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10년, 간접․특수고용 비정규직만 양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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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전 세계적으로 자본의 유연화전략에 의해 정규직 고용형태가 파괴되면서 저임금 비정규노동의 확산 및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1945년 이후 40여 년 동안 대부분의 산업국가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은 괜찮은 임금, 노동에 관한 불공정한 대우에 대한 보호, 국가나 사용자가 제공하는 사회보험, 일정 정도의 일자리 안전성(security)을 포함한 노동권을 누려왔다. 이러한 권리들은 정규직‧직접고용으로 표현되는 표준고용계약에 의해 주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고용관계(standard employment relationships)는 임시‧일시적 고용, 파트타임, 파견 및 3자 고용관계, 특수고용형태 등 ‘비표준’(non-standard) 고용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는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가 전면화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빠르게 바뀌었다.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비정규직은 고용의 불안정성뿐만 아니라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그리고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되는 극심한 차별로 인해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입법적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비정규직 규모 축소 및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한 비정규직법이 많은 진통 끝에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10년, 법 제정의 목적은 상실되고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태에 직면해있다.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기간제법에 대항해 사용자들이 정규직 전환보다는 2년 이내 반복적인 계약 갱신‧해지로 일관하면서 2~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이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공공부문에서는 정부의 주도하에 정규직 전환으로 위장된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변종 고용형태가 만들어졌다. 파견법의 경우 전문직과 일시적 업무에 한해 파견노동을 한정하였던 애초의 목적은 상실되고, 대기업‧중소영세사업장 가릴 것 없이 비용절감과 인력운용 유연화를 목적으로 광범위한 불법파견이 난무하였다. 둘째,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10년간 45~55% 수준으로 고착화되었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2배가량 높은 수치다.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정규직 절반에 못 미치며 실업‧연금‧의료 등 사회안전망의 척도인 사회보험 보장은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차별시정제도는 유명무실하며 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로써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기간제 및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편법들이 난무하고, 고용관계도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 모두 현행법으로는 노동권을 보장할 수 없는 직접고용→간접고용→특수고용형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광범위한 노동권 사각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2.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영향과 결과
 
비정규직 규모 추이
통계청이 2007년 8월에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은 861만 명(임금노동자의 54.2%), 정규직은 726만 명(45.8%)으로, 비정규직 규모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6년 8월 기준 비정규직은 873만 명(44.5%), 정규직은 1,089만 명으로(55.5%) 집계됐다. 통계적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 중에서 정규직의 비율은 늘었으나, 비정규직은 10년 동안 큰 변동 없이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비정규직 규모’ 축소와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이중화된 노동시장 구조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음을 비정규직 규모의 변화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 규모를 고용형태별로 분류할 경우 특수고용, 가내노동은 감소했으며 기간제, 파견용역은 소폭, 시간제노동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반적으로 근로제공 방식으로 분류되는 특수고용과 파견용역 등 실제 비정규직 규모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우선, 간접고용으로 분류되는 파견‧용역 규모를 보자.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6.8)에서 파견근로는 20만 명(1.0%), 용역근로는 69만 명(3.5%)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공식적으로 통용되어 온 정부의 파견용역 규모는 현실의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김유선(2016)은 고용노동부가 파견‧용역근로가 대부분인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 노동자 64만 명을 정규직 30만 명, 직접고용 32만 명, 간접고용 2만 명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이들을 간접고용으로 분류하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155만 명이라고 설명한다. 즉,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2016. 7)에 의하면 ‘소속 외 근로자’는 총 93만 1천 명, 여기에 64만 명을 합하면 간접고용 규모는 155만 명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특수고용 규모는 국가인권위(2015) 연구를 통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는 2001년 78만 9천 명으로 집계된 이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6년 8월 49만 5천 명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자체 연구 결과를 통해 2015년 한국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총 229만 6,775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8.9%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통계와 비교하면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의 차이가 약 180만 명에 이른다. 정부 통계의 허구성은 특수고용 직종별 규모 추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1만 6천 명에 불과했던 골프장경기보조원은 2013년 2만 4천여 명으로, 2006년 5만 3천여 명이었던 보험설계사는 2013년 33만 명으로 늘어났다. 특수고용 형태가 증가했으나 정부 통계는 이러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도 전체 추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통상 공공기관의 고용형태는 정규직,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소속 외 인력으로 구성된다. 2015년 346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은 모두 합해 41만 2,587명이다. 이중 상임임원은 803명, 정규직은 27만 2,679명(66%), 무기계약직은 2만 2,069명(6%),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4만 1,729명(10%), 그리고 간접고용 인원인 소속 외 인력은 7만 5,307명(18%)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민간부문을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해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고, 주된 내용은 기간제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처우개선에 관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한마디로 생색내기 면피용에 불과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정 규모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행되어 비정규직 규모가 일부 줄었지만 파견‧용역, 사내하도급 형태의 간접고용은 증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규직으로 포장된 새로운 차별적 고용형태인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양산했다.  
 
