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노동부문 국정감사 성과와 한계, 그리고 과제

글쓴이 :

 
1. 머리말
 
19대 국회는 국정감사를 마감하고 현재 예산국회가 진행 중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고, 더군다나 지난 4・11총선에 의해 새로 구성된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부 아래서 발생한 주요 현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향에서 국정감사를 준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의 국정감사는 그동안 노동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동시에 향후 대안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등 오랫동안 누적된 과제들은 물론, 국정감사 얼마 전에 발생한 SJM 용역폭력 등에도 대응해야 했다.     
 
2. 국정감사 이전 논의: 쌍용차 및 SJM 청문회와 현대차 문제
 
19대 국회 환노위는 소관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즉시 2개의 청문회를 진행했다. 하나는 회계조작을 통해 전체 근로자 3분의 1을 정리해고 해버린 쌍용자동차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였고, 다른 하나는 쌍용차 청문회 바로 1주일 뒤 열린, SJM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용역폭력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였다. 
 
1) 쌍용자동차 청문회
 
쌍용자동차 청문회는 회계조작과 폭력진압 등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문제점과, 정리해고 뒤 23명의 사망자 발생으로 이어진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국회의원 당선자들 중 환노위 지망자들은 당선과 동시에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에 집중했다. 5월 말 경찰이 대한문 앞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몇몇 야당 의원 당선자들이 경찰에게 폭행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의원들이 쌍용자동차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러한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리고,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까지를 포함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쌍용자동차 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핵심 쟁점은 쌍용차에 대한 회계분석 결과들이 상이한 상황에서, 그 중 가장 이례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 분석을 회생법원이 인용하면서 대량 정리해고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우리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정리해고 개시기준인 “경영상 사유”가 아닌 부채 증가로 인해 정리해고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결정에 의해 생계를 박탈당한 해고자가 양산됐음에도 회계법인과 사용자, 그리고 법원과 정부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불법적으로 해고라는 행위가 발생했고, 그에 따라 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나왔는데 국가와 사회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쌍용차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해고된 노동자들에게도 고용안정기금에서 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쌍용차 청문회에서는 이 법안을 국회로 보냈으니 빨리 처리해달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도 <마힌드라 앤드 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쌍용자동차 청문회는 하루 만에 끝이 나고, 이 문제는 다시 국정감사에서 다루어지게 되었다. 
 
2) 용역폭력 및 창조컨설팅 청문회
 
용역폭력 청문회는 2012년 7월27일 발생한 SJM 사태로부터 촉발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넓은 의미에서 이명박 정권 아래서 악화된 노동권 문제를 겨냥하는 것이었다. 7월 말 경기도 안산의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 사업장 노동쟁의 중에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이 사업장으로 들어왔다. 마침 공장에 있었던 조합원들이 이들과 대치했는데, 이들이 몇 십분 만에 공장 밖으로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요일 아침에 발생한 이 사건은 다음날 바로 국회에 알려졌다. 급박하게 일요일 기자회견을 준비하기 위해 노동조합으로부터 받아 본 동영상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동영상은 카메라를 들고 공장을 뛰는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계속 스쳐지나가는 복도바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급박함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도 공장 안을 날아다니는 금속성 물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 상황은 바로 다음날 있었던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초기에 SJM 문제에 대한 여론의 초점은 ‘폭력성’에 맞추어져 있었다. 흉기에 가까운 자동차 부품을 던진 용역들, 이들이 속한 민간군사업체, 이들의 폭력을 돈으로 산 사용자가 주된 논쟁 대상이었다. 이후 민주통합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현장 상황과 책임 관서들 대응을 확인했고, 진상조사단 발표를 통해 문제점들을 공개했다. 
청문회는 SJM 사태 이외에 더 많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용역폭력이 있었고, 이를 포함해 이른바 ‘노조파괴 프로그램’이 상시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정부기관에 의해 묵인되었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SJM 사태 이전에도 유성기업, 발레오 전장, 상신브레이크, KEC 등 많은 사업장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고, 그 결과 수많은 노조들이 강제로 해산되는 결과가 발생한 바가 있었다. 
야당은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해 각 국회의원실별로 담당 의제를 나누기로 했다. 필자가 속한 민주당 은수미 의원실은 ‘노조파괴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관련 자료들을 여러 통로를 통해 확인했고, 이에 따라 정황과 자료가 확보되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노조파괴 컨설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위치한 <창조컨설팅>(이하, 창조)을 지목할 수 있었다. 창조컨설팅은 일개 노무컨설팅업체에 불과하지만, 이 업체가 수행한 컨설팅 내용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상상을 초월하는 노조파괴 공작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컨설팅을 의뢰한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노조해체’ 또는 ‘상급단체 탈퇴’를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사용자가 노조해체를 도모하거나 노조의 상급단체 변경을 시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다. 
둘째, 이러한 불법적 노조파괴가 이미 여러 기업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창조가 만들어 기업들에 뿌린 제안서는 이들이 약 14개 업체에서 노조파괴를 시도했고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홍보했다. 아울러 창조가 기업들에게 “노조를 없애면 기업의 수익이 증가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셋째, 이러한 노조파괴 과정에 정부 측 비호가 존재했다.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와 같은 노동관련 정부부서뿐만 아니라, 경찰, 국정원, 경총, 심지어 청와대까지 관련자들과 연계되어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넷째, 현대자동차라는 원청업체 개입도 확인되었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자동차 부품업계가 최근 2세 경영체제로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노조파괴에 나섰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조사과정에서 유성기업이 가지고 있었던 ‘노조 합리화 과정’(정확하게 말하면 ‘금속노조 탈퇴 과정’)을 세세히 담은 보고서와 함께, 현대차가 개최한 협력업체 사장단 회의 내용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현대차 협력회사가 조직적으로 금속노조 무력화 시도를 감행한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3)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는 8년을 끌어온 것이다. 위장도급에 관한 파견법 적용 여부가 초기 쟁점이었다면,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는 사내하청에 대한 파견법 적용 여부, 위장된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방안이 집중 논의되었다. 한편,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있어서 “자동흐름공정에 있어서 도급은 불가능하다.”라는 취지의 해석에 대해 논의가 집중되었다. 
정치권에서 논쟁은 이러한 미시적인 법률 해석이 아니라 곧바로 ‘대기업과 재벌의 준법의지’에 대한 공방으로 시작되었다. 일반 국민들은 거스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소송법을 악용하여 억지를 부리면서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태도, 그 가운데 의도적으로 3,000명 신규 채용 방안을 내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분열을 시도하는 태도에 비판의 칼끝이 맞추어졌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는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결국 이러한 사회적 요구들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이를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룰 것인가로 이어졌다. 
 
