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저임금 인상 투쟁 평가와 개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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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15년 초부터 소득주도성장 방안으로써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8월5일 고용노동부장관은 2016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시급5,580원) 450원 인상한 6,030원으로 결정․고시하였다. 이로써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활동이 일단락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말의 성찬’으로 끝난 최저임금 대폭인상
연초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인상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론에 불을 지폈다. 이후 소득주도 성장론, 내수활성화 등을 배경으로 최저임금 인상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노동계를 비롯한 국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이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계위원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가 최초로 참여하게 되었고, 노동계에 우호적인 성향의 공익위원이 일부 선정되는 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보수정권 집권 이후 최초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률이 점쳐지는 분위기였다. 
노동계는 심화되고 있는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내수 진작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현저히 낮은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필요하고 보고,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을 요구하였다. 반면 사용자단체는 경기침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9년 연속 동결안(심지어 2009년에는 5.8% 삭감안을 주장하기도 하였다)을 들고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양측의 인식 차이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둘 사이의 간극은 유례없이 컸다. 노동계는 3차례에 걸쳐 무려 1,900원을 양보하며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지만, 격차 해소에 관심조차 없는 사용자 측은 30원~135원 인상을 제시했다. 노사의 간극이 좁혀질리 만무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이 메르스 여파를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기제로 삼는 동안, 최저임금 인상론의 중심에 있던 최경환 부총리가 “고용의 총량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한 발 뒤로 물러났고, 새누리당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7%대로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자 최저임금 인상에 유리한 분위기가 역풍을 맞았다. 
최저임금은 노․사․공 3자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노사입장은 엇갈리기 마련이고 양측 의견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실질적으로 결정권은 공익위원에게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협상 초기 노동계는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에 우호적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공익위원 개개인의 성향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은 정치권의 의지고,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국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최저임금은 8.1% 인상에 그쳤다. 
 
절차와 기준이 없는 최저임금 결정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8일 자정을 넘긴 시각에 노동자위원의 문제제기와 불참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결정하였다. 7월16일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함께 2016년도 최저임금안 재심의를 요청하는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였다. 이의 제기의 배경은 결정과정에서의 절차상, 내용상 문제 때문이었다.
첫째, 절차상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 제17조4항을 위반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노·사·공 일방의 출석 없이도 의결할 수 있도록 한’ 제17조4항의 단서조항을 근거로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만 출석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안을 의결하였다. 11차 전원회의(7월7일 15:30시∼7월8일 05:20까지)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노동자위원들이 퇴장하였지만, 이는 의결과정이 아닌 기준과 원칙이 없는 공익위원안 발표에 대한 항의표시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장은 노동자위원들에 대해 출석 요구를 하지 않았고, 당일 회의는 종료되었다. 같은 날(7월8일 20시부터 시작됨) 열린 12차 회의에서 노동자위원은 출석하지 않았고, 이는 1회 불출석에 해당함에도 최저임금위원장은 ‘2회 불출석’이라는 단서 조항을 임의적으로 해석·적용하였다.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회의 날짜가 변경될 경우 공식적으로 회의 차수를 변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7월7일 15:30시∼7월8일 05:20까지)가 자정을 넘어서까지 지속되자, 노동자위원들은 자정을 넘기면 회의 차수를 변경했던 관행에 따라 회의 차수 변경을 요구하였다. 또한 7월9일 또는 다음 날 추가 전원회의를 개최할 것을 강하게 요청했으나 위원장은 차수 변경의 의미가 없다며 의견을 묵살하고 회의를 강행하였다. 그 이유는 이미 자정을 넘긴 상태에서 차수를 변경할 경우 같은 날(7월8일)로 예정되어 있는 12차 회의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차수 변경 없이 예정된 12차 전원회의에서 반드시 심의를 끝내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내용적으로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모호하거나 원칙이 없다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최저임금 결정의 중심에 있는 공익위원의 조정안은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어떤 해에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주요인으로 반영하고, 또 어떤 해에는 소득분배개선분과 협약임금인상률을 주요하게 반영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에는 듣도 보도 못한 ‘협상조정분’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7월7일 11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은 6.5∼9.7%였다. 그 근거는 2015년 임금인상전망치 4.4%에 소득분배개선분 2.1%, 협상조정분 3.2%를 더한 것이다. 이에 노동자위원은 원칙과 기준이 없는 공익위원안에 항의하고 퇴장하였다. 하지만 노동자위원의 문제제기는 수용되지 않았고, 같은 날(7월7일) 또 다시 열린 12차 전원회의는 2016년 적용 최저임금을 6,030원으로 결정하였다. 그 근거는 ‘임금인상 전망치 등 4.4% + 소득분배개선분 2.1% + 협상조정분 1.6%’였다.  
