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견노동의 현실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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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파견법은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중장년 일자리법’이며,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법이다”라며 국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파견법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현재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종, 197개 직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며, 파견 허용기간은 최대 2년, 계약 갱신횟수는 1회로 제한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소득 상위 25%(2015년 기준 5,600만 원) 전문직 등으로 파견 허용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형·주조·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그러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와 야당의 파견법 개정안 반대에 부딪히자 지난 2월23일 “고용률 70%가 넘는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파견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파견기간도 과감히 완화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경우 2000년대 전반기 65%대의 고용률이 지금은 73%대로 현저히 상승됐고, 그 늘어난 상당부분은 파견규제 완화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며 파견법 개정에 대한 정부 의지를 밝혔다. 또한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 생산공정의 파견근로를 허용해 경기 변동에 대처하는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면 국내 제조업체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파견법에 의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재계는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을 예로 들면서 이들 국가들이 파견과 사내도급을 적극 허용해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파견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는 독일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제한 없는 파견노동으로 인하여 이미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며, 2015년에는 독일 연방노동부 장관이 파견기간을 제한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글에서는 2016년 1월 독일 연방노동청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독일 파견노동의 상황과 사회민주당(SPD)이 추진 중인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독일 파견노동의 현황
 
 
독일의 파견분야는 긴 시간 동안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2008~2009년 경제위기 시기에 짧은 기간 동안 성장이 멈추거나 하락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림1]에서 보듯이 성장의 배경에는 특히 주요한 법률상 변화가 맞물려 있다. 1993년 파견노동자 수는 연평균 11만 4천 명이었지만 5년 후 그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났다. 특히 하르츠 개혁에 따른 법률의 변화로 파견 분야가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독일의 파견노동자 수는 96만 1천 명이다.  
 
 
2015년 6월 기준 96만여 명의 파견노동자들은 전일제 또는 단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하여 파견노동자는 약 5%(4만 9천 명) 정도 증가하였다. 독일 전체 노동자(3,596만 명) 중 파견 노동자의 비율은 약 3%이다. 
파견노동자의 근로형태는 대부분이 주당 15시간 이상 일을 하는 전일제 또는 시간제로, 이 경우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88만 8천 명의 파견노동자들이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를 했는데, 이는 전체 파견노동자 10명 중 9명꼴이다. 전년 대비로는 약 5%인 4만 4천 명 정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보험가입의 의무가 있는 파견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전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2015년 6월 기준 75만 4천 명의 파견노동자들이 전일제로, 13만 4천 명의 파견노동자들이 주당 15시간 이상의 시간제 근무를 하였다.  
파견노동자들 중 미니잡(Minijob, 월소득 450유로 이하의 일자리)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7만 3천 명의 파견노동자들만이 미니잡 형태로 주당 15시간 미만 근무하였다. 이는 전체노동자 중 미니잡 형태의 근로가 7명 당 1명꼴인데 비해 파견노동의 경우 13명 당 1명으로 그 비율이 매우 낮다.  
 
 
2015년 6월 기준 10명 중 3명의 파견노동자들은 교통, 배달, 안전 또는 경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금속과 전기 분야는 29%, 그 밖의 제조업과 농업에는 12%의 파견노동자가 종사한다. 그 외 파견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산업을 살펴보면 세무, 법, 관리 등 사무분야에 약 8%, 건설, 건축분야에 7%, 의료, 사회복지, 보육과 문화 분야에 7% 그리고 판매 서비스, 중개, 관광 분야에 5%가 종사하고 있다. 
특히 교통, 배달, 안전 또는 경호 분야의 파견노동자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2만 7천명 증가함으로써 이 분야의 파견노동자 증가추세가 확연하다. 그 밖에 제조 및 농업에서 1만 명, 의료, 사회복지, 보육, 문화에서 6천 명과 판매, 서비스, 관광에서 4천 명이 증가하였다. 반면 금속과 전기 분야의 파견노동자 수는 100명 감소하였다.  
 
파견노동자들은 대부분 낮은 수준의 업무를 하고 있다. 2015년 6월 기준 전체 파견노동자의 54%는 보조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노동자 중 약 20% 정도만이 보조업무를 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반면 높은 수준의 업무를 하는 파견노동자는 전체 파견분야에서 매우 적은 편이다. 전체 노동자 중 전문가(Experten)와 숙련가(Spezialisten)는 각각 11%인데, 파견노동자 중 전문가와 숙련가인 이들의 비율은 각각 3%, 5%에 불과하다. 파견노동자 다섯 명 중 두 명이 숙련노동자(Fachkraft)로 종사하는 것에 비해 전체 노동자들 중에는 다섯 명 중 세 명이 숙련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렇듯 파견노동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실업상태나 경우에 따라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일할 수 있는 고용형태이다. 
 
 
파견노동자들의 나이는 압도적으로 젊은 편이다. 전체 노동자 중 35세 미만의 비율은 약 3분의 1 정도인데 반해 35세 미만의 파견노동자는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55세 이상 파견노동자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전체 노동자 중 55세 이상 노동자의 비율은 20% 정도이다. 
 
