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진보정치의 성적표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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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력으로서의 존재감 상실, 변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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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대 총선에서 진보정당들이 거둔 성적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비록 정의당에서 경기 고양 갑의 심상정 후보와 경남 창원 성산의 노회찬 후보가 지역구 3선을 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극히 일부를 빼고는 한 자리 수 지지율을 넘지 못했다. 특히 정의당 정당득표율이 가장 높은 광역시도의 하나인 서울시(8.50%)의 경우 지역구 후보 전원이 5%를 넘지 못했다. 
정의당의 지역구 후보로서는 위 두 당선자 외에 인천의 조택상, 김성진 후보, 경기 안양 동안의 정진후 후보, 경북 경산의 배윤주 후보, 부산 금정의 노창동 후보 등이 10~30%에 이르는 의미 있는 득표를 했지만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의당이 아닌 진보 지역구 후보로는 울산 동구의 김종훈 후보와 북구의 윤종오 후보가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가 되어 새누리당 후보를 상당한 표 차이로 꺾고 당선되었다. 경북 경주의 무소속 권영국 후보도 15%로 의미 있는 3위를 차지했고 녹색당의 대구 달서구 변홍철 후보와 민중연합당의 경북 구미 남수정 후보도 30%에 이르는 득표를 했지만 이 두 곳은 새누리당과의 양자 대결이어서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동당의 경우 울산 중구의 이향희 후보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후보와 겨뤄 20.2%를 받는 선전을 했다. 
진보정당들의 정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이다. 비록 정의당이 7.23%로 4석의 비례대표를 얻었지만 노동당 0.38%, 녹색당 0.76%, 민중연합당 0.61%로 전체를 합쳐도 8.95%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7대부터 19대 국회의원 선거의 정당 지지율에서 진보의 전체 합산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다. 17대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을 합치면 13.2%, 18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그리고 창조한국당을 합치면 12.6%, 19대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녹색당을 합치면 12%에 이르는 등 10%는 넘는 수준을 유지하던 진보정치의 지지율이 20대 선거에서는 한 자리 수로 떨어진 것이다.
진보정치의 이번 20대 총선 성적표를 정리하면 앞으로의 고민과 변화가 예상되는 지점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제3세력으로서의 진보정치 존재감 약화 또는 주변화
첫째, 10년 넘게 이어지던 한국 정치 제3세력으로서의 진보정치의 존재감이 더욱 약화되었다. 이제는 국민의당이 원내 제3당이자 교섭단체로서 그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26.7%)에서 더민주당(25.5%)을 근소하게 앞지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분석하듯 지역구는 더민주당 후보를 찍고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으로 하는 분할투표의 성격도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영남지역의 정당지지율을 보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서 어느 정도 지지 기반을 확보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받은 영남지역의 정당 지지율과 20대 총선의 정당 지지율을 비교하면 영남 전 지역에서 10% 이상 줄어들었다는 점을 볼 때 단순히 더민주당 지지층의 분할투표로 볼 수만은 없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부분도 상당하다.(19대와 20대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 부산 51%→41%, 대구 66%→53%, 울산 49%→36%, 경북 69%→58%, 경남 53%→44%)
즉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양당 체제에서 그 왼쪽에 진보정치가 제3세력으로서 존재했던 과거에 비하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중간지대에서 제3세력으로서 정립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독자적인 이념과 정책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양 측에서 실망한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을 받은 ‘지대’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 세계적인 정치적 흐름을 보면 보수당(보수주의)-사민당(자유주의)의 양당 체제 바깥에서 좌파적인 흐름(그리스 시리자, 스페인 포데모스, 독일 좌파당 등)이나 극우적인 흐름(영국 독립당, 프랑스 국민전선) 등이 강력한 제3의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과 비교하여 중간지대에 제3세력이 등장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보인다. 이는 남북 분단의 현실이 좌파의 대중화를 일정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점과 좌파세력 그 자체의 유약함과 대중성 부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권연대는 언제나 양날의 칼이다
둘째,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주목한다면 정의당이 지역구 후보 간의 야권연대에 목을 매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총선 전략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측면도 선거 결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거꾸로 보면 일관되게 야권연대를 거부하면서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서려고 안간힘을 다하며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양 정당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 국민의당의 태도와 비교된다.
어느 정도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정체성에서 더민주당과의 차별성이 국민의당보다 더 큰 정의당이 오히려 야권연대에 집착을 하고, 국민의당은 제3세력으로 정립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 대조적이다. 물론 야권연대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전략적으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세력으로 서려는 모습이 부족하면서 대중적으로는 더민주당과의 연대에 집착하는 집단으로 인식된 측면이 크다.
물론 선거 후반에 가게 되면 더민주당의 야권연대에 대한 모호하고 패권적인 태도에 저항하며 독자 완주 방향으로 기울었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인식된 더민주당과의 연대에 목을 매는 정의당의 이미지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독자 정당의 성격이 전략이고 후보 단일화가 전술이어야 하는데, 정의당의 총선전략은 후보 단일화 등 야권연대가 ‘전략’이고 조건이 맞지 않아 독자 완주하는 게 ‘상황적 전술’인 것으로 비춰진 것이다. 
정의당 정당 지지율과 별개로 극히 저조한 지역구 후보들의 득표율 또한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지역 기반 등을 갖추려는 활동이 누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지역구 후보들의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율은 몇 가지 지점에서 짚을 수 있다. 
