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복지를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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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 내역> 
○ 주제: 기본소득, 복지를 어떻게 바꿀까?
○ 일시: 2017년 5월30일(화) 오후 2~4시
○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지하 교육장
○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발표: 오준호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저자
○ 토론: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후원: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사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제131차 노동포럼 ‘기본소득, 복지를 어떻게 바꿀까’를 시작하겠습니다. 작년에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대 대선에서 일부 후보들이 기본소득 실시를 제안하기도 했고요. 
기본소득제도에 관심이 높은 상황인데, 노동조합은 이 제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해외의 경우 노조마다 입장이 다양하더라고요. 마침 연구소도 기본소득에 대해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어서 이 제도의 이론과 정책을 알아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노동포럼을 마련했습니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인 오준호 작가님으로부터 발표를 듣고,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의 제갈현숙 원장님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황선자 선임연구위원님으로부터 토론을 들은 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준호) 인간의 역사는 곧 인간의 자유를 확대해 온 역사입니다. 19세기 노예 해방으로 인간은 신분의 자유를 얻었고, 20세기에 보통 선거권을 통해 정치적 자유를 획득했습니다. 21세기에 기본소득은 인간을 결핍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실질적인 자유를 줄 것입니다. 
최근 대선 공약을 포함해 기본소득 이야기가 넘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여러 논의 중에는 그 원칙과 취지에 부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내용을 법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합의된 수준은 있습니다. 간단히 정의하면, 국가나 정치 공동체가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일정한 액수의 생활비가 기본소득(Basic Income)입니다. 원칙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구 단위로 지급하지 않고, 개인에게 지급합니다. 여기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됩니다. 둘째, 자격 심사 없이 누구에게나 줍니다. 여타 소득 혹은 자산이 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셋째, 의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대가로 일을 해야 하거나, 구직 의사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세 원칙은 ‘개별성, 보편성, 무조건성’으로 요약됩니다. 충분히 높은 액수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충분성’이라든가,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정기성’ 같은 기준도 있지만, 앞의 세 가지보다는 유연한 원칙입니다.
원칙과 개념은 최근에 합의됐지만,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는 인류 역사의 원초적인 도덕 감정이며 공동체적 삶에 깔린 감정과 철학입니다. 그 감정과 철학은 첫째, 생존에 필요한 최소 소득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한 사회가 공유한 부에 대해 누구나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20세기 중반에 들어 입법화 시도와 함께 1980년대에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이슈가 된 배경에는 최근 심각해진 사회적 변동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 혁명의 충격,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고용 없는 성장, 승자 독식 경제의 일반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마주하며 사람들은 오래된 아이디어였던 기본소득을 현실적 대안으로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일자리가 사라지는 미래에 삶의 안전망을 보장하고, 건전한 시장 경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취업 노동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삶을 자유롭게 택하는 사회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 도입에 있어 중요한 문제는 재원 조달입니다. 재원 조달이란 사회에 존재하는 부를 어떻게 활용할지 배치 순서를 정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소유자, 에너지 산업, 재벌 대기업이 차지한 부를 기본소득으로 시민에게 나눠주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당합니다. 기본소득 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는 불가피합니다만, 증세는 ‘내는 세금 부담’과 ‘받는 복지 혜택’을 합쳐 이해해야 합니다. 순부담보다 순수혜가 많도록 설계한다면 증세는 문제가 아니며, 국민 절대다수가 기본소득의 수혜자가 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대표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가 설계한 ‘한국형 기본소득제’는 개인에게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데, 시민세·생태세·토지세 방식으로 연 160조 원 규모의 재원을 거두어 마련한다는 구상입니다. 기존 복지 급여는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합니다. 10% 정률의 시민세를 신설하고, 현행 0.1% 수준인 토지세를 0.6%로 인상하며, 발전사업자에게 생태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하면 전체 가구 가운데 83%는 순수혜를 누릴 수 있고, 17%의 고소득 가구만 순부담을 집니다. 가구 소득 83% 지점에 있는 가구의 연소득은 약 9천만 원이므로, 대부분의 중산층 가구는 소득이 증가합니다. 
