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주요 산별연맹 사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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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변화와 개혁'의 바람 속에서 새 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2003년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노동운동도 예외는 아니다. 극렬한 노정 대립으로 치달았던 김대중 정부 5년을 뒤로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탐색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전교조, 보건, 공공, 화학 등 민주노총 주요 연맹에서 임원 선거가 있었다. 작년 12월 제3대 위원장 선거를 치른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산별 교섭, 의료의 공공성 강화, 고용안정'을 내세우고 단일 후보로 나섰던 윤영규 후보가 9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역시 12월에 3파전으로 치러졌던 제10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는 '전교조 혁신, 교육시장화 정책 저지, 교육 개방 반대'를 주장했던 원영만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54%의 지지를 얻으며 당선되었다. 그리고 2002년 초 발전파업과 4·2 총파업 무산에 따라 양경규 위원장이 사퇴하고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던 공공연맹도 12월 제3대 위원장 선거를 치러 '운동의 원칙인 자주성과 계급성을 복원시켜 전망을 제시하는 연맹'을 내세운 이승원 후보가 공공연맹을 책임지게 됐다. 1월 초 있었던 화학연맹 선거에서는 산별노조 건설,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내세운 오길성 위원장이 70%에 가까운 지지로 재신임을 얻었다.

집행부가 바뀐 민주노총 산하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공공연맹 그리고 민주노총의 최대 산별연맹인 금속산업연맹과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 금속노련의 지도부와 관계자를 만나 2003년 운동 정세와 사업 방향을 들어보았다.

노무현 정권의 성격

오 는 2월 출범하는 노무현 정권의 성격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 개혁성을 인정하면서 한계도 지적하는 입장이었다. 윤영규 신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정부"라고 말했다. 공약을 놓고 볼 때 공공의료기관이나 비정규관련 부분은 긍정성이 있다고 보이지만, 김대중 정부의 5년을 돌아볼 때 공약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지와 정책이 아니라 제도와 실천인데, 이런 점에서 노무현 정권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노동 개혁을 제대로 추동하기에는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다. 김호규 금속산업연맹 사무처장 역시 윤 위원장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큰 틀에서 보자면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원 신임 공공연맹 위원장은 노 당선자를 "세련된 자유주의자"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노동운동이 쟁점을 만들기가 한결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는 이승원 위원장은 인수위의 노동 정책만을 봤을 때 노동 친화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구성된 후에도 그러한 정책들이 유지되고 집행될 수 있을 지에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은 "역대 정권보다는 기대가 많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실현될 지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책을 집행하는 부처 장관과 노동부 관계자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노 정권의 인사가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문제

김 대중 정부 5년 동안 노사정위원회는 뜨거운 감자였다. 민주노총은 결국 탈퇴했고, 한국노총도 참여와 불참을 반복했었다. 노 정권 하에서 노사정위원회 참여에 대해서는 산별연맹 지도부나 관련자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노동이 요구하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의 조건부 참여다.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볼 때 김대중 정권에서 노사정위원회는 구조조정의 들러리이자, 결과적으로 자본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 측면이 컸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사정위에 대한 반발과 불신은 엄청나다. 정부가 약속한 사회적 협약기구로서의 역할은 사라져 버렸고, 합의 사항들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채 실종되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강조가 "노동 문제를 될 수 있으면 제도의 틀 안에 가둬놓음으로써, 노동운동을 개량화 하려는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무조건 불참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반대하지만,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의 이행 약속과 노사정위원회의 위상과 권한 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김호규 금속산업연맹 사무처장도 무조건 불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윤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노사정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이 노사정위원회 참여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승원 공공연맹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에 보다 비판적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어느 정도 교섭의 틀로 작용했지만, 1998년 노사정위원회부터 노동계 대표는 들러리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노사정위원회를 무조건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되었던 많은 사항들이 이행되고, 제대로 된 합의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면 참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노동계 일각에서 인수위를 지켜보면서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고민을 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먼저 판단하고 일을 벌려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도 노사정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해 합의로 만들 것을 주장했다. 이런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참여는 어렵고, 참여하더라도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노사정위원회는 스스로 위상을 격하시켜온 지 오래이며, 따라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별연맹 주요 사업

