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제정과정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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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독일은 1998년부터 일반평등대우법(Das allgemeine Gleichbehandlungsgesetz - AGG)을 제정하기 위한 꾸준한 시도를 해왔으나, 재계와 보수정당, 교회세력의 반대로 입법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연합(EU)의 반차별지침(Antidiskriminierungsrichtlinien)을 국내법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었던 독일은 2004년 말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 정부의 제15대 회기에서 차별금지법(Antidiskriminierungsgesetz-ADG)을 입법하려 했으나, 당시 의회의 다수를 차지했던 기민당‧기사당과 자유민주당의 반대로 입법에 실패했다. 이후 사민당과 기민당‧기사당의 연정 정부였던 16대 회기에서 유럽위원회의 입법 압력 등을 이유로 대연정 합의각서를 체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 기존의 차별금지법안(ADG-E)을 일부 수정해 일반평등대우법(AGG)을 제정했다. 일반평등대우법 제정 과정에서 유럽위원회와의 갈등, 노동조합과 재계 간의 갈등, 정당 간의 갈등이 있었으나 긴 시간 합의와 조정을 통해 법을 제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11월 국제연합(UN)의 조약감시기구로부터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이 포함된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2007년 법무부안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안이 제출되었으나, 재계와 특히 일부 보수기독교 및 단체들의 반대로 아직까지 관련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II. EU의 반차별지침
 
1. EU 반차별지침의 내용
2000년 EU는 반인종차별지침을 시작으로 모든 회원국가에게 반차별지침에 대해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이미 관련법이 있는 경우 그 수준을 규정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정했다. EU의 지침에 따르면 회원국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기한 내에 그 내용을 수용하여 국내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만약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해당 회원국에게 벌금징수 등을 통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EU의 반차별지침은 다음과 같다.
 
- 반인종차별지침(die Antirassismus-Richtlinie 2000/43/EG)
2002년 6월27일에 제정된 반인종차별지침의 목적은 취업과 직업, 교육, 사회적 보호와 건강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의 재화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인종과 민족적 출신의 구별 없이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 종교 등에서의 동등처우실현을 위한 범주지침(Rahmen-Richtlinie für die Verwirklichung der Gleichbehandlung 2000/78/EG)
2000년 11월27일 제정된 이 지침은 업무와 직업에 있어서 공적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사적영역의 모든 사람에게 효력을 갖는다. 이 지침은 인종과 민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뿐만 아니라 종교, 세계관, 장애, 연령,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까지 포함한다. 반인종차별지침과 비교하여 적용범위가 더 크다. 
 
- 남녀동등처우원칙의 실현을 위한 지침(Gleichbehandlungsrichtlinie zur Verwirklichung des Gleichbehandlungsgrundsatz 2002/73/EG)
이 지침은 기존 남녀동등원칙의 실현을 위한 입법지침(76/207/EWG)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2002년 9월23일에 제정되었다. 
 
- 직장 외의 영역에서의 동등처우지침(Gleichbehandlungsrichtlinie ausserhalb des Betriebs 2004/113/EG)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및 공급에서 남녀동등대우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지침으로 2004년 12월12일에 제정되었다. 이 지침은 남녀동등처우원칙의 실현을 위한 지침과 같이 성별에 대한 지침이지만, 그 적용영역과 효력 범위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의 재화와 서비스, 사보험으로 제한된다. 
 