 
해외에서 시행 중인 기본소득제와 실험들
현재 시행 중인 기본소득제도와 실험을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실시된 제도 가운데 기본소득의 개인성, 보편성, 무조건성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미국 알래스카의 영구기금배당 제도(Alaska Permanent Fund)입니다. 1982년부터 알래스카 주 정부는 석유 자원 채굴권 임대 수익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1년 이상 알래스카에 거주한 시민에게 연 1회 배당하고 있습니다. 
케냐에서는 올해부터 민간 자선기관인 기브 다이렉트리(Give Directly)의 주관으로 12년간의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등 IT기업 CEO의 후원으로 기금을 조성했으며, 케냐 국민 220명으로 시작해 6천 명까지 지급 대상을 늘릴 계획입니다. 지급액은 케냐 월 평균소득의 40% 정도(한화로 2만5천 원)로 케냐의 휴대폰 기반 금융 시스템인 ‘페사(PESA)’를 활용해서 지급합니다. 
핀란드는 올해 1월1일부터 25~58세의 실업자 중 2천 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50유로(약 70만 원)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실험 기간은 내년 12월31일까지입니다. 특히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실험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핀란드 집권여당인 중앙당은 이 실험의 목표를 실업자들의 노동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되는 사회보장 체계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간 핀란드의 실업수당은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즉각 중단되어 실업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막는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550유로의 기본소득은 근로소득이 발생해도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유인이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지난해 기본소득 실험을 설계하고 올해 1월 주민수렴 절차를 거쳤습니다. 설계안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자들은 매달 소득이 1,320달러(빈곤선의 75%)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분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받습니다. 이는 보편적 기본소득 방식이라기보다는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방식입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시는 올해 1월부터 대조군을 포함한 4개 그룹으로 실업자를 나누어 2년간의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이 실험 역시 주목적은 핀란드와 유사하게 공공부조를 받는 집단의 노동시장 복귀에 기본소득이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본소득 실험이 보편성, 무조건성을 충족한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복지 체계가 개인의 노동능력 여부를 엄격히 평가해 이를 복지 수급 자격과 연계해왔다면, 이상의 실험은 노동과 상관없이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의 취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선 국면에 제시된 한국의 기본소득 공약
이번 대선 시기에 여러 기본소득 공약이 제안되었습니다. 먼저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안한 공약은 기본소득의 보편성, 무조건성에 가장 부합합니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제는 ‘6배당+1토지배당’ 체계로, ‘6배당’이란 0~12세 아동 배당, 13~18세 청소년 배당, 19~29세 청년배당, 65세 이상 노인 배당 등 생애주기별 배당을 비롯해 장애인과 농민 대상의 특수배당을 포함합니다. 집단별 대상자에게는 연간 1백만 원을 지급하고 장애인 배당과 농민 배당은 다른 배당과 중복이 가능합니다. ‘1토지배당’은 토지소유자에게 과세하는 ‘국토보유세’로 세수를 확보하여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을 지급합니다. 기본소득은 지역 상품권 형태로 제공하고, 예산은 생애주기별 배당에 23조8천억 원, 토지배당에 15조5천억 원 등 약 43조5천억 원이 소요됩니다. 이 시장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전체 가구의 97%가 순수혜 가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본소득의 의미를 적극 인정하고 주어진 재정 여건 속에서 그 취지를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0~6세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약 30만 원의 금액을 지급하며, 현재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20만 원을 지급하는 노인연금을 소득 하위 80%에 30만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공약은 출산율 제고, 청년취업촉진 등 기존 정책 목표의 보조수단 성격이 강하며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기본소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영유아(0~6세), 청년(19~24세), 노인(65세 이상) 연령층에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향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안하였는데, 대선 기간에는 기본소득보다 ‘청년 사회상속제’라는 이름으로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1천만 원씩 배당하는 공약을 강조하였습니다. 재원은 고소득자 상속세, 증여세를 통해 마련합니다. 
