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노동부장관 발언과 노동시간 단축 논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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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노동부장관 발언 

5월 30일, 김호진 노동부장관은 노사정위원회 근로시간 단축특위 위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같이 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노사정 합의를 도출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논의 결과를 토대로 금년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연내 입법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정부가 금년 중 입법 추진 방침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근로시간 제도개선 논의가 급진전될 전망이며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종료되면 정부의 제도개선안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노동부장관의 이 날 발언 및 노동부 발표내용은 주목할 여지가 있다. 
첫째, 노동부가 연내 입법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근로시간 단축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이다. 실상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작년 10월 2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기본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이후, 세부 쟁점에 대한 논의 탄력을 주었다기보다는 도리어 잃어버려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비켜서 있었다. 먼저 합의 이후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경총은 올해 2월 9일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와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문제 협상에 집중했다. 이에 반해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민주노총은 '개악 저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논의의 진전'이 아니라 '논의의 저지'가 관심사였다. 더욱이 2월 16일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발생하고, 여기에 4월 11일 대우자동차 조합원에 대한 경찰의 과잉·폭력 진압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주노총은 모든 역량을 여기에 집중했다. 또한 IMF 사태 이후 급증해온 비정규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저항이 곳곳에서 이루어지면서 비정규 노동자 문제가 노사관계의 가장 큰 사회 쟁점으로 급격히 부각되었다. 이런 가운데 1997년 말 IMF 사태 이후, '일자리 나누기'와 '삶의 질 개선'의 유력한 방안으로 여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아왔던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작년 10월 23일 기본 합의를 정점으로 탄력을 잃으면서 '죽은 이슈'처럼 취급되었다. 

둘째, 입법 추진방식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노사정 합의를 도출해줄 것"을 노사정위원회에 요청하면서도, 노사정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정부(노동부) 주도로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노사정위원회 합의 결과'가 아닌 "논의 결과를 토대로 금년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는 노동부장관의 발언이나 '노사정위원회 합의 종료'가 아닌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종료되면, 정부의 제도개선안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노동부 보도자료 내용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가오는 선거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정부의 일관된 방침은 '노사정위 합의를 통한 입법 추진'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에 '연내 입법 추진'에 중점을 둘 것인가, '노사정위 합의'에 중점을 둘 것인가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후자의 입장이 관철되었다. 이런 점에서 노동부장관의 5월 30일 발언은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향후 전망과 관련해 충분히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노동부장관이 이러한 발언을 한 데에는 정부·여당 입장에서 볼 때,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올해 안에 처리하지 못하고 끝내 임기를 넘길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현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로 설정해 그 추진을 약속한 문제이다. 따라서 만약 임기를 넘긴다고 할 때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계 및 야당의 공세에 대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아가 대다수 OECD 국가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2,000시간 미만인 상황에서 연간 2,497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은 '일자리 나누기' 차원이든 '삶의 질 향상' 차원이든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내년은 각 정당으로서는 사활을 건 지방자치제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있어, 노사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처리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다. 따라서 노사정위 합의를 통한 추진이든 정부의 주도적 추진이든 김대중 정부 하에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시기는 올 하반기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마 올해를 넘긴다면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노사정위원회 평가 문제와 함께 여야간 쟁점으로 넘어가면서 차기 정권인 2003년 하반기나 2004년 상반기에 재차 추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부장관의 5월 30일 발언 및 노동부 보도자료 내용은 노사정위 합의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일정한 시점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사정위 논의를 종료하고, 이 논의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제도개선안을 가시화해 정부 주도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노동부의 전략적 선택'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5월 30일 노동부장관의 입장 표명이 있자, 노사정위 근로시간단축특위는 이날 오후 전체 회의를 개최, 향후 특위 운영방안을 논의해 "노사정 각 1인씩 3명 및 6명의 공익위원으로 실무소위원회를 구성해, 6월중 쟁점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를 하고, 특위 차원의 활동보고서를 작성해 7월 초순의 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노사정위 본위원회에 보고"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노동부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10·23 합의의 여전한 쟁점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6월 들어 노사정위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재차 탄력을 받으면서 6월 말까지 9인 실무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쟁점을 보다 압축하면서 합의를 위한 막바지 시도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가? 

