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금속노조 활동, 희망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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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금속노동자들의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투쟁은 1998년 전국민주금속노동조합연맹·자동차연맹·현총련 등 금속 세 조직이 통합하여 금속산업연맹을 창립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금속산업연맹은 ‘금속산별노조 건설이 통합연맹의 조직과제’임을 분명히 하고 3년간의 논의를 모아 연맹대의원대회에서 산별노조 건설을 결의하고, 2001년 2월8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출범하게 되었다.

금속노조는 2001년 창립당시 108개 노조 30,795명이 참가했으며, 이후 2002년 구조조정으로 급격히 감소했지만, 신규 가입 5,003명과 2001년과 2003년 집중적인 조직전환으로 조합원 13,780명이 결합하면서, 2005년 7월 현재 183개 지회에 조합원 40,65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속노조의 조직 및 산별교섭 경과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다. 2001년에는 대각선교섭과 시기집중투쟁을 통해 과거의 기업별 단체협약들을 금속노조의 사업장 단협으로 승계시키는 한편 집단교섭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였다. 2002년에는 전년도에 쟁취한 집단교섭 합의를 바탕으로 전 지부가 집단교섭에 돌입했으며 그 힘으로 108개 사업장에서 ‘사업장을 넘어서는 기본협약’을 쟁취하였다. 이어 2003년에는 집단교섭·기본협약을 바탕으로 한국 노사관계에서 처음으로 중앙교섭이 이루어졌고, 중앙교섭과 통일투쟁의 결과, ‘기존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를 쟁취할 수 있었다.

2004년 들어서 금속노조는 3월25일부터 20차례의 교섭과 4차례 6일간의 총파업을 진행한 결과 7월6일 중앙교섭을 합의하고 지부집단교섭과 지회보충교섭을 마무리하였다. 금속노조와 관계사용자들은 2003년 첫 산별 중앙교섭에 이어 2004년에도 중앙교섭을 성공적으로 합의해냈으며, 또 “2005년 중앙교섭에는 사용자단체로서 임한다”고 합의한 데 기초하여 사용자단체 구성을 눈앞에 두는 등 금속노조 산별교섭이 정착단계에 들어섰음을 확인하였다.

금속노조의 2004년 중앙교섭 합의는 산별협약으로 나아갈 방향을 세우는 역할을 하였다. 2003년 중앙교섭의 경우,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를 합의하여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하던 산별노조의 상을 구체적인 희망으로 바꾼 한편, 기업별 울타리로 제한되어 있던 쟁의권을 산별로 확대하고 이를 합법화시켜냈다는 점이 중요한 의의였다. 또한 금속노조 2004년 중앙교섭은 단위사업장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을 넘어서 ‘손배·가압류 금지, 산별최저임금 보장, 산업공동화 대책마련’ 등 노동자대중의 계급적 요구를 전면에 세웠다. 이 내용들은 조합원만이 아니라 전 노동자에게 사회적인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이후 완전한 산별협약으로 나아가는 디딤돌로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만들어온 교섭의 합의들을 정비함으로써 이후 발전시켜 갈 산별협약의 체계적인 준비를 위해 진전시켰다. 산별협약과 사업장 단협의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형식적인 준비는 거의 마무리되었으며 이제는 산별협약의 내용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핵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2005년 중앙교섭의 경과와 평가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단체(준)의 2005년 산별 중앙교섭이 7월19일 18차 교섭을 통해 최종 의견접근에 도달하였다. 이렇게 2005년 중앙교섭에서 의견이 접근된 것은 4월12일 제1차 교섭을 시작한 이래 100여일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진행된 금속 노사의 중앙교섭 과정은 우리나라 산별교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선, 산별교섭을 안정화하기 위해 금속노조와 관계사용자들은 2002년 기본협약 합의를 통해 전국노사실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였고, 이어 2004년 중앙교섭에서는 사용자단체를 구성하여 2005년 중앙교섭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렇지만 사용자들은 2005년 중앙교섭의 전제인 사용자단체 구성이란 합의사항을 처음부터 어겼다. 사용자단체 구성은 노동조합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 스스로를 위한 것이며, 나아가 산별교섭의 주체를 세움으로써 한국 노사관계 전체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사측은 이런 노사합의 사항조차 지키지 않겠다고 나왔고, 이로 인해 2004년에도 그랬듯이 2005년 중앙교섭 역시 10차 교섭까지 두 달이 넘도록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야 말았다. 