2. 독일의 EU 반차별지침 불이행에 따른 재판
2005년 4월28일 독일은 반인종차별지침을 기간 내 전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럽연합재판소에 제소됐다. 독일 정부는 EU의 반차별지침에 대해 이미 여러 개별법을 통해 반차별 조치를 충분히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럽연합의 노동운영에 대한 조약(Vertrag über die Arbeitsweise der Europäischen Union-AEUV)」 제288조에 따라 회원국은 EU의 지침에 관한 내용을 국내의 법규정으로 전환해 제정해야 한다. 회원국이 이를 위반할 경우 유럽위원회는 「유럽연합의 노동운영에 대한 조약(AEUV)」 제258조에 따라 조약위반절차를 개시한다. 회원국이 이와 같은 판결을 받고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 유럽위원회는 AEUV 제258조 제2항에 따라 유럽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유럽재판소는 반차별지침을 전환하지 않은 독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독일은 2000년 7월29일 제정된 인종 또는 민족적 출신의 차별 없는 평등대우원칙의 적용을 위한 지침을 법률이 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국내법으로 제정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
그러나 독일은 제15대 회기에서 차별금지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2006년 2월23일 위와 비슷한 이유로 다시 유럽재판소로부터 다음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독일은 종교 등에서의 동등처우실현을 위한 범주지침 전환 의무를 위반했다. 독일은 이 지침에 따라 종교와 세계관, 장애 또는 성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에 관련한 법안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EU의 반차별지침을 전환·적용하는 데 여러 차례 기한을 넘겼고, 그 결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판결을 두 차례 받게 되었다. 2007년 12월 ‘남녀동등처우원칙의 실현을 위한 지침’의 전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많은 액수의 벌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되자, 정부는 차이에 대해 합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지침을 전환하고자 했다. 
 
 
III.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제정과정 
 
1. 개별적 차별금지법
일반평등대우법 제정 이전에 독일에서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없이 다양한 법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었다. 1936년 판례를 통해 처음으로 동등대우의 원칙이 언급되었고, 이후 1952년 사업장공동결정법 제75조 제1항 제1문이 제정되었다. 
 성차별은 1980년부터 노동법상에서 금지되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받았다. 공공서비스 부문에는 기본법 제3조 제3항의 원칙에 따른 공무원직장협의회법과 연방공무원법이 있다. 취업자보호법(Beschäftigtenschutzgesetz) 역시 공공서비스 부문에서와 같이 성희롱을 금지한다. 독일의 기본법 제3조 제3항은 “성별, 민족적 출신, 인종, 언어, 고향과 출신, 신앙, 종교관 또는 세계관, 장애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사업장협의회법(Betriebsverfassungsgesetz) 제75조 제1항은 “사용자와 종업원평의회는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법과 형평의 원칙에 따라 인종 또는 민족적 출신 또는 혈통이나 그 밖의 출신, 국가, 종교 또는 세계관, 장애, 연령, 정치적 또는 노동조합 활동 또는 가입, 성별, 성정체성에 따라 차별대우를 받는지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2. 일반평등대우법의 제정과정
1) 제13대 회기
일반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기존의 개별적 차별금지가 아닌 사법 영역에서의 평등대우를 목적으로 하는 ‘독일기본법 제3조상 평등대우원칙의 실행을 위한 법률초안(Entwurf eines Gesetzes zur Durchsetzung des Gleichbehandlungsgebotes des Art. 3 Grundgesetz)’과 ‘차별보호 및 소수자권리강화를 위한 법률초안(Entwurf eines Gesetzes zum Schutz vor Diskriminierung und zur Starkung von Minderheitenrechten)’이 1998년 제출되었으나, 법률로 제정되지는 못했다.  
 
2) 제14대 회기
EU가 반차별지침을 제정하면서 독일은 지침의 목적에 맞는 일반적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도입해야만 했다. 우선 제14대 연방의회 회기인 2001년 12월10일 연방법무부는 ‘민법상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률안(Gesetzes zur Verhinderung von Diskriminierung im Zivilrecht)’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입법 시도를 하였으나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이 법률안의 목적은 EU지침 2000/43/EG을 독일 민법에서 실행하는 것으로, 차별금지에 관한 규정을 민법(BGB) 제319조 a에서부터 e까지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에서는 이를 ‘민법상 차별금지법의 대헌장’으로 기념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 이상의 사법은 없다’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됐던 가장 큰 이유는 사법 영역에서 반차별지침이 규정하는 인종과 성뿐만 아니라, EU에서 제시하는 여덟 가지 차별사유를 모두 포함했기 때문이다. 재계를 비롯한 자유민주당(FDP) 등은 이를 계약의 자유가 사라지고 개인에게 신념을 강요하는 행위로, ‘전체주의’까지 언급하며 비난했다. 한편, 노동계를 비롯한 일부 학자는 EU의 반차별지침보다 더 진일보한 법안의 구성이라며 환영했다. 이 법률안은 회기가 끝나면서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3) 제15대 회기
연방의회 제15대 회기 중 가족, 노인, 여성, 청소년부에서 ‘노동법상 차별금지법’과 ‘민법상 차별금지법’에 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2004년 12월15일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정부는 통합된 차별금지법으로 ‘유럽 반차별지침 실행을 위한 법률안(Entwurf eines Gesetzes zur Umsetzung europäischer Antidiskriminierungsrichtlinien)’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재계와 기민당‧기사당은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기업에 과한 부담을 주고 관료주의를 조장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다. 2005년 6월17일 당시 다수를 차지하던 사민당과 녹색당 연방 정부는 연방 하원에서 “유럽 반차별지침 실행을 위한 법률안”을 가결했으나, 2005년 7월8일 연방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하던 기민당‧기사당은 중재위원회에 법률 중재신청을 했다.  그 사이 슈뢰더가 이끌던 정부가 선거를 앞당기기로 하면서 중재위원회는 열리지 못했고, 이 법안은 중단되었다. 
 
