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온 변화와 현대차노조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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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과 2016년의 차이는 없었다
2013년 3월4일. 현대자동차의 근무형태가 ‘8/8+1시간’의 주간연속 2교대제로 변경되었다.  이어 2016년 1월11일 ‘8.08/8.33시간’으로 다시 한 번 근무시간이 단축되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55분의 노동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4대 집행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생산량 만회라는 틀로 주간연속 2교대제의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2013년에 8/8+1 근무제를 실시하였다. 이어 5대 집행부와 6대 집행부를 거쳤지만 2조의 1시간 잔업으로 기존 생산량을 만회한다는 프레임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6대 집행부가 2015년 임금·단체협상 연내 타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8+8시간’의 근무형태 변경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근무형태 변경의 핵심적인 추가 합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 완성차 기준 생산능력 및 생산량 유지방안
- 노사는 ‘8/8’ 근무형태 변경을 위하여 14.1UPH(시간당 생산대수) UP을 실시하고, 공장별 세부 운영방안은 ‘별첨 #1’의 기준에 따른다. 
 
□ 추가작업시간 관련
1. 기존 ‘8/9’ 근무형태 변경 시 합의한 추가 작업시간(조회시간 및 안전교육 평일 근무시간외 실시, 혹서기 휴게시간 및 신정 전일 야간조 정상근무)은 유지한다.
2. 단협 제61조(시업, 종업시각) 및 제63조(연장 및 휴일노동) 규정에도 불구하고 연속2교대 근무대상자(상시1조 및 상시 주간조 포함)의 평일 및 휴일 생산 특근 시 근무시간은 본 회의록 시‧종업 시각을 반영하여 해당 단협 조항을 개정한다.
3. 연속2교대 근무대상자(상시1조 및 상시 주간조 포함)에 한해서는 단협 제64조(유급휴일) 규정과 관련 별도로 운영한다.
(1) 설날 및 추석휴가 개시 전일 2조, 식목일‧제헌절은 유급휴일에서 제외하고 평일기준으로 정상 근무한다.(단, 해당일이 토/일요일, 공휴일 등 기타 휴일인 경우에는 제외한다.)
(2) 식목일‧제헌절이 평일인 경우 해당일 근무대상 인원에 대해서는 개별 대체휴가를 해당 일에 각 1일씩 부여하고, 해당일 이후 결근 시 당해 대체휴가를 우선 처리한다.
(3) 대체휴가는 생산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사용하되, 대체휴가를 발생 당해 연도 내 사용하지 않을 경우 소멸한다. 
 
이는 쉽게 말하면 노동시간을 55분 단축하고 시간당 UPH(시간당 생산대수)를 올리며, 단체협약 상 휴일 몇 개를 정상 근무하는 조건과 맞바꾼 것이다. 
 
현대차지부 6대 집행부는 “완전한 8+8” 체제를 위해 1조의 출근시간을 5분 앞당기고, 2조의 잔업을 20분 줄이는 것을 포함해 2016년 단체교섭 별도요구안을 내세웠다. 그 내용은 △특근 임금 감소분 요구 건(상시 및 2조 특근임금 보전 요구), △상시1조, 상시주간조 임금보전 건(상시1조·상시주간조 동일임금 적용 요구, 상시1조·상시주간조 교대근무 요구(2주1야, 3주1야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적인 요구만 해결된다고 해서 8+8 근무형태가 완성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관건은 임금문제(안정적인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월급제 도입)와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여부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임금문제까지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이 글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의미와 개인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3년간 실시한 노동시간 단축, 그 의미와 결과
[그림1]을 보면 2,00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시급제 조합원의 숫자는 근무형태 변경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를 2,200시간 미만으로 확대하면 2만 7천 명 중에 2만 명에 달할 정도로 변화는 상당하다. 이는 주‧야간을 합쳐 4시간이던 잔업이 1시간 정도로 감소하고, 주말의 15시간 야간 특근을 평일 노동으로 바꾼 결과이다. 
시급제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잔업과 특근수당의 포기를 의미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임금보전이 100%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조합원들은 나름 집행부를 믿고 함께해 주었다. 
 
근무형태 변경 이후 조합원들이 겪은 변화
지난 3년 전 8/8+1 근무제 도입 당시 필자가 일하는 울산5공장에서 조합원들과 나눈 대화를 보면, 당시에도 아쉬운 점은 일부 있었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 내용은 △첫째, 조합원들은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에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며 △둘째, 기존 근무방식이 익숙한 상태라 그런지 아직 적응이 안 된다고 하고 △셋째, 생산량보전(추가인원 투입 없이 3UPH 상승)과 임금(수당)을 연동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노동강도는 높아졌는데 임금은 별로 올라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근무형태 변경 이후 세대별 조합원들이 겪은 구체적인 변화와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000 25세(2012년 공채로 입사)
“1조 때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것이 힘들어서 의외로 피곤합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회사 문화회관을 이용하여 헬스, 수영, 배드민턴 등 여가활용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점은 좋습니다.”
 
