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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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노동조합운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또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평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 노력이 이루어낸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귀중한 성과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이 이 사회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혹시 노동조합운동이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은 아닐까? 또는 노동조합운동이 이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였기 때문은 아닐까? 
두 측면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 모두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하나는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질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행정에 관한 것이다. 
 
 
노조가 먼저 ‘사회적 책임’ 자임해야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질에 관한 것은 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에서 다루어져 왔다. 매우 낮은 수준에서 그것이 요구하는 것은 기업이 비용을 과도하게 절감하거나 수익을 추구함으로써 소비자·시민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지하듯이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영역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에서부터 보건·생태문제에 이르기까지 ‘안전’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의 ‘옥시 사태’는 그 단적인 예이다. 그런데 기업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결합체이다. 따라서 그 사회적 책임이 ‘사용자’만의 책임인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사회적 책임, 더 나아가 그 노동자들의 결사체인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그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노동조합이 면제될 수 없다. 노동조합운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에 앞서 먼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자임해야 하는 이유이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주장은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 노동조합운동은 조합원·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한 사안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사안들과 관련하여 경영 전반에 개입하고 책임을 공유할 것이 요구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민주적 노사관계, 민주적 기업경영을 전제로 하되 지역사회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포괄하는 것이어야 하는 바,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운동은 그 역할과 기능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적극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 노동행정에 적극 참여해야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노동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또 그러한 자치단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의 고용 및 노사관계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취약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행정체계를 수립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것은 노동조합운동에 적대적이지 않거나 친화적인 지역단체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들 지방자치단체들의 경험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그 노동행정체계의 수립과정이나 운용과정에서 민관 협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 즉 노동조합 및 노동단체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복지서비스의 경우 기존 복지서비스의 정책영역에서 제외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전문적 지식을 갖춘 담당공무원이 부족하고 행정 역량도 취약한 상황이다. 
노동행정의 역량 부족은 서비스의 양 및 질의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로 노동조합운동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노동조합운동은 주로 ‘정치’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있었다. 따라서 노동행정은 노동조합운동에게 상대적으로 새로운 영역인 셈이다. 지역 노사관계의 ‘정상화’와 ‘공공근로복지’의 확대와 관련하여 노동행정의 확립이 갖는 효과는 매우 크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운동이 이미 노동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동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아직 그것이 미비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노동행정체계 수립을 적극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지역의 노동자·시민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또한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일이다.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책임은 외부의 힘에 의해 부과된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운동은 그 사회적 책임을 ‘선언’을 통해 스스로에게 부과하였고, 그 책임을 지겠다고 노동자·시민에게 약속한 것이다. 그 약속의 이행 경험이 축적될수록 노동조합운동은 사회적 정당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도하거나 노동복지행정에 참여하는 등 그 실천 영역의 확대는 노동조합운동이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위상을 갖추도록 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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