(1) 차별금지법안의 내용
차별금지법안은 총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장은 총론으로, 제1조에서 제5조까지 나머지 장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규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두 번째 장은 제6조에서 제18조까지로, 법안의 핵심조항인 ‘취업자를 차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상 규정이다. 제3장은 사법상 차별금지부분으로 제19조에서 제21조까지이다. 제4장은 법적인 보호방법으로 제22조의 입증책임과 제23조의 반차별단체에 대해 규정한다. 제5장과 제6장은 제24조에서 제33조까지로, 공법상 근무관계에 관한 규정과 연방차별금지기관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1조는 ‘이 법은 인종, 민족적 출신, 성별, 종교 또는 세계관, 장애, 연령 또는 성적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예방하고 배제하는 것’이라고 그 목적을 규정한다. 제3조는 직·간접차별, 괴롭힘과 성희롱 그리고 차별의 지시를 모두 포함한 차별을 정의한다. 제8조에서 제10조까지는 일반적인 차별의 정당성에 관한 규정과 종교와 연령에 대한 차별의 정당성에 관한 특별규정을 담고 있다. 제15조는 차별 피해자에 대한 재산적 손해뿐만 아니라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도록 손해배상에 대해 규정한다. 제22조는 피해자가 차별을 받았다는 것을 ‘믿을 만한 정도(Glaubhaftungmachung)’로만 밝히면, 상대방이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진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그 밖에도 사용자가 차별상황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의 근로거부권에 대한 조항(제14조)과 사용자가 차별금지를 위반했을 경우 노동조합과 종업원평의회가 직접 노동법원에 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제17조)을 포함한다.  
 
(2) 독일노동조합총연맹과 사용자단체연합의 입장 차이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은 차별금지법 도입에 대해 전반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취했다. 지금까지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은 개별적인 사례의 보호 수준이었고 구조적인 차별을 극복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차별금지법의 도입으로 더 많은 사람이 보호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했다. 그러나 독일노총은 종교 또는 세계관과 연령을 이유로 하는 차별 정당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노총과 산하 노조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독일사용자단체연합(BDA)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사용자단체연합은 차별금지법의 도입으로 더 많은 관료주의와 법적 불확실성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견서를 제출하여 “종교단체와 이들의 사업을 위해 정당성을 인정하고 사적으로는 언론과 출판에 관한 기업의 가치관 차이를 인정해야만 한다. 이 법안이 허용된다면 계약 당사자와 근로계약 당사자에게 불신의 문화와 불화를 일으킬 것이다”라고 밝혔다. 
 
4) 제16대 회기
선거 후 제16대 연방의회는 기민당‧기사당과 사민당의 대연정 정부로 수립되었다. 일반평등대우법은 제15대 회기에서 추진되었던 차별금지법안의 명칭과 일부 조항을 수정해 발의된 것으로 법률의 구성상 큰 차이점은 없다. 우선 ‘차별금지법’으로 제정되었던 기존 법률명을 ‘일반평등대우법’으로 변경하면서 ‘차별(Diskriminierung)’에 담긴 강한 어조를 완화시켰다. 또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던 재계의 의견을 수용해 기존의 차별금지법안을 보다 완화시킨 법안에 합의했다. 유럽위원회의 제재를 피하는 데 매우 촉박했던 탓에 일반평등대우법은 EU의 반차별지침을 1대 1로 전환해 만들었다.  2006년 6월9일 제출된 정부안은 6월19일 의회에 제출됐고, 연방 상원은 7월7일 중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 법은 연방대통령 호어스트 쾰러(Horst Köhler)의 서명 후 그 해 8월18일부터 발효됐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인해 사회법전의 취업자보호법은 폐기되었다.
 
