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사관계 평가와 신년 전망

부 제목: 
신년 좌담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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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12월17일 오후 2시~4시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참석: 이창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 전종휘 한겨레 기자,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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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말연시에 바쁘실 텐데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4년을 마감하면서 올해 노사관계를 평가하고 내년도를 전망하려 합니다. 새해를 앞두고 매년 한 해를 평가했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평가하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케이블방송 씨앤앰과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고공농성 중이고 코오롱의 해고노동자는 최근까지 40일 동안 단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기쁨보다는 마구 얽힌 노사관계와 고용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 것인가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각계의 고민을 털어놓고 설령 해결방안은 없다 하더라도 방향성을 만드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마련했습니다.  
먼저 2014년 노사관계를 평가하려 합니다. 올해 노사관계를 되돌아 봤을 때 예년과 달랐던 중요한 사건이나 쟁점부터 짚어보겠습니다. 
 
 
2014년의 키워드…통상임금․간접고용
정문주)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굉장히 굵직한 과제들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법제도와 관련한 사항으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주된 쟁점사항이었습니다. 노동기본권 문제도 있었지만 제대로 강조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상반기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는데, 정부와 사용자 단체가 노골적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겠다고 해서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양대노총은 절대 수용할 수 없었던 안이었습니다. 대신 논의 과정에서 공익전문가들로 이뤄진 지원단이 냈던 안이 있는데, 현실을 고려한 나름대로 합리적인 안이었습니다. 추후 국회에서 다시 법 개정 논의를 한다면 주요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현장 단위노조들의 임금‧단협투쟁이었습니다. 한국노총에서 소속 단위노조의 올해 임단투 결과를 분석했더니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대략 10% 정도의 사업장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화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도 비슷하게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임단투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경우 이월형 진행 과제로 넘겼거나 추이를 지켜보며 관망하는 단위노조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근) 민주노총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관련한 판결과 투쟁이 가장 중요했다고 봅니다. 서비스업종 간접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 희망연대노조의 투쟁이 진행 중이고 그 전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사내하청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도 있었죠.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현안이 드러난 한 해였습니다. 반면 정부와 현행 관련 법제도는 어떠한 규제와 보호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향후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겁니다. 
올해 또 처음으로 고용형태공시제를 통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고용형태와 관련한 자료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노동자 5명 중 1명이 간접고용 노동자이며, 10대 그룹으로 좁히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중이 30%에 달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하청업체 분규 현황’을 보니 2011년 12건이던 분규가 올해는 8월 현재 2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노사분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18.5%에서 올해에는 27.9%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해가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가 계속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고, 노동운동에 있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권익 보호와 관련 법제도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가가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사회) 현장에서 제3자의 눈으로 본 올해 가장 두드러진 사건은 무엇이었습니까?
 
전종휘) 저도 거대 전자, 케이블 회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장 눈에 띕니다. 사실 파견이나 여러 가지 합법적인 고용의 틀이 있음에도 수많은 사업장에서 민간의 사회계약에 불과한 도급이라는 계약을 통해 노동자를 간접고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공분이 대단히 팽배해졌습니다. 작년부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문제가 불거졌고 올해 들어 희망연대노조 사업장에서 문제가 잇따랐죠. 이 투쟁들은 결국 하청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청 사용자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드러내주었습니다. 도급의 형식을 빌려 노동자를 간접고용하는 이런 변형적인 고용관계는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큰 문제로 불거질 겁니다. 
 