지난해 5월 노사정위원회에 특위가 구성되어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노동계 의제가 아닌, 국가적 의제로 본격 논의한 지 1년이 지났다. 특위는 그동안 29차례 회의와 국내외 실태조사,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제반 쟁점들을 충분히 검토했다.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가까이 지켜본 입장에서 말한다면, 이러한 논의는 매우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23일 근로시간 단축의 기본방향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실상 10월 23일 합의는 기본방향에 합의하긴 했지만, '시작이 반(半)'이라는 말 이상의 중요함을 갖고 있다. 먼저 주40시간제, 주5일제 도입에 합의를 함으로써 1997년 말 IMF 이후 3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계가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서 도망(?)갈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둘째,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동계가 가장 우려했던 임금삭감 문제와 관련해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합의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생활수준'은 '임금수준'을 의미한다고 회의록에 기록되어 있다. 다만 임금을 보전하되 그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많은 논란거리가 있지만, 단축일정과 관련해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업종과 규모를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단축하고,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과 함께 "휴일·휴가제도를 국제기준에 걸맞게 개선·조정하고, 실제 사용하는 휴일·휴가 일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지난 10월 23일 합의 이후 탄력을 잃으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특위의 논의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특위는 올 3월부터 공익위원들이 주도성을 발휘해 노사간 쟁점을 압축해 조율하기로 하고, 쟁점을 8가지로 나누어 공익위원이 각 쟁점에 대해 의견을 복수로 제시하고 이에 기초해 밀도 있는 논의를 해왔다. 8개 쟁점은 ① 초과근로시간 축소방안, ② 근로시간 적용특례, 제외 개선방안, ③ 근로시간 탄력화 문제, ④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주휴제 개선방안, ⑤ 연월차 휴가제도 개선방안, ⑥ 생리휴가제도 개선방안, ⑦ 근로시간 단축일정, ⑧ 공공부문의 역할 등인데 그동안의 논의를 통해 노사간 공감대를 상당히 넓혀 왔다는 평가이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일정 및 월차휴가의 폐지와 연차휴가와의 통합 문제, 생리휴가의 처리 문제, 미(未)사용휴가의 임금지급 문제 등 휴일휴가제도의 개편과 관련된 사안들이 핵심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불참한 합의는 가능한가

따라서 민주노총이 빠져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논의 진척 정도와 노사간 공감대를 고려할 때 노사정위 합의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노동계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첫째, 근로시간 단축을 국회에서 입법화하는데 노사정위 합의를 거치든 그렇지 않든 '교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난 10월 23일 합의로 주5일제 도입 여부 자체가 논란이 아니라, 이에 따른 단축일정과 휴일휴가제도 개편 등이 쟁점이다. 즉 주5일제 도입으로 52일(8시간으로 계산할 때 26일)의 휴일을 확보하는 가운데 휴일휴가제도의 개편을 통해 얼마를 '양보'하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은 주5일제 도입 이외의 모든 논의를 '근로조건 개악기도'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영계의 존재와 입장을 떠나 현실성도 없을 뿐더러 국민적 설득력도 없다. 가령 다음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휴일휴가제도를 일체 손대지 않고 주5일제만 도입할 때 생리휴가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의 휴일휴가일수를 갖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 노동계로서는 실제 사용휴가일수가 작다거나, 이는 저임금에 기인한 것이라는 등의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으나 설득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노동계가 요구하고 제기한 사항인 만큼 이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노동계의 판단과 역량에 달려 있으며, 주40시간제를 실질적으로 입법화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총역량을 집중하여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교환'이 불가피할지라도, 교환의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교섭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교과서적 원칙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 내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정부의 입장 개진 없이 노사정위 합의만을 요구하는데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사 양측의 교섭력은 더더욱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근로시간 단축논의는 노동계의 투쟁력이나 교섭력의 뒷받침 없이 이루어져 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작년 5월부터 근로시간 단축논의가 본격화된 데에는 노동계 투쟁, 특히 작년 상반기 임투 과정에서 총파업을 내세운 민주노총 투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배경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내의 근로시간 단축논의에서 빠진 상황에서 실제적인 논의와 교섭은 한국노총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87년 이후 투쟁을 주도해 왔던 민주노총은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지 못한 채 장외에서 한국노총의 타협가능성을 경계하며 '개악 저지'를 외치는 투쟁을 전개하여 왔다. 그러다 보니 민주노총의 투쟁은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교섭력을 증대시키기보다는 운신의 폭을 좁히는 역할을 하여 왔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합의에 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교섭이 투쟁에 의해서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 논의의 역동성도 없고, 더욱이 조직적 경쟁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일체의 타협 또는 교환을 '개악 기도'라고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합의에 응한다'는 것에 대해 필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일각에서는 주40시간제, 주5일제 도입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면서 휴일휴가제도 등의 일정한 개편을 수용하면서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공세를 정면돌파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조직의 이해득실 계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일각의 주장으로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3자 합의 없는 정부 주도 입법은 가능한가?