이재명 시장의 공약을 제외하면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조건부 수당, 선별적 급여 등을 기본소득의 이름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복지 안전망이 취약한 한국에서 ‘최소 소득 보장’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분명히 존재하며, 대선 주자들이 이 요구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한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아직 시민의 권리 차원보다는 집단별 ‘욕구’ 차원에서 논의되는 경향이 큽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지속될 것인데, 그 원칙과 취지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기본소득 도입 대 현 복지 시스템 강화
막대한 재원이 드는 기본소득보다 기존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해서 먹고 살게 하고, 구제할 수 없는 사람은 적절히 지원해 근로 의욕을 북돋우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기본소득이 관심을 끄는 것은 현재의 복지 시스템이 빈곤과 불평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입니다.   
복지국가 시스템의 핵심 원리는 선별과 잔여입니다. 복지가 꼭 필요한 사람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선별적 복지이고, 개인과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잔여적 복지입니다. 이 시스템에서 꼭 필요한 것은 복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자격 심사입니다. 
또한 선별과 잔여가 핵심 원리인 복지 시스템에서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 지원을 받으려면 남들보다 무능력해 보여야 하는 탓에 복지는 권리가 아니라 낙인이 됩니다. 복지 수급자라는 낙인은 사회에 진입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며,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산층은 수급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오히려 복지 체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반면 기본소득은 자격 심사가 없고 따라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 낙인 효과가 없으며 기본소득을 받는 동등한 시민이라는 연대감을 줍니다. 아울러 노동소득이 생겨도 기본소득은 계속 지급됩니다. 즉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은 ‘노동소득과 기본소득’이라는 딜레마를 겪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소득, 자산, 부양가족을 확인하지 않고, 부정 수급자를 찾아낼 필요도 없습니다. 복지 행정 비용이 절감되고 복지 대상자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일도 사라집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그 개념상 보편 복지의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입니다. 
 
기본소득은 복지국가 건설을 방해하는가?
기본소득이 복지국가의 대체물인 것은 아닙니다. ‘기본소득 대 복지국가’라는 식의 쟁점은 왜곡된 프레임이라고 봅니다. 기본소득은 아동수당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과 마찬가지로 복지사회의 이상을 구현하는 수단이자 경로입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취업 노동으로부터 자유를 확대하자는 것이므로, 과거 복지국가가 전제한 완전고용 전략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새로운 복지국가를 기획한다면, 기본소득을 그 복지국가의 유의미한 내용이자 경로 중 하나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복지국가 운동 진영에서 제기하는 비판을 따져 보겠습니다.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제도를 현금 지급으로 대체하려는 기획’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기본소득은 그런 기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 공공의료, 의무교육, 공공주택 등 사회 서비스는 현금 지급으로 대체할 수 없고 대체되어서도 안 됩니다. 빈곤층 생계급여나 노인 기초연금, 장애인 수당 같은 공공부조 제도는 기본소득 지급 액수가 기존 제도의 보장 액수보다 높다는 전제하에서는 기본소득으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기존의 현금 급여에 기본소득을 추가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은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 저는 낮은 기본소득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곧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형성하여 높은 기본소득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소득 액수가 낮을 때는 집단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회보장 제도와 결합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그 어떤 복지 제도보다 절대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생기므로, 이들의 연합에 의해 액수의 상승과 부의 재분배가 빨라질 것입니다. 
셋째, 청년 기본소득, 노인 기본소득 같은 기획은 서구 복지국가의 사회수당과 같은 것일 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입니다. 사회수당과 특정 집단별 기본소득이 현상적으로 동일할 수 있습니다만, 사회수당이 집단별 필요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기본소득은 보편적 권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복지국가 지지자들과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사회수당 형태의 특정 집단별 기본소득 도입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디딤돌 삼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편,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중요 요소이면서 동시에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기본소득은 복지 수혜자와 납세자 간 불일치를 해결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무상보육을 위해 보육세를 신설한다면 자녀를 다 키운 납세자들은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세금을 부담하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둘째, 기본소득은 증세에 대한 정부의 불신을 해소합니다. 기본소득은 배당의 특성이 있으므로 증세한 재원을 정부가 임의대로 사용하지 않고 국민에게 되돌려 줍니다. 셋째, 기본소득은 자신의 납세액과 수혜액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복지 제도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얼마인지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지만, 기본소득은 내는 돈과 받는 돈을 거의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고, 국민의 80~90%를 순수혜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기본소득은 전 국민을 강력한 복지 이해 당사자로 만들고, 이들의 정치적 연합은 기본소득은 물론 보편복지의 확대 강화를 위한 튼튼한 기반이 됩니다. 