3.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내용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구성은 앞서 살펴본 차별금지법안과 기본적으로 같다. 사민당과 기민당‧기사당 연합정부는 EU의 반차별지침을 1대 1로 전환한 차별금지법안을 기본으로, 기민당‧기사당과 재계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렴해 약간의 수정 후 일반평등대우법을 통과시켰다.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의 정당성 범위를 ‘직접적인 업무수행’으로 한정했다가, ‘종교단체, 부속기관 또는 종교의 부흥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대한 채용’으로 확대했고(제9조), 청구권의 제척기간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시켰다(제21조 제6조). 또한 ‘믿을 만한 정도’만으로 가능했던 차별피해자의 입증책임을 ‘간접증거(Indizien)’를 추가해 더욱 강화시켰다. 아울러 반차별단체를 통한 대리재판이 가능했던 차별금지법안의 규정을 변론보조만 가능하게 함으로써, 반차별단체의 참여 가능성을 제한했다(제23조 제2항).  
 
4. 소결
일반평등대우법은 세 가지 부분에서 논란이 있었다. 우선 기존의 개별적 차별금지법만으로 충분하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과 반드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EU 간 입장 차이가 있었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라고 할 때는 포괄적인 차별사유뿐만 아니라 노동법과 민법, 사회법 등을 포함하는 법 영역과 손해배상 및 위자료를 통한 차별의 구제와 제제를 규율하고 반차별단체 등을 통한 지원 등도 포함해야 한다. 일반평등대우법의 목적은 차별에 대한 제제 및 구제뿐만 아니라 예방도 포함한다. 또한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기본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구체화하며 제제를 통한 차별피해의 구제를 실현함으로써 차별금지와 관련된 준거법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사민당‧녹색당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을 당시 연방 상원의 다수를 점한 기민당‧기사당이 반대한 것이다. 연방 상원은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중재위원회에 회부함으로써 사실상 법률안을 거부하였고 그 이유를 의견서로 제출했다. 
마지막으로 독일노총과 사용자단체연합의 입장 차이다. 대체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가졌던 독일노총에 비해 반대의사를 적극 밝혔던 사용자단체연합의 입장 차이를 구체적인 법조항으로 살펴보면, 사실상 사민당‧녹색당 정부안과 기민당‧기사당의 의견 차이와 비슷한 면이 많다.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했던 기민당‧기사당은 유럽재판소에서 일반적,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자, 사용자단체연합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수정하는 것으로 일반평등대우법을 통과시켰다. 
2006년 일반평등대우법이 제정되고 10년이 지난 지금 재계가 우려했던 관료주의의 확산이나 소송 급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는 그로 인한 일자리 급감 등과 같은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IV.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 
우리나라의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으로 여러 법률에서 개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인종차별금지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장애인권리협약’,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적 합의를 통해 차별시정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UN 인권이사회는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UN의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로부터 협약의 정신과 내용에 충실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난 2006년 7월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 「차별금지법 권고법안」에 기초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2007년 11월 제17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발의과정에서 인권위가 차별 피해자의 구제책으로 권고했던 징벌적 손해배상과 이행강제금에 관한 사항은 삭제됐다. 그뿐만 아니라 법제처의 심의 과정에서 재계와 일부 보수기독교 단체의 반대로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경력, 학력, 성적 지향, 병력 등 7개 항목이 제외된 채로 진행됐다. 이에 일부 시민 단체는 차별금지법이 아닌 ‘차별조장법’이라면서 법안에 반대하기도 했다. 2008년 1월28일에는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은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권고법안」과 비슷하나 그 보호 범위나 정도가 보다 강화됐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제대로 된 논의 과정 없이 2008년 5월 국회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2010년 4월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차별금지법안의 발의를 포기했다. 제18대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없었고, 2011년 9월15일 민주통합당의 박은수 의원이 「차별금지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하고, 2011년 12월2일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이 역시 국회 차원의 특별한 논의 없이 2012년 5월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운영계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나, 제19대 국회에 정부가 제출한 차별금지법안은 없었다. 2013년 2월12일 민주통합당의 김한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예방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사회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인간존엄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13년 2월20일 민주통합당의 최원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평등이라는 헌법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성별, 나이, 용모, 지역, 학력, 혼인상태, 종교, 정치적 성향, 가치관 등을 이유로 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고자 한다”며 그 제정 목적을 명시했다. 