조성재) 저는 묵은 숙제를 풀지 못하고, 이 숙제들이 곪아터진 한 해였다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앞서 얘기하신대로 정규직에 관해서는 통상임금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고, 비정규직에 관해서는 갈수록 간접고용 문제들이 사회의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묵은 숙제를 하지 못했다고 한 것은 우리가 항상 통상임금 문제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작년 말에 법원 판결이 있고 나서야 숙제를 했죠. 여전히 숙제는 다 하지 못했습니다. 간접고용 문제도 노동부가 현대차에 대해서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이 2004년의 일입니다. 이미 10년 동안 묵은 이슈인데 해결되지 않다보니 이제는 비제조업 분야에도 간접고용이 넓게 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될지 손쓸 수 없을 정도이고, 묵은 숙제들이 곪아터지는 양상입니다. 
추가로는 노동정치의 측면에서 공공부문 정상화를 둘러싼 갈등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공공성과 시장성, 시민들의 책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서 정권 초반기만 되면 항상 공공부문을 때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 역시 여전히 묵은 숙제로, 곪아터진 양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서 몇 가지 핵심 문제를 따져보고자 합니다. 우선 통상임금에 대해 다루고, 불법파견 논란과 더불어 도급 문제, 간접고용 확산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분 정상화 문제는 공무원연금 문제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 이 세 가지 쟁점을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양대노총에서 조직 차원에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고, 이는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말씀해주시죠. 아울러 임금체계의 개편 또는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와 연관된 부분들을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통상임금 문제, 현장에 어떻게 반영됐나
정문주)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정도의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존 노조에서 이 건을 가지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거나 단체교섭 문제로 싸움을 벌였던 사업장들입니다. 두 번째는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사업장들이라는 점이고, 세 번째는 공교롭게도 고정성 요건을 대체로 충족하는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노동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통상임금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실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결합해서 문제를 푸는 경우입니다. 교대제를 개선시킨 경우가 있는데 실노동시간 단축에는 사실 임금보전 문제와 생산물량 보전의 문제가 얽혀있습니다. 따라서 임금보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통상임금을 지렛대로 쓰면서 문제를 같이 풀었습니다. 또한 신규고용 창출까지 연계된 사례들이 종종 발견됐습니다. 바람직한 사례라고 봅니다. 
상반기, 국회 노사정소위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임단투 전략전술을 선도 사업장들의 사례를 가지고 패턴교섭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패턴교섭의 기준이 되는 선도 사업장 사례가 잘 수집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에 원청 대기업이 알게 되면 CR(부품 단가 인하·Cost Reduction) 내지 간섭을 받는다며 쉬쉬해 사례 파악이 쉽지 않았습니다. 내년에도 같은 일들이 겹칠 것으로 보고, 현재까지 축적된 사례들을 잘 다듬어서 모델화하고 그것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국회 후반기 환노위 소위를 보니, 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는 것 같아서 내년에도 단사 차원의 임단투 싸움을 전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창근)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던 산별노조는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정도인데, 보건과 공공은 각각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과 가짜 정상화 투쟁에 집중하면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에 많은 힘을 쏟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금속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올해 통상임금 문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현장에서 실제 확장시켰는지를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소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었는가를 점검해 보면, 현장에서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오히려 판결 자체가 고정성 요건을 대단히 엄격하게 해석했고, 노동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왜곡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현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한 노사의 타결을 어렵게 하고, 심지어 축소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노총의 경우 몇몇 사례를 통해 신규고용 창출이나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있었다고 했는데, 저희는 반대로 기업 측에서 인건비가 늘어나니까 아웃소싱을 해버리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노조는 사측의 아웃소싱 계획을 인지하고 난 뒤 불가피하게 통상임금 범위 조정을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한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통상임금 정상화가 바람직한 결과를 맺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신규고용 창출로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둘 중 하나는 커녕 아웃소싱을 한다거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초과 물량을 몰아주는 등 왜곡된 효과만 있었습니다. 다만 임금구조 간소화의 측면에서는 기본급과 고정급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다소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노동자 간 양극화 촉진한 통상임금 문제
전종휘) 약 10%의 조직된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획정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많은 갈등을 빚어 왔으며 이 문제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90%의 미조직 사업장이나 작은 규모의 사업장은 여전히 통상임금 자체에 대한 논의가 없거나 회사 쪽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지나가는 분위기인 탓에 통상임금 판결이 임금 격차를 계속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정확하게 1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지만 사실 이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구속력이 큰 것이 대법원의 판결인데, 이 결과가 아직까지 민간 사업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여전히 갈등 요소로 남아 있다는 것은 해를 거듭해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사회) 통상임금 문제는 임금체계와도 연결이 됩니다. 도대체 이 통상임금 문제는 묵은 숙제로써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어떤 과제가 있을까요?
 
