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야기, 74일간의 철도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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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촉발된 노사 갈등
한국철도공사는 2016년 4월25일 철도 단체협약 부칙에 근거하여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안건으로 하는 보충교섭을 요구하였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5월16일 보충교섭 요청을 수락하였고, 이튿날 철도노사는 보충교섭 절차에 합의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교섭에 임하기로 했다.
절차합의에 따라 5월20일 1차 본교섭, 같은 달 27일에 2차 본교섭이 진행되었다. 1차 본교섭에서는 철도공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충교섭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였고, 2차 본교섭에서는 철도노조가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보충교섭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교섭장을 이탈했다. 그리고 5월30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수규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의결하였다.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은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앞서 5월12일 브리핑을 열고 “노조 동의 없이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로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면서도 상위 10%의 임금을 받고 있고, 특히 고용까지 안정된 공공부문은 정년 연장의 최대 수혜자”라며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해도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고 다수가 수혜대상이며, 누구든 성실히 일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만 볼 수 없다”라고 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9월29일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노조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철도노조)
 
유례없는 74일간의 총파업
철도노조는 보충교섭 재개 및 성실교섭을 촉구하였으나, 철도공사는 계속 교섭을 거부했다. 이에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5월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조정에서도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6월29일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철도노조가 최종 거부함으로써 조정은 종료되었다. 그리고 노조는 9월27일부터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보충협약 체결 및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쟁의행위에 돌입하였다. 
이후 철도노조는 공공기관 노조 역사상 유례가 없는 74일간이라는 최장기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하였고, 사회적 우호여론 확보, ‘최순실 게이트’로 확인된 박근혜 정부의 불법과 불통‧무능을 확인한 끝에 12월9일 14시를 기해 열차운행 정상화라는 노사합의를 하고, 전술전환의 일환으로 현장업무에 복귀하였다.
파업의 핵심 쟁점인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서는 법률 소송, 정치권과의 공조 등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노조는 정부의 못된 정책을 폐기시키는 승리의 그날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하며, 국민 불편 해소와 철도안전 확보를 위해 일터로 돌아갔다.  
 
 
철도노조 파업의 3가지 쟁점
1. 파업의 정당성 확보
철도노조가 9월27일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이날 총리실 주재로 관계부처합동회의를 열어 철도노조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논하였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련되어 있어 불법성 여부는 신중하게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응하였다.
불법파업이라는 정부 주장의 근거는 목적사항이 ‘이익분쟁이 아니라 권리분쟁’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중노위가 내린 조정종료를 마치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라’는 결정인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했는데, 정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노위는 조정종료를 선언할 것이 아니라 행정지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중노위 조정 당시 철도공사가 강력 요청한 ‘행정지도’는 배척되었고 조정은 종료됐다. 법률가 출신의 한 조정위원은 “절차협의까지 거친 사항에 대하여 철도공사가 교섭을 회피한 행위는 노사 간 신의칙에 반 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쟁의행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주체, 절차, 목적,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 행위의 옳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➀단체협약 체결능력이 있는 노조인 철도노조가 조직하고 주도한 주체의 정당성, ➁조합원의 무기명, 직접 쟁의행위 찬반투표 및 중노위의 조정을 거친 절차적 정당성, ➂성과연봉제는 임금수준, 지급방법 등을 결정하는 임금에 대한 사항으로서 사용자에게 처분권한이 있고 단체협약을 통하여 개선될 수 있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는 목적의 정당성, ➃노동자들이 노무의 제공을 정지한 데 불과하였고, 일체의 업무방해‧폭행‧회의실 점거 등의 행위를 벌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법의 정당성에 이르기까지 대법원 판례가 규정한 사항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불법적 요소가 전혀 없는 정당한 행위이다.
 
