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의 노동정치 평가 및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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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제목: 
-제93차 노동포럼-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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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강인석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정치국장,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토론: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사회: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일시: 2012년 4월 26일(목) 오후 4~7시
장소: 서울 서대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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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제93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4월11일 총선이 끝난 지 보름쯤 되었는데, 그 사이에 여기저기서 평가 토론이 많았습니다. 차별성을 갖기 위해 우리 연구소는 중범위 수준에서, 노동조합 조직 차원의 평가를 기획했습니다. 더 많은 조직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가장 흥미로운 평가를 해주실 만한 지역과 산별의 사례 하나씩을 섭외하게 됐습니다. 발표는 강인석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정치국장님과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님을 모셨습니다. 토론은 김윤철 교수님이 수고해주시겠습니다. 그럼 발표를 듣겠습니다.

[발표1]

강인석: 반갑습니다. 제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정치국장을 하지만, 주로 활동하는 데는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일반노동조합입니다. 경남일반노조는 전국에서 비정규직들이 최대로 조직되어 있는 곳입니다. 비정규직 조합원이 대략 2천4백 명 정도인데, 그 중 다수가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 ‘사장’이 곧 도지사고 시장이고 군수고 그렇습니다. 정치활동이 대단히 중요한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셈이죠.

이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번 선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흔히 이번 결과에 대해 실패라는 표현을 쓰던데, 저희는 ‘참패’라고 하고 있습니다. 참패이긴 하지만 경남지역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해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뼈아픈 성찰의 계기였죠. 다음으로, 지난 10여 년간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면서 했던, 다른 지역 분들과도 함께 나눌 만한 경험들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경남지역을 ‘대한민국 진보의 중심’, ‘진보의 1번지’라고 표현했는데, 이게 얼마나 건방진 것이었는지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최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했다는 평가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저희 입장에서 봤을 때 지난 10여 년 동안 쌓인 풍부한 경험들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초상집이 된 ‘진보정치 1번지’

그럼 본격적으로 평가하기에 앞서 경남지역의 특징과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경남지역 진보정치의 출발점은 창원입니다. 지금은 마산, 진해와 통합해 110만 명의 도시가 됐는데, 예전에는 인구 50만 명의 도시였죠. 아시다시피 창원은 대기업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고, 그 중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2만 명가량 됩니다. 2001년 권영길 의원이 민주노동당으로 처음 출마를 해서 떨어지면서 진보정치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할 수 있고, 지금은 적어도 창원(을)에서는 권영길 의원도 재선되고 도의원들과 시의원들을 진보정당이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거제입니다. 거제는 인구가 30만 명 정도 되는데, 역시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이 몰려 있는 도시입니다.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은 아직 배출하지 못했지만, 도의원과 시의원은 상당수 배출했죠. 이렇게 창원과 거제를 중심으로 진보정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경남지역 다른 시군 전체로 확대되고, 시의원과 도의원이 다수, 전국 지자체에서 제일 많이 당선되면서 경남을 ‘진보정치의 1번지’라 자임해왔습니다.