조성재) 임금체계, 임금 구성을 조금 더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은 예전부터 각종 수당을 만드는 편법을 통해 임금을 인상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년이 지난 현재 노동자들은 일하는 것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고 인식하고, 사용자들은 임금을 많이 줬는데 왜 노동자들은 자꾸 적다고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노동시간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노조 간부들이 통상임금의 비중이 낮으니까 장시간 노동을 통해 임금을 벌충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임금 구성을 단순화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묵은 숙제였다면, 2015년을 앞두고 숙제를 절반도 하지 못한 것이 맞습니다. 
앞서 10% 정도의 적용을 말씀하셨는데 제 생각으로는 10%보다는 조금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왜냐면 LG전자 등에서 이미 연초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합의를 했습니다. 대신 임금인상률은 낮추는 방식을 취했죠. 이게 첫 번째 유형입니다. 제가 현장을 다니며 본 바에 따르면 그런 양상들이 꽤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역시 노조가 없거나 노동자의 세력이 약한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을 삽입하고 통상임금 확대 효과를 차단한 것입니다. 세 번째 유형은 현대차 유형으로 무작정 합의를 미루거나 아니면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현대차의 유형을 논외로 하면 결국 첫 번째, 두 번째 요인은 통상임금 문제가 노동자 간 양극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돼버렸다는 점에서 연초 우려대로 됐죠. 여전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비정상의 정상화’에 노동계는 어떻게 맞섰나
사회) 이제 공공부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인수위 때부터 작은 정부나 공공부문의 개혁을 주장하지 않았죠. 그래서 공공부문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을 예상했던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천명하고 나서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 수준을 뛰어넘어 방만경영의 핵심 문제인 동시에 공공기관 개혁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됐습니다. 이어 공적연금의 일부라 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 개편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에 대한 의도와 그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창근)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와 관련해 정상화가 필요한 근거로 부채 축소를 들었잖아요. 그런데 공공부문의 부채가 늘어난 핵심 이유인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죠. 대신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특정 공공기관의 사내 복지 문제나 임금 문제에 부채의 책임을 전가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공공기관 정상화의 본질은 부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가짜 정상화’였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 척결도 정면으로 무시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양대노총이 초반부터 가짜 정상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저지 전선을 구축했음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의 사업장들도 어마어마한 정부와 사측의 압력에 무너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진정한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민주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현재 공공기관운영위원회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공공기관이 공공성을 지켜내고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민주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게 진정한 개혁의 첫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언론이 본 지난 1년 동안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은 어떻습니까?
 
전종휘) 정부가 공공부문에 대한 정책을 제기할 때의 목적과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봤을 때 과연 공공기관을 정상화하는 의도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나 사영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 자체가 공공기관 노조와의 갈등을 유발하고 노조를 통제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죠. 따라서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 정책은 문제가 큰 정책이고, 진정한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서는 공공기관들이 애초 설립 목적에 맞는 사업이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성재)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도 알 겁니다. 사실은 국민들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복지비용을 삭감한다고 몇 십조 원의 부채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거든요. 문제는 그것이 국민들에게 먹히니까 정권마다 초반에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면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 논리가 먹히는 근간을 노동운동이 파헤쳐야 합니다. 그동안 공공성을 기초로 노동운동을 해왔고, 특히 올해에는 세월호 사건 등 안전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통할만한 여지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통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노동시장 측면에서 보면, 민간 수준을 공공부문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맞는데 일단 현재 수준에서는 민간이 볼 때 공공부문이 너무 좋아 보여요. 민간은 항상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도 낮은 반면 공공부문은 안정되어 있거든요. 시샘의 대상인 거죠. 그리고 그걸 정부와 보수언론이 정서적으로 잘 자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의 노동조건을 다 함께 개선하려면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연대의 정신을 중심으로 ‘이것이 공공성이다’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정권이 공공부문을 때렸을 때 반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아쉬운 점은 올해 공대위가 잘 싸우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는 겁니다. 그 이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국면인데, 결국 성과급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부가 ‘내 말을 잘 들으면 성과급을 줄게’라는 식으로 나오니, 결국 개별 기관별로 무너진 거죠. 이는 사실 올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문제가 될 것입니다.  
 
 
‘가짜 정상화’ 방어할 노조의 ‘자율규제’
정문주) 우선 양대노총 위원장들이 이례적으로 공대위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304개 공공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처럼 싸움은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노정교섭과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는데 대정부 투쟁이 정부의 개별공략 전술에 말려 이를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고, 실제 공대위 내부에서 ‘연대 정신을 발휘해서 공공기관 내 비정규직 연대 기금을 조성하자’는 세부 논의가 있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노사정위원회의 공공부문발전위원회로 넘어가서 협상은 진행됐지만,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력과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교착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지배구조 민주화와 공공기관 부채 문제 해결 등입니다. 그래서 올해 시민사회 및 노동조합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참여, 자율경영을 침해하고 설립취지를 왜곡하는 경영평가제도 폐지 및 국민과 노조가 참여하는 새로운 평가제도 구축과 무분별한 민영화와 사회공공성 파괴 중단, 공공요금 정상화 등을 제기했습니다.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내년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올해 진행했던 과제 자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또 다시 도미노처럼 맥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에도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역할과 계획이 필요할 것입니다. 
 