 
비정규직 차별 추이
지난 10년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연도별 임금 격차를 비교한 결과 2007년 8월 기준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대비 50.5%, 2016년 8월에는 49.2%로 집계됐다. 그뿐만 아니라 임금 불평등도 심화됐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전 산업 월 임금총액 평균값을 계산하여 알아본 결과 상위 10%와 하위 10% 임금격차(P9010)는 2007년 5.16배에서 2016년 5.63배로 증가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다. 2016년 3월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 임금의 65.5%이며, 남녀 고용형태별로 분류할 경우 여성비정규직은 남성 정규직 임금에 비해 43.2%에 불과하여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이유 중의 하나는 여성의 일자리가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로 확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시간제 일자리는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남성의 비율은 32.5%에서 28.6%로 감소한 반면 여성은 67.5%에서 71.4%로 증가했다. 
 
 
사회보험 가입률 추이도 비슷하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정규직은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률과 퇴직금‧상여금 적용률이 약 100%에 이른다. 고용보험 가입률과 상여금 적용률은 지난 10년 동안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가입률은 30%대로 큰 폭의 변동이 없는 반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퇴직금‧상여금‧시간외수당‧유급휴가 적용률은 소폭 증가했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로써 유일한 차별시정제도의 효과성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현황을 알아보자.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기간제법과 개정 파견법에는 차별시정제도를 두어 노동조건 개선을 명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사용자가 비정규 노동자(기간제․단시간․파견)를 비교대상 노동자(무기계약, 직접고용, 통상노동자)에 비하여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금지하며, 차별적 처우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동 법은 2014년 9월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확정된 차별시정명령의 효력 확장(신청 노동자의 소속 사업장 범위)을 추가하였으며 이에 대해 정부는 “차별적 처우가 근본적으로 시정·개선되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위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 및 근로조건에 대한 처우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중노위 차별시정통계에 의하면, 지난 2년간(2014.12∼2015.12)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신청은 359건이며 288건이 처리되었다. 처리 사건 중 시정 조치는 43건, 14.9%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건들은 기각, 각하 또는 취하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위원회가 노동자 쪽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전부 시정’ 판정 사건은 23건으로, 7%에 그쳤다. 결론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차별시정제도를 잘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 차별시정을 접수하더라도 비정규 노동자의 요구대로 시정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 비정규직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과제
 
 서두에 언급했듯이 비정규직법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 규모를 전혀 줄이지 못했다. 반면 전체 규모는 그대로인 채 비정규직 내부에서 고용형태 변형과 이전이 이루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지대인 무기계약직, 초단기 기간제 노동자, 불법파견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고용 유연화의 극단적 형태인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 모두 비정규직법이 낳은 불법적 고용형태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고 오히려 기업의 편에 서서 비정규직법의 개악을 꾸준히 시도해 온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정책도 비정규직 문제를 심화시킨 또 하나의 요인이다.국회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이 18대, 19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되었다.
2017년 한국 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2016년 10월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촛불 항쟁은 박근혜 정부의 퇴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 불평등과 양극화의 주범인 비정규직 문제가 있고, 이 문제의 해결이 우선적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해결의 출발점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비정규직법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것에서부터다. 그 핵심은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 동안 파괴된 일자리 고용관행을 바로 잡는 것으로,상시 업무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을 확립하여 비정규직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또한 비슷하거나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의 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당연시하는 비정규직 차별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정책 수단으로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하고 동시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통해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한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 남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비정규직의 노동권 보장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난 10년간 다변화된 고용관계를 반영하여,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조법 2조의 개정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방안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새판짜기’에 모두가 힘을 기울일 때다.
 
 
주) 이 글은 2016년 12월27일 발표한 민주노총 ‘이슈페이퍼(2016-07)’를 필자가 요약 및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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