결국 금속노조는 사측이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을 더이상 묵과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하고 지부별로 압력을 가하여, 합의사항을 지키겠다는 사측동의서를 6월3일 전체 지부에서 받아냈다. 그리고 지부별 사측동의서를 바탕으로 6월14일 제10차 중앙교섭에서 합의이행 확인서를 사측이 제출하여, 사용자단체 구성에 관한 합의이행 문제는 일단락을 짓고 본교섭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산별교섭의 파행은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2002년 기본협약을 체결하면서 금속 노사는 산별교섭 발전을 위해 사용자단체 구성과 산별교섭 추진방안, 산별고용안정위원회·산별임금직급체계개편위원회의 구성운영 방안을 전국노사실무위원회를 통해 다루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본 교섭에 들어가기 전에 교섭의제를 미리 제출하는 등 교섭진행 방안을 사전에 정비하기 위해 전국노사실무위원회를 운영해왔음에도, 사측은 월 1회 개최하는 전국노사실무위원회에 성실히 참석하기는커녕 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무산시키기 일쑤였다. 그리고는 중앙교섭이 10차례나 지난 후에야 사측 요구안을 제출하고, 노조가 이를 받지 않아서 교섭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등 2004년에 저질렀던 잘못을 여전히 되풀이하였다. 

결국 금속노조는 더이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6월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앙교섭에서 사업장까지 일괄로 조정을 신청하였다. 6월24일 중노위의 조정이 종료되자 그제야 사용자들은 교섭에 임하기 시작하였다. 6월28일 제12차 교섭부터 사실상 교섭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산별교섭의 집중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전에 전국노사실무위원회를 추진해도 사측은 성실히 응하지 않고, 교섭의 주체를 세우기 위해서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기로 노사 간에 합의했지만 합의사항조차 지키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사측의 모습들, 그래서 기업별 격차를 넘어서 사회발전을 위한 보다 생산적인 교섭으로 나아가자는 산별교섭의 취지는 고사하고, 막바지 시간에 쫓겨 흥정하듯이 교섭하게 되는 지리멸렬한 노사관계의 반복, 이것이 우리나라 산별교섭의 가슴 아픈 현주소라는 사실을 2005년에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지난 4월에 열린 금속노조의 첫 중앙산별교섭 - 출처 : 매일노동뉴스 ]

‘무늬’만 산별에세 ‘알맹이’ 바꾸는 중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해서 아니 갈 수는 없는 법. 금속노조는 산별교섭에 대한 사측의 준비부족을 감안하여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측의 계속되는 교섭해태를 극복하고 산별교섭을 진전시키기 위해 2005년 요구안을 중심으로 중앙교섭을 현장의 힘으로 밀고 나갔다. 그 결과 2005년 중앙교섭을 통해 금속노조는 사측과 함께 몇 가지 중요한 합의를 만들어냈다.

첫째는 2004년에 합의한 사용자단체 구성을 실제로 가시화하기로 하였다는 점이다. 잠정합의 때까지 사용자단체의 정관과 임원 구성 등 실질적인 추진을 완료하기로 하고 조인식 때까지 법인등록을 마치기로 하였다. 사측은 7월19일 제19차 중앙교섭에서 2005년도 노사간 잠정합의를 하면서, 금속노조 앞으로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 및 협약체계에 관한 사업’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중앙교섭 합의사항 준수’를 회원사의 권리와 의무로 하는 정관(안)을 제출하고, 또한 ‘8월 하순에 정관 확정과 임원 구성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9월초에 사단법인 허가신청’을 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 산별체제가 더이상 노조만의 일이 아닌, 노사 모두의 현실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둘째, 산별 차원의 고용안정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힘을 합치기로 하였다. 일상적인 구조조정으로 기업 차원에서는 더이상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안정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FTA추진 등 제조업공동화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노사가 힘을 모아 제조업공동화를 막을 방안 을 세우고, 노동자의 숙련향상 등 재취업 교육훈련에 대한 방안을 만들어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기대가 깨어진 이래, 고용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고용문제를 더이상 기업별로 내버려두지 않고 산별 차원에서 고용안정을 책임져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이와 함께 소위 “묻지마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노사간에 합의하도록 함으로써 부족하나마 보완장치를 마련하였다. 

셋째, 비정규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조합활동을 보장하도록 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정규·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차별적인 노동조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비정규·이주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거나 가입하면 계약해지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노조활동을 탄압해온 것이 현실이다. 이에 금속노조는 비정규·이주 노동자들에게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계약을 해지할 경우 고용을 보장하게 함으로써 비정규·이주 노동자들이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터져 나오고 있는 비정규·이주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와 투쟁에 하나의 활로를 열었다. 