조성재) 한 마디 더 하자면 밖으로의 연대도 중요하고, 노동운동의 내부 자율규제 역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은 방만 경영과 관련해 공격의 빌미를 주는 요소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노조 스스로 ‘우리는 이걸 자율규제 하겠다’며 나서야 합니다. 사실 공공기관의 99%는 방만한 요소가 없는데 남은 1%를 가지고 정부가 자꾸 공격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노조에서 오히려 자율규제를 얘기함으로써 프레임을 바꾸는데 신경을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 국민들에게 ‘박근혜 정부 임기 3년 동안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일까’를 물으면 공공부문 개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공공부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는 작년 말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공공성 수호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프레임을 바꿔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나아가느냐에 따라 공공부문의 전망이 결정될 것입니다. 
아울러 2015년에는 연금 문제가 큰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노조의 대응방안이나 대안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공무원연금 개혁, 공적연금 강화로 대응해야
이창근) 자칫 공공부문 정상화에 대한 대응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대응도 프레임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국민들을 설득시키기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무원연금 문제의 본질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공무원연금 문제라고 하지만 크게 보면 연금제도 전반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공공성의 문제인 거죠. 이미 정부와 자본은 사적연금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공적연금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논란을 봐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공적연금 제도 전반의 강화와 그 속에서 노후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합의과정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일방통행식의 개혁은 적절하지도 않고 실현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최근 여야가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을 합의했는데,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지 않기 위해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실효성 있는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전종휘) 제가 고용노동부 취재를 담당한 이후 사석에서 노동부 관리들에게 “나는 지금의 공무원연금 개혁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들은 그런 얘기를 들어도 싸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들이 너무 많습니다. 엄청난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들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46% 정도인데 이 사람들은 일하는 동안에도 저임금에 시달리고 국민연금조차 많이 가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60~70세가 되도 저임금 노동을 지속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공무원연금에 연간 1~2조 원 씩 재정을 투입한다고 하면 동의할 비정규직이 과연 있겠습니까? 그래서 “공무원 당신들이 저임금 근로계층을 양산했기에 국민들이 현 정권의 공무원연금 때리기를 지지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더라고요. 지금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 얘기를 하는데 비정규직의 수준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맞는 겁니다. 또한 민간부문의 수준을 공공부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되는 것이고요. 설령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겠다는 관점을 갖고 이 틀 안에서 연금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임계점에 도달한 간접고용 문제
사회) 주제를 바꿔 간접고용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존의 고용 관행이나 형태들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고용 형태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간접고용과 관련해 현재 실태와 노조의 대응 방향에 대해 같이 얘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법제도 개선의 문제들도 있을 테고, 정부의 역할과 노동계 내부의 변화까지 함께 논의해 보죠.  
 
정문주)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간접고용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문제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문제를 풀 것인가 입니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내부 투쟁을 통해서 싸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인식들이 공론화되어 제도를 바꾸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는 국회 상황에서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관련 법률이 과연 다뤄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계속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비정규직 중에서도 그동안은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사용자성 문제를 안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났고, 그들의 목소리가 표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법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극단화되고 있습니다. 
 
