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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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1차 6자회담(8.27~29)이 끝났다. 그런데 그 후속인 2차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아직 일정이 불투명하다. 10월설이 있고 11월설이 있다. 한편에서는 무망(無望)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연히 첫 술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대체 1차 6자회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북핵문제’의 해결방법과 회담방법

이번 베이징 6자회담은 짧게는 지난해 10월초 켈리 미 특사의 방북 후 불거져 나온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발언’부터 그리고 길게는 1994년 북미간 제네바합의를 전후한 ‘제1차 북핵위기’ 시기부터 지금까지, 북미간 핵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대결의 정점에서 이뤄짐으로써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간 북한과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놓고 두 가지 점에서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하나는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 해결을 위한 ‘회담방법’이었다. 전자의 경우 북한은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전환)’를 요구해 왔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핵포기’를 요구했다. 후자의 경우 북한은 북미간 ‘쌍무회담’을 주장해 왔고 미국은 ‘다자회담’을 주장해 왔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자의 경우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 징표로서 ▲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 북미 외교관계 수립, ▲ 북한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경제 협력 불간섭 등을 제시했고,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 완전하고, ▲ 검증가능하고, ▲ 되돌릴 수 없는 방법과 상태로 하자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북한측은 핵문제가 미국이 ‘산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과 담판을 져야 한다는 것이고 미국측은 핵문제는 주변국들과 함께 풀어야 할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의 의미와 성사배경

양측은 한동안 평행선을 그면서 한때 일촉즉발의 전쟁분위기까지 갔다가 8월초 우선 후자인 회담방법에 대해 합의했다. 6자회담이었다. 그런데 6자회담은 양측이 각각 상대방의 견해를 반반씩 수용했기에 가능했다. 즉 형식은 다자회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쌍무회담이었던 것이다. 8월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표에 의하면 “(북한측은)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직방 열고 그 테두리안에서 조미(북미)쌍무회담을 진행하는데 대한 대범한 제안”을 내놓았는데 미국측이 이 제안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전자인 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미국의 북미불가침조약 체결 유무였다. 따라서 현안이 현안인지라 6자회담을 앞두고 파월 미 국무장관은 ‘미 행정부의 서면보장-의회 결의-다자보장’ 방안을 밝힌 바 있고, 이에 대해 북한은 ‘미 의회의 서면 안전보장이나 주변국들의 집단적 안전보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말하자면 양측은 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했던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기조연설 내용

회담 첫날 북한과 미국은 각각 기조연설을 했다. 먼저, 미국은 자국의 목표가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가시적인 검증에 의해 완전하게 불가역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 해결의 방식에 있어서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쌍무회담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미국은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한 다음에야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한 미사일, 상용무력, 위조화폐, 마약거래, 테러, 인권, 납치 등 문제들에 대한 쌍무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으며, 특히 북한측의 최대 사안인 북미불가침조약 체결문제에 대해 “불가침조약은 적절치 않으며 필요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다. 북이 핵계획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돌이킬 수 없게 포기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다음 회담에서 안보상 우려문제들을 다른 나라들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가 총적 목표라면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근원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의 기준으로 ▲ 북미 사이에 불가침조약 체결, ▲ 북미 외교관계 수립, ▲ 북한의 다른 나라들과의 경제 거래를 방해하지 않을 것 등을 제시했다.

또한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일괄타결 방식’과 ‘동시행동순서’를 제시했다. 동시행동순서는 ▲ 미국이 중유제공 재개, 인도주의 식량지원 확대를 하는 동시에 북한은 핵계획 포기 의사 선포, ▲ 미국이 북미불가침조약 체결과 전력손실 보상하는 시점에서 북한은 핵시설과 핵물질 동결 및 감시사찰 허용, ▲ 북미, 북일 외교관계 수립되는 동시에 북한은 미사일 문제 해결, ▲ 경수로 완공시점에서 북한은 핵시설 해체 등 4단계로 되어 있다.

이어 북한은 6자회담의 결실을 위해, 첫째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것, 요컨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 의사 표명 대 북한의 핵계획 포기 의사 표명’, 둘째 ‘북미 사이의 핵문제 해결에서 여러 조치들을 동시행동에 맞물려 이행해 나간다는 원칙’ 등 두 가지에 ‘말 대 말’로라도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북미 기조연설에 대한 평가

바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은 ‘선핵포기’를 고수했으며 더 나아가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한 다음에야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한 미사일, 상용무력, 위조화폐, 마약거래, 테러, 인권, 납치 등 문제들에 대한 쌍무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은 새로운 제안은커녕 조금도 진전된 안을 갖고 나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후퇴한 안을 갖고 나왔다. 이에 반해 북한측은 많은 준비를 해 왔다.