현재 진보정당 당원 수가 1만 명 정도입니다. 국민참여당 당원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8천명 정도였죠. 그 중 과반 이상이 노동자 당원입니다. 민주노총과 당, 그리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면서 지난 10년 동안 경남에서 진보정치를 해왔습니다. 원래 경남지역은 새누리당, 과거 한나라당의 아성이라고 할 정도였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진보정치를 통해 지금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약 6대 4의 비율을 이루고 있습니다. 2008년 민주노동당이 분열한 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그런 것들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나타났지만, 지금과 같은 지형을 만들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실천이 있었죠. 민주노총 지역본부 중에 정치국장이 있는 곳은 적어도 작년까지는 경남지역본부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경남지역 정치활동이 왕성한 편입니다. 사업장 내에서도 정치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시민봉사단 등 일상적인 정치활동도 여러 가지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10여년의 노력이 이번 총선에서 꽃을 피워야 하는데, 꽃을 피우기는커녕 전체 진보진영에게 또 지역의 진보적인 정치세력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는 거죠. 이번 선거 끝나고 지역 분위기가 일주일 동안 초상집이었습니다. 경남지역에서 이번 총선을 준비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로 잡은 게 진보정당 5석입니다. 그런데 결과가 제로로 나왔으니 초상집 분위기가 된 거죠. 그래도 어쨌든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13석, 민주통합당 1석, 무소속 1석, 그리고 진보정당 0석으로 나왔지만, 득표율 같은 지표들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창원의 경우, 이전에는 창원(을), 성산구를 중심으로 진보정치가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이번에는 창원(갑) 선거구에서도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후보로 나가면서 상당한 득표를 했죠.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경남지역 모든 지역구에, 물론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예선 탈락한 경우도 있지만, 진보정당이 후보를 냈다는 점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경남지역 전체를 보면 진보정치가 일정정도 약진을 했다는 평가를 합니다. 선거 과정에서도 저희들이 실제로 상당히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그 결과 200명 이상이 당원으로 가입하기도 했죠. 

호응이 좋았던 "나는 국회의원이다!"

어떤 일들을 했냐면, "나는 국회의원이다!"라는 선전물을 5,000부 뿌리면서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실제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하겠는가를 묻는 활동을 했고요. 또 1노조 1정치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는 연극을 만들어서 순회공연을 하고, 정치교육을 했습니다. 대략 60여 군데 사업장을 돌면서 전 조합원 정치교육을 실행했죠.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선거에 나오는 진보진영의 거의 모든 후보들과 민주노총이 정책협약식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실제 당선은 안 됐지만, 우리 의제와 정책이 후보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한편, 경남지역의 선거활동에서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실천단입니다. 과거에는 ‘정치실천단’이라 했는데, 이번에는 ‘진보실천단’을 꾸려서, 연인원 1천여 명이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선거기간 보름 동안 많은 이들이 1일 연차휴가를 내고 실천단으로 활동을 했죠. 이는 경남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경험 중 하나입니다. 또한 지역본부 차원에서 ‘노동자 정치신문’을 발행하는 곳은 경남지역이 거의 유일한데, 이 '경남노동자 신문'을 유인물들과 함께 한 24만 5천부 정도를 배포했습니다. 이 신문을 통해 노동자 정치의식의 각성을 유도하고, 진보정당 후보 선전 등의 사업을 했죠. 선거운동 기간에는 전체 가맹조직이 일상활동을 중지하고, 연맹별로 정치활동에 몰두했습니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평가를 해보면 이번 4․11 선거에서도 성과가 있습니다. ‘참패’라고 해서 모든 것을 무위로 돌리고 ‘이제 진보정치는 끝났다’고 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남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한계이고, 또한 전체 진보정치의 한계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물론 선거 과정에서 벌인 오류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전체 진보정치의 기대에 부흥했을 수도 있는데, 저희들이 악수나 자충수를 둬서 창원과 거제에서 당선되지 못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성과와 한계, 오류로 나눠서 4․11 총선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8대보다 10% 이상 늘은 득표율, 그러나 당선자 없음

먼저, 성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선이 안 되었기 때문에 평가가 많지 않은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보다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10% 이상 확대됐다는 점은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높아졌고,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권영길 의원이 당선될 때보다 이번 선거에서 4천 표를 더 확보했죠. 이런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한계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통합진보당의 창당 과정, 민주노총에서 2년 동안 추진했던 진보정당 통합 사업의 실패 등입니다. 이런 것들이 지역에서는 결정적인 어려움을 제공했죠. 진보 양당의 분열은 결국 민주노총의 분열로 이어졌습니다. 민주노총의 분열이 진보정당의 분열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경남에서는 진보신당과 통합민주당 당원과 간부는 거의 대부분 민주노총 조합원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가 분열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면서, 애초에 지역에서 노력한다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우리의 한계라고 평가를 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경남지역 선거운동의 오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진보 양당의 단일화를 위해 민주노총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후보 발굴 과정, 후보 단일화 과정, 선거운동 과정을 포함해서 1년 정도의 준비를 통해서도 결국에는 진보 양당 간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다고 말할 자리는 아닌데, 거제와 창원에서 서로 양보했다면 동반 당선됐을 거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선거 매몰로 등한시된 비정규직 투쟁