 
기본소득은 노동자에게 좋은 제도인가?
노동운동 진영 일부에서 기본소득이 노동자에게 무엇이 좋은지 묻기도 합니다. 이분들이 제기하는 비판은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적 모순을 완화해서 자본주의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모든 복지 제도는 그 사회의 계급 갈등을 완화함으로써 체제 유지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 구성원의 낮은 수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높은 수준의 욕구를 제기하게 한다는 점에서 체제 변혁의 잠재력도 갖고 있습니다. 
고용주가 기본소득 보장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임금 인하를 강요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고용주가 기본소득을 사업장 임금과 연동해 임금 인하를 강요할 가능성은 있지만 정반대의 압력도 생깁니다. 기본소득으로 생존의 최소 조건이 보장된 노동자는 고용주의 해고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모든 노동자가 기본소득을 보장받음으로써 노동자의 집단적 협상력이 상승합니다. 기본소득이 있는 한 장기 투쟁이나 파업을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생계의 극심한 고통을 받지 않을 겁니다.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에 따른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적어지는 거죠. 이는 노동운동의 힘을 강화하고, 그 강화된 힘에 의해 사회 기득권 계급의 부는 기본소득으로 더 많이 재분배됩니다.  
작업장 경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 노동 형태는 앞으로 점점 빨리 사라질 것이고,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협업 속에 이루어지는 노동 형태가 대세가 될 것입니다. 자본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한 구조에서 새로운 노동 형태는 불안정·저임금 노동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청년 집단은 이 노동 구조에서 고통을 겪는 동시에 다른 사회 집단보다 복지 지원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이중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입니다. 노동운동이 이들을 포섭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은 노동운동 역시 기득권 세력의 일부로 여기고 적대감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청년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의제입니다. 노동운동이 기본소득의 적극적 지지 세력으로 나서주기를, 특히 청년 기본소득 도입에 앞장서기를 기대합니다.
 
제갈현숙) 토론에 앞서 몇 가지 이야기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제도를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강남훈 한신대학교 교수 등이 민주노총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2009년에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라는 소책자를 펴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아직 기본소득 도입을 공식입장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발제 내용에 대해 몇 가지 문제 제기를 하자면, ‘청년 기본소득, 노인 기본소득 같은 기획은 서구 복지국가의 사회수당과 동일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과 관련해, 사회수당은 가장 보편적인 복지제도이기에 이를 제공하기 위한 근거는 딱 하나, 인구학적 기준뿐입니다. 따라서 발제자께서 얘기하는 집단별 필요와 보편적 권리의 차이가 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또한 기본소득이 복지수혜자와 납세자 사이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복지국가 진영이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연대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은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연대이고, 연금은 세대 간 연대가 기본입니다. 이 연대의 정신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 철학과 다르게 지켜 온 정신이 폄하되는 것은 좀 부당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노동과 복지의 관계
기본소득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이 중 제가 깊이 공감하고 실현되길 바라는 가장 큰 장점은 노동과의 연계성을 끊어낼 수 있는 복지급여의 권리 확보입니다. 신자유주의 복지국가가 풀어내지 못한 난제 때문에 기본소득이 대중에게 적극 환영받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답이 기본소득 진영에서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 복지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사각지대나 불평등, 양극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의 원칙 중 하나인 충분성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적어도 월 2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국가가 보장해 준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어야하고, 현실화하기에 만만한 것도 아닙니다. 