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바람직한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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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상시지속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사용 원칙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의 정책과 차별성을 지닌다. 정부의 정규직 개념이 모호하다는 문제는 있지만,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나쁜 일자리인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은 큰 의미를 지닌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적폐 청산’의 첫걸음에 가장 어울리는 조치가 될 것이다. 대다수의 근대적 국가들은 간접고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해 왔다. 그 이유는 강제노동, 중간착취 등의 전근대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흔들리고 파견노동과 같은 간접고용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와 '복지국가의 위기' 이후이다. 그런데 많은 국가에서 간접고용에 대한 재규제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 고용관계와 지휘명령관계의 분리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임을 사고파는 간접고용
간접고용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지휘명령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제삼자가 개입하는 고용 형태로 정의된다.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사용자는 사업에 필요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용역업체로부터 노동자를 제공받는다. 여기서 파견·용역업체가 사용사업주에게 판매하는 것은 형식상 노동력 제공이라는 서비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용자 책임’이다. 사용사업주는 사용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필요시 손쉽게 고용조정을 할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파견·용역업체와 사용사업주 간의 계약은 통상적으로 사용사업주가 파견·용역업체에 대해 우위를 점한다. 물론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경우 양자의 관계가 역전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 따라서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파견·용역노동자의 노동 조건은 파견·용역업체와 사용사업주 간의 거래관계 속에서 위협받기 쉽다. 일상적인 경험 수준에서도 책임이란 서로 떠넘기다 보면 증발하곤 하는데, 애초에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사고팔다 보니 사용자책임이 공동화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인데, 공공서비스의 성격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가장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인 행정서비스는 공무원 노동자에 의해 제공된다. 공무원은 헌법상 법률로 신분을 보장하며, 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종신 임용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기간제, 간접고용, 나아가서는 시간선택제에 이르는 다양한 비정규노동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중 상당 부분은 공무원이 담당해왔거나 담당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특히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것은 명목상 인건비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하면서도 명목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처리되며, 경비 절감의 압력 하에서 파견·용역노동자의 노동 조건은 저하된다. 나아가 사용자로서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부문에서 불법파견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의 문제점
문제가 끊이지 않다 보니 이전 정부들 역시 간접고용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지는 못하더라도 노동조건이나마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지침의 핵심 내용은 임금보장을 위해 예정가격 산정 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을 승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침이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고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이번 정부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은 진일보한 것이다. 관건은 정부가 얼마나 스스로 제시한 상시지속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원칙을 지켜가며 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것인가이다.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전환대상 제외 및 실태조사 누락 문제, 추진체계상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먼저, 정규직 전환대상 파악을 위한 특별 실태조사 과정에서 일부 비정규직이 누락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직접고용의 경우, 국고지원사업 일자리를 기관이 실태조사에서 임의로 누락시키거나 전환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간접고용과 관련해서는 먼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자회사를 포함한 다른 공공기관에 위탁 또는 용역사업을 주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수정된 지침이 필요하다.
자회사라 하더라도 생명·안전 업무, 필수유지업무, 위장도급 등의 경우에는 모회사(기관) 직접고용이 검토되어야 한다. 자회사 가운데 상당수는 독립적으로 전문기능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더욱이 파견·용역의 경우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때 일반관리비 등을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 반해 기존 자회사의 경우 처우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나아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용역업체의 경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대상인 데 반해 자회사가 제외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도 있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의 청소·경비·시설관리 업종의 경우, 계약형식 또한 실질적으로 용역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민간위탁’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명칭 때문에 1단계 전환과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되었던 55~59세를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60세 이상 노동자가 근무하는 직종이 청소·경비 등 고령자친화직종에 해당하는 경우, 기관이 별도의 정년을 설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기관에서 가이드라인을 잘못 해석해서 60세 이후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촉탁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종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65세 정년을 명확히 하고, 정년이 도래한 경우에는 촉탁직 전환 등을 통해 고용을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정규직 전환 추진체계상의 문제는 간접고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나 이번 정규직 전환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와 노사전문가협의회에 ‘정규직 전환 결정기구’로서의 위상을 부여한 만큼 고용노동부가 각 공공기관 심의위 및 협의회 구성 현황을 파악·관리하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현재 2차까지 진행된 실태조사와 관련하여 고용개선시스템에 심의위 및 협의회 구성 추진현황 또한 입력하게 되어 있다. 협의기구 구성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관리감독 부재는 공공부문 고용구조 정상화에 대한 관심과 추진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거나 부실한 기관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귀찮은 일’로 전락하고 있으며, 공론의 장에서도 부차적인 쟁점이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의 구성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당사자인 비정규직이 협의기구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의 취지나 노동기본권에 관한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적절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와 더불어 실태조사에서 누락된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도 협의기구에서 조사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 실행계획(로드맵)이 작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산 및 계약상의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용역계약의 경우 1년 단위의 계약이라면 계약 종료 시 전환이 가능하지만 2년 이상의 계약인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용역계약 종료 시 전환하는 것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연내 전환을 추진할 경우 업체들이 반발하는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업체와 계약을 중단하더라도 조기전환을 권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총액인건비제 및 기준인건비제’라는 제도적 제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의 지침대로 재원은 일차적으로 기관 자체 예산에서 마련하되, 재원 마련이 어려운 기관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자회사 설립 방식의 문제점
끝으로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안정화 및 처우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자. 이번 정규직 전환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한계는 공공기관에서 분리된 자회사의 직접고용 인력이 ‘정규직’이란 이유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파견·용역 역시 자회사 신설·채용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회사는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출자·출연한 기업으로 모회사가 임원을 임명하고, 기구 및 정원의 변동, 보수체계 등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자회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직접고용이라기보다는 간접고용에 가깝다. 단적으로 자회사 노동자에 대해 모회사가 직접 업무지시를 하면 불법파견이 된다. 다만 기존 간접고용에 비해 고용안정화 및 처우개선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정규직 전환 추진과정에서도 정부가 자회사 설립 방안을 실질적으로 권장하게 되었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자회사 설립 방식의 예외적인 허용 요건이 논의된 것이다.
자회사 허용 요건으로 논의되는 사항들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여 자체 수행이 어려운 경우, 모회사 위탁사업 외 자체사업 영위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자회사 설립은 노동권을 침해하고 간접고용의 문제를 반복할 수 있으므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모회사(기관)로 직접고용해야 할 것이다. 가령, 기존에 용역회사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경우, 모회사의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 기관 내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가 과소하여 별도 자회사 설립에 따른 실익이 없는 경우 등은 직접고용해야 한다. 자회사 방식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본래적 의미의 자회사에 맞게 모회사의 사업부 일부가 이전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자회사 설립이 모회사의 구조조정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출향제도’와 같은 형태를 활용할 경우 사용사업주가 경제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덜하겠지만, 노동권 침해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번 정부 가이드라인이 기존의 대책과는 차별성을 지니는 이유는 상시지속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사용 원칙 외에도 노사합의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의 지위를 인정한 만큼, 조속히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뒤 처우개선 문제는 교섭을 통해 보완해 나아가야 할 것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공부문 산별노조의 지위를 명확히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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