 
2. 노동탄압과 노조의 대응
철도노조는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철도안전을 위협하는 쟁의행위의 빠른 해결을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파업 돌입 전 공사의 전향적 자세와 답변을 언제든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파업 돌입 후에도 교섭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내 노사 간 자율적으로 쟁의 상황을 해결하자고 요구했다. 한편으로 국회 등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대국회 활동 등을 전개했다. 
반면 철도공사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간부에 대한 직위해제, 고소‧고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며 노조를 탄압했다. 심지어 조합원 가족에게까지 사장 명의의 협박편지를 발송했으며, 공사 관리자가 파업조합원 가정을 방문하여 복귀를 종용하는 등의 불법과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음은 물론, 파업 대책 영상회의를 열어가며 철도노조 조합원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장기파업을 유도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또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현장에 조합원 일부를 남겨놓는 정당한 파업을 벌이고 있음에도, 철도공사는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근거가 희박한 군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특히 철도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도 안전교육을 소홀히 한 채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투입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권과 국민안전을 위협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철도노조의 파업해결 노력에 대해 ‘노조가 정치권 등 외부 세력에 힘입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민주노총의 전위대 역할을 할 뿐’이라며 상식 이하의 노조 폄하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여 철도노동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노동탄압을 일삼은 국토부장관, 노동부 장관 및 철도공사 사장과 사장 지시로 현장 탄압을 실행한 철도공사 간부들을 부당노동행위 및 무고 등의 행위로 고발했다.
 
 
3.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과 내용
금번 철도파업의 주요 쟁점은 철도공사가 2017년부터 시행하고자 하는 성과연봉제로의 취업규칙 일방 변경이다.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청원에 의해 대통령 중점 관심사항이자 개혁의제로 둔갑한 대표적인 노동개악 정책이 바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다. 이에 철도공사 사장은 정부의 강권적인 권고, 노동부 장관의 지침에 따라 총대를 메고 관련법을 무시해 가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처럼 노조의 존립근거와 절차를 무시하고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과 관련해 철도공사는 2016년 4월에 현장 Q&A 자료를 통하여 ‘성과연봉제는 합리적으로 설계해 노사합의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극히 타당한 것이었다. 이 같은 입장으로 노조에 보충교섭을 요구해왔던 철도공사가 돌변한 것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지침 때문이었다.
성과연봉제는 총 급여가 정해진 상태에서 불확정적 재원을 바탕으로, 성과에 따라 성과금을 차등 지급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 방식’이다. 일부 직원들에 대해 상대적 연봉삭감이라는 불이익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에 취업규칙의 불이익에 해당하고, 근로기준법은 이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철도공사는 애초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정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무소불위의 정부 지침에 의거하여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어 교섭장을 박차고 나갔으며,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버렸다. 심지어 일방적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노조가 인정해야 하고, 평가시스템 등 세부적 운용사항에 대해 노사협의를 진행하자는 뻔뻔한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는 절차를 형해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조의 존립근거를 뒤흔드는 초법적, 위헌적인 발상과 행위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성과연봉제는 개인의 업적과 능력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하여, 연 단위로 급여액을 계산해서 지급하는 제도이다. 임금 지급형태의 일종이자, 능력주의 임금체계의 일환이다. 사용자들은 능력 평가에 따른 임금액 결정, 개인별 또는 집단별 차등지급, 업적변화에 따른 변동지급 등으로 인해 임금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➀평가에 따른 파격적 인사기용 및 근로계약의 지속 여부 판단, ➁단체교섭 회피나 약화의 수단, ➂연봉평가와 고용계약을 연계함으로써 고용조정의 수단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노동자들에게 성과연봉제 실시는 개인별 임금 차등에 따른 노동통제 강화, 노조의 단체교섭 및 존재의의가 부정되는 악영향을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성과연봉제가 다수 노동자들에게 임금삭감 및 인력 감축의 보조 수단으로 작용하며, 성과 평가의 일방성 및 공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특히 철도와 같은 공공기관은 경쟁보다는 협업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업무 특성 상 개별적인 성과 측정이 어렵다. 또한 성과에 급급해 효율성,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면 그 결과는 요금인상, 적자‧벽지노선의 운행 축소, 교통약자에 대한 각종 할인제도 폐지 등 대국민 서비스 질 악화와 공공성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핵심 가치인 안전마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성과연봉제인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소되지 않은 쟁점,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와 관련된 핵심 쟁점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따라서 파업에 대한 평가 및 과제는 추후 핵심 쟁점이 해소된 상황에서 얘기함이 옳은 듯하다. 또한 필자는 파업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에 평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싶다. 
다만, 공공기관 노조 역사상 전례 없는 최장기 파업을 하고, 그 과정에서 한 치 흔들림도 없었던 조합원들의 태산 같은 대오 유지와 탄핵 정국에서 촛불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사회개혁의 초석을 놓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 국민 다수 및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을 비롯한 전 국민 노예화 정책인 성과연봉제를 폐기해야 할 의제로 인식하게 만든 점은 자부할 만한 일이다.
철도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원점에서부터 재 논의해 폐지시키고, 노동기본권을 존중받으며,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이 열리는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출 수 없고, 또한 멈춰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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