3. 국정감사 주요 경과와 내용
 
1) 장기 과제로 남은 쌍용자동차 문제 해법
 
국정감사 첫날,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의장이 환노위에 출석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그간 논의 내용을 마힌드라 측에게 전달하고 해결의지를 확인하려 노력했다. 마힌드라가 국정감사 직전 환노위 위원장 앞으로 서신을 보내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비춘 바가 있었기 때문에 마힌드라 입장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다.
환노위는 오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고엔카 의장에 대한 일반 증인신문 첫 질의부터 쌍용자동차 문제를 중심으로 감사를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진정성 있는 투자계획과 정리해고 위법성에 관한 공감 여부, 나아가 쌍용자동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가 이어졌다. 쌍용자동차 측은 원칙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다만, 감사 말미 야당의원들이 이후 해결을 위한 방문미팅에 동의하는지, 그 자리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실제 해결계획을 논의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서 파완 고엔카 의장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다. 즉, 이후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2) 용역폭력 사태에서 드러난 정부 위법 행위
 
용역폭력 청문회에서는 노조파괴 프로그램의 존재와 그 위법성에 집중해 청문이 이루어진 것에 반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비호와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감사가 집중되었다. 특히 발레오 전장 직장폐쇄에 관한 고용노동부 문서 유출 사건, 중앙노동위원회 특정 조사관 집중 배정 사건, 발전노조 노조파괴에 관한 청와대 직보 사건, 고용노동부 장관 보좌관의 국민노총 설립 개입 사건 등이 주된 쟁점이 되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발레오 전장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검토하는 유관기관 대책회의 자료를 작성했다. 이 자료는 당시 발레오 사측의 직장폐쇄는 적법하고, 따라서 노조원 회사출입을 거부하는 회사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회의 자료와 거의 99% 유사한 문서가 창조 측 자료에서 발견되었다. 문서의 양과 사용되는 용어로 봤을 때, 창조가 작성한 문서를 고용노동부가 받아서 축약한 것으로 보였다. 
이 자료가 공개된 이후 고용노동부는 문서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 문서는 고용부가 창조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부 포항지청 소속 이모 과장이 평소 친분이 있었던 창조 소속 김모 전무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 관한 진위공방으로 논의가 쏠릴 수도 있었지만, 국정감사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이 문서를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노조의 회사출입 제한이 적법하다는 문서 내용이 검찰이나 경찰, 지역 유관기관에 전달되면서, 노조가 원하지 않는 장기파업에 돌입하게 되었고, 그 결과 다수 해고자와 회사의 제2노조 설립 전략을 사실상 허용해준 것 아니냐는 질타로 이어졌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창조와 관계 문제가 드러났다. 중앙노동위원회의 고참급 조사관으로 알려져 있는 2명에게 창조의 사건이 집중적으로 배당된 정황이 확인되었다. 게다가 이 사건들은 당시 노조파괴 프로그램 작동 여부가 논란이 되던 발레오나 유성 같은 사업장들이었다. 또한 초심인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한 사건들의 상당수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과정에서 뒤집어진 결과를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노동위원회 실무담당자들 사이에서 사건은 접수 순서에 따라 조사관들 순번에 맞추어 사건이 배당된다.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나타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실행 과정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이른바 ‘신청 짬짜미’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내부자 즉, 사건 배당 순서를 알고 있는 노동위원회 직원이 사전에 회사 측에게 사건 배당 예상 일자와 일시를 알려주고, 회사 측이 그 시간에 맞추어 사건을 접수하는 수법이 사용되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결국 노동자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승소를 해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뒤집어져 행정소송까지 가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소송에서 2~3년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되었다. 
 