한편, 작년 12월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우리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35명이 집단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이 싸움이 오늘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선거기간 전에는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투쟁’이 지역에서 중요한 이슈가 돼, 지역 뉴스에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이 투쟁을 선거 투쟁과 잘 결합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저희 내부에서도 냉혹하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선거 투쟁에 매몰됨으로 인해 비정규직 투쟁을 등을 등한시한 것은 저희 자체적으로 오류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야권 단일화입니다. 전국 처음으로 경남지역에서 야권 단일화를 시도했고, 후보를 확정했습니다. 진보신당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막판에는 참가를 했고, 거제에 있는 김한주 진보신당 후보도 참여를 했습니다. 창원에 있는 진보신당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일단 야권 단일화를 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판단해서, 선거 전에는 진보정당 5석, 진보・민주 진영에서 10석까지 내다봤지만, 결과는 참패로 이어졌죠. 결국 야권 단일화만으로는 진보진영이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중요한 평가지점입니다.

또 하나, 득표를 분석해보면 수도권은 정책이라든지 야권 연대의 통합 분위기가 먹히는 부분이 있지만, 경남에서 선거는 조직 대 조직의 싸움입니다. 18대와 19대 선거를 비교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만이 다를 뿐 구 한나라당과 진보당의 득표수는 거의 비슷합니다. 민주노총의 조직적 역할이 진보정당의 지지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거죠.

“노동자 중심성? 우리가 건방졌다.”

이제 이후 과제를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저희들 입장에서는 지금은 진보정당이 발전 과정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동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의 결과 시/도의원의 대거 당선됐습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사업이 왕성하게 진행이 됐고, 시/도위원회를 통해서 각 연맹별로 사업을 하면서, 실제 진보정치와 노동자 조직화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을 해냈습니다. 따라서 이후에도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동시발전 전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진행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단결의 문제입니다. 물론 진보정당 단결의 문제는 경남지역에서만 어떻게 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경남지역에서 진보정당이 통합되지 않으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동자 후보 당선시킬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향후 반드시 단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진보정당의 노동자 중심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경남지역의 진보정당은 노동자들이 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 중심성이 늘 강조가 되는데, 이 노동자 중심성에 대해 우리들이 건방졌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진보정치를 함으로 인해 진보정치의 가치나 원칙을 훼손하고, 노동자 정치인들이 오히려 진보정치에 대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주고 난관을 조성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노동자 출신 당 간부들의 정치활동 평가를 새롭고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간부들이 진보정당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진행된 진보정당 통합과 창당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즉 진보정치의 가치로서 참여와 민주주의 등이 잘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니까, 통합진보당에 대한 확신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를 회복하는 게 주요 과제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경남 전체적으로 많은 분들이 뼈아픈 성찰을 요구받고 있고 평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층 간부들 중심이 아니라 조합원 중심의 대중적 평가를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진보정치를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2014년 정도 되면 저희들이 새롭게 정비를 해서 대한민국의 ‘진보 1번지’로서 자긍심을 회복하겠습니다. 

[발표2]