그러나 성적 지향을 문제 삼은 일부 보수기독교 및 단체가 거세게 항의하자, 민주통합당의 두 의원은 법안 발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철회했다. 2012년 11월6일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역시 19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V. 시사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나,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제정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몇 가지 주요 조항을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권고안’과 비교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차별사유
우선 EU의 반차별지침은 인종, 민족적 출신, 성, 종교, 세계관, 장애, 연령 및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한다. 위의 여덟 가지의 차별사유는 회원국에서 국내법을 제정할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독일은 EU의 반차별지침에 따라 일반평등대우법에 동일하게 여덟 가지 제한된 차별사유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다른 차별에 대해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랑스가 출신, 성별, 품행, 성적지향, 연령, 가족상황 또는 임신상황, 유전적 특성, 민족·국가 또는 인종, 정치적 견해, 조합활동, 종교적 신조, 신체적 외관, 이름의 성, 건강상태 또는 장애, 파업권의 정당한 행사를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제한적이다. 차별사유는 이미 사업장협의회법 제75조 제1항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고, EU 반차별지침의 최소규정에 맞추었기 때문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권고안 제2조는 차별의 사유로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을 규정했다. 그러나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 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적 지향, 학력’ 등은 재계의 반발로 이후 정부안에서는 삭제됐다. 이 중 특히 ‘성적지향’에 대해 보수기독교의 거센 반발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성적지향은 이미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협약 등을 비롯해 EU의 차별지침에 모두 포함되어 있고, 성적지향이 차별사유에 포함된다고 하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므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기독교의 주장만으로 배제를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2. 차별의 개념과 정의 
독일의 차별금지법안 제3조에서 사용한 ‘차별(Benachteiligung)’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EU 반차별지침의 ‘차별(Diskriminierung)’과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EU 반차별지침의 차별은 이미 단어 자체에서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야 하는 불평등의 상태를 포함한다. 차별금지법안과 일반평등대우법에서 사용하는 차별은 불평등대우(Ungleichbehandlung)에 더 가깝다. 이는 나치정권 때 벌어진 인종차별정책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큰 단어의 사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일 정부는 재계와 기민당‧기사당의 요구로 법률의 명칭을 차별금지법에서 일반평등대우법로 변경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일반평등대우법 제5조, 제8조~제10조, 제20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로 인한 불평등대우가 가능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반인종차별지침 제2조는 차별의 정의에 대해 직접차별과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과 차별에 대한 지시를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1항에서 말하는 직접차별이란 인종이나 민족적 출신을 이유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불리한 처우를 받거나 받았거나 또는 받게 되는 것을 뜻한다. 제2항의 간접차별이란 외관상으로 중립적인 규정, 기준 또는 절차상 인종이나 민족적 출신을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였을 때를 뜻한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 기준 또는 절차가 적법한 목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당화되고,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 적절하며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간접차별이 아니다. 제3항은 인종과 민족적 출신을 이유로 존엄성을 침해하고 위협, 적대감, 멸시, 품위손상 또는 모욕적인 환경을 조성하였을 때, 이를 괴롭힘으로 인정한다. 제4항은 인종이나 민족적 출신을 이유로 특정인에 대한 차별을 지시하였을 경우를 의미한다. 남녀동등처우원칙의 실현을 위한 지침 제2조 제2항의 규정은 성과 관련해 언어·비언어적 또는 심리적 형태로 상대방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위협, 적대감, 멸시 또는 모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모든 형태의 성적인 행동양식을 차별로 본다. 이와 같은 EU의 반차별지침을 포괄하여 차별금지법안 제3조는 동일한 내용으로 차별의 정의를 규정한다.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권고안 제2조에서 차별의 정의로,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과 차별광고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괴롭힘의 범위를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출신민족, 피부색, 성적지향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최근 거듭되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감안하면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차별광고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동성애에 대한 반대 광고가 신문지면에 실리는 현실을 생각할 때 포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EU의 반차별지침과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에서 포함하고 있는 차별에 대한 지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근로관계에 있어 상급자에 의한 차별의 지시가 차별적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3. 차별금지 효력의 범위 