상당한 기간 동안 노․사․공이 심도 깊게 논의했던 생계비, 소득분배 개선과 같이 중요한 요인들이 최종 결정 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이 일관성 없는 기준에 따라 결정되면 입김이 센 쪽의 의견이나 정치권의 외압이 심화될 소지가 있으며, 나아가 노․사․공 3자 결정구조에 대한 회의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국민이 바라본 2016년도 최저임금
양대노총은 지난 7월 중 한길리서치에 의뢰하여 ‘최저임금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국민들은 2016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영향력이 가장 큰 주체로 기업가(34.6%)를 꼽았고, 다음으로 정부‧정치인(25.5%)을 들었다. 
 
 
이어 2016년도 최저임금(시급 6,030원, 월 120여만 원)으로 한 달 생활이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넉넉하다”는 의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최저임금 결정 시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으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근로자의 월 생계비를 꼽았다. 이어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상황(17.3%), 기업의 지불 능력(13.0%), 근로자의 생산성(11.0%), 다른 근로자의 임금수준(5.3%) 순으로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최저임금 결정 메커니즘과 최저임금액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과 달리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은 일방적으로 결정한 기대 이하의 최저임금을 두고 ‘역대 최고 인상액, 6천 원대 진입’이라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투쟁의 성과와 한계
올해 협상 결과에 있어 부가적인 성과도 있었다. 첫째, 최저임금 결정단위에 시급과 월급(월 환산금액)을 병기하게 됨으로써 주휴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연장 등 편법적 관행에 대한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둘째, 가구별 생계비 추계‧소득분배율 지표로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추가키로 하였다. 셋째, 더 투명하고 공개적인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였다. 넷째, 매년 5, 6월에만 집중되던 최저임금 투쟁이 아닌 지속적인 제도개선 논의의 틀을 마련하였다. 
이와 더불어 양대노총을 위시한 청년, 비정규직 등 노동계 내부의 단결과 연대를 공고히 하였다. 올해는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에 청년, 비정규직까지 참여하였고,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 이해와 입장 차이를 넘어 공조와 연대로 협상과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사회진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협상 및 투쟁 과정에서의 오류와 한계도 발견되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적합한 전략전술의 수립과 관련 정책 및 제도의 시급한 개정이 요구된다. 
첫째, 노동계의 요구인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상징성 이상의 근거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노동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되지 않는 한, 최저임금이 노동력의 가치를 충분하게 반영하고 나아가 가구 생계를 책임지는 정도로 결정되는 일은 요원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구호가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노동계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내년도, 내후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처럼 노동자의 바람과는 전혀 상관없는 수준으로 ‘남들’에 의해 결정되지 않도록 말이다.  
둘째,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 및 기준에 대하여 합리적․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공익위원들의 전문성․공정성․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고려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 이런 요건들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전체노동자 임금 평균의 50%를 요구하고 있으나, 노사 협상과 공익위원의 중재라는 현재의 틀에서 이런 요구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 
결정기준과 관련해 노동자 임금 평균의 50% 달성 규정을 목표로서 법에 명시하고, 매년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합산의 3년 평균치, 소득분배개선치 등을 반영한 최저임금 인상률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부문 하청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있듯이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준수하고, 저임금기준으로서 최저임금이 시중노임단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익위원 선정 문제는 객관성, 공정성 측면에서 노사정에 각 1/3씩 추천권을 부여하거나, 노사 양측에 배수 추천권을 부여하여 정부가 이 중에서 공익위원을 선정하는 방식 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용노동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에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로 인해 매년 최저임금 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고, 파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정부에서도 입법개정안을 제출한 만큼 19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전인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하고, 또 통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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