이주호: 이제 보건의료노조 사례를 발표하겠습니다. 작년 진보대통합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대안이라 생각했고, 개념적인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2013년 체제’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 아시겠지만 진보 대통합도 제대로 안 됐고 선거 결과도 안 좋게 됐죠.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많이 없었다가 이번에 한 번 열심히 따라와 봤는데, 상황이 좀 애매해졌습니다. 어찌 됐든 보건의료노조는 ‘2013년 체제’를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한 축으로는 내년 산별교섭을 정상화시키는 투쟁을 준비하고, 다른 축으로는 보건의료노조에서 가장 통합력 있는 위원장이었던 나순자 전 위원장을 국회로 보내자는 두 축으로 준비를 해왔습니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통합진보당에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4천5백 명이 집단 입당했고, 기존 당원까지 포함하면 5천5백 명 당원이 있습니다. 매달 5천만 원가량 당에 꼬박꼬박 내고 있는 셈이죠. 제가 보기에는, 나순자 위원장님 같이 훌륭한 후보를 내세울 수 있고 5천 명 가까운 당원을 집단 입당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조직인데, 또 보시면 알겠지만 ‘무상의료’와 ‘노동 존중 사회’ 등의 좋은 슬로건과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인데, 당에 들어가서 보니까 우리 편이 아무도 없더라는 겁니다. 민주노총에 도움을 청하려 해도 위력이 전혀 없고요. 

만일 제가 당의 전략가라면 이런 조직이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데 굉장히 반겼을 겁니다. 보건의료노조를 모범 사례로 만들면, 다른 산별조직에서도 집단 입당을 할 수도 있을 테고요. 그런데 그런 것이 당의 조건이나 민주노총의 구조를 봤을 때 가능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결과를 보면서, 우리가 목표했던 게 실현이 안 되어서가 아니라, 진보정당이 이래도 되나,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노동조합 활동만 하다가 처음 당 활동을 접하면서 ‘초짜’로서 정말 놀란 일 열 가지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선거가 안긴 10가지 서프라이즈! 

첫째,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조합원들은 열성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병원 노동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3교대를 하다보니까 정치에 굉장히 무관심했습니다. 투표율이 10%대였죠. 그래서 조직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열심히 정치활동을 한 결과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는 60%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또한 병원이라는 조직에서 당원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이번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켰습니다. ‘무상의료’와 ‘인력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진보정당에 가입하고, 우리가 내세운 후보가 비례대표로 높은 순번을 받도록 해서 국회로 보내고, 이를 통해 직접정치를 구현하자는 운동을 해서 한 달 만에 4천5백 명을 가입시킨 거죠. 한 달 더 했으면 1만 명도 가능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조직이 활성화되는 것을 눈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열기가 2004년도 산별 총파업을 할 때 버금갔죠.

둘째, 아쉬운 대목인데, 민주노총의 정치적 무능력과 무기력을 확인했습니다. 민주노총 이름으로 같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금속이나 공공 같은 거대 조직 간부들을 만나보면 선거가 코앞인데도 다들 느긋했습니다. 진보신당도 싫고 통합진보당도 싫고 하니까 수동적으로 있는 거죠. 주요 산별단위들이 이 중요한 시기에 움직일 만한 동기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죠.

셋째, 보건의료노조가 어떤 때는 노동계에서 비판과 비난도 받지만, 주로 칭찬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에서는 보건의료노조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집단 입당을 4천5백 명이 했는데, 그 중 비례대표 후보 결정 선거에서 투표권이 없는 사람이 1천 명이 넘었습니다. 시스템상 여러 가지 오류가 있었죠. 이 문제를 당에 항의하자 ‘과도기’라는 변명으로 넘어갔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당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당원으로 받아 안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 열 받은 게, 선거 끝나고 나니까 당권이 없던 1천 명에게 두 달치 당비 뗐다는 점입니다. 한 달 당비 안 냈다고 투표를 못했는데 말이죠. 정말 열 받아서 항의한 조합원들이 많았습니다. 

“환노위 갈 사람이 안 보인다”

넷째, 본격적으로 놀라운 건, 나순자 위원장이 비례 선거에서 15명 중에서 4등을 했는데 11번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노동자 농민 등 민중에 중심을 두고 세력을 확대하는 게 진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거죠. 지금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을 보면, 환경노동위원회 갈 사람이 안 보입니다. 제도권 야당이라고 하는 민주당을 보면 기라성 같은 멤버들이 줄을 서있는데, 진보당에서 13명이 당선이 됐는데 환노위 갈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비례가 당의 얼굴이고 정체성을 나타내는 건데 말이죠. 