전종휘) 저는 간접고용 문제가 대단히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내하청이나 도급의 경우 지속적으로 불법파견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간접고용과 관련해 규율이 없는 상태라 이 문제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부도 ‘도급 문제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할 정도입니다. 간접고용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어 손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너무 큰 문제를 가진 탈법적 고용형태입니다. 따라서 노동부는 민법상의 도급 문제를 건드릴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적어도 제조업에서의 사내하도급이나 혹은 개인도급은 일정 정도 제한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우리 노사관계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새누리당의 이한구 의원이 발의한 사내하도급법은 제가 보기에 여러모로 좋은 법인데, 노동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유일한 이유는 사용 사유 제한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노동계가 타협 가능한 안을 제출하지 않은 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상황을 막지 못할 겁니다. 또한 간접고용의 문제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어려움도 전혀 해소하지 못합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사용 사유에 대한 제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겠지만 차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현재 정부의 그 어떤 이야기도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이창근) 간접고용의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확산되다 보니 임계점에 온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조금 더 진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겁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몇 년 안에 간접고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해결책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것 자체를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 입니다. 일단 추가적 확산을 막아 규모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권리 보장, 차별 해소의 문제입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별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 입니다. 규모와 관련해서는 일단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사항에 ‘공공부문의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상시지속 업무는 직접고용‧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중간착취 배제’ 조항인 근로기준법 제9조를 개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간접고용이 무차별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권리보장과 차별해소 문제입니다. 법 개정과 관련한 사항이지만 노조의 결성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혹 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현행법 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원청과의 교섭 관례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차별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노조 결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을 보장해주며 이를 통해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원청과 하청이 공동교섭 구조를 만든다든지, 사용자로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만연한 간접고용, 새로운 규율방식이 필요해
조성재) 간접고용 문제는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현대차 사내하도급에 대한 법원 판결의 의미를 봐야 합니다. 이 판결은 적어도 흐름생산이 불가피한 제조 공장에서는 합법적인 도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조선, 철강 산업도 흐름생산으로 여겨서 모든 것을 다 불법파견이라고 치부해야 할까요? 현대차 판결은 상당한 상징성을 갖지만 예외성을 갖는다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조선업의 경우 간접고용 비중이 50%를 넘은지 오래고, 블록 단위로 나눠서 작업을 하니까 합법도급도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간접고용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서비스업과 관련해서 IT기술을 이용한 업무 지시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도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굉장히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현재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간접고용의 규모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간접고용 문제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법파견을 하지 마라’가 아닌, 사내하도급법과 같은 새로운 규율방식입니다. 심지어 일부 보수학자들은 정규직이 예외적인 고용형태고, 지금의 다양한 간접‧특수 고용형태가 정상적인 고용관계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응할 새 논리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진보세력이 사내하도급법이든 간접고용과 관련한 법이든 새로운 법과 규율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의 핵심은 원청과 하청의 공동 사용자성입니다. 간접고용 문제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고 판단한다면 사용자를 공동으로 규정하고 공동 사용자에 대해 노동3권을 다 적용하자는 것이죠. 물론 법적으로 어려운 문제지만 이 같은 논의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보호되면 이윤이 늘지 않을 테니 더 이상 간접고용을 늘릴 유인이 없어지겠죠. 
또한 정규직이 연대의식을 발휘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보호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법적 보호는 많은 논란과 고민이 있겠지만, 조직적 보호는 양대노총이 지금보다 조금 더 노력하면 됩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과제로 돌아가야 될 것입니다. 
 
정문주) 간접고용에 대한 규율을 말씀하셨는데, 손쉽게 접근할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용형태공시제입니다. 사실 실효성이 없을 뿐 고용형태공시제는 개별 기업 안의 고용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입니다. 현재 서울시가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서울시 사례처럼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도시에서 고용형태공시제와 관련해 공공조달 입찰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간접고용 문제를 규율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창근) 사내하도급법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은 이 법을 ‘정몽구법’이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정부의 불법파견 합법화 시도로 봅니다. 조 연구위원님의 인식 자체는 이해하지만, 최소한 흐름생산 공정에서 사내하도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원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급 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도급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면 법안 명칭도 바꿔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내하도급의 문제는 다릅니다. 대다수 제조사업장에서 사내하도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은 제조업에 파견을 허용해주는 법안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종휘) 앞서 말했지만 새누리당의 법안은 사내하도급에 대한 사용 사유 제한이 전혀 없기에 저도 그 법은 도저히 찬성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법조문에 따르면 사내하도급을 합법화시켜주는 법이 되거든요. 
 
이창근) 본질은 도급관계에 의해 형성된 노동자에 대한 권리가 대단히 취약하고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노동법 내의 보호영역으로 받아들일 것인지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포괄적인 인식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도급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곧바로 사내하도급의 영역으로 갖고 가면 문제가 너무 축소될 뿐만 아니라, 사내하도급법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지지로까지 왜곡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립적 노사관계가 펼쳐질 2015년
사회) 급격한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고용형태가 만들어지고, 이를 규제할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법률적 규제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지난 10년간의 결론이었고, 따라서 정 기자는 노동계가 다소 양보하더라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아픔을 줄일 방법을 모색하자는 의견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간접고용 문제를 그대로 두고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왔기에 법에 의한 규제, 노조 활동에 관한 문제,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 방기 문제까지 다양한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2015년 노사관계를 전망해보겠습니다. 일단 내년도 정치‧경제 상황을 보고 이에 따른  고용환경, 노사관계를 살펴보죠. 
 