재원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애초에 갖고 있던 문제의식에 굉장히 공감하지만, 노동과 복지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이 답답합니다. 기본소득 진영에서는 ‘노동을 조건으로 하는 복지급여’라고 하는데, 이게 가장 큰 굴레거든요. 저는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그 근원은 18세기 말 영국의 ‘스핀햄랜드(Speenhamland)’라는 곳에서 시행했던 임금보조 제도로, 이 제도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임금보조 제도를 시행한 결과, 담세층과 수혜층이 분리됐고 산업자본가들은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즉, 산업자본시기 초기의 부르주아지들은 조세 부담 없이 임금을 더 낮출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었고, 노동자들은 임금보조금을 받고 노동을 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좌우 이념을 떠나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준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 경험을 근거로 영국의 구빈제도는 바뀌게 됩니다. 최소한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적 급여가 낮아야 한다는 열등처우의 원칙이 이때부터 만들어진 것이죠. 현대 복지국가는 여전히 열등처우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유럽의 사회민주당 정부조차 이 원칙을 한 번도 깬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20세기에 들어 베버리지 보고서가 작성되고, 국가가 보편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빈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했습니다. 기초보장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지만, 노동능력이 있는 자는 취업을 통해 자립을 추구한다고 전제함으로써 그 범주는 노동능력이 없는 일반 취약계층으로 한정했습니다. 이러한 영국 모델은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실시한 사회복지 정책의 기반은 욕구입니다. 욕구를 바탕으로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가 중요해졌으며, 그 원칙은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입니다. 한 국가가 불평등을 완화하고 평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 모두 필요합니다. 그래서 불평등한 빈곤층의 평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선별복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잔여적 복지와 제도적 복지를 구분하는 개념은 약간 다른데, 기본소득 진영에서는 ‘선별은 무조건 잔여적이니까 없애야 한다’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복지정책이 제도적 복지로 나아갈 수 있게끔 모든 정당과 정치세력이 노력해야 하지만, 선별복지제도가 절대 악이고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여성할당제나 장애인할당제는 긍정적 선별주의죠. 따라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긍정적 선별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기본소득의 도입은 진정 가능한가?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소득이 제기된 배경은 복지국가의 한계, 완전고용의 불가능성, 노동과 사회적 급여의 관련성 단절 때문입니다. 간략히 말씀드렸지만, 사실 심리적 장벽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현실인 겁니다. 한 사회가 공유한 부를 누구나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시민혁명 이후 가장 강력한 원칙으로 적용되는 사적소유의 자유를 어떻게 보편적 권리로 확대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노동윤리 차원에서 접근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의 원칙으로 개별성, 보편성, 무조건성을 제시하셨는데, 충분성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알래스카는 시민들에게 수익금 일부를 배당하고 있지만 지난해 배당액은 1,022달러(한화 약 116만 원)로, 이를 한 달로 나누면 10만 원이 안 됩니다. 또한 전년 대비 49% 감소했는데, 이러한 점으로 보아 재원의 특수성, 충분성의 측면 모두 불안정하고 부족합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실험은 소득격차를 전제하는데다, 대상 자체가 공공부조 대상자와 겹치기 때문에 보편성과 무조건성 모두 문제가 됩니다.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시 사례도 기본소득의 예로 소개하셨는데, 유트레히트 시에서는 기본소득이라고 하지 않고 ‘사회부조를 받기 위해 기존 수혜자에게 요구했던 의무를 완화’한다고 명시합니다. 물론 의무를 완화하고 노동과의 연계성을 줄이려는 시도로써 기본소득과 연계성이 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성, 보편성 두 측면에서 다 어긋납니다. 유일하게 국가차원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는 핀란드는 ‘사회보장 완전대체 기본소득’ 개념을 사용하지만 실제 대상자는 노동시장 보조금 또는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25~28세의 2천 명에 불과합니다. 또한 한시적이며 정부의 주된 관심사도 소득보장이 목적이 아니라 노동공급에 방점이 있습니다. 
