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외국 지자체 노동정책 사례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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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노동정책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 유럽 국가들은 지방정부 조례와 법령 등에 의해 노동정책이 수립된 곳들이 많다. 외국 주요 지자체의 노동정책은 주로 20세기 이후 진보정당이 집권하면서 형성되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스웨덴이 모두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외국의 주요 지자체들은 도시의 취약계층을 범주화하고,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등 주로 일자리 고용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국가와 노동에 초점을 둔 노동체제(labor regime)보다는 노동시장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고용체제(employment regime)를 중시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고용과 실업 문제가 이들 국가 거시정책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으면서, 지방정부에서도 지역 내 고용과 일자리 사업들이 지자체 사업의 주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의 대표적인 지역고용정책은 주로 연방정부 지역고용정책의 직간접적인 지원(법령, 예산, 조직 등)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등이다. 영미식 자유경제시장 국가들과 유럽식 조정된 시장경제 국가 간의 차이는 지역 고용정책에 이해당사자 특히, 노동단체가 개입하고 있는지 정도다. 그럼에도 독일 브레멘, 스웨덴 예테보리,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몇몇 지역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노동정책과 유사한 정책과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 브레멘은 그 도시의 역사성만큼이나 의미 있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뮌헨이나 함부르크와 같은 독일의 다른 도시들은 고령, 장애인, 이주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미국 위스콘신주나 아일랜드 등의 노사정 일자리 모델 혹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모델과 슈투트가르트 모델은 경제위기 시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고용유지 및 창출 정책을 실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교육훈련, 전직지원프로그램, 노동시간 단축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지역사회와 지자체 그리고 노사 주체들이 함께 연대하고 협력했기에 가능했다. 
 
 
Ⅲ. 외국 지자체의 공공부문 일자리 노동정책
 
1. 독일 공공부문 조달정책과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지난 10여 년 동안 독일 노동시장에도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는 다소 줄고 있는 반면 파견직, 시간제, 미니잡 등 불안정한 일자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브레멘에서 정규직 일자리는 4.5%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시간제 일자리(63% 증가)와 미니잡(19% 증가)은 급격히 증가해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에 브레멘은 2015년 8월부터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Gute Arbeit in Bremen)’를 시행 중이다. 독일 경제가 안정되고 실업률이 줄고 있으나, 실제로는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만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독일 각 지자체는 EU 권고 지침에 맞게 공공부문 내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목표로 공공조달 정책에 사회적 책임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주나 시의 법률 규정과 동시에 노사 간 맺은 산업별 단체협약 준수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조약 준수 여부를 명시하기도 한다. 핵심 지표로는 여성과 남성의 차별, 파견근로자의 차별, 취약노동자의 사회적 배제 등이 있다([표1]).
 
 
인구 54만 명의 브레멘은 단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좋은 일자리 창출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공부문의 ‘최저임금 감독’과 ‘공공조달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규제 방식’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특히 브레멘의 최저임금 감독은 공공계약기관 위탁업체의 계약서류, 업무 종류, 근로시간, 임금지급 등의 제반 노동조건을 모니터링하고, 법령 미준수 시 계약해지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위반을 점검하기 위해 사전 예고통지 없이 현장조사를 하거나, 현장 노동자의 질문조사 등도 병행한다. 브레멘은 최저임금 위반 적발 시 향후 2년간 지자체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규제 정도가 매우 강력하다([표2]).
 
 
2. 독일 지자체의 취약계층 일자리 정책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과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용 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나타나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 고용‧노동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파견직‧실업자‧노숙자)나 청년니트(NEET) 문제와 맞물린 불안정 일자리의 증가는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일용직, 임시직 혹은 파견 노동자들로 안정적인 고용전망을 갖지 못하고, 별다른 직업 경력 없이 불안정한 직업들을 전전하고 있다. 독일 각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함부르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고령자, 이민자 및 외국인 노동자, 여성으로 분류하여 유형별 고용 상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지원방향과 사업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는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실직위험이 증가하고, 기존 노동과정에서 추가 직업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노동력 수준이 퇴보하므로 충분한 직업교육을 지원한다.
뮌헨은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한부모, 이민자 및 외국인 노동자, 고령자로 분류하여 역시 원인분석, 지원방향 및 사업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는 직업교육 지원뿐만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개별 및 집단 상담사업, 자녀양육 지원기관 연결, 취업 이후 상담과 사후관리, 직업훈련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재정지원 등의 맞춤 지원을 하고 있다. 한부모라는 특성을 가진 계층에 주목하는 것은, 이들에게 이중의 고용상 취약점이 발견되었고, 이에 따라 추가 지원을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뮌헨 전체 인구의 36.7%는 이민자 및 외국인 노동자로, 이들의 가장 큰 고용상의 취약점은 언어 문제이다. 이 문제는 낮은 직업교육 이수로 이어지고 다시 질적 측면에서 낮은 수준의 노동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여성 이민자의 취업이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기에, 시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언어교육 지원, 취업관련 전문분야에서 활용되는 언어 습득을 위한 지원을 했다. 이를 통해 2012년에 약 3,200명의 여성 이민자들이 취업에 성공했다.
 