먼저, 북한은 핵보유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가 총적 목표라고 하면서 ‘명분’을 선점했고, 둘째 그 해결을 위해 ‘일괄타결 방식과 동시행동순서’를 제시함으로서 ‘합리성’을 보여줬고, 셋째 6자회담의 결실을 위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 의사 표명 대 북한의 핵계획 포기 의사 표명’이라는 ‘말 대 말’로라도 합의하자며 ‘도덕성’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핵문제와 관련 누가 더 해결의지를 갖고 있으며 또 누가 더 적극적인 해결방법을 내왔냐는 데서 결정적인 비교가 되었다. 본래 미국이 다자회담인 6자회담을 통해 노린 것은 핵문제의 국제화였는데, 거꾸로 남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북한측의 명분과 합리성, 도덕성을 현장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또 미국의 무성의와 무대책을 목도한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참가국들의 반응

회담후 각 참가국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이 나왔다. 먼저 주최측인 중국은 ▲ 대화지속을 통한 이견조율, ▲ 차기회담 가능한 빠른 시일내 재개, ▲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 금지, ▲ 북핵 문제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 북한 안보우려 해소, ▲ 동시병행을 통한 해결 등 6개항을 요약발표하면서 6자회담의 성과를 나열했지만, 이는 주최국으로서의 체면치레용임이 곧바로 드러났다. 

또한 남한과 일본, 러시아 등 3개국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회담이 유익했으며 회담이 계속돼야 한다는데 모두가 합의했다”고 평가했으나, 이는 각자 이해관계의 산물이고 소망사고일 뿐 이번 회담의 근본적인 성과 여부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즉 중국은 6자회담의 중재자로서 앞으로도 계속 회담을 개최해 나가려는 것이며, 3개국은 6자회담 방식을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와 더불어 동북아의 새로운 안보틀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러기에 6자회담의 지속에는 이들 4개 국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셈인 것이다.

한편, 미국은 8월29일 6자회담이 끝나자마자 국무부 성명을 발표를 통해 북한의 핵문제를 다자간으로, 그리고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표쪽으로 진전을 이룩한다는 것, 즉 다자간 과정이 가치 있고 계속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하면서 자기들 본래의 회담방식인 다자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에 반해, 북한측은 8월30일 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은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의지는 전혀 없었으며 기존의 선핵포기 주장보다 더 후퇴한 날강도적인 요구조건을 노골적으로 들고 나왔다”고 하면서 “이러한 백해무익한 회담에 더는 그 어떤 흥미나 기대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라고 혹평하면서 “앞으로 미국이 계속해서 적대시정책을 추구해 나간다면 자주권을 고수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로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 임진각에서 열린 정전협정체결 50주년을 기념하는 '7.27 한반도 평화대회'    - 출처:통일뉴스 ]

향후 6자회담 재개는 가능할 것인가

2차 6자회담 재개 여부는 곧 1차 회담의 성패에서 비롯된다. 북미가 1차 회담에서 만족했다면 다음 회담은 자동적으로 재개될 것이다. 그러나 1차 회담은 실패한 회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번 회담이, 첫째 참가국 대부분이 처음에 상정했던 마지노선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둘째 무엇보다도 회담의 한 주체가 ‘백해무익한 회담’이었다고 혹평한 점에서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이번 회담은 참가국 대부분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회담전 참가국 대부분은 이번 6자회담의 목표를 ‘대화의 모멘텀 유지 필요성 공감’과 ‘차기 회담 일정 명시’로 잡았다. 그러나 차기 회담 날짜와 장소가 명확히 잡히지 않았으며 또 시간이 지날수록 모멘텀 유지의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회담 주체의 한편인 북한측이 불만을 강력히 표시했다. 북한은 이번 6자회담이 ‘탁상공론’이었으며 ‘백해무익한’ 회담이었다고 혹평했다. 이 역시 간접적으로 6자회담의 실패를 시사해 준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번 베이징 6자회담이 실패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음 회담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며 또 그래서 대화가 아닌 군사력에 의한 해결방식으로 곧바로 직결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번 회담이 실패한 것은 분명하지만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마저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으로 넘어간 공

분명한 것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2차 회담을 바라고 있으며 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6자회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1차 6자회담은 실패했지만, 양자가 여기서 결렬하지 않는다면 특히 미국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 이제 2차 6자회담의 부담은 전적으로 미국측이 지게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1차 회담에서 북한측이 성실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2차 회담에서는 미국측이 새롭거나 진전된 안을 내와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주목할만한 것은 중국측이 6자회담 직후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한반도 핵위기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다”고 압박하면서 이번 6자회담의 실패와 관련 ‘미국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번 베이징 6자회담후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이 2차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측과 견해가 나오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6자회담은 성과없이 끝났지만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마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회담의 재개 여부를 가를 공이 미국측 코트로 넘어갔을 뿐이다. 그 해답은 미국이 ‘새롭고 진전된 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2차 6자회담 개최를 위한 북미간의 새로운 차원의 물밑대화가 예측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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