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포럼] 한국 노동시장 어디로 가는가?

섹션:

부 제목: 
성장체제 전환과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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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차 노동포럼] 
 
○ 일시: 2015년 12월 8일 오후2시~5시30분
○ 장소: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발제: 1. 한국 노동시장 진단과 개혁 방향-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 한국 경제의 이중화와 성장 체제의 전환-전병유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 토론: 박수근 한양대학교 법학과 교수, 임상훈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 김진방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상호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의원실
○ 후원: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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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 정리된 내용은 제123차 노동포럼에 참여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입니다. 발제문은 연구소 홈페이지(www.klsi.org)의 노동포럼 자료집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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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토론

박수근)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내용인 한국 노동시장 진단과 개혁 방향에 공감합니다. 저는 이러한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동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발제 내용을 조금 구체화하고자 합니다. 2007년 이후 비정규직에 관한 법과 제도가 수차례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기간제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높지 않으며, 비정규직이 노동위원회의 차별적 시정절차를 통해 보호받은 사건의 수도 극히 적습니다. 7~8년간 법과 제도를 시행해봤으나 거의 사문화되었고, 간접고용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은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에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논의되는데,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업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위험업무에 종사하는 탓에 업무상 재해에 가장 심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비정규직 보호의 근본 방안과 현실적 대안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주장대로 계약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면 일부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 방안은 아닙니다.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 역시 ‘노동개혁’이라고 이름 붙이기 어렵습니다. ‘노동개혁’이라 함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 등으로 평상시에 실현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한 근본 방향을 담아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간제 노동자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사용하게 하고, 상시‧지속적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방향을 정해놔야 노동개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고민은 근본적 개혁이 어렵다면, ‘과연 차선책은 무엇인가’입니다. 현실적 대안을 들자면 첫째, 우선 사업주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를 채용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사업장의 기간제 노동자에게 채용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간접고용의 경우에는 직접고용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주어야 합니다.  
둘째, 불법파견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를 확대 적용해야 합니다. 파견법의 경우 직접고용 전환 의무가 있지만 사실상 별 의미가 없고, 오히려 부족하나마 현대자동차가 하청노동자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씨와 같은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 대가를 치른 후에 현대차가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죠. 그런데 불법파견에 대해 법률상 차별시정 제도가 적용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해석상 입장대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기업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와 비교해 하청노동자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더라도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주도록 법으로 명확히 해야 합니다. 
셋째, 노동조합의 활동과 보호입니다. 발표자가 발표한 것처럼 노사관계 파편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은 노조 가입률이 대체로 낮습니다. 간접고용의 경우에도 입법상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맞지만, 현대차의 하청 노동자들이 가입 내지 조직한 노동조합이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지가 현행법에서는 명확하지 않아서 해석상 입장이 대립합니다. 물론 저는 부분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석하지만, 판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게 해석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간접고용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들을 담아야 ‘노동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한계와 보완
해고제도의 구조개선과 해고 사유의 구체화와 관련해 정부가 그 방향과 내용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 계류된 저성과자에 대한 분쟁은 드물지요. 달리 생각해보면 저성과자들이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까요? 실제 저성과자들은 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에 의해 대부분 밀려납니다. 그것이 일반적 현상인데 정부는 이에 역행하는 제도 내지 기준을 만들려는 거죠. 물론 공기업에 소위 철밥통 문제가 일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공기업 노동자들만의 탓일까요? 일부 공기업에 저성과자 문제가 있다면 인사평가에 기초한 임금체계와 인사제도를 잘못 운영한 해당 공기업의 경영상 문제가 주된 원인일 수 있는데, 그것이 마치 노동만의 문제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성과자의 해고 사유를 구체화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법에서 저성과자 퇴출 기준을 만들기 어려운 탓에 입법으로 명확하게 이런 규정을 구체적으로 두고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법이 제정된다 해도 악용될 소지가 많습니다.
아울러, 사용자는 취업규칙 변경 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과반수 동의제도는 사측에 있어 상당히 불편한 제도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노조 조직률이 낮고, 독일처럼 노동자대표 또는 노동법원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계 내지 문제점도 있습니다. 첫째, 임금피크제를 예로 들면 시대적 요청에 의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노조나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탓에 제도를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둘째, 자료집에 기재한 것처럼 기업을 운영하다 업황 내지 경영여건의 악화로 해고를 하거나 임금수준을 낮춰서 고용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노조나 노동자들이 동의 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에 대해 협의 혹은 합의되지 않으면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예컨대, 대표적으로 2000년경 D자동차, 2010년 이후 H중공업과 SS자동차 사례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제도로 인해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노사가 대립할 때 해결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있도록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변경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하게 된다면, 사용자에게 너무 치우치게 되어 정당성에 의문이 듭니다. 취업규칙의 경직성 문제로 인해 기업이 살아남는데 한계가 있다면, 노동위원회 혹은 공적인 기구에서 논의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으면 될 것입니다. 
 
