계와 같은 문제가 있지만 저는 소규모의 성공이라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 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연대임금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조직 노동자가 미조직 노동자에게 연대할 수 있는 임금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최저임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창 논의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최저임금 문제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용보험요율 문제나 그 용처와 같은 부분에서 조직 노동자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에 기반을 둔 사회보험 체계입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직 노동이 미조직 노동자의 사회적 안전망을 위해 제도를 통한 공유를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최저임금이나 사회임금에 대해 조직 노동자에게 고민과 논의를 요청하며 이 기금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진구)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연대기금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닙니다. 저는 연대임금이 노조의 시민권을 확보하면서 사회의 공공선을 대변하는 정책 참여로까지 가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말,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게 그의 정치철학에 공감한다는 덕담을 했습니다. 의례적인 언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반노동정책 정치인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크롱이 경제부 장관이던 시절, 그는 프랑스판 쉬운 해고와 노동악법을 입안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난 후 가장 먼저 천명한 것은 주 35시간 노동시간 제도를 유지하려면 초과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그는 산별교섭에서 합의된 근로조건을 기업별 교섭을 통해 후퇴 가능하게 하는 법을 입안했고, 노동법 개악을 법률이 아닌 행정명령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정치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하니 저는 그 말을 듣고 목에 무언가 걸린 듯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마크롱과 문재인 정부의 공통점은 정권 초기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반노동정책을 표방할 리는 없겠지만, 일자리 창출이 우선 되다 보면 결과적으로 노조의 권리 강화와 관련한 정책은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기업이 강성노조를 일자리 창출의 장애물로 프레이밍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프랑스 마크롱파의 노동법 개악이 우리나라에서도 재연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일자리위원회에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위원회는 향후 ‘100일 플랜’으로 <13대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 노조와 관련한 이야기는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대신 일자리위원회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동계의 양보와 참여를 주문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현 정부가 노조를 양보와 교섭의 대상으로 볼 뿐, 노동의 권한 강화와 고용의 양과 질을 개선하기 위한 협력대상으로 보는 데까지는 인식이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연대임금을 통해 노조는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이 시점에서 노조의 연대임금 전략이 갖는 의미를 평가하자면 먼저, 부정적 여론몰이를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성과연봉제 폐지가 그 자체로 끝났으면 분명 보수언론은 현 정부가 노조의 기득권 유지하기에 굴복했다는 여론몰이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으로 ‘철밥통 노조’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던 노조가 적극적으로 사업장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적 연대기금을 제안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 노조의 노력이 일부 산별에서 전체 노동운동 진영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중노동시장’ 프레임에 갇혀 대공장 노조나 공공노조는 개혁의 대상으로 몰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선도적으로 일자리 연대임금을 제안함으로써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대임금 전략이 노조의 시민권 획득을 가능하게 하고 발언권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연대기금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노조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일자리 연대기금이 별도의 재단 설립을 통해 노조 혹은 노사정 교섭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갔으면 합니다. 1,600억 원이라는 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한진중공업 정리 해고 사태 때, 회사가 300억 원 매물로 나왔습니다. 그 당시 1,600억 원이 있었으면 300억 원으로 한진중공업을 노조가 이를 인수해 노조자주관리기업의 모범을 보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1,600억 원은 노조가 사회 전체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줄 좋은 종잣돈입니다. 연대임금 전략은 성과연봉제 폐지를 넘어 동일가치·동일임금 원칙의 대안적 임금체계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성과연봉제 폐지가 중요하다기보다 노조가 개혁의 주체가 되어 대안적 임금체계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대단히 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창출에 몰두하는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에서 틀림없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들어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수동적으로 협상에 임하기보다 노조가 먼저 대안적 임금체계를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해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 노조 강화를 위해서는 산별교섭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동일가치·노동임금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직무급과 표준임금은 산별교섭을 통해 풀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논의를 모으기 위해 산별교섭의 필요를 이야기한다면 사회적 여론도 노조를 응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조합원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즉자적 반대투쟁에 급급했다면 노동존중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노조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노조가 어떤 행보를 걷느냐에 따라 기득권 집단 이미지가 강화되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목적은 노동계급과 사회적 연대의 실현입니다. 이를 위한 실천적 투쟁과 조합원 전체의 대단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을 드리면서 토론을 마칩니다.   