2003년 한해도 민영화 저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산별노조 건설, 산별 교섭 쟁취, 노동조합 내부 혁신, 사회 개혁 등을 위한 산별 연맹들의 활동과 사업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먼 저 금속산업연맹은 2003년 사업 방향으로 산별노조 건설, 비정규직 조직화, 작업장 혁신 요구, 최저생계비 개선을 내세운다. 주요 사업의 실천을 위해 2003년 2월부터 투쟁본부 체계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역마다 실천단을 구성해 추진력 있게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조직 규모나 내용에서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윤영규 위원장은 올해부터라도 '사용자 단체 규정' 등 산별 교섭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의료정책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밖에 비정규직의 조직화,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공공연맹에게 2002년은 혼란스러운 한해였다. 4·2 사태 이후 공공연맹은 계획성 있는 사업을 전혀 진행하지 못한 채 현안 문제에 치중했고, 연맹과 단위노조의 결합력은 갈수록 약화되었다. 이승원 위원장은 2003년을 연맹 혁신과 집행력 강화의 해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앙집행위원회를 확대·재편해 집행 기구를 개선하고, 소산별노조를 분과에서 분리하여 직할노조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2006년 공공대산별을 목표로 정책 연구를 강화할 작정이다. 그밖에 비정규 단일노조 건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 국가기간산업 공공성 강화와 사회보장 투쟁 등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2003년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연맹은 철도·가스·발전 3사 공동투쟁본부를 중심으로 1∼2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3월부터 임단협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교조는 새 정부에서도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기조는 변함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교육개방이 초래할 교육 불평등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교육부가 전자 정부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학생의 생활기록부 등 모든 정보를 교육청 컴퓨터 서버에서 관리토록 함으로써 개인신상 정보의 유출이나 정보를 통한 노동통제의 강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이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밖에 평준화 확대나 사립학교법 재개정도 올 사업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해가 바뀌었지만, 금융노조는 조흥은행 매각문제로 여념이 없다. 이용득 위원장은 연초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 정책역량 대폭 강화, △ 극심한 경쟁·성과만증주의 인사보수제도 확산 저지, △ 산별노조운동 발전전망 수립, △ 성차별 해소 및 여성 지위 향상, △ 대중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사회복지법인 설립), △ 노동자 정치세력화, △ 산별운영체계 강화 등 8대 사업과제를 밝혔다. 새 정부가 들어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흥은행 매각이 추진되고 있어 신년 초부터 투쟁의 열기가 뜨겁다. 대통령직 인수위와의 대화를 통해 조흥은행 매각의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만일 매각이 확정될 경우 금융노조 차원의 총파업을 반드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노총 소속 섬유유통·화학·금속·출판·고무산업 등 5개 연맹의 협의체인 제조연대는 작년 한 해 노동시간 단축 투쟁, 임단투 공동대응 제기, 민주노총 금속연맹과 제조 공투본을 결성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현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실패했으며, 협의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2월 제조연대 상근 임직원들이 참석한 워크숍을 통해 2002년을 평가하고 2003년을 계획하는 자리에서 나온 중장기 발전전략에 따르면 상층 중심의 연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지역 제조연대의 건설, 사무국 건설 그리고 제조연대 재정기금 마련이 논의되었다.

비정규직 조직화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과반수를 넘은 지금 상황은 어느 조직이라도 비정규직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게끔 만들었다. 이를 반영하듯, 금속·보건·보건·금융 할 것 없이 2003년도 주요 사업에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금속산업연맹의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속산업연맹은 비정규센터의 도움을 받아 전면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정규직노조에 비정규 담당자와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만으론 해결될 수 없으며, 정규직이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김호규 처장은 강조했다. 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선전을 통해 비정규직 처우개선 수준을 뛰어넘는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는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임금인상 관련 기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격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

공공연맹은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조직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단협 사항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공공연맹은 기업별 비정규직 노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국단일노조의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맹은 비정규직 기금을 고려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조직 사업장의 비정규직과 미조직 사업장의 비정규직을 총망라하는 조직화 사업을 통해 명실상부한 보건의료노조의 대표성을 획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직 확대를 위한 조사 작업을 예정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은행원 가운데 비정규직이 30∼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와 예산 배정을 통해 본격적인 조직화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혁신과 앞선 대응이 필요

2002 년은 민영화에 저항하는 공공부문 3사 노조의 파업이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노조 인정 투쟁으로 이어지면서 극심하게 대립적인 노사·노정 관계를 초래하였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정치적 지형이 상당히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 경제적 조건과 환경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사·노정 관계를 둘러싼 외부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산별연맹 지도부와 관계자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개혁과 변화'의 기대를 가지면서도 그 한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새 정부의 등장과 함께 노동운동을 둘러싼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맞게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모색해야 하는 노동조합의 주체적 조건은 그리 밝지 못하다. 과학적인 정세 판단과 주도면밀한 현실 인식과 더불어 노동조합의 자기 혁신이 절박한 시점이다. 양대 노총을 비롯해 산별연맹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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