한국의 지역구 선거는 기본적으로 ‘인물’ 선거보다는 ‘정당’ 선거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라는 조직이 새누리당, 더민주당과 색깔과 비전이 완전히 다른 정당이고 그래서 유권자들이 소속감과 동질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실패했다. 더민주당이 마지막에 사용한 담론인 “유권자 여러분의 표로 야권연대를 만들어 달라”는 사표 심리 호소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둘째는 과거 민주노동당과 비교할 때 지역구 투표에서 최소한의 고정표라고 할 수 있는 노동 등 민중집단의 지지 근거지가 부족하거나 견고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전히 빈약하고 허약한 정의당의 노동 기반 
셋째, 정의당의 지역별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전국 평균 7.23%이고 광역단위로는 세종자치시 8.85%, 울산광역시 8.72%, 서울특별시 8.50%, 전라북도 8.14%의 순으로 높았고 평균 득표율에 못 미치는 광역시도는 전남,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충청과 강원이었다.  
기초자치구 및 국회의원 선거구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경남의 창원 성산이 16.53%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경기 고양 덕양구가 15.39%의 지지를 받았다. 10%가 넘는 정당 지지율을 받은 곳은 서울 마포 11.38%, 인천 동구 12.79%, 대전 유성구 10.80%, 울산 북구 13.57%, 경기의 수원영통 11.50%, 안양동안 11.19%, 과천 11.75% 그리고 전남 목포 11.48% 등이다.
그 외에 광역시도의 정당지지율을 웃도는 기초 지역을 보면 위 지역을 제외하고 서울시는 성북‧서대문‧관악‧동작‧영등포‧은평구 등이며 부산시는 해운대‧기장‧금정, 대구는 북구, 인천시는 중구, 광주시는 서구와 광산구 등이다. 강원도와 충남북에서는 춘천과 청주, 천안 등이며 전북은 김제와 전주, 전남은 영암, 경북은 포항과 경산 등이 광역시도의 정당 지지율을 웃도는 지역들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정의당의 지역구 후보가 출마한 곳들과 대부분이 겹친다는 점이다. 지역구 후보들의 지지율은 국민의당 등 변수에 의해 타격을 받았지만 정의당 정당 지지율의 제고에는 상당한 도움이 됐다. 노동자 밀집지역 또는 비교적 도시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정의당의 지지기반과 조직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창원이나 울산, 거제, 양산 등 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과거의 민주노동당 때와 같은 의미 있는 정당 지지율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이다.
대표적 노동 밀집지역이라는 경남과 울산의 정당지지율을 광역단위로 비교하면 19대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합에서 20대 정의당과 나머지 진보3당의 합이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지역구로 좁혀보면 경남 창원 성산의 경우는 19대와 비교할 때 그 축소 폭이 22% → 19%로 크지 않지만 울산 북구의 경우 28% → 17%로 상당히 줄었다.
노회찬 후보의 창원 출마가 어느 정도 지역 노동자의 결집을 만들어내고 정의당 및 진보 지지율은 유지시켰지만 울산 북구의 윤종오 후보의 경우 무소속이라는 성격과 울산연합의 비(非)정의당 성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빈 지점을 차지한 것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정당 지지율이었다.(경남: 19대 민주통합당 25.6% → 20대 더민주당 22.4%, 국민의당 17.4%. 울산: 19대 민주통합당 25.2% → 20대 더민주당 22.8%, 국민의당 21.1%)    
다른 진보정당의 지지율 중 특이사항은 녹색당이 서울시에서 1.1%의 지지율, 노동당이 울산시에서 2.9%의 정당지지율을 얻었고 민중연합당은 자신들의 기반이 비교적 강한 광주와 전남에서 2.5%대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점이다.
 
진보정치의 미래는 불투명
넷째, 정의당은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다른 진보정치세력을 압도할 정도의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과거 강한 경쟁 관계였던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통합진보당-진보신당(노동당) 사이에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 우위에 있던 상황과 비교된다. 
나타난 전자의 우위보다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성적표이다. 다만 정의당 외 나머지 진보3당의 성적표가 워낙 저조하여 정치적 존재감이 과거 진보신당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 고려될 수는 있다. 
또 진보정치의 가장 큰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층에서 정의당의 기반이 여전히 허약하다는 점과 야권연대와 진보적 정권교체 등의 담론 외에 정의당의 정체성, 진보노선과 이념의 정립 등의 과제에서 의미 있는 진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지난해 11월의 통합 당시 합의했던 올해 ‘당명’ 변경 논의의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 ‘당명’ 변경 문제가 아니라 당의 정체성을 재정비하고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의당 내에서는 노회찬, 심상정 의원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심상정 대표의 경우 당 대표의 지위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독주 체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례 당선자 4석 중 이정미, 윤소하 당선자는 인천연합 계열이며, 나머지 2명인 김종대와 추혜선 당선자는 영입인사들이기 때문에 아직 당 내 리더십은 미약한 편이다.
정의당과 과거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이 창당한 민중연합당, 양 정당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울산연합은 자신과 친화적인 후보들이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당선되면서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은 ‘노동 중심의 진보 대통합 운동’을 총선 이전부터 구상하면서 추진해왔지만 정의당과 민중연합당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미지수이다.  
구 통합진보당의 주류였던 소위 경기동부와 광주전남연합이 중심이 돼 창당한 민중연합당은 최대의 지역구 후보를 출마시키면서 분투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얻었을 뿐이다. 노동당과 녹색당의 미래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갈등과 협력 여부가 이후 정치권의 관심사이듯이, 진보정치 내부에서도 앞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강화하기 위한 고민들이 깊어질 전망이다.
 
 
주) 4월13일 총선이 끝난 하루 뒤의 평가 글이기에 종합적인 평가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선거 전체의 함의와 전망이 담긴 글이라기보다는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에 한정된 인상 비평에 가까운 글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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