 
임상훈) 두 분의 발제 잘 들었습니다. 제가 발제내용을 보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저는 두 발제가 주목하는 한국 경제 이중화와 노동시장 이분화·양극화의 문제를 노사관계 측면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리고 포스트 박근혜 체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불평등 초래하는 조직화·조정의 문제
조직화의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면 우선 대기업·중소기업 노동자 간,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노동자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비정규직 내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간 조직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화 차이는 노동자 계층 전체의 조직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노사 간 교섭력의 차이로 나타나며 결국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합니다. 한편, 조직화와 더불어 조정의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그리고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노동자 간 이해가 다른데 이를 조정하지 못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서로 다른 이해도, 비정규직 내 서로 다른 이해 간 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조정의 문제는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킵니다.  
 
이런 조직화와 조정의 문제는 경제의 이중화에서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림1]과 같이 정상적인 경제에서 기업들의 상황은 정규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의 이중화에 따라 한편에서는 중소기업·내수형 기업이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대기업·수출주도형 기업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 사이에는 생산성·이윤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해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죠. 
 
노동시장의 경우도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규직 중 특별 계층을 빌미로 정규직을 축소시키고 탈락한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포괄시키려 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자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갈라치기, 보통의 정규직과 특별 정규직 사이의 갈라치기 전략을 통해 사회 전체의 불평등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앞서 김유선 선임연구위원께서 정부 노동개혁의 여러 조치들이 전경련의 요구사항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정부와 재계는 파견확대부터 취업규칙 변경 및 저성과자 해고 완화 등 정규직을 무너뜨려 비정규직화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지향성은 아주 분명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를 통하여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는 겁니다. 
 