한편, 기본소득의 5가지 원칙인 개별성, 보편성, 무조건성, 현금지원, 충분성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기본소득만의 고유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실제 노동과의 연계성을 사회 급여보장 체계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불평등 문제에 대해 제시할 수 있는 원칙이 무엇인지 등이 설명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더 제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복지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기본소득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굉장히 우려됩니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기존 복지국가 체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이를 간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핀란드 정부의 입장에 동의해서 사례로 소개한 것인지, 아니면 복지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기본소득의 여러 원칙과 연계하기 위한 목적에서 소개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기존 복지국가의 가장 큰 한계는 사각지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구조에서 국가가 비정규직 등 불안정 고용층이나 청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사각지대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수당의 적극적 확대나 충분한 급여제공 방식이 그나마 효과적일 텐데, 그 방식은 안 되지만 기본소득은 가능하다는 식의 이분법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사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역으로 비판받겠지만, 왜 수당 지급 등의 방식은 안 되고 기본소득은 되는 것인지 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이상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황선자) 저는 기본소득제가 현재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고,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도 바꿀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그러한 긍정성에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려 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의 불안정 노동체제는 더 이상  일자리를 통해 생존을 보장할 수 없고, 대다수의 사람이 고용과 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제는 현 복지제도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보장의 한 방법론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능정보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미래예측, 즉 한편으로는 양극화 심화와 대량실업에 대한 공포와 이에 대한 대처의 필요성,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과 여가시간 증가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소득의 필요성으로 인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논의가 더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노동의 관점에서 보는 기본소득의 이점과 우려
정책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저성장 혹은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고, 노동시장의 많은 취약계층이 유급노동으로부터 배제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완전고용 이론을 계속 붙잡고 있어야 되는지 고민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사회보장과 고용상태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죠. 그래서 노동시장, 특히 고용과 소득이 안정적인 1차 노동시장 내에 있어야 사회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이외의 대다수는 사회보장제도로부터도 배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 과제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경제적 이익을 소외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그것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분배 공정성을 이야기한다면,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내에서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배제된 사람 간 분배의 공정성 문제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는 그러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동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의 이점을 보면 노동력의 탈상품화를 뒷받침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임금 노예’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기본소득과 임금의 가장 큰 차이는 노동력의 판매 여부입니다. 개인이 임금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소득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노동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낮아져, 노동과정에 대한 자본 측의 지배력은 약화되는 반면 노동자의 협상력은 크게 강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노조의 협상력 강화로 이어질 지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개별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충분한 소득이 보장된다면 노동자가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독일의 최저임금제도 도입을 예로 들면, 노조는 처음에 최저임금 도입을 반대했습니다. 노조의 임금협상력이 약화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 도입도 마찬가지입니다. 핀란드 노총은 기본소득 도입을 반대하는데, 이는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기업의 최저임금 준수 의무를 면제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영국노총(TUC)과 산별노조들은 대체로 기본소득제를 지지하고, 독일은 금속노조(IG-Metall)와 서비스노조(Ver.di)가 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의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많이 제기하는 우려는 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본소득이 ‘노동의 질적 개선’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자들이 기본소득을 보장받으면,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져 노동유인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아울러 기본소득은 ‘노동에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는 개념’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하여, 기업들이 사회적 의무를 도외시하고 노동자에게 마땅히 지불해야 할 임금을 국가와 사회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쟁점과 의의는 무엇인가?
기본소득의 쟁점으로는 재원, 혜택의 현실화, 노동유인 효과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의 도입효과와 관련하여 극단적인 입장이 있는데, 하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원하는 노동을 하게 되어 생산력이 증대하고 이에 기초해 노동시간을 줄이며, 기본소득의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면 노동성과에 따른 분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필요에 따른 분배를 하는 사회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기본소득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생산성의 하락을 초래해 경제성장을 정체시키며, 조세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의 의의와 과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소득의 중요한 의의는 경제를 다시금 사회의 통제 아래 두는 것과 이를 통해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적정한 삶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의 철학적 기반과 조응하는 사회시스템을 설계해야 하고, 이는 보편적인 사회서비스와 대체 관계가 아니라 결합된 형태여야 합니다. 또한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경제모델의 구상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야 기본소득의 도입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발제자로부터 토론 중에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이후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오준호) 많은 질문과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제가 답을 드릴 수 있는 것은 답하고, 고민거리인 것은 솔직히 그렇다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갈현숙 원장님께서 좋은 지적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스핀햄랜드법에 대해 좀 짚고 갔으면 합니다. 이 법은 적정량의 빵 값을 기준선으로 잡아 그만큼을 벌 수 없는 노동자에게 보조금을 줬던 제도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가 파탄이 났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채택된 후, 일하지 않는 노동과 관계없는 소득 보장은 문제가 많다는 전례가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스핀햄랜드법과 그 제도가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법이 시행되었을 때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습니다. 