2. 000 33세(2012년 사내하청으로 입사)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입사했고 미혼입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아직 주야 교대로 근무하던 생활패턴이 남아서 그런지 2조 퇴근 후에 바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예전처럼 아침이 돼야 잠이 듭니다.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 본격적인 여가활용을 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회사든 노조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1조, 2조라는 근무형태를 감안해서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3. 000 39세(2012년 사내하청으로 입사)
“사내하청 노동자로 10년 이상 근무했으며 조장 경력이 있는 기혼자입니다. 초기에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으로 활동한 경험도 있습니다. 하청업체 근무경력이 있지만 신규채용에 지원한 탓에 임금이 낮습니다(3호봉으로 시급 5,800원 수준). 연봉으로 따지면 하청업체에 있을 때 보다 급여 수준이 낮습니다. 생산량을 맞춰주면 임금은 보상해준다고 했는데 아직 피부로 와 닿지 않습니다. 근무시간이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아내도 직장 생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4. 000 40세(2002년 공채로 입사)
“대의원 경험이 있습니다. 크게 아팠던 적이 있어서인지 근무형태 변경에 적응하기 다소 힘들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열렬히 환영합니다. 특히 1조 때 오후든, 2조 때 오전이든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더불어 부부관계도 좋아졌습니다.”
 
5. 000 45세(1996년 공채로 입사)
“1998년 정리해고 시 무급경험이 있습니다. 새벽잠이 많아 야간근무를 할 때 특히 힘들었는데, 심야 노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보약을 먹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여가가 생겨서 좋습니다. 특근에 연연하기보다는 기본급의 점차적인 인상을 통해서 안정적인 임금(완전 월급제)을 받기를 원합니다.”
 
6. 000 57세(1982년 공채로 입사)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실감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안정적으로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었으면 합니다.”
 
조합원들은 근무형태 변화에 아직은 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조건에 맞춰 여가생활이나 취미‧서클 활동 등 스스로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그리거나 실행하고 있다. 
 
 
노조에게 남은 과제는?
노동운동차원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어떤 전망을 가져야 하고, 노조의 과제는 무엇인가. 일차적인 것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꿩 먹고 알 먹는 식으로 노동시간은 줄이는 반면 생산성은 올리고, 더 나아가 회사의 입장이 현장에도 확실히 관철되도록 직원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취미서클을 만들어주고, 인문학 아카데미도 열며 심지어 대학 진학도 권유한다. 직원들의 아내들을 위해서는 현대차 문화회관에 초대하여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강좌도 열고 있다. 이전에 영화 ‘건축학개론’을 상영했는데 300석 규모의 문화회관이 꽉 찼다고 한다. 이처럼 전방위적 전략과 압박으로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1998년 정리해고투쟁 이후 조합원들의 심리 상태는 “있을 때 벌자”였다. 불가피하게 노동시간이 줄어든 지금 시점에서 그 당시의 트라우마가 다시 발현되어서는 안 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노조가 내 고용을 지켜줄 수 있나? 보험가입이라고 생각해서 노조에 가입했지만 회사에 안 찍혀야 오래 다니지’라는 식의 생각이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회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계기로 노동자들이 회사에 순응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노동자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노조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실히 계획하고, 준비해서 실천해야 한다. △미래를 설계하고 노동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전략과 목표, 즉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간 관리와 공간으로서 지역 활동에 대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남는 시간을 노조가 집단적으로 관리하여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의 관점에서 지역 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은 단순히 거주지가 아니라 가족의 생활공간, 소비와 여가의 공간, 인간관계 형성의 공간으로써, 노동자 중심의 반자본 연대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조합원 밀집지역에 별도의 담당간부를 의식적으로 배치하여 이런 사업을 주도해 보고자 한다. 
 
 
임금은 올리고! 노동시간은 줄이고! 인간은 평등하게!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된 지 여러 달이 지났다. 그동안 특근을 하지 않았다. 월급은 이전에 받던 수준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조합원들은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이제 현대차 노동자들은 과거로 돌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노동시간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한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한다 해도 ‘임금은 올리고! 노동시간은 줄이고! 인간은 평등하게!’ 라는 목표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현대차지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시간, 임금보전, 노동조건개선 등에 대한 해법을 명확히 만들어 가면서 “완전한 8+8”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참여를 위한 사회연대(지역사업)사업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현대차지부는 사회연대사업을 위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몇 차례 간담회를 진행했고, 차기 회계연도부터는 낮은 차원에서라도 사업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 시작을 위해 ‘조합원의 의지와 참여로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해 실천한다’라는 목표를 갖고, 다음과 같은 구상을 하고 있다. 
 
 
<사회연대사업의 시작과 지속성을 위하여>
- 사회연대사업이 왜 필요하며, 무엇을 할지(노조 차원의 분명한 상 마련)를 조합원들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동기(분명한 동의, 쉬운 접근)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이를 교육, 홍보함으로써 최소한의 실천 근거(대중적인 사업풍토)를 마련한다.
- 그동안 노조 및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중에서 사회연대사업과 맥이 통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또한 해낼 수 있는 것을 여론조사 및 공청회를 통해 한 두 가지로 좁혀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상상력의 날개를 달자!
- 사회연대사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하여 지부 차원의 상집을 통해 사회연대실(가칭)을 신설한다.
- 지부 교육실은 사회연대사업에 관한 조합원들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이를 2016년 하반기 조합원 교육에서부터 실시한다. 시작이 반이다!
 
 
노동의 꿈과 미래를 위해 하나씩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이 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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