아울러 불법파견으로 확인된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을 합의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사내하청지회들과 기아자동차사내하청지회, GM대우창원사내하청지회와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등 이미 정규직화 요구로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가고 있다. 

넷째, 2004년도는 비정규·이주 노동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산별최저임금을 처음으로 도입한 해였고, 금속노조의 2004년 산별최저임금(700,600원) 도입으로 2005년 법정최저임금(700,600원)까지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2005년 최저임금을 월 통상임금 765,060원(통상시급 3,280원 중 높은 금액 적용)으로 합의함으로써 2005년 산별최저임금 역시 법정최저임금을 선도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2005년 법정최저임금은 2005년 9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16개월간 적용하는 것이므로 1년을 기준으로 할 때 7.7% 인상률에 그치는 데 반해, 금속산별 최저임금은 2005년 9월부터 2006년 8월까지 12개월 기준으로 9.2%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다섯째, 사내급식을 할 때는 우리 쌀을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로써 현장에서 생산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담보하는 동시에 노동자와 농민의 연대를 위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금속노조의 3년차 중앙교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산별교섭의 정착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또한 그 내용에서도 기업별 노사관계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감으로써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 사용자단체 구성과 함께, 교섭시기만이 아니라 일상시기에도 전국노사실무위원회를 통한 정책개발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특히 기본협약·중앙합의 등 노사 간에 합의한 바에 따라 △산별고용안정시스템 구축, △산별임금·직급체계 개편방안, △산업공동화 대책, △발전적인 산별교섭 추진방안 등을 노사가 함께 마련해 가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보다 민주적이고 발전적인 노사관계로 발돋움해 나가게 될 것이다. 

현재 금속노조의 문제점과 희망

이상과 같이 발전되어온 금속노조 5년차인 현재,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고 이후 발전방안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때이다. 우선, 금속연맹 조합원 15만명 중에서 10만 이상을 포괄하고 있는 대기업노조들이 아직 산별전환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속연맹 조합원 15만 중에서 금속노조 4만을 제외하고는, 10여개 대기업노조가 10만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둘째, 금속노조 사업장 중에서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 삼호중공업, 효성중공업, 오리온전기 등 재벌대기업들은 여전히 금속노조를 인정치 않고 산별교섭을 거부하고 있고 체결권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대기업 노조들의 산별전환을 저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속노조와 하는 교섭·체결까지도 거부하며, 중앙교섭에서 주5일제 등을 쟁취해도 해당 사업장에서는 다시 빼앗겨버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 사업장들이 합의한 사항들까지 원하청 종속관계를 이용하여 바깥에서부터 가로막고 있다. 즉, 금속노조의 조직과 교섭·투쟁은 물론 사용자단체 문제까지, 산별전선 전체가 재벌 대기업에 의해 총체적으로 저지당하는 현실이다. 

셋째, 금속노조 183개 사업장 중에서 70여개 사업장이 해외투자·해외이전, 법인분리로 무노조·비정규 공장, 외주·아웃소싱·분사, 모듈화로 인한 구조조정, 폐업이나 희망퇴직 등 일상적인 구조조정에 휩싸여 있다. 이와 같이 일상화된 구조조정으로 금속노조 출범 후 4년간 두산중공업·오리온전기·영창악기·월드텔레콤·센추리·경한산업·청호전자·정관지회 등에서 반 이상의 조합원이 축소되어, 인원증가는 1,333여명에 불과한 반면 조합 전체로는 11,526명이 감소하였다.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구조조정으로 현장조직력은 위축되고 조합원들은 고령화되고 있어서 생활유지를 위해 장시간 노동에 빠져들면서 조합활동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또한 자본의 계속된 공격으로 투쟁이 장기간 지속되고 미전환노조들의 산별 불참으로 힘겨운 투쟁이 계속됨으로 인해, 간부들의 피로가 많이 쌓여 있다. 이로 인해 신분보장기금 등 재정상의 압박도 점차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몇몇 성과는 계속되고 있고, 새로운 희망이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과 사무직 노동자의 가입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들어 14개 지회 3천여명의 조합원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 및 기업별 노조 조직상의 한계로 인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 노동자의 가입 추세와 투쟁의 활기는 그 절박한 존재조건으로 인해 서서히 혹은 급격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체된 금속산별운동, 나아가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활력소로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대자본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한 금속노동자들 - 출처 : 금속연맹 ]

또 하나, 여전히 산별협약으로 발전해가는 데는 초보적인 단계에 있지만, 매년 계속되는 산별교섭·투쟁을 통해 주5일제·산별최저임금 쟁취와 산업공동화 대책 마련 등 한발한발 산별교섭의 틀과 내용을 갖추어가고 있다. 특히, 사용자단체의 구성을 강제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틀을 다지고 있다. 