나순자 후보가 4등 해서 왜 11번을 받았냐면, 중간에 개방명부가 세 명, 청년 한 명, 장애인 한 명 도합 5명이 앞에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진보정당이라는 데가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전략적 배치도 없는 상태에서, 당을 넓힌다고 개방명부를 세 명이나 주고, 청년과 장애까지 다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게 맞냐는 거죠. 막말로 완전 경쟁으로 가든지 노동자 민중을 전략적으로 제대로 고려하든지, 이번 비례대표 선출 선거가 기준과 원칙에 맞는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석기 후보 1만 2천여 표, 서프라이즈 그 자체

다섯째, 이석기 후보는 진짜 ‘서프라이즈’였습니다. 당에서 13년 동안 생활을 했다는데,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이 한 번도 못 들어본 이름입니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서, “아주 훌륭한 분”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1만 2천 표를 얻었습니다. 공장에서도, 농민회에서도, 곳곳에서 표가 나왔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1만 2천 표가 집중될 정도라면 공조직을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런 관계없이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일사분란하게 선거운동을 해서 표를 모으고 압도적인 표차로 1등을 하는 걸 보면서, 이게 대중정당에서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나중에 다른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도 이 분들이 집중하면 평상시의 지도체계가 망가질 텐데, 대중정당의 구조로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여섯째, 이번 선거에서 ‘MB 심판!’과 ‘야권 단일화’면 전부 이길 거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졌다는 점입니다. 호남지역의 지역구 선거운동을 가서 봤더니, 야권 단일화로 나간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민주당 색인 노란색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우리 당 후보가 ‘MB 심판!’과 ‘야권 단일화’를 위해서 130여 명이 자진사퇴했습니다. 그렇게 희생했으니, 정당투표는 우리 당 찍어 달라고 하면, 13% 정도는 득표하지 않겠냐 생각했는데, 지역을 가보니까 우리 선거운동원들이 노란 색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물론 일부 지역이고 이유가 있었겠습니다만, 이래가지고는 정당 지지율을 높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권 단일화라는 게 사실은 정당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곱째, 정당명부 투표 관련해서 정말 아쉬운 대목입니다. 노동자가 계급투표를 정치운동을 하려면 지역활동 강화보다도 정당명부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독일 같은 경우처럼 전체 당 투표를 해서 의석을 확보하고, 지역구가 당선된 지역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다 전국구를 배정하는, 그 비율이 일 대 일 정도가 되는 식의 정당명부비례투표를 도입하는 것이, 노동자들이 자신의 산업적, 계급적 요구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데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당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고민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통합 진보당은 ‘야권 단일화를 통한 지역 돌파 전략’이고, ‘당 지지율’은 그저 그렇게 유지만 하면 되는 기조로 갔던 것 같습니다. 노동정치를 위해 꼭 필요한 정당투표 지지를 올리는 데는 소홀히 하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민주노총의 무능력, 정당지지율에 대한 무관심

여덟째, 민주노총이 이번에 무기력하고 무능력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최고로 칭찬받았던 활동이 겨우 노동자 참정권 지키기 운동이었다는 점입니다. 노동자 참정권을 가로막는 사례들을 신고하라는 운동을 선거 막바지에야 했는데, 언론에서 불이 날 정도로 굉장히 호응이 좋았죠. 그런데 그걸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게, 우리나라에는 입원 병상이 40만 개가 있거든요. 40만 명이 항상 누워 있고, 이를 간호하고 간병하는 사람까지 하면, 선거 때 구조적으로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이 100만 명은 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정치적 무관심 때문에 투표율이 낮은 게 아니라,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는 것을 새롭게 느꼈습니다.

아홉째, 이제 총선이 끝났고,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으면서 제3당이 됐습니다. 이 자체는 대단한 약진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역구 돌파 전략’으로 많이 얻은 거죠. 중요한 성과입니다. 그렇지만 노동정치가 참패하고, 특히 울산과 경남에서 참패하고 노동자 후보가 거의 전멸한 것 또한 중요하게 평가될 일입니다. 당은 객관적으로 약진을 했습니다. 노동운동만 참패했죠. 진보정당이라면 노동운동이 참패하면 당도 참패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노동이 참패했는데 당은 나쁜 성적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 놀랐습니다. 

