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브라질 대선과 노동자당(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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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27일 브라질은 까르도소 이후의 브라질을 이끌어 나갈 대통령을 뽑는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PT(노동자당)의 룰라(Lula)가 이번에도 다시 출마할 것이며, 그가 현재 여론조사에서 일등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는 어느 당의 누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나올 것인지, 룰라는 과연 당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룰라가 당선된다면 브라질은 과연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까지의 언론보도를 기초로 살펴보기로 한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룰라 

룰라는 1989년, 1994년, 1998년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 대선에 도전한다. 1989년 선거에서는 2차 투표까지 진출하여 약 6%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였으나, 1994년과 1998년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까르도소가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여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룰라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78년 브라질을 뒤흔든 파업운동의 지도자로서 1982년 창설된 PT와 1983년 창설된 민주노조 정상조직인 CUT(The Single Center of the Workers)의 실질적·상징적 지도자다. 세 번에 걸친 대선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그는 PT의 후보로 기정 사실화되어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룰라는 작년부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작년 6월의 한 여론조사(Vos Populi)에 의하면, 차기 대통령으로 룰라가 32%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전 재무장관인 PPS (민중사회당)소속의 시로 고메즈(Ciro Gomez)가 21%, 전 대통령(1992∼1994)이자 현재 미나스 제라이스 주지사인 이따마르 프랑코(PMDB: 브라질민주운동당)가 17%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작년 12월 여론조사(Instituto Sensus)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룰라는 31.4%, 시로 고메즈는 13.3%, 이따마르 프랑코는 12.4%, 현재 PSB(브라질사회당) 소속 리오데자이로 주지사인 안토니 가로치뇨(Anthony Garotinho)가 9.2%, 그리고 까르도소 대통령의 후계자로 최근 확정된 PSDB(브라질사회민주당)의 조제 세하(Jos Serra) 보건부장관이 8.9%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최근 전 대통령 사르네이(1985∼1989)의 딸인 호제아나 사르네이(Roseana Sarney)가 돌풍을 일으키며 약진하면서 룰라를 바짝 뒤쫓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브라질의 대표적 보수우파 정당인 PFL 소속으로 현재 마라냐용 주지사인 호제아나는 작년 8월부터 PFL의 적극적인 홍보로 작년 12월 현재의 지지도는 19.1%로 31.8%의 룰라에 상당히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Datafolha), 룰라가 31%, 호제아나 19%로 두 사람이 앞서고 있고, 가로치뇨, 시로 고메즈, 이따마르 프랑코가 10∼11%대로 뒤쫓고 있고, 그 뒤로 조제 세하가 7%로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브라질의 유력지인 『폴랴데상파울로』에 의하면, 호제아나는 여러 대권후보 중 유일하게 룰라와 대결할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되고 있고,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룰라의 44%보다 약간 앞선 46%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Folha de S o Paulo, 2001.12.19). 

호제아나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은 소속당인 PFL의 적극적인 홍보와 가문 소유의 방송과 언론이 대대적으로 선전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뽑히고 있다. 동시에 그녀가 주지사가 된 1994년 이후 마랴냐용주의 사회 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 특히 문맹률 하락과 학교 재학생 수의 증가, 주 재정의 흑자 전환 등이 그녀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까르도소 대통령의 소속당인 PSDB는 내부에서 조제 세하 보건부 장관과 타소 제레이사찌 세아라 주지사가 경쟁하고 있었으나, 카르도소가 강력하게 세하 보건부장관을 지지하면서 작년 12월 중순 타소가 대권 도전을 포기하여 현재는 세하가 PSDB의 단독 후보로 결정되어 있다. 그러나 세하가 PSDB 후보로 확정된 후 올 1월 초 타소가 호제아나와 만나 무려 6시간이나 대화를 나누면서 타소와 호제아나의 제휴설은 점차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2002년 1월 초의 여론조사에서는 룰라의 지지율이 30%, 호제아나 21%로 나타났다. 두 사람 중 어느 쪽도 1차 선거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여 2차 투표까지 갈 경우에는 호제아나가 46%의 지지로 40%를 얻은 룰라를 누르고 당선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다른 주자들은 7∼10%의 지지에 머물러 큰 변동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편 아직 대선 후보를 정하지 않은 PMDB에는 이따마르 프랑코 미나스제라이스 주지사뿐만 아니라 빼드로 시몽 상원의원, 하울 중그만 농지개혁부장관까지 출마의사를 표명하여 현재로서는 아직 누가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현재 여권연합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PSDB, PFL, PMDB가 각자 독자적 후보를 내어 1차 경선까지 경쟁한 뒤 2차 투표에서 중도우파 단일후보를 내어 룰라와 대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PT가 부닥힌 문제들 