한편, 여러 나라의 기본소득 실험이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충분성, 보편성 기준을 놓고 볼 때 그것에서 대단히 멀거나 또는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합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점은 그 실험들이 설계될 때에는 기본소득의 형태에 기반을 두고 제안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격 실시될 때 기대와 다른 형태가 된 것이죠. 저는 기본소득의 이상적 형태와 실험 형태가 똑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의 변형은 있을 수 있고, 변형 역시 그 사회 여러 세력들의 힘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기본소득의 충분성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바는 없습니다. 충분한 액수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합니다만, 많은 기본소득 연구자와 활동가는 적은 액수라 하더라도 보편성과 무조건성에 의거해 기본소득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회운동이나 제도라도 시작 단계에는 낮은 수준과 과도기를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본소득이 도입돼야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본소득 논의 초창기에 일부 연구자는 서구 복지국가 체제를 대단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완전히 대안적인 메커니즘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소득의 스펙트럼은 넓은 편이지만, 현재 기본소득 운동의 주 내용은 복지국가 경로를 거치며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고 궁극적으로 그 체제를 넘어서자는 것이지, 복지국가 체제를 무시하거나 대립 관계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복지국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일종의 전형적인 모형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야 말로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전제하고 그 잣대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복지국가 모델이 단일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서구의 복지국가는 다양한 배경에 의해 축적되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서구 복지국가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의 유일한 모델로 여겨서는 안 되고, 그 유산을 가져오되 한계는 넘어서야 합니다. 여러 사회보장 제도와 기본소득이 어떤 점에서 조응하고, 대립되는 점은 무엇인지 치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노동의 발언권 강화에 기여하는 기본소득
자본주의적 모순과 새로운 생산방식에 대해 기본소득은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 어느 나라도 큰 규모의 기본소득 실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증적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소득을 제안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지만, 모든 제도는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겠죠. 
기본소득과 관련한 질문 중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이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간숙련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단순노동으로 옮겨가고, 소수만이 고숙련 노동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결국 일자리의 질을 유지하면서 기술혁신에 부합하는 일자리를 만들려면 국가가 정책적으로 높은 교육 및 직업훈련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때 교육과 함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기업의 임금책무를 국가와 사회에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은 저 역시 고민됩니다. 실제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기업이 여기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노동자의 발언권, 협상력이 강해져 기업의 저임금 시도를 상쇄하거나 극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토론자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역사적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날수록 노조 조직률도 상승했다는 점에서 저는 기본소득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현재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지향 중 하나는 한국형 복지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의 사회보장 체계에서 극복해야 할 점과 기본소득으로 대체 가능한 부분 혹은 대체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해서 기본소득과 복지국가가 일정 기간 함께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 역시 이런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으로 못다 한 답변을 대신합니다. 
 
사회) 참석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뒤 발제자의 답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참석자1) 기본소득의 형태가 나라마다 굉장히 다양하고 그 차이도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맞는 기본소득의 형태는 무엇인지, 또 그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참석자2) 저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할 때 각자가 생각하는 이념, 제도의 설계 혹은 형태 등 분석기준을 제시해야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임금노동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임금노동에서 나옵니다. 임금노동을 디디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노동이 주는 의미를 살리지 않으면, 기본소득이 갖고 있는 미래는 큰 허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부분을 보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준호) 기본소득에 대한 바람과 아쉬운 점 모두 공감합니다. 한국의 기본소득운동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 핵심 제안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한국 기본소득운동의 현 주소이기도 합니다. 기본소득 연구자들이 각자 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상력을 다양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소득이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획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자신과 공동체의 자유를 하나로 여기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계를 위한 노동은 우리를 속박합니다. 기본소득은 우리를 취업과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자유롭게 만들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보다 강화된 민주주의로 나가는 길을 열 것입니다. 따라서 낮은 수준부터라도 사회의 공유재산을 배당하고, 지원이 좀 더 필요한 집단에 대해서는 낮은 수준의 배당과 결합한 특정 집단별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합니다. 가령, 청년 기본소득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은 복지제도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고 구직의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기본소득을 통해 보편복지를 누릴수록 강력한 이해관계자가 되어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는 복지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도가 될 것입니다.
 
사회)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제도는 이론과 운동의 측면 모두에서 아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의견들이 있었는데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기본소득제도의 쟁점에 대해 알아보고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발제자, 토론자 및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것으로 제131차 노동포럼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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