 
포스트 박근혜 체제를 위한 준비
이번에는 포스트 박근혜 이후 체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두 발제자는 현재와 같은 경제 이중화, 노동시장 양극화는 바람직한 사회와 상반되는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두 발제자 모두 낮은 노조 조직률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노조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을 조직화에 투자한다면, 다른 곳에 들어갈 자원이 줄어들 텐데 이러한 배분의 문제를 놓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들도 조직화에 저항할 것입니다. 이러한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고 사용자 저항에 대한 극복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화를 둘러싼 법·제도적 제약에 대한 구체적인 극복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이제 노동자 간 이해를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 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 간, 조합원과 노조간부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여야 합니다. 
노동자의 조직화와 노동자 내부 이해 조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의 전략적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노조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창출하고 이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노조가 사회적으로 이슈를 형성하고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 사회적 의제 형성능력을 가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또 노조가 내부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게끔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조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총괄·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여야 합니다. 
두 발제자가 지향하는 포스트 박근혜 체제를 위해 노조의 전략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이제 치열한 토론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노동시장 이중화·양극화의 요인은 무엇인가?
김진방) 저는 전병유, 정준호 교수 두 분의 발제 내용과 발제문 다음에 실린 ‘한국경제의 성장 전략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발제자는 지난 20여 년간의 성장체제를 ‘2차 수출주도 성장체제’라고 하였습니다. 1차 수출주도 성장체제는 1960~80년대를 가리키는 말이고, 1990년대부터를 2차 수출주도 성장체제라고 이름 붙였죠. 수출주도 성장이라는 점에서 통계적, 직관적, 분석적으로 누구나 동의할 수 있으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발제자들은 수출주도 성장체제의 물적 토대로 조립형 생산체제와 동아시아 분업체제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화, 양극화 등 여러 가지 현상 내지 폐해를 그 토대의 결과로 설명합니다. 저는 바로 이 대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과연 2차 수출주도 성장체제, 그 물적 토대로서 조립형 산업화와 동아시아 분업체계가 대중소기업 간 격차, 비정규직화 등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의 원인이라고 지목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또한 지난 20여년의 성장체제 또는 물적 기초로서 ‘조립형 생산체제’가 적합한 표현인지도 의문입니다. 수출주도 산업, 예를 들어 전자, 조선, 석유화학, 철강 산업 등을 조립형 생산체제라고 할 수 있는지, 덧붙여서 기계가 숙련을 대체하면서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났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것을 조립형 생산체제라고 보기도 어렵고, ‘기계가 숙련을 대체했다’는 말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자산·소득정책의 방향은?
수출주도 성장체제에 따른 폐단을 해소·해결하는 방안으로는 혁신정책, 자산정책, 소득정책을 제시하셨습니다. 혁신정책은 공유자산적 접근이라고 하셨죠. 물론 여기서의 공유자산은 중소기업의 공유자산을 말하는 것입니다. 
참여정부에서 혁신 클러스터 등 중소기업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도했는데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전략과 어떻게 같고 혹은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며, 참여정부의 전략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한 분석도 필요합니다. 
자산정책과 관련해서는 국유자산, 공유자산을 공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하자고 하셨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그런 공적자산이 많은지 의문입니다. 제가 아는 통계로는 공기업의 수가 적고, 국유자산도 적거든요. 
또한 연기금의 주주로서 역할 강화가 눈에 띄는데, 저는 이를 ‘주주의 권리를 발휘하자’, ‘권한을 활용하자’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횡포를 부릴 경우 연기금이 대기업의 주주로서 대기업 경영자를 몰아내자는 식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연기금으로 하여금 주주로서의 이익과 배치되는 중소기업의 이익 또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의 권리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라면, 실제 결과는 의도와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벌개혁과 관련한 표현 중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노동시장 이중화에 대한 대응으로 ‘재벌개혁(공정거래, 노동분배율 제고)’을 쓰셨는데, 이는 별도로 다뤄져야 할 문제입니다. 재벌개혁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벌기업을 사회적인 기구로 바꾸는 것이지, 노동과 자본의 관계 속에서 어떠한 변화를 갖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경제력 집중의 억제와 기업지배 구조 개선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또한 김유선 선임연구위원께서 재벌이 이익은 많이 누리는데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관련해 사내유보금을 통상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사내유보금과 투자의 규모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기업들의 영업이익·경상이익·세후소득에 비해 투자가 적다고 비교해야 바람직합니다. 만일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면 ‘배당을 많이 하라는 것이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사내유보금에 대한 비판이 나오니까 정부에서는 배당을 확대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에 대기업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다른 차원에서 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시장 문제와 복지국가적 함의
김연명) 노동시장 및 경제구조의 ‘이중구조화’ 현상은 한국의 복지정책과 복지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저는 복지학 전공자로서 노동시장, 성장체제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복지 측면에서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첫째,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노동시장 이중구조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경우 소득불평등 등의 문제가 우리보다 심각하지 않은 이유는 조세, 복지제도를 통한 재분배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유럽 국가의 경우 시장소득에서 불평등이 크지만 조세, 복지정책을 통해 불평등의 확대를 막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정도가 너무 심하죠. 그동안 복지 정책을 계속 확대해왔지만 노동시장 내 불평등이 커지는 속도를 복지정책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는 겁니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너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탓에 일부 복지학자들은 복지를 확대해서 이중구조화를 막자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어림도 없습니다. 복지를 통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막을 수 없고, 막아봤자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따라서 1차적으로 노동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2차로 재분배를 통해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노동시장이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완전히 양분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고 이 전세를 역전시킬 만한 사회·정치적 세력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복지정책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계층 간 불평등만 강화되겠죠. 