지회를 ‘현장위원회’체계로 전환

금속노조의 문제점은 대공장노조들의 불참이고 재벌 대기업들의 산별노조 거부에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 내부 모습에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교섭과 투쟁에서 몇몇 주요과제를 중심으로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임금인상과 사업장별 보충요구가 조합원의 더 큰 관심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소한의 조합비는 납부되고 있지만 각종 기금에서는 지회 규모에 따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여전하며, 대의원대회에서 전임인력의 3분의 1을 배출하기로 결의하고 또 2004년 지부교섭을 통해 조합 전임인력을 추가 확보했지만 여전히 본조-지부로 인력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금속노조 안팎을 포함하여 민주노조진영의 산별운동에 대한 의식이 견결하지 못하고 엄혹한 신자유주의 현실에 비해 그것을 돌파해나갈 실력이 그다지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현재 금속산별운동의 보다 큰 원인이 있다. 지난 4년간의 사업을 통해 지부를 일상 활동의 중심기관으로 세워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전임인력들이 사업장에서 지부·본조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대공장노조가 들어오지 않은 현재의 금속노조 대해 산별노조로서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이면에는 스스로 산별노조를 만들어간다는 인식과 의지가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장조직력은 위축되어 있고 기업별체제로 유지·회귀하려는 원심력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 어떻게 해야 산별운동을 힘 있게 다시 세워낼 수 있을 것인가? 

기업별 관행을 극복하고 원심력을 차단함으로써 산별운동을 다시금 힘 있게 세워내기 위해서는 첫째, 사업장 단위를 뛰어넘는, 산별노조에 걸맞은 통일적인 조직 운영과 교섭·투쟁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하고 둘째, 이를 보다 안정되게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산별노조에 고유한 제도개선을 추진해나가야 하며 셋째, 이를 추진해나갈 활동가 부대를 조직하고 훈련·양성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지회체계가 기업단위로 편제되어 있는 데서 제반 문제들이 파생된다고 할 때, 근본적인 대책은 사업장별로 편제되어 있는 지회체계를 현장위원회 조직체계로 발전시켜가야 한다. 이러한 현장위원회는 ‘사업장을 넘어서는 조직운영 체계’이며 동시에 ‘2007년부터의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에 대응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현장위원회는 우선 사업장 규모에 따라 조합원 30명 내외 당 1명의 현장위원을 직접 선출하고 지부에 소속된다. 이렇게 선출된 지부 소속의 현장위원들은 각 사업장 현장위원 총회에서 대표를 뽑아서 지회장의 직책을 가질 수 있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는 필요한 만큼 지회임원을 배치할 수 있다. 또 본조 임원과 각급 대의원 후보에 대해 추천권을 가지고, 지부임원에 대해서는 불신임에 관한 회부 혹은 결의를 할 수 있다. 현장위원들은 지부교섭위원을 선임하고 사업장보충교섭을 담당할 교섭대표를 선정할 수 있으며, 사업장별 조직관리·여론수렴·교육훈련을 담당하고 사업장 단위 고충처리 등 산별노조의 일선 활동을 담당한다.
이와 같은 현장위원회로 재편해가기 위해서는, 첫째 기존 관행대로 전임자임금 지급을 보장할 것, 둘째 각종 위원과 조합원들의 활동시간·교육시간을 총괄하여 그대로 보장할 것 등을 2006년까지 교섭·투쟁을 통해 확보해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한 전임자와 활동·교육 시간을 총괄해서, 지부 상근시간과 현장위원 활동시간으로 배정하는 등 현장위원회 조직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핵심은 현장단위가 사업장을 넘어서 지부 차원으로 조직되는 것이며 또한 지부를 중심으로 일선 사업장에서 노동조합활동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장위원회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급히 그 추진에 착수하는 것이다. 