열째, 지금 당이 비례대표 후보 선거 비리 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당이 소수 정파를 중심으로 패권적으로 오랫동안 운영 되다 보니까 선거관리시스템 자체가 너무 터무니없이 허술하고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소스코드를 들어가 본다는 것은 선거 기간에 투표함을 열어봤다는 겁니다. 그런 행위들이 견제나 규제 없이 벌어질 수 있게끔 당이 운영되어 온 겁니다, 현장투표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현장투표소에 규정대로라면 2명 이상이 상주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의 조건상 5일 동안 2명이 계속 상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까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는 거죠. 진상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13석을 가진 통합진보정당에게 어울리지 않는 전근대적인 관리시스템을 반드시 손봐야 할 겁니다. 

이상 이번 선거를 통해 제가 느낀 점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면서 느낀 건데, 정말 우리끼리 소통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끼리만 보면 세상이 바뀌었고, MB가 심판을 받았는데, 현실은 아니죠. 이런 현실을 바꿔내려면 진보진영이 내용과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들은 감동을 받아서 변합니다. 진보정당과 노동운동도 이제는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으로 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초청 토론]

김윤철: 지금 통합진보당에는 ‘통합’도 없고 ‘진보’도 없고 ‘당’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진보당을 통해서 노동정치를 하려면, 노동운동이 통합진보당의 생성 기원과 과정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서 판단을 하고, 노동정치가 전략과 목적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을 막연하게 ‘노동에 가까운 정당’ 혹은 ‘노동정치를 해야 하는 정당’ 정도로 보면, 목적을 실현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의 한계 명확히 인식하고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제가 보기에 통합진보당의 생성 기원에는 득표 추구, 지위 추구, 정책 추구 세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득표와 지위 추구 경향이 강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정당이죠. 그렇다고 노동정치가 통합진보당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친노동적 정당이고 노동 중심적인 정당이죠. 버릴 수 없다면 빨리 바꿔야 합니다. 정당이라는 조직은 처음 만들어진 생성 기원의 특성이 제도화 과정에서 장기 지속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 더, 통합진보당은 신생정당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10년이 넘은 노동정치의 실험과 경험 속에서 태어난 정당이죠. 여러 가지 정파들이 골고루 섞인 이 정당을 통해서 노동정치를 실현하려면, 제가 보기에는, 역설적으로 통합진보당에게 노동 중심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즉 노동정치 세력이 국민과 유권자들과의 관계에서 별도의 자기 몫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당 내부에도 자기 질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이 경쟁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의 중심은 정치인들입니다.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출발을 해야 합니다. 

즉, 노동정치가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비례대표 당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인지, 노동 관련 의제를 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지, 혹은 노동 관련 개별 사안 해결을 목표로 할 것인지, 이 중에서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는 노동정치가 비례대표로 당선이 되고 의회에 들어간다고 해결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그런 맥락에서 야권 연대나 진보 통합, 그리고 통합 진보당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유효한 것인지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발표에서 노동자 정치활동을 위해 시민봉사단도 꾸리고, 정치교육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또 노동자 당원 가입도 적극적으로 하셨다고 했는데, 그러한 활동의 쓰임새가 정말 무엇인지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목표가 정해져야 그 목표에 따라서 노동자 정치교육의 방향과 내용도 명확해질 텐데, 현재 우리는 그것을 아직 못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에 의존 않는 노동정치의 전략적 프로세스 마련해야

다음으로, 정당명부제 도입이나 민주노총의 참정권 보호 운동 관련해서, 저도 이번에 굉장히 신기했던 것이 통합진보당이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선거 당일 출근시키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죠. 발표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문제의식이 그 쪽으로 안 가 있는 거예요. 통합진보당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겁니다. 이것은, 어떻게 진보가 그런 생각을 안 하냐, 하고 넘어갈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이 정당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을 잘 고쳐가야 합니다. 