복지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으로, 현재 상태에서 복지를 확대해봤자 혜택을 보는 것은 노동시장의 인사이더(내부자)뿐입니다. 비정규직은 혜택에서 다 배제된 반면, 정규직들은 임금·국가복지·기업복지에서도 혜택을 받으니 결국 불평등 구조는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한 예가 연금제도입니다. 제가 올해 연금개혁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고 했더니, 진보진영 일부에서 그러면 불평등이 더 심해진다며 기초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노동시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근본 변화가 없다면, 기초연금 확대로 불평등의 악화를 막아 보자는 논리입니다. 어떤 전략이 옳은지에 대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토론이 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복지국가적 함의와 관련해 우선 기초생활 보장을 강화하는 수단이 있습니다. 최근 핀란드 정부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매달 100여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대신 종전에 제공되던 모든 복지혜택은 폐지되고요. 이런 방식으로 복지제도가 시스템화 되어 있는 곳이 영국, 미국으로 자유주의형 복지 모델이죠.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기초소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우리의 복지체제가 영미형으로 가게 되는 것인데, 그렇게 주장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는 영미형으로 가고 있거든요. 따라서 기본소득 주장이 바람직한 대안이냐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데 남부유럽형 복지제도가 있습니다. 그 특징을 보면 복지비용 지출이 굉장히 높은데 그 혜택은 다 노동시장 내부자에게 갑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딱 그 꼴이죠. 국가 복지제도는 그 자체 성격상 혜택이 내부자한테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후에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지속되고 국가 복지제도가 추가된다면, 우리나라는 ‘영미형+남부유럽형 복지체제’라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가장 비효율적인 복지국가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노동시장 문제는 단순히 임금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 디자인과 굉장히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키가 될 연금
대안적 경제체제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소득주도성장론에서 복지 정책은 흔히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임금이라는 뜻에서 ‘사회 임금(social wage)’라고 하죠. 사회 임금은 내수를 유지시키는 기능이 큽니다. 경제학에서는 ‘자동 안정화 장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연금과 실업급여의 절대 양이 너무 부족한 탓에 수요 유지기능이 거의 없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분배가 포괄적이면서 양이 많아야 합니다.
저는 연금이 소득주도성장의 키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연금, 의료보험 제도가 어떻게 디자인되느냐에 따라 소득주도성장에서 복지정책의 위치가 결정될 텐데, 의료보험은 아무리 지출이 늘어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습니다. 지금 건강보험에서 1년에 40조원의 지출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돈은 병원·약국·제약 산업에 들어갑니다. 연금의 경우 지금 수준의 지출이 계속되면, 2040년에 GDP 대비 연금 지출액은 7~8%가 됩니다. 유럽이 현재 12% 정도 지출하고 있고요. 수십 년간 지출규모가 팽창돼도 연금제도가 가진 내수 유지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2050년 인구구조 변동과 관련해서 진짜 소득을 벌 수 있는 24~60세까지의 생산인구는 대략 1,800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노인인구도 대략 1,800만 명 정도이고요. 소비를 담당하는 두 축인 경제활동인구와 노인인구의 규모가 거의 같은데, 연금이 워낙 적은 탓에 국민연금, 기초연금을 합해도 최저생계비에 미달합니다. 대폭적인 소비위축이 발생해 경제순환에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따라서 복지정책이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소득주도성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복지부분의 내수 유지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지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갖는 의미를 깊이 살펴봐야 합니다. 
공유자산 활용 문제는 복지학회에서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 워낙 쟁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약 500조원인데, GDP 대비 34%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스웨덴이 GDP 대비 28%, 일본은 24%, 미국은 17% 정도입니다. 이 중 스웨덴의 경우 연금 기금을 5개의 펀드로 쪼갰는데 그 중 한 펀드는 노르딕 국가에서 발행되는 중소기업 주식만 사게 되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그렇게 정한 거죠. 우리나라도 스웨덴처럼 국민연금기금으로 중소기업을 돕자고 주장했더니 중소기업은 국가에서 돈을 아무리 쏟아도 안 된다는 반론이 나오더라고요. 그렇더라도 국민연금기금의 사회투자 활용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특별채권 발행 형식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 공공보육 및 양로시설 등의 공공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기금을 투자하면 출산율 제고, 과도한 주거비 완화, 복지비용의 합리화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을 고용창출 능력이 높은 중소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방안도 있고요. 한국 사회의 대안 체제 구축과 관련하여 많은 의미가 있는 제안들이니, 이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이상호)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해 앞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기에 저는 진보개혁세력의 대응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박근혜 노동개혁과 진보개혁세력의 대응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진보개혁세력의 대응은 상당히 늦었고 중요한 시기를 많이 놓쳤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아낼 수 있다면 요행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 정도입니다. ‘방어’ 전선에서조차 사실상 완패했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는 2014년 하반기부터 정책의제를 형성하고 ‘노동개혁이 청년일자리’라며 체계적인 준비와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며 노동개혁을 추진한 반면,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 이슈를 선점하기보다 취업규칙 변경 및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자신의 이해가 직결된 문제에만 집중했습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은 이번에도 민주노총이 정규직의 이해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왜냐면 민주노총이 공공기관 정상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 기존 입장만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여론지형이 정부에게 유리한 엄혹한 상황입니다. 진보개혁세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체한 것에 대해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의 ‘허구적’ 노동개혁에 대한 적극적 대항담론으로 ‘진정한’ 노동개혁의 상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경제문제의 핵심에 재벌 체제가 놓여있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노동개혁 대응과정에서 노동계는 물론, 진보개혁세력 내부에서 벌어진 ‘노동개혁이냐, 아니면 재벌개혁이냐’라는 일종의 프레임 논란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원인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 것에는 기여했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대한 대항 전선을 흩뜨리는 역효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번 노동개혁 국면에서 프레임의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습니다. 따라서 진보개혁세력은 프레임 논란을 피하지 말고, ‘다른’ 프레임 보다 ‘차별적’ 프레임 설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화하며 개혁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전략의 재구성과 방안