반인종차별지침 제3조와 남녀동등처우원칙의 실현을 위한 지침 제3조, 직장 외의 영역에서의 동등처우지침 제3조의 효력범위는 공공장소를 포함하는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까지이다. 그러나 종교 등에서의 동등처우실현을 위한 범주지침 제3조의 효력범위는 많은 예외규정을 두고 있기에 실질적으로 인종, 민족적 출신과 성을 제외한 나머지 차별사유의 효력범위는 매우 제한된다. 
독일은 차별금지법안에서 차별금지의 효력 범위를 노동법과 사법에 동일하게 적용하여 그 효력 범위가 EU의 반차별지침보다 훨씬 넓다. 이에 대해 기민당은 “일반적인 민법부분에도 모든 차별사유를 적용하는 것은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확대한 것이다. EU의 반인종차별지침과 동등처우실현을 위한 범주지침이 요구한 것과 같이 인종과 출신민족, 성별만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 사용자단체도 “차별금지법안은 사법부분에서 인종, 민족적 출신과 성만 적용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일반평등대우법 제19조 제1항(사법상 차별금지)에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민사상 채권관계의 성립, 이행 및 종료에 있어서 인종 또는 민족적 출신, 성별, 종교 또는 장애, 연령 또는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차별금지법안에 포함되었던 민법상 차별금지의 항목 중 ‘세계관’은 삭제됐다.
한편,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안 제2조 차별금지의 영역이 사법적인 영역을 배제시킨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4. 차별 정당성의 범위 
반인종차별지침 제4조는 차별의 정당성과 관련해 ‘본질적이고 결정적인 직업상의 요구’에 의해서 불평등한 대우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종교 등에서의 동등처우실현을 위한 범주지침 제4조 제2항은 직업상 본질적, 결정적 요청이 없어도 불평등 대우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지침 제정 당시 회원국에 종교나 세계관을 이유로 법규상 불평등한 대우를 하고 있었으면 이를 그대로 유지하게 하고, 지침의 제정 이후에도 종교나 세계관을 이유로 불평등한 대우를 정당화하는 법 규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안 제9조(종교·세계관에 의해 허용되는 차별대우)는 “특정 종교나 세계관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종교 단체 등에서 피고용인을 고용함에 있어서 업무상 정당한 요구에 의해 특정 종교나 세계관이 고려될 수 있다”며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의 정당성 범위를 업무 수행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일반평등대우법 제9조 제1항은 “제8조와는 별개로, 특정 종교 또는 세계관이 각 종교단체의 자기결정권이나 업무의 특성과 관련한 교리를 고려하였을 때 중요 채용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종교단체, 법적 형태를 불문하고 이에 부속된 기관, 종교 또는 세계관의 부흥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의한 채용에 있어서는 종교 또는 세계관을 이유로 달리 대우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수정하여 종교단체의 자기 결정권으로까지 그 정당성의 범위를 확대했다.
근로관계에서 불균등 처우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차별금지법안 제8조가 ‘본질적이고 중요한 직업적 요구로’ 기존의 민법 제611조a의 규정을 그대로 유지했던 것에 비해 일반평등대우법 제8조는 ‘본질적이고 결정적으로 직업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목적에 적합하고 적정한 범위 내인 경우’로 정당성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남녀동등처우원칙의 실현을 위한 지침(2002/73/EG) 제8조e 제2항에 따라 성별에 따른 정당성의 범위는 민법 제611조a 보다 낮게 설정할 수 없게 되었다. 법안 초기에는 정당성의 범위에서 성별만 따로 인정하려고 하였으나 이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다른 차별 사유도 성차별을 이유로 하는 정당성의 범위에 맞추어 그 정당성의 범위를 인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민법 제611조a에서 “필수 불가결한(unverzichtbar)”, 반차별지침의 “필수적인(unabdingbar)” 그리고 일반평등대우법의 “결정적으로(entscheidend)”를 모두 유사어로 해석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권위 차별금지법 권고안 제3조에서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와 ‘현존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하여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개정 및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행위에 대해 차별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독일은 일반적인 차별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종교(일반평등대우법 제9조)와 연령(일반평등대우법 제10조)에 대해서 차별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적인 예외 규정은 없다. 차별에 대한 금지규정의 도입이 무조건적이고 일괄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입견에 근거한 차별이 아니라 직업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나 사회·문화적인 이유로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차별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학생 기숙사의 사감을 여성으로 제한하거나 가톨릭 신부를 남성으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금지의 예외사항에 해당된다.   
 
