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위기와 노동운동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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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동시장에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칠 조짐이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 역시 저성장·고실업이 고착화되고, 산업 곳곳에서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미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 등 국내 핵심 산업은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에 따른 매출 축소와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부터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으며, 금융위원회는 2015년 12월30일 조선과 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 5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고용불안도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개별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정리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을 선택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두산인프라코어, STX조선해양, 삼성물산, 하나카드, 아시아나항공 등 산업전반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직격탄 맞은 제조‧금융 부문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산업분야는 제조부문과 금융부문이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지난 1월 발표한 「2016년 주요 금속산업 전망」이슈페이퍼에서 전자산업은 세계 시장의 둔화와 주요 품목의 해외생산 확대로 생산과 수출이 둔화되었으며, 올해도 정체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2015년 1~3분기 사이에만 전자산업의 고용은 9,986명 감소했다. 보고서는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6,398명,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3,589명 감소함으로써, 실적 저하로 인한 타격은 주로 중소업체와 임시일용직이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조부문 전체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용노동부가 1월 발표한 「4분기 구직급여 신규 신청 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21만 1,382명이 구직급여 신규 신청을 했다. 전년 동기 대비 신청자 수는 감소했는데,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의 신규 신청자 비율은 오히려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부문 신청자를 세부 업종별로 보면 조선업이 속한 기타 운송장비제조업(96.0%), 자동차 및 트레일러(34.3%) 등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제조산업의 잇따른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2014~2015년부터 진행돼 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2015년 금융인력 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금융회사는 1,339개로 전년보다 26개 줄었으며, 금융업 취업자는 28만 5,029명으로 전년 대비 1,189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구조조정 흐름은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연말부터 신한카드를 필두로 삼성카드·하나카드가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KB국민은행은 16개점 통폐합, 한국씨티은행은 점포 개편 및 일부 직급의 계약직 전환, KDB산업은행은 자회사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밖의 주요 시중은행들도 지점 수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 논의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도 노동자 죽이기 동참 … 일반해고 지침과 원샷법
기업 구조조정만이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시장에 저성과자 퇴출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으며, 지난 1월22일에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끝내 쉬운 해고 요건을 담은「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의 사용자 임의변경을 가능케 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 기업에서는 저성과자 해고지침을 활용해 벌써부터 사직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지침을 일종의 기회로 보고, 정리해고에 따른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사실상 ‘청부입법’인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원샷법)을 기어이 2월4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상법, 공정거래법, 세제·금융상 규제 문턱을 3년간 한시적으로 낮춰, 기업이 보다 쉽게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대노총을 포함한 노동계는 이러한 노동개악 공세에 반발하며, 2016년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자본의 공세를 저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사진: 2016년도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양대노총의 구조조정 전망과 대응방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보는 2016년 구조조정 정세는 암울하고, 이에 따른 노사관계 역시 어둡다. 
한국노총은 2016년도 사업계획(안)에서 지난해보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저물가 기조로 인해 올해 임금 및 복지 인상 요구는 낮아지고, 현장은 고용 이슈에 방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보고 있다. 아울러 수출 저조를 만회할 내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 수출중심 기업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한계기업 정리 등으로 이어질 경우 노사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시장에서는 저성과자 해고 및 성과연봉제 강제 시행 등으로 일자리 질의 하락과 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이며, 특히 철강·조선·해운·석유화학 분야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가장 심각하여 일자리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노총은 2016년도 노동인권정책사업 계획의 하나로 ‘구조조정 대책활동’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한계 기업 급증에 대한 대책, 현장 조직의 고용불안 위기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구조조정 분위기 확산에 대한 대응 매뉴얼 마련, △주된 구조조정 업종에 대한 정책-조직-법률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으로 현장의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각 지침에 대한 문제점과 대응방안 정리, △노동부 매뉴얼 작업 시 노동계 참여방안 모색, △정부 지침 관련 국내 공동 대응팀 운영 등의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2016년 사업계획(안)에서 올해 구조조정과 노동개악 공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당면한 경제 위기에 있어서 자본의 이윤을 보전하기 위한 책동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 도입 이후 상황과 맞먹는 구조조정 국면이 노동현장에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기업들로 하여금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샷법이 사업재편, 구조조정이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기업의 타개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2016년도 사업 총기조의 하나로 ‘노동개악 저지, 민주노조 사수’를 제시하고, 이 기조와 관련해 “노동개악, 구조조정, 민주노조 파괴 등의 공세에 맞선 민주노조운동의 전 조직적 대응을 통해 심화되는 경제 위기의 책임과 비용을 노동자 민중에게 떠넘기려는 정권과 자본의 책동을 분쇄하고 현장을 사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리고 △재벌계열 사업장 임단투와의 결합 및 공동투쟁 모색, △정책토론회(예 ‘구조조정을 넘어서는 대안 중심적 산업 재편) 개최, △재벌중심․재벌주도 경제 운용을 제어할 수 있는 입법 과제 발굴 및 사회적 쟁점화 등의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대응의 첫 단계로 민주노총은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2대 지침이 현장에서 관철되는 것을 막기 위해「2016년 임·단투 공동요구안」을 2월29일 발표했다. 임단투 공동요구는 2대 지침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사업장별 파편화된 대응을 지양하고 현장 저지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저성과해고·성과급제 도입 등 성과주의 공세에 대한 맞선 현장 교섭 대응 지침, △실노동시간 단축 등 사업장 단위에서부터 양극화·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선제적으로 쟁취해야 할 공세적 요구로 구성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임단투 공동요구가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2016년도 민주노총 제62차 정기대의원대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산별노조 어떻게 대응하나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산별노조의 대응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채,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과 2대 지침에 대한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에 몰아치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에 대응하기 위해 양대노총 공공기관노조와 각 공무원노조가 대정부 공동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조·보건의료노조 등 공무원·공공기관노조들은 지난 1월 말 <민주노총 공공부문 직무·성과주의 임금체계 및 성과평가 저지를 위한 연대회의>를 꾸리고 공동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등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들도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막지 못했던 상층 연대의 한계를 인정하고, 각 연맹‧노조에 투쟁계획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공동대책위원회’ 수준으로 연대를 복원해 대정부 협의, 정책 공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산업노조는 우선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월4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총회를 열어 “호봉제 중심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성과연봉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협의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노조에 제안하고, 신입사원 급여도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2대 지침을 발표한 이후 금융계가 이를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노조에 따르면 노조가 교섭요구안을 내놓기도 전에 사측이 산별 임단협 교섭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총력 저지하는 한편, 오는 3월 전체 간부 워크숍과 대표자 워크숍을 개최해 산별교섭안을 구체화·확정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사무금융노조는 2월19일 대대를 열어 취업규칙 변경요건 강화와 쉬운 해고 방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또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 등 2대 지침이 쉬운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체협약에 고용안정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고에 대한 정의와 징계절차를 단체협약에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대기발령이나 업무평가가 저성과자 선정 또는 해고와 연동되지 않도록 명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희망퇴직·저성과자 퇴직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지 협약’ 체결도 요구하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 한국산연, ITW오토모티브코리아 등 전국 각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개별 기업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한편, 3월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2016년 투쟁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금속노조는 1월29일에는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전국에서 온 노조 확대간부 2,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노동개악 박살, 2대 지침 폐기 금속노조 총파업대회>를 열고, 노동개악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모았다. 
미국, 유로존,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의 성장 역시 둔화되고 있어 미국과 중국의 성장으로 버티던 세계 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사라진 상황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칼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노조의 투쟁과 함께 산업정책적 개입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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