노동시장 진단에 대한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의 의견에는 다 동의합니다. 다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께서도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시피,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창출의 효과에 대해 좀 더 정교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용창출의 가능성을 단순산술적으로 계산하다 보니 고용효과가 과대평가되거나 재계의 지적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국 경제의 이중화 및 성장체제 전환과 관련해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된 성장패러다임으로서 수출주도 성장체제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전병유 교수의 지적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론과 한국형 시장경제론은 산업경제와 시장경제의 복원론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이들 두 가지 입장은 성장체제라고 부를 수 있지만 동아시아분업론과 시장합리화론 등 기존 논리들의 수정 혹은 업그레이드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공유자산과 관련해 저는 공공투자정책에 대한 내용보다 오히려 참여정부의 사회책임투자 전략과 연동해서 좀 더 정치하게 논리를 발전시키는 것이 상호연계성을 보여주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지난 30~40년 동안 중소기업에 많은 지원을 했으나,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도 같았죠. 이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대안, 공적 자산의 활용 방안이 필요할 것이고, 인적 자원이 결국 우리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공유자산 과 인적자원투자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연대소득정책, 거시경제정책과 공공투자정책 등을 상호결합시킬 수 있는 사회경제모델을 제시한다면 국민들이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아이디어에 더해 영미식이든 사회민주주의 모델이든 회피하지 않고 대안에 대한 상을 명확히 하면서 새로운 모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진보센터(CAP)의 ‘포용적 번영’이라든지 영국 공공정책연구센터(IPPR)의 ‘더 강한 사회’가 시사점을 줄 수 있으며, 독일 사민당의 ‘좋은 사회’만 해도 기존 사민당 내의 전통적인 논쟁을 받아 안으면서 새로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잖습니까. 이처럼 우리의 중심 추를 먼저 잡고, 그 상태에서 성장체제, 노동개혁, 복지체제와의 연계성을 고민하고 조율하는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 지정토론에서 나온 의견에 대해 발제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사내유보금 축적의 배경, ‘임금 후려치기’
김유선) 김진방 교수께서 사내유보금과 재벌기업들의 투자를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내유보금은 대차대조표에 있는 잉여금으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겁니다. ‘정상적인 생산과 영업활동’에서 지급할 돈을 다 지급하고 남은 것이 이익잉여금이고, 자본잉여금은 부동산 및 주식 가격 상승 등 정상적인 생산 영역 외에서 얻어진 것이죠. 저는 재벌기업들이 막대한 잉여금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성장에 못 미치는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중소기업 하도급 단가 후려치고, 골목상권 붕괴시키면서 모든 수익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본의 조성 측면에 주목하는거죠. 한데 자산의 운용 측면에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전경련도 기업들이 여기저기 투자를 해서 돈을 운용하고 있고, 현금성 자산은 얼마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자본의 조성 측면을 주목하기 때문에 기업의 정상적인 임금 지급, 정상적인 하도급 단가 지급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워낙 단기간에 막대한 잉여금이 조성되었음에도 실물투자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에, 사내유보금과 실물투자를 비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이상호 연구위원께서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효과의 추정에 대해 아쉽다고 하셨는데, 더 이상의 추정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 주40시간으로 기준 노동시간이 단축된 경험은 있지만, 주12시간 초과근로 한도가 단축된 경험은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형태로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 전병유 교수의 발제문과도 겹치는 부분이긴 한데, 신고전파 경제학자들도 한국의 노동시장을 진단할 때 이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동의합니다. 하지만 원인 진단과 해법은 전혀 다르죠. 원인 진단 및 해법과 관련해서는 진보진영 내에도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내부자-외부자 이론이 유행하다 보니,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왔을 때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올해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내부자-외부자 이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보호 조항을 약화시키고 나니 비정규직이 더 궁지에 내몰렸다는 실증분석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진단을 넘어 원인, 해법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논점에서 차이들도 있었습니다. 전병유 교수께서 정규직 임금은 낮추고 비정규직 임금은 올리면 좋지 않느냐고 하셨는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얘기하면 ‘정규직 임금을 낮추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면서 비정규직 임금마저 더 내놓으라고 합니다. 정부가 내놓은 노동법 개정안을 보면, 정규직도 내놓고 비정규직도 내놓으라는 겁니다. 
유연안정성도 개념 자체는 좋은데, 노무현 정부에서 유연안정성을 강조했습니다만, 결국 ‘안정성’은 유연화를 합리화하는 수식어에 불과했죠. 이런 상황에서 담론과 논리를 어떻게 정리할 지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보진영은 2년 후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
전병유) 임상훈 교수께서 이야기했듯 이제 진보진영은 2년 후 국민들에게 어떤 것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할 때입니다. 어디선가 본 건데 아이디어와 주체의 문제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더라고요.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와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우선 양극화, 불평등, 이중화의 문제는 주체의 문제이므로, 분배의 정치, 노동의 정치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 참여정부의 실패를 포함해 한국은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입니다. 때로는 그 논리가 국민들에게 먹힙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이 자금지원에 너무 매몰되었던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일정한 기준을 넘으면 자금을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는 식의 기존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유 개념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면 중소기업은 ‘협력의 경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유자산적 접근 개념은 중소기업 간 협력과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공유자산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중소기업이 서로를 신뢰, 견제해 나가는 모델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국유자산 비중의 경우 최근 정부가 국민 대차대조표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유자산의 규모가 25% 정도로 외국에 비해 그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잘 모르죠. 문제제기를 한 정도라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제가 복지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데, 김연명 교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일단 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쏟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다면, 무언가 상황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담대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상호 연구위원의 지적 역시 동의합니다. 진보진영이 준비하지 못한 부분은 반성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인력을 공유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중소기업은 돈은 물론 인적자원이 워낙 부실하죠. 이것을 어떻게 공적 자산으로 만들지 궁리해보겠습니다. 
 