5. 입증책임
EU의 반차별지침은 인종차별금지지침 제8조에서 차별의 피해자가 차별 사실이 있었음을 법원이나 차별 신고를 담당하는 곳에 ‘믿을 만한 정도’로 입증하면 그 상대방이 차별금지 위반이 없었음을 입증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독일은 차별금지법안 제22조에서 다툼이 있는 경우에 차별 피해를 당한 피고용인이 차별의 사유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믿을 만한 정도’로만 확인시키면, 사용자는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기민당은 “입증책임에 관한 조항은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며 “청구권자는 일반적인 기본원칙에 따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불평등한 처우를 받았다는 것을 완전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반평등대우법 제22조(입증책임)는 “소송 일방 당사자가 제1조에 열거된 사유를 이유로 한 차별대우를 추정할 수 있는 간접증거를 입증한 경우에는, 타방 당사자가 차별금지규정에 대한 위반이 없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차별피해자의 입증책임을 더욱 강화했다. 차별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강화시킨 것은 EU 반차별지침의 입증책임 규정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사실상 차별의 피해자가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간접증거를 제시하기도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후라도 반드시 차별피해자의 입증책임에 대한 규정을 개정할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안은 제40조에서 차별과 관련한 소송의 증명책임은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이미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에 의해 차별분쟁이 있을 경우 입증책임을 사업주에게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6. 차별에 대한 구제와 제재   
EU의 반차별지침은 차별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다. 
독일은 차별금지법안 제15조에서 차별금지 위반 시에 사용자가 위반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차별의 피해자는 재산적 손해 외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기민당은 “채용 시 차별로 인한 불이익을 받았을 경우 그 손해배상에 대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재산적 손해가 아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명백하게 해야 한다. 차별금지에 반하는 집단적 합의에 대해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단체 역시 “손해배상과 위자료에 대한 규정은 EU의 반차별지침에 비해 그 보상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이와 같은 규정은 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에만 적용하기를 요구한다. 민법 제611조a의 손해배상규정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배상에 대한 제한을 주장했다. 손해배상에 대해서 일반평등대우법 제15조는 차별금지를 위반한 경우 사용자는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나, 사용자가 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배상의 의무가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취업자가 비재산적 손해를 입은 경우 적정한 금전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안은 제39조에서 차별을 가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특히 동조 제4항은 악의적 차별에 대해 통상적인 재산상 손해배상 이외에 비재산적 손해배상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손해배상제도로 차별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는 2014년 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에서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고 한 조항으로, 이미 차별에 대한 비재산적 손해배상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배상액을 구체화하였기 때문에 실행하는 데 큰 무리가 따른다고 볼 수 없다.
 
 
VI. 결론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차별의 사유, 차별의 정의, 차별금지의 효력범위, 차별 정당성의 범위, 입증책임과 차별에 대한 구제와 제재 등에 관한 조항은 앞으로 우리나라도 차별금지법안 제정 과정에서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EU의 반차별지침, 독일 일반평등대우법과 국가인권위의 차별금지법 권고안을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EU 회원국과 같이 법률에 의해 강제로 법 제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수차례 UN 인권이사회와 여러 산하 단체로부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제정을 권고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생각해볼 때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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