 
사회) 토론자의 질문에 발제자가 답변하고, 참석자의 질문으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박준형)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1,600억 원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쉽습니다. 돈이 나올 곳이 더 있어야 합니다. 내부에서는 경영평가제도 개혁과 함께 성과급도 개편하여 기금에 포함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기에 제도 개선도 동반되어야 하니 당장 1,600억 원 기금 사용에 대한 실무적인 협의에서부터 제도 개선을 통한 기금 조성까지 노사정 협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요즘 같아서는 노조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산별교섭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하지만 이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도 있습니다. 개혁과제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돈 많은 노조가 규모도 크고 힘도 셉니다. 그 노조가 자기이해만을 가지고 노정교섭을 추진한다면 이때 격차는 되레 더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내부 개혁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주호) 일자리 대타협, 일자리 기금이 단지 일회성 생색내기나 미봉책이 안 되려면 연대임금 정책, 산업별 임금 교섭, 동일노동·동일임금, 고용보험 연계, 최저임금 및 사회임금의 확대와 같은 사안으로 논의가 연계될 수 있어야 합니다. 토론에서 지적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싸움이 연장되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것이 종합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사안에 따라 양보냐 생색내기냐 하는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금이나 일자리 대타협이 일회성 쇼나 생색내기가 안 되려면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 등 노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에 대한 보다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질의응답]
 
참석자1) 조합 내부에서 우리는 양보와 교섭에 참여만 할 뿐 노동조합의 권한 및 조직 강화는 단지 우리의 기대뿐인 것은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큽니다. 일자리 창출 역시 기업 재벌의 의사를 반영하는 데 주목하지 않을까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강진구)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조 집행부의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조합원의 반응 때문에 입안으로 생각을 삼키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게 불과 작년까지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일반 조합원이 의식돼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선도적 투쟁, 사회적 책임에 대해 노조 집행부가 먼저 꺼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내부의 고통과 진통은 있을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변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성급한 예단은 피해야 합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불신하지도 않지만 완전히 믿지도 않습니다. 노조 투쟁이 누군가의 선의의 기대 이뤄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과거 정부에서 노조는 무조건 기득권 집단으로 개혁해야 할 대상이었다면, 최소한 이번 정부는 노조를 개혁의 파트너로 보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따라서 노조는 개혁의 파트너로 명분을 성취할 수 있는 투쟁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타협의 분위기를 노조가 만들어 가며 노조가 주체가 되어 새 정부 출범 후 유리한 공간을 자신 있게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참석자2) 최근 이용섭 일자리위원장이 직무성과급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박근혜 정부에서 사용자가 제안한 직무성과급제가 이용섭 위원장이 제시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주호) 직무급에 대해서 보건의료노조 내부에서는 일단 부정적 입장입니다. 참고로 이재명 시장이 성남의료원에 직무급제를 도입해 보자고 제안해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노조가 이에 대해 반감이 많다 보니 직무기준 자체를 노사합의로 만들고 갱신할 때도 항상 노사가 합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병원 직종이 총 60여 개가 넘습니다. 직무가치를 두부 자르듯이 해서는 그 기준에 대해 당사자들의 합의와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초기업 산별표준임금체계 수립이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보건의료노조도 이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준형)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는 임금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첫 단추 끼우기가 상당히 중요할 텐데 저희는 임금체계 개편이 공정하게 격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정부나 경총의 입장은 직무성과급제를 통해 기업 내 단일한 임금체계를 쪼개 사용자가 관리하기 편한 여러 개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업 내에서 임금을 분할하기보다는 초기업적 임금 기준을 가지고 기업 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사회) 일자리 기금과 일자리 대타협은 노조 내부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 제안을 두고 국민들은 노조가 노조다운 것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이제는 좀 더 신경 써야 하겠습니다. 그럼 제133차 포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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