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의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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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직업·산업에 집중된 저임금 일자리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2015년 하반기)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된 노동자(이하 ‘최저임금 미만자’)는 227만 2천 명으로 이 조사에 따른 임금노동자 1,982만 1천 명 가운데 12.0%에 이른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 미만자의 비율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최저임금 미만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는 이유는 경제활동인구조사나 이 조사가 가구조사여서 임금정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2015년 6월)를 이용하더라도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은 11.2%(2015년 6월 기준)로 나타난다.
이 글에서 지역별 고용조사를 이용해서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을 먼저 살펴본 이유는 이 조사가 경제활동인구조사보다 표본규모가 매우 커서 일자리의 직업과 산업에 관한 정보를 더 자세히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미만 일자리는 일부 직업과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최저임금 미만자 수가 많은 상위 20개 직업(직업소분류 기준)에 속한 최저임금 미만자는 전체 최저임금 미만자의 82.5%를 차지한다. 이 20개 직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2%로서 1/3을 약간 넘는 데 불과하다([표1]). 특히, 상위 5개 직업인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29만 명), 매장판매종사자(24만 명), 음식서비스종사자(17만 6천 명), 음식관련단순종사원(16만 7천 명), 경비원 및 검표원(12만 3천 명)의 최저임금 미만자만 합해도 99만 6천 명으로 전체 최저임금 미만자의 43.8%를 차지한다.  
산업을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최저임금 미만자가 가장 많은 상위 20개 산업(산업소분류기준)이 전체 최저임금 미만자의 69.6%를 차지한다. 이 20개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3.3%이다([표1]). 직업과 마찬가지로 상위 5개 산업인 음식점업(34만 3천 명),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17만 명), 비거주복지시설운영업(16만 8천 명), 입법 및 일반정부행정업(13만 2천 명), 종합소매업(12만 4천 명)의 최저임금 미만자만 합하더라도 93만 7천 명으로 전체 최저임금 미만자의 41.2%에 이른다.
 
위의 결과로부터 최저임금 미만자가 가장 집중되어 있는 일자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소매업 및 음식업 등 영세자영업이 밀집한 산업의 판매직 및 단순직 종사자이다. 두 번째는 인력공급 및 알선업과 부동산 및 임대업 등에서 시설관리에 종사하는 청소·경비 용역 일자리이다. 인력공급 및 알선업은 파견 및 용역업이 포함되어 있는 산업이다. 세 번째는 최근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돌봄서비스 분야의 저임금 일자리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일자리이다. 특히 이들의 경우 정부 및 공공서비스와 직접 관련되어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효과 거두려면 경제·산업 및 복지정책 병행돼야
최저임금 미만 저임금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는 일자리의 특징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 강화와 간접 고용 규제 등 노동정책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정책, 복지정책 등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영세자영업이 집중되어 있는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다른 분야를 먼저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청소 및 경비용역 등 시설관리 분야 간접고용의 경우, 최저임금이 시장에서 임금의 표준으로 작동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이 분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측면에서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법적인 용역 형식의 간접고용 규제 강화 등을 통해 민간부문의 고용관행 변화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비록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분야의 고용구조 개선 및 생활임금 도입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낸 바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으로 이러한 모델을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입법 및 일반정부행정, 비거주복지시설 운영업 등 정부나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주이거나, 공적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공공사회서비스업에서 저임금 일자리의 규모가 크다는 점은 정부가 ‘선량한 고용주’로서 해야 할 역할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돌봄서비스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복지서비스 수가체계의 개선, 돌봄서비스 시장 구조 개선 등 복지정책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진짜 걸림돌, 대기업·임대인 횡포
영세자영업이 집중되어 있는 도소매업과 음식업의 경우 자영업자가 줄어들고 임금근로자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내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림1]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도소매업과 음식업 취업자 수의 변화를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로 나누어서 살펴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임금근로자는 277만 6천 명에서 355만 6천 명으로 꾸준히 늘어난 반면, 비임금근로자는 268만 6천 명에서 222만 3천 명으로 46만 3천 명 줄어들었다. 비임금근로자의 감소 추세는 해당 기간 동안 2012년에 잠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소매업과 음식업 등 영세자영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병행해서 노동정책, 산업정책, 공정거래정책, 복지정책 등을 결합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방향은 종합소매업 및 프랜차이즈의 확대 등 대자본의 산업 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다. 대자본의 진입 확대는 일견 산업구조의 현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관계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영세자영 부문의 근대화가 아니라, 간접고용과 경제적으로 종속된 자영자(소사장)의 확대(대형 유통업), 대자본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새로운 자영자의 확산(프랜차이즈)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와 함께 임대차 관계에서의 임차인에 대한 보호의 부족은 프랜차이즈로 편입된 자영자들의 경영상의 곤란을 가중시킴으로써 대자본-종속된 자영자-노동자로 이어지는 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한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주요 요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형유통업에 만연해 있는 간접고용 및 자영자로 은폐된 탈법적인 종속관계의 직접 고용으로의 전환, 프랜차이즈에 대한 공정거래정책의 강화 및 점주들의 단결권·교섭권의 보장,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소득보장 및 훈련 확대, 임차인 보호 정책의 강화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병’, ‘정’의 대립으로 오도되는 것을 피하고, 대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자영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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