이런 예상대로 노사정위 근로시간단축특위가 6월 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일단 특위는 이미 결정한 대로 7월 초에 활동보고서를 노사정위 본위원회에 제출하게 될 것이다. 이 때 노사정위 본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바도 없다. 

우선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특위에 논의 연장을 요청하는 방안이지만, 이는 다른 대안이 없을 때 단지 시간을 끄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와 함께 지난 2월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 및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문제처럼 노사정의 고위급(차관급) 책임자가 참여하는 협상단을 꾸려, 시간을 갖고 보다 밀도 있는 협상을 전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노사정위 합의 없이 정부 주도로 입법을 추진할 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방안 또한 앞서 언급한 노총의 조직적 고민을 풀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노사정의 고위급 책임자가 참여하는 협상단을 꾸리는 절차를 선행하든 말든지 간에 근로시간단축특위를 포함한 노사정위 논의를 종료하고 정부에 공을 넘기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노사정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금년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는 노동부장관의 5월 30일 발언이나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종료되면 정부의 제도개선안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노동부 보도자료의 문맥만을 보면 바로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마지막 경우 노동부가 “노사정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금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때도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 첫째는 노사정위 근로시간단축특위 공익위원들이 공익위원 단일안을 제출하고, 노동부가 이를 존중해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이고, 둘째는 공익위원들이 단일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말 그대로 ‘논의 결과’를 토대로 개정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있어, 후술하겠지만 개정안의 가시화 과정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노사 단체의 문제제기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와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의 수를 취하든 노사정위 합의 없이 정부 주도로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문제인데, 첫째는 정부 개정안의 가시화 및 국회 제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사의 반발 및 이로 인한 정부여당의 부담 문제이고, 둘째는 현재의 국회 여건상 노사단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노사정위 합의 없이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먼저 첫째 문제와 관련, 정부 개정안이 공익위원 단일안을 존중한 것이든, ‘노사정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새롭게 만든 안이든 노사의 입장을 절충하는 형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그럴 때 노사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먼저 근로시간 단축에 부정적 또는 소극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경영계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노사정위 합의 없이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되, 개정안 제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때 정부안 작성 과정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치열하게 로비를 전개할 것이다. 특히 경제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영계의 입장에서는 이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한편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노동계 참여자였던 한국노총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에 찬성은 하겠지만, 그 안의 내용을 가지고 투쟁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이다. 특히 논의와 협상의 영역을 벗어나 정부 주도의 개정안 마련 및 국회 심의를 두고 경영계의 로비 및 민주노총의 투쟁이 어우러지는 상황 속에서 한국노총 또한 보다 원칙적인 투쟁의 당사자로 참여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노총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입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노사정위 논의에 맡기지 말고 정부 주도로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논의와 협상의 국면에서 빛을 내지 못했던 ‘근로조건 개악 없는 근로시간 단축’의 깃발을 높이 치켜세울 것이다. 
 

정부·여당의 ‘전략적 선택’?

필자는 이 반발과 대립의 파고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계로서는 당연히 ‘총파업’을 배수진으로 칠 것이다. 경영계 또한 경제여건의 어려움 등을 내세워 근로시간 단축 자체를 연기하자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1년이 넘는 오랜 논의 과정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 방안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반발과 대립의 파고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1997년 말 IMF 이후 몇 년을 거치면서 우리의 노사관계 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최근 울산 효성과 여천 NCC의 파업 양상과 이에 대한 경영계의 태도는 마치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필자가 이를 강조하는 것은 그러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와 같이 격렬한 반발과 대립이 발생한다고 할 때 여야를 망라한 ‘우리의 국회’가 이를 처리할 능력이 있는가에 있다. 공동여당은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지만, 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지난 모성보호법 국회 심의 과정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노동문제와 관련해서 자기정체성이 분명한가?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은 노사정위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노사정위 합의를 거치기 전에 국회에 제출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의 분열을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대통령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 근로시간 단축처럼 노사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를 처리하려고 할 것인가? 필자의 판단은 매우 부정적이다. 

따라서 노동부장관의 5월 30일 발언은, 정부의 주무부처 책임자로서 정부개혁과제로 설정했던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평가받아야 하나, 노동부의 ‘전략적 선택’을 넘어서 정부·여당 전체의 ‘전략적 선택’으로 채택될 것인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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