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의 보건서비스 부문 노사정 회의를 다녀와서

섹션:

글쓴이 :

 
ILO의 보건서비스 부문 노사정 3자 회의 
지난 4월24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열린 ‘보건서비스의 고용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정 3자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보건의료인력 특별법 제정과 ‘일자리 혁명, 의료 혁명’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의 보건의료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부와 보건서비스 부문의 노동조합, 사용자 대표는 보건의료산업이 미래 노동의 주요한 영역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사회적 대화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ILO를 비롯한 국제조직들은 보건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노사정 대표는 ‘보건 부문 고용 및 경제 성장에 관한 고위급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국가 차원의 보건인력 충원방안 마련과 이행, 보건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 2021년까지 향후 5개년 행동 계획에 각국 이해 당사자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이 다수인 보건서비스 부문은 성평등 문제를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점, 강력한 모성보호 정책과 친 가족적인 직장 내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 보편적 보건·돌봄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 적절한 공공재정이 투여되어야 한다는 점, 모든 보건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협상권을 보장하고 또 증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7년 4월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노사정 대표단의 축조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서비스 부문 노사정 회의 구성
이번 회의에는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온 노사 대표 16명과 정부 대표 16명이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그 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국제이주노동기구(IOM)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의 대표를 비롯하여 약 300여 명의 참관인들이 함께 했다. 
노동자그룹은 국제공공노련(PSI)에서 6명, 국제사무금융통신노련(UNI)에서 추천한 2명이 공식 대표로 참석했으며, 그룹 대표는 로자 파바넬리 PSI 사무총장이 맡았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독일 공공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와 이탈리아 노동자총연맹(CGIL), 미국 교원노조(AFT), 남아공 간호사노조, 호주 간호사노조, 아르헨티나 노조 대표 등과 함께 세계 보건서비스 부문 노동자를 대표하는 8인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사용자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 및 비정부 기구로는 보건사용자협의회(HOSPEEM), 국제간호사협회(ICN), 국제병원협회(IHF), 국제제약협회(FIP),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세계의사협회(WMA), 국제사용자기구(IOE), 보건NGO포럼 등이 참석했다. 
보건서비스 부문 노사정 회의는 2004년 이후 14년 만에 개최되었다. 지난 2015년 3월 열린 ILO 제232차 이사회에서 보건서비스 부문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 3자 회의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올해 보건서비스 부문 노사정 회의가 개최되었다. 
 
 
보건서비스노동자 그룹의 요구
로자 파바넬리 PSI 사무총장은 23일 시작 발언에서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보건서비스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고, 훈련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에게 놓인 커다란 도전 과제”라며 “만일 현재 결정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는 약 1,800만 명의 보건노동자가 부족하게 되어 저소득·중위소득 국가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영화, 상업화,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보건서비스 전달 체계의 자유화나 비 의료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의 아웃소싱을 포함하여 증폭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탈규제, 갈등과 인도주의적 차원의 재앙 그리고 인구 구성변화 등은 우리가 함께 대응해야 할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회의는 모든 사회적 파트너가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첫출발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건강한 세상은 더 풍족한 세상만이 아니고 더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노동자그룹 회의와 노사정이 모인 회의석상에서 우리나라 병원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설명하고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조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야당과 일자리 늘리기 정책협약을 통해 일자리 혁명과 의료 혁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힘 있는 사회적 대화를 위해 산별중앙교섭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법률을 마련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ILO가 각국 정부에 보건서비스 부문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협의 기구(일자리위원회) 구성을 권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보건 부문 고용·경제 성장에 관한 고위급위원회
25일 오후에는 특별 순서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마가렛 챈 WHO 사무총장 등 ‘보건 부문 고용 및 경제 성장에 관한 고위급위원회(High-level Commission on Health Employment and Economic Groth)’ 대표단이 회의장을 직접 방문하여 그동안 진행한 고위급위원회의 활동을 설명하고 노사정 참가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보건서비스 관련 고위급위원회는 2016년 3월 UN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구성했으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제이콥 줌마 남아공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고, 마가렛 챈 WHO 사무총장, 엔젤 구리아 OECD 사무총장,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이 부의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보건서비스 관련 특별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건강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의 보건과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2030년까지 약 4천만 개의 새로운 보건 부문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중산층 및 고소득 국가의 일자리 증가를 예상하는데, 이에 반해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1,800만 명의 의료 종사자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위원회는 건강 및 사회 부문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10대 행동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양질의 보건서비스 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증진, △여성의 경제활동 극대화 및 이들의 고용 장려, △고품질의 교육과 평생 교육 확대, △보건서비스 이용체계와 조직 개선,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능력 보장과 보건인력의 보호, △국내 및 국제적 자원으로부터 적절한 기금 확보, △국가적,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의 부문 간 협력 증진, △이주노동자에 대한 안전망 확보, △연구와 분석 작업 수행 등이다.
 
 
ILO의 보건서비스 부문 보고서와 주요 결정사항
ILO는 ‘보건서비스 고용과 노동조건 개선’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를 노사정 회의에서 발표했다. 보고서는 제1장 회의 자료에 대한 설명을 담은 서문, 제2장 글로벌 차원에서 보건서비스 부문의 발전 및 기회와 도전에 대하여, 제3장 고용문제, 제4장 기술개발 및 교육과 훈련, 제5장 노동조건, 제6장 사회적 대화와 노사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사정 회의는 매일 아침 9시부터 노사정 대표단이 그룹별로 모여 2시간 정도 사전 전략회의를 해서 의견을 조율한 뒤, 노사정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각국 정부는 주로 자국 정부의 보건서비스 부문 성과와 노력을 설명하는 데 치중한 반면, 노사 대표는 노동자의 현실, 양질의 일자리, 노동조건과 유연성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당초 노동자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정부나 사용자 측의 반발로 합의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6일 오후부터 참관인을 배제하고 노사정 공식 대표단만 참여하는 축조심의를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합의안 초안에 대해 노사정이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하면서 저녁 8시까지 협상을 계속한 결과, 28일 전체회의에서 합의안을 발표할 수 있었다. 
노사정 회의 합의문은 ‘보건서비스 부문의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는 효율적이고 건강한 보건서비스 시스템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이고, 보건서비스와 양질의 돌봄서비스에 대한 접근과 사회의 생산성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건서비스 부문의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ILO를 포함하여 정부, 사용자 및 노동자 단체에 보건서비스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전문성 개발 및 평생 교육 증진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노사정은 ILO가 WHO, OECD와 기타 전문적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와 함께 보건인력 관련 연구조사의 어젠다를 개발하고, 보건서비스 부문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을 늘리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며 비교분석작업을 실시하는 것에 합의했다. 더불어 사회적 대화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향후 5년에 걸쳐서 지역별 보건서비스 부문 노사정 회의를 개최할 것에도 합의했다. 
 

 

제작년도:

통권: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