성장전략 재구성 위해 필요한 중소기업군 창출 
정준호) 산업화 이후 성장체제로 조립형 산업화와 동아시아 생산분업체제가 있습니다. 조립형 산업화는 설비투자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말하는 것이고, 협력이나 수평적으로 전개되는 생산분업체제는 저희가 아니라 다른 학자들이 고안한 용어입니다. 조립형 산업화라는 용어도 일본 사람이 사용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성장론 연구자들이 쓰고 있습니다. 또한 석유화학은 기초소재 산업인데 왜 조립형 산업으로 분류하느냐고 지적하셨는데, 앞서 말한 의미에서 조립형과 생산분업체제를 비교하기위해 쓴 것입니다. 조립형 산업화 특징은 숙련을 늘리고 차이를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초창기에 반자동의 NC기계(numerical control type machine tool)를 도입했기에 굳이 일본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숙련을 쌓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기계를 사서 쓰면 됐거든요. 그런데 1990년대 이후 IT기반 모듈화가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탈숙련화와 탈노동화, 소위 노동자들 간 분화가 심해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강조하기 위해 쓴 용어이며, 조립형 산업화에 수요 측면의 문제까지 맞물린 것이 바로 2차 수출주도 성장체제입니다. 
다음으로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현재 시스템 하에서 중소기업은 비용 전가와 경기변동의 완충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참여정부 이후의 중소기업 정책이 경제정책, 사회정책도 아니고 어중간했다는 것입니다. 재벌문제와 관련해서는 개별, 집단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문제가 있고, 생산시스템 내에서는 조립형 산업화를 주도한 재벌 그 자체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협력과 신뢰의 네트워크에 기초한 중소기업군의 창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선별적 산업정책을 지양하고 산업공유자산(industrial commons)의 창출을 산업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산의 문제와 관련해 스웨덴의 메커니즘은 국가, 공공단체가 소득을 안정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재산권은 보호해주지만, 소유권은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자산을 일정 정도 통제하는데, 이는 복지국가 스웨덴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일본은 경영권이 기업 내부에 있어서 고졸 출신이 사장이 될 수 있고, 이들이 가진 인적 자산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재벌체제 아래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이런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10여 년 후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연금의 최대 지주가 될 텐데 향후 이를 어떻게 운영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주택연금 문제도 비슷할 테고요. 이러한 공적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 정부가 담배산업을 합리화하겠다며 한국담배인삼공사를 KT&G로 민영화했고, 이 과정에서 공사 기반의 투자를 통해 생긴 막대한 이익의 대부분이 해외주주에게 배당금으로 갔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통제될 필요가 있고, 또한 관심을 기울여햐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박근혜 이후 무엇인가 하려고 해도 수단이 없게 될 겁니다. 이런 자원들을 우리가 현대에 맞게끔 적극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문제제기를 해 보았습니다. 
 

