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 확대는 또 하나의 재벌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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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온상인 10대 재벌 사내하청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대선 때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을 공약했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는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부문 대기업은 고용형태 공시제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남용을 막으려면 사용사유 제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제대로만 시행한다면 고용구조 개선효과가 꽤 클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적용대상을 한정하면서 그 효과는 크게 줄어들었다.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상시·지속적 일자리면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인천·광주·성남시는 청소·경비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민간부문도 상시·지속적 일자리면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당장 전면적용이 어렵다면 300인 이상 대기업이나 재벌기업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3월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459만 명 중 비정규직은 182만 명(39.5%)이고,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90만 명(19.5%),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92만 명(20.0%)이다. 10대 재벌기업 노동자 130만 명 중 비정규직은 49만 명(37.7%)이고, 기간제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9만 명(7.0%),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40만 명(30.7%)이다. 10대 재벌 사내하청은 대부분 상시·지속적 일자리이자 불법파견이다. 현행법만 엄격하게 적용하더라도 10대 재벌 사내하청을 정규직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좋은 일자리 40만 개를 만들 수 있다([표1] 참조). 
 
 
파견법 개정안의 4가지 문제점
정부와 여당은 2015년 9월 ‘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 관리·전문직, 뿌리산업 종사자에게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금도 여야 합의를 가로막는 핵심 법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그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령자, 고소득 관리전문직, 뿌리산업 종사자는 상시·지속적 일자리도 파견근로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상시·지속적 일자리는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과 배치된다. 
둘째, 정부안은 55세 이상 고령자 366만 명(전체 노동자의 19.0%)과, 고소득 관리전문직 75만 명(3.9%) 내지 197만 명(10.2%)에게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전문직은 중복을 제외해도 426만 명(22.0%) 내지 537만 명(27.8%)이다. 전체 노동자 4명 중 1명꼴로 새로이 파견근로 대상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표2] 참조).
 
 
셋째, 2013년 말 뿌리산업 업체 수는 26,013개고, 종사자는 42만 명으로, 각각 전체 제조업의 7.6%, 11.7%를 차지한다. 이것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파견금지 원칙을 허무는 것이다. 
넷째, 이처럼 파견법 적용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고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려 있는 재벌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파견근로 비율 9.4%로 OECD 1위인 한국
정부와 여당은 파견근로 확대를 추진하면서 ‘파견근로 비율이 국제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5년 8월) 결과에서 파견근로는 21만 명(1.1%)으로 국제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파견근로 66만 명(3.4%)을 용역근로로 분류하고, 사내하청은 설문 문항이 없어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하는 데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설문조사에서 임금을 파견업체에서 받았다고 응답하면 파견근로, 용역업체에서 받았다고 응답하면 용역근로로 분류될 뿐, 파견근로와 용역근로를 구분해야 할 근거가 없다. 파견업체가 용역업체를 겸하는 경우가 많고, 현장 노동자들에겐 파견보다 용역이 더 익숙한 용어기 때문에, 파견근로가 용역근로로 분류될 뿐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파견근로와 용역근로를 구분한 것은 1998년 파견법을 도입하기 전에도 허용되던 청소·경비 등을 새로이 허용되는 파견근로와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현행 파견법 시행령은 단순노무직에서 청소, 경비, 주차장관리원, 배달·운전·검침종사자를 근로자파견대상업무로 허용하고 있다. 2015년 8월 단순노무직은 파견근로 6만5천 명, 용역근로 44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실제로는 이들 모두가 파견근로자로 파견근로와 용역근로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표3] 참조).
 
2015년 8월 파견근로와 용역근로를 합친 파견(용역)근로는 87만 명(4.5%)이다.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2015년 3월)에서 300인 이상 대기업 사내하청은 92만 명(4.9%)이다. 따라서 실제 파견근로(파견, 용역, 사내하청)는 179만 명(9.4%)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OECD에 보고한 파견근로 비율은 2012년 3월 1.1%로 국제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용역근로를 합치면 4.5%로 슬로베니아(5.3%) 다음으로 높고, 사내하청까지 합치면 9.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은 비정규직 규모가 많고 차별이 심한 것 이외에도,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간접고용 또는 파견근로 비중이 높은 나라다([그림1] 참조). 
 
 
대선 공약대로 상시·지속적 일자리 정규직 전환해야

정부와 여당은 파견법을 개정해 파견근로 대상을 확대하면, ‘용역근로보다 조건이 좋은 파견근로 기회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표4]에서 월 평균임금은 파견근로(159만 원)가 용역근로(145만 원)보다 높다. 따라서 파견근로가 용역근로보다 고용조건이 좋다고 오해하기 쉽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단순노무직은 용역근로(125만 원)가 파견근로(92만 원)보다 높다. 전문가와 서비스직, 판매직, 장치기계조작조립운전원도 마찬가지다. 고령자가 많이 일하는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직의 시간당 임금은 파견근로(6,612원)와 용역근로(6,591원)가 사실상 동일하다.

용역업체에서 파견업체로 명칭을 바꾸거나 파견근로 적용대상을 확대한다고 해서 이들의 고용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 용역업체든 파견업체든 현행 파견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감독행정을 강화해야 고용조건이 개선된다. 대선 공약대로 상시·지속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파견,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은 가장 잘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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