정문주) 2015년은 정권 임기 말년에 터질 잠재적 불안요소들이 확대되는 시기라고 봅니다. 전체적인 경제 수치가 올해보다는 다소 떨어지겠지만 경제 환경 자체가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우선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듭니다. 일본과 아일랜드의 사례를 보니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나서 부동산 버블(거품) 현상이 생기고, 경기가 침체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이 올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겁니다. 미국이 금리를 5%대까지 올리면 한국은 이보다는 2%P는 올라갈 겁니다. 또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경제 환경에 더해 정부가 2년 전에 약속한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 노동시장 개선, 복지확대 정책은 실종됐고 오히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내년에 한국노총은 대화와 협상을 병행한다는 전통적 운동기조가 아닌, 투쟁이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조만간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나오면 사실상 노동계는 전시상태에 돌입해 극단적‧대립적인 노사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창근) 저도 경제 상황이 많이 우려됩니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까지 낮췄더라고요. 이미 한국경제는 좋게 보면 저성장이고 나쁘게 보면 구조적 불황에 빠졌습니다. 약간의 의견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동계는 그 원인을 과도한 기업 편향적 소득분배구조에 있다고 봅니다. 기업 소득과 노동 소득의 격차가 너무 확대됐고, 특히 노동소득의 경우 실질임금은 사실상 정체 상태입니다. 기업의 저축률은 상당히 올라갔는데 설비 투자율은 대단히 낮습니다. 노동 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 간의 격차가 2008년을 계기로 더 이상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러한 기업 편향적 소득분배구조로는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기조의 전환이 필요한데 핵심은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봅니다. 특히, 가계 소득의 75%를 차지하는 임금소득의 증대정책이 필요합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을 잠깐 얘기했다가 지금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죠. 
진정한 임금증대 정책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입니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약 25%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4명 중 1명이 영향을 받습니다. 두 번째로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을 통해 자신의 노동 가치에 맞는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결국 단체교섭권 보장과 한 걸음 더 나아가 단협 효력 확대·확장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공평한 조세정책과 사회복지 확대 정책입니다. 정부는 지금 담뱃세를 올리는 등 거꾸로 가고 있죠. 공평한 조세정책을 위해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사회복지 확대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극복해야 합니다. 내년도 노사관계도 위의 쟁점들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노총도 이대로라면 투쟁에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모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나 삶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예상됩니다. 내년에는 선거가 없습니다만, 2016년 총선거를 염두에 둔다면 관건은 내년 2~6월 임시국회로, 이 때 관련 법 개정을 둘러싸고 대대적 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도 큰 기조 하에서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두운 경제 환경, 노동운동의 답은 소득주도성장
조성재) 한국경제는 지난 10년간 점점 중국경제와 연동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소득이 많이 늘어났을 때 누가 돈을 더 많이 쓸 것이냐의 소위 한계소비성향을 본다면 고임금 노동자보다는 저임금 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을 노동운동의 프레임으로 잡고 이슈파이팅을 위해서는 연대임금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대신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갈 수 있게 하고,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노조에게 맡겨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메커니즘이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논리와 실천전략이 있습니다. 지금 정권과 자본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준비하다가 살짝 후퇴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 논의에서 노동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보면 정면 승부해야 합니다. 노동운동이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대신 노동시간, 임금 등 많은 부분에서 유연성의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식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합니다. 유연화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과거방식이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용안정이다, 대신 다른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개방적인 자세를 보일 때 그야말로 경제나 노동이슈에 대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종휘) 기본적으로 나눠먹을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내년도 임금협상, 최저임금 협상 때 큰 갈등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통상임금 문제와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의 임금 감소 문제가 있고, 기능적 유연성 확보에 대해서는 정부가 내년 상반기 정도에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입니다. 노사정위원회가 제대로 된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 낼 구조와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에 박근혜 정부는 계속 노동계에 대한 힘의 우위에 선 억압적인 전략을 쓸 겁니다. 사실 양대노총만 해도 정부에 맞서 싸울 내적 역량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노동절을 중심으로 정권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긴 하겠으나, 실제 대립할 수 있는 힘을 끌어내기란 대단히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사회) 내년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세계경제의 악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 증대나 기업 내부 구조조정의 지체로 인한 문제가 내년에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사실상 ‘실종’된 상태이고, 더 어려운 사람들이 그 고통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민주화, 내수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노동운동이 그동안 연대에 대해 많이 얘기했는데 연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상이 없으면 프레임 싸움에서 밀립니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개별 노사 간 논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조정 기능이 필요합니다. 노사정위원회가 현실적으로 역량, 역할이 부족하다면 아래로부터 판을 새롭게 짜고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업종 단위의 틀을 만들지, 지역에서 답을 모색할지 아직은 노사관계 각 주체들의 고민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내년도 노사관계의 쟁점을 짚어보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주요 이슈, 정년연장․임금체계 개편
조성재) 2016년부터 정년연장법이 시행될 예정이니, 내년에는 올해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겁니다.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질 텐데, 사무관리직의 경우 2014년에 이미 상당수를 내보냈습니다. 정부가 해고 문제와 관련해 현재 중점을 두는 것은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 해고입니다. 이제까지는 실적부진자 혹은 저성과자는 회사의 압력을 받고 자발적으로 그만뒀는데 2016년부터는 정년이 법으로 보장되기에 ‘그만두지 않겠다’며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정부는 그 다툼에서 사용자가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일반해고와 관련한 경영계의 강력한 요구를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중고령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노동계는 호봉제나 연공임금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임금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내년에는 정년연장 문제와 임금체계 개편 문제가  연동되어 이 문제들이 노사관계의 중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문주) 저도 내년에 고용상황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 쌍용차 정리해고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만 봐도, 고등법원에서의 판결을 대법원이 엎었잖아요. 사실상 중도퇴직과 정리해고의 무분별한 남용이 가능하게 되어버렸는데, 기재부가 조만간 기름을 붓는 식으로 해고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하면 빗장이 열리고 문이 완전히 열리는 형태가 될 겁니다. 노동계가 이를 방어하지 못하면 소위 정규직 과보호가 아니라 느슨한 형태로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비정규직이 더 양산될 것입니다. 또한 방금 조 연구위원님 말씀처럼 올해 삼성에서 일부 드러난 경향인데,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작되기 전 밀어내기식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노조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사무관리직, 비조합원, 미조직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얘기할 텐데 호봉승급체계 자체를 직무성과급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 몇몇 사업장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고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제도 도입에 대해 버티겠지만 그 밖의 대다수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갈 것인지 우려됩니다.  
 