 

질의응답

참석자) 토론자들께서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안 써본 정책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저는 정부가 지난 20~30년 동안 중소기업에 해준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력 측면만 봐도 대·중소기업 간 지원에 있어 어마어마한 차이가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성장체제와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경제학 이론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고 봅니다. 기업이 차입의 주체가 아니고, 가계는 저축의 주체가 아니며 오히려 차입을 해서 돈을 쓰는 주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민소득계정의 순환 플로어가 막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성장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이 지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추가 질의응답이 없는 관계로,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유종일 이사장의 종합 및 마무리 발언을 듣고 포럼을 마치겠습니다. 
 
 
성장체제 모색과 공유자산의 활용 
유종일)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확실한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떻게 갈 수 있느냐를 보니 여러 가지 지점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성장, 복지체제, 노동개혁과 관련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오늘 제기된 내용 중 공유자산과 관련해서 간단히 언급하자면 우리나라의 헌법과 전통은 공유자산 전략에 굉장히 잘 부합합니다. 앞서 우리나라는 사유재산권을 강하게 보호한다고 하셨는데 분명 현상은 그렇습니다만, 헌법 제23조를 보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곧 법률만 제정하면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나옵니다. 이렇게 헌법에 굉장히 센 조항이 있는 만큼 헌법을 잘 살린다면 공유자산 전략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중소기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자금을 지원하고 보호한다고 했지만 사실 효과가 없었고, 이는 재벌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참여정부 당시 클러스터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의 협동을 도모하고, 산학연 연구기관에 재정지원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도 보호만 하면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해서 2006년에는 고유업종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이후 중소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2011년부터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했고요. 정부가 그 정도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정책을 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독일의 중소기업처럼 협동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근래에 정부가 개입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죠. 공유자산 전략은 무엇보다도 주체들, 수혜자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협동해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하면 기존의 신뢰마저 다 깨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 공유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사회) 한국 노동시장,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진단과 비판에 대해 이견은 없는 듯합니다.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방향과 아이디어는 명확한데 속살을 보니 주체가 부실한 것 같아 고민스럽습니다. 노동시장, 경제개혁, 복지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해나갈 것인지 고민한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며, 오늘과 같은 공동 작업을 앞으로도 진행했으면 합니다. 긴 시간 동안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것으로 123차 노동포럼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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