한국의 산별은 ‘지부교섭’ 강화가 절실

또한 교섭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금속노조는 본조·지부·지회의 조직체계로 되어 있다. 교섭체계는 중앙교섭, 지부교섭(집단교섭)의 2중 체계로 운영하고 있고, 지부교섭 하에 사업장보충교섭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협약체계는 본조 차원의 중앙협약과 지회 차원의 사업장 단협의 2중 체계로 되어 있으며, 지부협약은 단지 합의서 형태를 과도적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조직·교섭·협약 체계 하에서 조직방침은 정책은 본조를 중심으로 하고 일상사업은 지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부의 중심성을 강화하는 조직방침에 따라, 교섭권의 위임범위를 지부임원까지 제한하는 것을 교섭방침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교섭 방침의 핵심은 기업을 넘어서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에 있다. 반면 이 구조로 인해 교섭·투쟁의 기간이 늘어지고 이 과정에서 간부들의 피로도가 쌓이는가 하면, 교섭권 위임범위를 지부임원까지로 제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지부의 권한이 강화되어 왔지만 반대로 오리온·INI·두산중공업 등 대기업지회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오거나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점에 대한 대표적인 문제제기는 “수십 년간 사업장별 격차가 벌어져 있는 현실을 무조건 묶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 최대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만큼 즉, 업종별로 묶는 노조를 만들어야 우리 노동운동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또 조합내에는 “협약체계가 중앙협약과 사업장 단협으로 가듯이 교섭체계 역시 중앙교섭과 사업장교섭을 중심으로 운영할 때 늘어지는 교섭기간이나 대기업지회들의 반발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이 일상활동 속에서 제기되곤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금속노조가 발전해 온 원동력이자 최대강점은 ‘사업장을 넘어선’ 지부 중심의 교섭·투쟁으로부터 나왔다. 반면 서구 산별노조들이 사업장 단위로 교섭하는 것은 이미 산별조직의 중심성과 산별협약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며, 그런 사회 환경과 법·제도 하에서 사업장교섭이 진행되고 사업장협약이 체결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기업별 조직·교섭과 사업장 단협에서 산별조직과 산별교섭·산별협약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기업별 관행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며, 조직운영의 과정에서 특히 교섭권 위임의 범위를 기업을 넘어선 단위로 제한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향후 교섭체계를 보다 통일되게 발전시켜가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부를 중심으로 한 지회들의 통일단결 정도와 사측에 대해 강제할 능력, 중앙협약·사업장 단협의 통일적인 발전 정도, 이렇게 세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전제로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조직 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즉, 중앙교섭-지부교섭 체계 하에서 지부교섭은 짝수 년도의 경우 각 사업장의 단협들을 금속노조 통일단협으로 모아내는 데 집중하고 홀수 년도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교섭·투쟁 하는 방안, 그리고 중앙교섭의 경우 산별고용안정시스템·비정규노동차별철폐·임금직급체계 개편 등 전략적 요구를 중심으로 추진하면서 기본협약·중앙합의서와 지부합의서, 통일단협을 산별협약의 통일된 협약체계로 모아나가는 방안 등을 중심으로 조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복수노조 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정부가 제출하고 있는 소위 로드맵은 갖가지 악법 조항들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10여 년간 산별체제로 발전하고 있는 노사관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채 여전히 기업별 체제를 기초로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산별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기업 내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데 혈안인 천민자본주의 현실에서, 산별체제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교섭창구단일화 방안 등 현재의 로드맵은 자체로 기업별 교섭을 옹호하고 산별노조 무력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2007년 복수노조 체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조직의 명운을 걸고 대응해야 하며 ‘산별체제 확립을 위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긴급히 전체 노동자의 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나마 시작되고 있는 산별체제가 로드맵에 의해 다시 와해될 위기에 있기 때문이고, 비정규입법 쟁취 역시 비정규 노동자들의 조직화 즉 기업을 넘어선 산별체제가 확립될 때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2005~6년 현재 필요한 것은 ‘2007년 이후 정세 조건에서도 산별체제를 굳건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산별체제를 굳건히 할 수 있는 토대는 무엇인가? 첫째 전체 차원에서는 로드맵 대응투쟁을 하는 가운데 특히 산별체제의 법제화 요구와 투쟁에 힘을 실어야 하고, 둘째 중앙교섭을 통해서 산별고용안정시스템 등 산별노조의 물적인 토대를 사측으로부터 쟁취해내야 하며, 셋째 조합 내부로는 활동가의 조직적인 훈련양성과 함께 산별노조에 걸맞은 제도정비에 힘을 쏟는 일이다. 
특히 산별체제의 법제화 요구와 투쟁은 산별체제를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재편해나가는 것이며, 이것은 산별협약이 사업장협약에 우선한다는 조항, 협약의 일반적 구속력 조항 등 ‘산별적인 단체협약법’을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전 조직의 힘을 실어 투쟁을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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