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만원 받고 일할래 정리해고 될래?

[ 1월14일 성수동 GM 매장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노조 ▷ 대우자동차판매노조 ]

43만원 받고 살아라?

2001년 10월21일 대우자동차 인수입장을 밝힌 GM은 대우자동차판매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고 본계약 체결에 앞서 추가 협상을 통해 판매망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우자동차판매(주)는 수익성을 높여 회사를 GM에 팔기 위해 자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회사는 10월24일 임단협 24차 교섭 때 임금체계 개편안을 제시했고, 이때만 해도 정리해고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SR(Sale Representative) 동의서'로 불리는 회사의 개편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직영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하던 월평균 170만원의 기본급을 43만원으로 낮추고, 자동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주는 12∼15만원의 성과급을 35∼40만원으로 올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신 새 임금체계에 적응하도록 6개월 동안 월40만원 정도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회사는 11월23일부터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4천명인 직원을 3천명 이하로 감축할 계획도 세웠다. 회사는 노조가 SR동의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독자적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받고, 희망퇴직 및 거점폐쇄 등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12월7일 회사는 노조에 공문을 보내 "회사가 워크아웃 상태에서 직영부문 적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223억원에 달했다"며 "고비용·저효율 판매구조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 뒤 미진한 부분에 대해 내년 1월초 정리해고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런 조치를 취하는 이유로 직영사원 1명당 월 평균 판매대수가 대리점의 65% 수준인 2.3대에 그치기 때문에 워크아웃 상태에서 직영부문 적자가 올 상반기만 223억원에 이르고, 연간 450억원 적자가 나는 상황을 들었다. 그 결과 520여명이 희망퇴직했고, 1천50여명이 SR동의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1월7일 회사는 동의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565명 중 판매실적 등을 토대로 393명을 추려내어 정리해고 신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법대로' 하자면서 불법 자행하는 회사

노조는 지난해 11월21일∼23일 임금체계 개편안 철회, 현 경영진 전원 퇴진 등을 요구하며 1차 상경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회사는 우선 SR동의서를 수용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노조는 12월1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여 현재(1월25일)까지 계속하고 있다.

회사가 개별적으로 동의서도 받고, 희망퇴직도 시행했지만 임금체계 개편 동의서 제출비율이 80∼90%까지 올라가면 정리해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밝힘으로써 사실상 SR동의서 서명이냐 정리해고냐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면 SR동의서를 받아들이는 것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에 해당되는 것일까. 노조의 판단은 아니올시다다.

왜냐하면 기본급 43만원을 받고 일하라는 것은 회사를 떠나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7∼10년 이상 일해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43만원을 받고,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한다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며, 동의서를 쓴 사람도 결국 열악한 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조는 SR동의서 서명여부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인지도 문제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회사가 1월7일 노동부에 신고한 정리해고 이유는 경영상의 이유였다. 그리고 회사는 경영을 그렇게 어렵게 만든 요인이 바로 직영지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 노조가 1997년이래 월별 직영지점 대리점수 현황과 월별 직영사원 현황, 그리고 판매대수현황 자료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회사로부터 받지 못했다. 워크아웃 이후 현재까지 신규 대출없이 매년 채무를 상환해왔고, 2000년에는 597억원, 2001년 3/4분기에는 400여 억원의 흑자를 낸 자료를 제시하면서 직영점의 상황만을 들어 경영상 긴박하다고 정리해고를 신청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심지어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공문만 연이어 보냈을 뿐 노조와 협의하기 위한 어떠한 자리에도 나오지 않았다. 법대로 하겠다며 정리해고의 법적 절차를 밟고 있지만 사실 회사가 '법대로' 하고 있는 것은 정리해고 신청서를 노동부에 제출한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덧붙여 노조는 회사가 직영지점의 적자를 주장하는데 오히려 회사가 거래질서 문란행위를 조장 및 방치함으로써 이런 결과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차를 한 대 팔 경우, 대리점 직원은 7%의 프리미엄을 받고, 직영직원은 일정액의 능률수당, 차등수당(10∼15만원에 불과하다)을 받는다. 문제는 대리점 직원이 7%를 다 받지 않고, 일부를 떼어 그만큼 차를 싸게 파는데 있다. 각종 추가 서비스를 통해 대리점 직원이 2∼3년에 걸쳐 만들어온 고객을 빼앗아 가는 행위는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럴 경우 징계를 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대리점 위주의 정책에 따라 이를 방치해 왔다.

이외에 직영 조합원들의 판매실적을 고의로 낮추기 위해 회사는 비공식적으로 비조합원과 조합원에게 각기 다른 판매조건을 제공해 왔으며, 조합원이 있는 영업소에는 각종 부당노동행위(노조탈퇴 강요 등)를 일삼으며 조합원들이 영업에 전념하지 못하게 해왔다. 이러한 연유로 대우자동차판매(주)는 1997년 이후 계속적으로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있었으며 1998년에는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으로 낙인찍혀 당시 4대 재벌기업 중 유일하게 노동부의 대대적인 특별감사를 받은 바 있고, 국정감사와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도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SR동의서가 노조의 존립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SR동의서에 서명한 직원들은 퇴사한 후 재입사하는 형식을 거는데 성과급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노조가입이 예전과 같을지, 그리고 회사에서 이를 내버려둘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노조는 1월25일부터 서울지역 4개 판매본부 사무실 동시 점거농성을 전개했다. 신답, 화정, 분당, 방화 등의 사무실을 기습 점거한 노조는 하루동안 점거농성을 벌인 후 26일 오전 자진 해산했다. 그러나 2월7일로 예정된 정리해고 통보를 막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영업본부 집회와 1인 시위, 경영진 비리 폭로 및 국내단체와 함께 GM에 항의서한 전달 등 국제연대도 준비하고 있다.

임금 개악안 백지화를 위해

누가 봐도 회사의 경영상 긴박하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지만 문제는 이미 회사가 정리해고를 신고했고, 누구를 선정했는지도 모르는 채 2월7일 정리해고 개별통보를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도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들이 있었다. 계속 투쟁을 외치는 노조 집행부의 전술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일부 조합원들과 생활상의 어려움 때문에 800명이던 조합원이 현재 450명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물론 함께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노조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40일 넘게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내팽개치다시피 한 가정에 대한 염려와 정리해고를 목전에 둔 안타까움으로 갑갑한 심정이다. 노동조합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방법으로 회사의 입장을 바꿔낼지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편 금속산업연맹에서는 대우자동차판매 문제를 대우자동차 문제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점에서 연맹이나 총연맹도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2월7일까지 임금개악안 백지화와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하겠지만 회사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현재로서 특별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연맹은 GM이 대우자동차와의 본 계약을 앞두고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자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는 걸 볼 때, 대우자동차판매에서도 정리해고자가 생기는 건 GM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모든 것을 GM에서 요구해서 진행했다는 회사의 말과는 달리 GM은 세부적인 것까지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회사와의 교섭에서 좀더 나은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선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서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사실 구조조정과 여기서 파생하는 정리해고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상급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는 투쟁 노선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 결과 구조조정 투쟁은 주로 단위 노조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이런 흐름은 대우자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대우자판의 정리해고 투쟁은 노동운동 진영에 상급단체 역할의 강화, 산별노조 건설의 시급함, 정리해고 같은 중요 의제를 다룰 사회적 대화 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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