 
파견노동자의 성비를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전체노동자의 남녀 성비는 비슷한 반면, 파견노동자의 70%는 남성이다. 특히 파견노동에서 남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교통과 배달이 파견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파견노동자 중 남성의 36%가 금속과 전기 분야에 종사하며, 그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금속생산, 금속가공, 금속건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 외 12%는 기타 제조업과 농업‧조경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편, 여성은 주로 사무, 의료와 판매 서비스, 관광 등 서비스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여성 파견노동자 중 46%가 해당 서비스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 밖에 32%의 남성 파견노동자와 25%의 여성 파견노동자는 교통, 배달, 안전과 경호, 위생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2013년부터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 파견노동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남성 파견노동자 수는 지난 2년간 6% 증가하여 2015년에는 67만 3천 명에 달했다. 여성 파견노동자 수는 2013년 6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3%만 증가하였고,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는 5% 증가하여 28만 8천 명으로 늘어났다. 
 
전일제로 일하는 파견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될 확률은 전체 노동자들과 비교해 평균 이상으로 매우 높다. 파견노동에서 실업위험은 2014년 12월에서 2015년 11월까지 평균 3.75%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노동의 실업위험이 0.70%인 것과 비교하면 5배 높은 수치이다. 이렇듯 높은 파견노동자의 실업위험은 지나치게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파견노동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8~09년 경제위기 당시 파견노동자 중 실업자의 숫자가 증가하고, 실업위험도 상당히 증가했다. 반면 같은 시기 전체 노동자의 실업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11년부터는 실업위험과 관련하여 변화의 폭도 작아지고, 2009년 경제위기 당시 7%에 달하던 실업비율은 4%로 낮아졌다. 
 
 
파견노동자의 세전 임금(Bruttoarbeitsentgelt)은 전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평균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조사 결과, 정규직 노동자는 월 평균 2,960유로를 받았다. 파견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에 비해 43% 낮은 월 1,700유로였다. 통계에서 보듯 이러한 임금 격차는 다양한 파견업종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앞선 조사와 함께 살펴보면 파견노동자들은 전일제로 일하지만 약 절반 정도가 보조업무에 해당하는 일을 하고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각 분야에서 파견노동자로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는 전문가와 고도의 숙련노동자들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난다. 보조업무를 하는 파견 노동자들은 모든 산업분야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에 비해 30% 적은 1,449유로의 임금을 받는다. 전문가와 숙련된 파견노동자 역시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30% 정도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파견법 개정, ‘다시 파견기간 제한으로’
독일은 지난 2003년 하르츠개혁(Hartz Reform)을 통해 파견기간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파견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격차가 명확히 나타나고 파견노동자가 차별받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하르츠 개혁을 이끌었던 사민당에서조차 파견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2011년 사민당은 파견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파견노동은 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 즉 기업은 정규직의 숫자를 줄이고 그 대신 파견노동자들을 투입시키고 있다. 독일에서 약 4분의 1의 기존 정규직 노동자가 파견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다”며 파견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파견노동자의 낮은 임금이다. 사민당은 “약 20%의 파견노동자들은 전일제로 일을 함에도 국가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이며, 이는 파견노동이 정규직으로의 연결다리가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기대를 저버리는 현실이다”라고 하였다.
이렇듯 파견노동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나면서 사민당 소속의 안드레아 나레스(Andrea Nahles) 독일 연방노동부 장관은 2015년 11월 파견근로 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하였다. 파견기간 제한에 관한 법안은 사민당과 기독교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이 2013년 연합정부를 구성할 때 합의했던 핵심 사안으로, 2017년 1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합의문에 따르면 파견제한법의 도입목적은 “파견과 도급의 악용을 막는다”는 것이다. 
연방노동부의 법안에 따르면 핵심 내용은 파견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는 것이다. 다만 단체협약에 따른 파견노동자들의 투입기간에는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파견노동관계가 시작된 후 9개월이 경과해야 적용된다. 물론 단체협약에 따라 예외적으로 경과 기간을 늘릴 수는 있지만 3개월을 넘기지는 못한다. 따라서 파견노동관계가 시작된 후 12개월이 지나면 반드시 파견노동자에게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기업이 더 이상 파견노동자를 ‘파업파괴자’로서 파업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기민당‧기사당과 사용자단체의 반대로 1년여 동안 논의가 계속되면서 쉽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부 장관은 18개월로 제한한 파견기간을 24개월로 늘리는 수정법안을 제시하였고, 이 수정법안에 대해 재계와 기민당‧기사당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파견기간의 제한이 없었던 독일의 파견법은 파견기간을 제한하는 파견법안으로, 곧 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견노동 관련 통계와 파견법 개정 시도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독일에서는 파견노동의 확대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개선책이 준비되고 있다. 파견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 간 임금격차가 심하고, 기업들은 정규직을 파견 노동자로 대체해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35세 미만의 젊은 노동자들이 단순한 업무를 하는 파견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비율이 높고, 이들의 실업률 또한 높아서 애초에 입법자들이 목표로 했던 파견노동이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진 상황이다. 파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는 국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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