 
Ⅲ. 지역 노사정 일자리 정책 - 미국 위스콘신, 독일 볼프스부르크
 
1. 미국 위스콘신주의 노사정 일자리협력 모델
미국 위스콘신주의 밀워키는 지역사회와 노사정 3자 기구를 통한 노동정책 시행 사례로 소개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위기 심화로 밀워키의 지역 실업률은 높아지고 실질임금은 하락(12%)했다. 이는 주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밀워키에 본사를 둔 유명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마저도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지역사회와 노사정 주체들은 지역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직업훈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밀워키에서는 실직자들을 위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모색했고, 노사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작업장 혁신과 숙련 형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위스콘신 모델(Building the High-Road)은 현재까지 노사정 공동 작업장에서의 일과 숙련형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위스콘신 노동조합과 기업,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비영리조직인 지역훈련파트너십(WRTP)은 주로 지역노동시장의 고용, 훈련 문제를 다루고 있다. WRTP의 대표 프로그램은 재직자 훈련, 업종별 숙련, 부품업체 향상, 훈련시스템 구축 등 4가지이다. 이 밖에도 위스콘신 모델은 정기적으로 지역의 고용, 실업, 임금, 저임금 일자리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일자리 수 증가, 전년 대비 일자리 수 증가는 물론 전국 대비 실업률과 남성‧여성의 시간당 임금 격차나 업종별 저임금 문제 등이다.
한편, 최근 위스콘신 모델의 핵심 역할을 했던 위스콘신 주립대학 연구소(COWS)는 2014년 ‘도시의 일’ 보고서를 통해 지역사회의 새로운 거버넌스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위스콘신주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지역 노동정책 10가지를 제안하고 있으며, 주요 내용은 중산층 재건을 위한 경제개발과 일자리 창출, 인프라 구축, 소득정책, 직무표준, 교육, 건강, 주택, 시민권 보장 등이다. 
 
 
2.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나누기 모델
유럽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나라인 독일의 지자체 노동정책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로 대표된다. 특히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이 있는 니더작센주의 볼프스부르크 모델과 벤츠 자동차 공장이 있는 바덴 뷔르뎀베르크주의 슈투트가르트 모델은 지자체 고용문제를 극복한 사례다. 이는 단순 지자체 노동정책이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성공 모델로 알려진 폭스바겐 자동차 모델은, 볼프스부르크라는 지자체의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성공 사례다. 볼프스부르크에는 유럽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의 본사 공장이 있다. 2013년 기준 전체 주민은 12만 3천명 정도이며 이 중 5만 8천여 명이 폭스바겐에서 일할 정도로, 폴크스바겐은 지역 경제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경제위기로 지역에서 실업문제가 발생하자 폭스바겐은 노동시간을 36시간에서 28.8시간(주4일제)으로 줄임으로써 고용안정화 및 고용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1996년대 17.9%이던 실업률은 2011년 5.5%로 대폭 감소했고, 신규 창출된 사업체와 일자리 수는 각각 175개, 5,600개에 달한다. 
폭스바겐 모델은 폭스바겐이 주식회사(자본금 1,010만 유로)인 동시에 사회적 기업으로 지역노동시장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이해당사자 즉, 노동조합, 회사, 지자체라는 볼프스부르크의 노사정 세 주체는 단순 지역 고용창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환경 조성(직업 알선, 교육훈련, 연구 등)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
 
 
Ⅳ. 맺음말
최근 UN이나 OECD는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포용도시(inclusive cit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포용도시의 뜻은 차별과 배제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지역차원에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특히 고용불안 및 저임금과 같은 노동시장의 주요 문제를 도시의 정책 즉, 지방정부 차원의 실천적 개입과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된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요구되는 것으로, 지방정부의 공공부문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점차 부각되는 것이다. 
독일 지방정부는 공공부문 조달 정책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데, 고용뿐만 아니라 평등 지향적 고용과 차별 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브레멘은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강력한 최저임금 준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뮌헨이나 함부르크는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공정한 기회제공을 모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나 취약노동자층은 지역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배제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일 폭스바겐이나 슈투트가르트 모델은 경제위기 시 지역사회의 주체들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지자체 노동정책이 단순히 고용창출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환경 조성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위한 노사정 3주체의 연대와 협력을 추동하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고용정책에 개입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 모델처럼 노사정이 협력하여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좋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위스콘신 모델 그 자체보다 ‘도시의 일’이라는 어젠다에서 우리는 더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도시의 일’이 제시하는 주요 과제는 생활임금과 표준임금, 사회책임 기금 조성, 건강과 안전, 차별시정 그리고 이주노동자 문제와 취약계층의 복지 강화 등으로, 이는 서울이나 주요 대도시에서 노동정책을 수립하면서 한번쯤 검토하면 좋을 의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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