여론 조사 추이에서 살펴보았듯이, 룰라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재선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브라질의 보수 우익 중심의 정치구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PSDB, PFL, PMDB와 기타 군소 우익정당으로 구성된 현 브라질 집권연합은 의회에서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좌파 정당은 약 20%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 불과하다. 이런 정치판도에서 룰라에 대한 지지가 갑자기 상승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한가지 문제는 룰라의 지지표가 거의 고정적이라는 점이다.  PT가 설령 집권한다 해도 어려움은 남아있다.  
룰라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경우에도 결국은 우파 후보에 표가 몰리는 경향은 까르도소와 처음 대결한 1994년에도 나타난다. 1994년 선거 5개월 전인 1994년 5월 여론조사에서 룰라는 까르도소를 42%대 17%로 가볍게 눌렀으나, 실제 1차 투표 결과는 룰라 27%, 까르도소 54.3%로 나타났다. 1998년 대선에서도 룰라 31.7%, 까르도소 53%로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는 우파의 단일 후보 혹은 대표주자가 확실히 결정되기 전까지는 거의 30%에 이르는 고정 지지를 가지고 있는 룰라가 항상 1위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룰라와 PT에 대한 편견을 고취하는 우파 정당의 악선전과 브라질의 높은 문맹률(2000년 현재 12.8%) 등으로 하층부의 조직화와 동원이 어렵고, 중간계급에서의 지지세 확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파가 장악한 방송과 언론매체는 PT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PT 소속 시장 및 정치인에 대한 살해 위협이 증가하고 있어 PT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실제 작년에는 PT 소속인 상파울로 근교 깜피나스의 시장이 살해된 데 이어 올해 1월18일에는 PT 소속인 산토안드레의 쎌쏘 다니엘 시장이 납치 살해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PFL 광고업자인 과나에스는 PT를 탈레반에 비유하면서 카불에 폭격을 하듯 다 쳐부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PT를 불평만 하는 처남으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테러리즘과 우파정당의 PT와 룰라에 대한 악선전은 선거가 가까워지면 양극화를 부추겨 룰라에게 불리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선거제도도 룰라에게는 불리하다. 1차 투표에서 어느 한쪽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1, 2위 득표자가 2차 투표에서 승자를 가리게 되는데 2차 결선투표에서 우파 지지표가 하나의 단일 우파후보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따라서 결선투표는 흩어진 우파세력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 2위로 당선된 우파 후보가 우파의 분열을 조장하지 않는 한 룰라가 당선될 가능성이 적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호제아나의 지지세가 커지면 결선투표에서 PSDB의 세하 장관이나 PMDB의 이따마르 프랑코 지지표가 호제아나에게 몰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룰라에게 불리한 것은 대선 자체만은 아니다. 브라질의 권력 구조, 특히 의회의 지지가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 집행에 기본적이라는 사실 자체가 룰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즉 룰라가 당선되어도 의회를 우파가 장악하고 있는 한 룰라 정부가 의회와의 갈등 때문에 약한 정부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유권자가 판단하면, 이는 룰라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만약 룰라가 당선, 집권하면 좌파와 중도파의 연합세력으로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PT 강령의 상당부분을 실제 정책에서는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존의 PT 지지세력 중 일부는 PT에 비판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PT는 설령 집권하더라도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PT는 집권할 것인가

그러나 모든 요인이 룰라에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룰라 집권에 대한 기업가들의 불안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룰라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룰라에게 유리한 변수다. PT는 과거와 같이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거나 민영화를 완전히 반대만 하던 입장에서 상당히 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룰라에 대한 거부감은 작년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이전 대선 때의 50%에서 2001년 중반까지 30%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Pol tica Brasileira Online, 2001.8.27). 이에 비해 조제 세하나 이따마르 프랑코에 대한 거부율은 45%대로 나타나 룰라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T가 각 지역에서 주지사나 시장을 배출하면서 급진 일색의 정당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원만하게 수행해 왔다는 평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 PT 대의원대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급진주의 활동가들보다 당의 당료나 PT가 집권한 지방정부 참가자, CUT 소속 조합간부 등 대부분 제도권의 인사라는 점도 PT에 대한 유권자의 안정감이 커지고 있는 또 하나의 징후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최근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결과 실업자가 늘어나고 빈부의 격차가 크게 증가한 점 역시 룰라의 비교우위라고 할 수 있는 분배지향 정책이 유권자들에 대한 호소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선거가 9개월이나 남아 변화의 여지는 많다. 특히 PT가 어느 선까지 중도파에 접근할지, 또 까르도소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민영화와 자유화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과연 룰라는 공언한 대로 재정적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투자와 복지프로그램에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인지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확실한 것은 룰라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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