한편, 이번 선거 직전에 나온 분석에 따르면, 자산 보유에 따라 투표 참여도가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강남 3구 투표율이 높은 거고, 또 지역으로는 명확히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열심히 투표참여를 한다는 거죠. 사실 너무 당연한 일이죠. 정치 정보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정치 변화에 대한 이해관계도 크고요. 그렇지만 재산 없는 사람들은 선거일에도 돈 벌러 나가야 하고, 정치 정보도 못 듣습니다. 즉, 정치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겁니다. 노동정치가 사회적으로 자기 기반을 가지려 해도 현실이 이래서는 어렵겠죠. 때문에 노동정치가 자기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도 노동자 참정권 보호 운동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정당명부제 같은 경우,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여러 가지로 갈립니다만, 어쨌든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수용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와 정치가 선거제도를 의제로 삼아서 고치자고 할 그런 여유가 없죠. 제도적 접근으로 정당정치나 노동정치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전략적 과정을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먼저 참정권 보호 운동 등을 통해 노동정치가 저변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통합진보당의 기존 정치인들과는 별도로 유권자를 조직하고, 또한 정당 조직 내부에 노동정치의 대원들을 만들어 가고, 그러한 기반 위에서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 이들을 조직하고…… 이런 식으로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객석 토론]

 

참석자: 제가 질문을 좀 한꺼번에 드리겠습니다. 첫째, 저는 이주호 실장님이 말씀하신 서프라이즈 열 개 중에 아홉째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었지만 노동은 중요시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통합진보당은 노동을 중요한 구성요소로 밀고 있습니다. 제 주변 분들을 봐도, 후보는 민주통합당을 지지하지만 정당은 통합진보당을 지지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통합진보당이 노동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오랜 믿음이 있는 거죠. 통합진보당의 생성 기원이 어떨지라도,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으로 변화하는 과정 자체를, 사람들은 노동정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저는 ‘노동자 중심성’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으로서 노동의 문제를 핵심으로 올려 둔다.’라는 것과 ‘노동자 중심성’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대중들에게는 다르게 이해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문제, 임금 문제, 고용불안 등을 노동문제로 인식하고 고민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노동자 중심성’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순간, ‘정규직 중심성’ 아니야,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다르게 혹은 편파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노동권은 지금 시대정신의 중심에 있습니다. 양극화가 너무 심각하고, 정규직은 정리해고를 당해서 죽겠고, 비정규직은 아웃소싱으로 대체되고, 기본적인 노동권을 갖지 못한 사람이 전체의 90%에 육박하고……. 이 문제를 해결 못 하면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노동자 중심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순간 그 심각성이 가려진다는 거죠. 

저는 이 문제를 민주통합당도 받아 안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통합진보당이 그 역사나 상징성을 보더라도, 이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활동을 했든 안 했든, 시대정신으로 이 문제를 받아 안아서 정치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 통합진보당의 대표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그리고 나순자 전 위원장님과 관련해서, 지금 보건의료노조가 월 5천만 원을 당비로 내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면 보건의료노조와 나순자 후보가 통합진보당을 통해서 미래를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는 나순자 후보가 당선에 실패를 했지만, 앞으로 통합진보당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나순자 후보께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길에서 노력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참석자: 질문이 있습니다.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정권 운동이나 정당명부제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그보다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의견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다음으로, 통합진보당의 선거관리가 엉망이라고 하셨는데,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당내 선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는 게 나은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관한 의견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윤철: 결선투표자 도입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정당명부제보단 조금 높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구조에서 야권 연대가 이의 도입에 동의할 수 있을까 싶은데요. 어쨌든 제도 자체를 정치의 주요 의제로 삼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제도를 계속 정치의제로 삼아서나간다면 불가능은 일은 아니겠죠. 