3) 곡절 많았던 현대차 불법파견 국정감사
 
국정감사에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 관련 지난 논쟁을 반복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이미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정감사에서 ‘법해석 논란’에 빠져들면 별로 효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대차 국정감사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 특히 노동계 내부에서도 제각기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던 사안이었기에, 야권에서 단결된 팀워크를 발휘하면서 대응하기 어려웠다. 
한편, 환노위는 국정감사 이전 이미 2개 청문회를 거쳤고, 그러면서 쌍용차 문제와 노조파괴 문제를 크게 거론해 놓은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의 효과(정확하게 말하면 ‘언론의 집중’)가 일반적으로 집중되는 고용노동부 본부 국정감사 첫날은 쌍용차 문제와 용역폭력 문제를 다루는 데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사안은 독립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부산청 국정감사와 마지막 본부 국정감사 의제로 전환하자는 데 야당 실무진들의 합의가 있었다. 또한 증인 소환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KT와 현대차 최고경영자를 부르는 데 새누리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렇듯 현대차 국정감사는 많은 진통이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과정이 외부에 잘못 알려지면서 노동계로부터 적지 않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씁쓸해진다.
어쨌든 현대자동차 문제의 쟁점은 현대차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상황에서도 해당 판결을 사실상 무시하면서 재차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나아가 판결의 의미를 형식적으로만 해석해, 다른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확장 적용 등 갈등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야당은 현대자동차가 8월에 내놓은 3,000명 신규 채용 방안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현대자동차 연간 이익 규모와 전환 시 소요 비용을 보았을 때 법률이 정한 의무를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되었다. 회사 내부 자료를 통해 보았을 때도 불법파견으로 인한 즉시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이 7,000명을 상회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런 구체적인 수치를 기반으로 회사에 정규직 전환 의지를 물었지만, 회사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4. 2012년 국정감사 성과와 한계
 
이번 국정감사는 과거 정권과 새로운 의회가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진행한 국정감사였다. 실제 대부분 상임위에서 본래 의미에 걸맞은 국정감사가 이루어지 못했다. 환노위도 이와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 가지 변화의 지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첫째, 총체적 ‘노동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나 청년고용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대안을 중심으로 국정감사가 이루어졌다. 일부 의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의견접근을 이루고 있고,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통합 입법이 가능한 부분도 확인되고 있다. 다만 대기업 입장에 반하는 일부 논의에 있어 여야가 예민하게 맞붙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낙관은 금물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노동권 몰각’이라는 현실을 인지하고 대안을 구축하는 중간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SJM 문제나 창조컨설팅 문제가 나올 때마다 동일한 대응패턴을 보였다. 즉 쟁점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창조컨설팅 문제는 “일개 컨설팅업체의 부적절한 영업이 가져온 해프닝” 또는 “일부 노무사의 무자격 행위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거대한 불법행위가 합법의 위장막 아래에서 가능했던 것은 정부 내부와의 어떤 담합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문제는 재수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마지막 국정감사 날까지 제출되지 않았고,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단독으로 가진 고용부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계획이 있다.”는 애매한 입장만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또 사용자가 만든 ‘제2노조’가 적법한가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는 황당한 답변을 내고 버티기로 들어갔다. 이전 SJM 직장폐쇄는 폭력이 수반됐지만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장관 발언이 있은 뒤 버티기로 들어간 것과 동일한 모양새다.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버티기는 꽤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이 쟁점을 두고 더 지난한 말다툼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나가며: 새로운 노동관계 패러다임을 위하여
 
지난 5년간 우리사회 노동 문제는 항상 최악 상태에서 임계선을 앞에 두고 의제화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편적 삶의 수단인 노동의 쇠락이 우리 사회를 극악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진단이 많은 사람들의 동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19대 국회의 출발과 함께 노동 문제가 전면으로 나서면서 국정감사를 비롯해 여러 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지금 수준보다 더 깊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문제의 해법은 당사자들에게는 복직과 판결이행으로 어떻게 나갈 것이냐는 문제지만, 전체 사회적으로는 정리해고와 도급으로 위장된 가짜 근로계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로 해석되어야 한다. 용역폭력과 노조파괴 프로그램 문제는 사안이 가진 자극적 부분에 매몰되어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권의 실질적 실현을 무엇으로 풀어낼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였다. 
앞으로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100년을 써먹을 새로운 노동관계 패러다임과 가치체계를 논의하고 이를 입법으로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1953년 노동법을 처음 만든 당시에도 그렇고 그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도 그렇고, 이러한 문제를 이처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없었던 듯하니, 더욱 그렇다. 
 

제작년도:

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