 
노사갈등의 불쏘시개 될 노동시간 단축 문제
이창근) 비정규직 문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큰 화두일 수밖에 없고, 노조에서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일반해고든 집단해고든 해고 문제가 상당히 대두될 것입니다.  정부 정책에 기업의 요구가 일정하게 반영되고 있어서 단계적인 정년연장 시행을 앞두고 고용 보장의 문제, 해고 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임금체계와 연동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정부에서 직무성과급으로의 전환을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하나의 ‘저임금체계’에서 또 다른 ‘저임금체계’로의 변경을 원하는 것이겠지만요. 또한 휴일노동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 즉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민영화 문제도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전종휘)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노동자에게 곧 노동 강도의 강화로 이어져 노사갈등의 큰 요인이 될 것입니다. 결국 임금의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내년도 노사관계의 최대 화두가 되겠지만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적 한계, 산별체제의 미정착 등 ‘완충장치’가 전혀 없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노동환경에서 갈등이 그대로 노출돼 내년도 노사관계는 올해보다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사회) 과거 노동운동이 재벌기업, 사회보장 시스템 등의 문제를 먼저 제기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내년에 정부의 프레임 또는 자본의 프레임 속에서 게임이 진행되면 노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밖에 이루지 못할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현재 재개조라고 할 정도로 시스템의 구조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데, 노동계가 고용촉진 방안 또는 좋은 일자리의 개발, 사회복지 확충 문제에 있어서는 방어에만 급급하다 보니 새로운 의제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쪼록 현장과 일터에서 새로운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미래 의제를 많이 제기해주셨으면 합니다. 긴 시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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