다음으로, 당내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이나 노조의 정치활동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는 상황인데, 선거관리위원회에게 당원 명부를 맡기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당이라면 내부 선거 가지고 일어나는 소동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죠. 그런 상황에 대한 행동 양식이나 규범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것까지 관심을 갖고 바꿔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석자: 정당명부투표제 현실화되기 참 어렵습니다. 된다면 당장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것인데, 기득권 입장에서 그것을 양보할 리가 없죠. 그런데 지금 선거구조는 사실 제1야당도 이익을 보는 구조입니다. 주요 두 당이 현재 제도에서 이익을 보기 때문에 절대로 양보가 이뤄지지 않죠. 그렇지만 계속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문제제기를 통해서 지금 정치 구조가 여당과 제1야당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끔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양보와 절충안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라 봅니다. 예를 들어 일본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보수 양당제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되고 흔들리는 과정에서, 선거법을 나름 개정해서 비례대표를 늘렸죠. 우리도 문제제기의 과정 속에서 그런 정도의 양보안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참석자: 먼저 이번 선거 결과는 기이합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당, 소위 말하는 야권이 ‘질 수 없는 선거’를 졌죠. 2010년 지방자치선거 때라던가 작년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것을 보면 도저히 질 수 없는 상황인데 결국 졌습니다. 이걸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후보를 찍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민주노총이 무기력해서일 수도 있고, 통합진보당이 노동에 관심이 없다고 느껴서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깊은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자: 할 이야기들이 무척 많으실 텐데요. 아쉽지만 이 자리에서 모두 나누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발표자와 토론자의 답변을 듣고 오늘 토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인석: 전국 차원의 선거운동과 지역 차원의 선거운동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창원에서는 투표율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몇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가 집계가 됩니다. 선거 3일 전이면 이겼다 졌다가 ‘표계산’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여론조사가 아니라, 우리가 조직적으로 지지자를 얼마나 확보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즉 지역 선거는 철저하게 ‘조직선거’인 거죠. 정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투표하기 전에 이미 판가름이 나 있습니다. 이것이 전국적인 선거운동과는 다른 점이죠. 

다음으로, 경남지역의 진보정치와 민주노총과 정당과의 관계를 놓고 보면, 6.2 지방선거 이후의 진보정치가 제도권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확인했습니다. 진보적인 시/구 의원이 노동 의제, 농민 의제 같은 것을 실제로 의회에서 발의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의회정치 속에서 진보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경우가 비정규직 조직 확대사업인데, 최근 약 3천 명 정도를 확대했죠. 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이라 의회에서 활동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진보정치의 의회 내 역할은 중요합니다. 다만 동시 발전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단결의 문제나 연대의 문제는 경남에서는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합니다. 진보신당이 3%의 지지를 얻었는데, 이 3%가 통합진보당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창원을 같은 경우 진보신당이 7%를 받았는데 정말 치명적이었죠. 그런 조건 때문에 연대가 당위가 아닌 현실적이 이유에서 필수적입니다.

이주호: 정파활동의 폐해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번 비례대표 선거 결과가 이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봅니다. 대중조직에서 상근자로 월급받는 사람이, 자기 조직의 대표자가 후보로 나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 찍으라고 유도하고 다니는 게 운동의 원칙에 부합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정파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는 운동에 질곡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김윤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기입니다. 제 생각에는 ‘노동 중심성’이 중요합니다, ‘노동자 중심성’이 아니라. 노동자이든 아니든 노동의 가치를 얼마만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죠. 그런데 지금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것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묶을 수 있는 의제가 없는 상황이죠. 무엇으로 노동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가, 이에 민주노총이 답해야 합니다. 독자적인 정치프로그램을 고민해고 실현해야 하는 거죠.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이자 운동조직이므로, 통합진보당보다 더 진보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정치프로그램을 가지고 당을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통합진보당에만 안주하는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죠. 이번 선거 경험을 통해서 민주노총이 어떤 정치세력화를 지향할 것인가를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봅니다. 

사회자: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제93차 노동포럼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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