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의 이면과 공대위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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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렬된 노동시장 구조개선, 문제는 정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사실상 결렬됐다. 한국노총은 ‘해고요건완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완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개선과 무관한 5대 수용불가 사항과 공기업․대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 적용 등 5대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노사정 간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협상결렬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이번 노사정위원회 협상결렬의 원인은 명확하다. 협상의제와 시한, 주체에서 모두 결렬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완화는 사실상 노사 타협이 불가능한 의제였다. 또한 3월 말이라는 정해진 시한 동안 광범위한 현안에 대한 노사의 타협을 강제했기 때문에 노사정 모두 초읽기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협상주체의 문제이다. 노사의 공정한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와 보수적인 공익인사, 사측을 상대로 하는 노동조합의 협상이었기 때문에 타협은 불가능했다. 
 
 
협상 결렬 이후 정부는 이른바 ‘플랜B’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협상과정에서 논의된 의제 중 ‘공감대’를 이룬 의제들에 대해서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일반해고 요건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완화는 정부의 법집행에 관한 사안이므로 정부의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강경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미 4월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에 이어, 협상에 직접 나섰던 한국노총 또한 4월16일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를 개최하여 5.1절 대규모 집회투쟁에 이어 6월까지 전체 사업장의 임단협 시기 집중 및 총파업 투쟁을 결의하였다. 
당초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경제․사회 현안인 양극화문제의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인식과 노골적인 사용자 편향은 노사 협상의 장애 요인이 되었다. 특히 정부는 양극화 문제가 ‘정규직 과보호’에서 기인하고, 정년연장이 청년실업을 가중시킨다는 왜곡된 인식을 보였다. 또한 해고요건완화와 직무성과급제 도입, 비정규직의 2+2년 연장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시사하면서 협상을 사용자 중심으로 몰아간 것이 협상결렬의 주요 원인이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위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정부의 잘못된 인식과 사용자 편향의 태도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사용자의 요구인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위한 수단으로 공공부문 정상화대책을 추진코자 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13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의 고용부문 개혁, 인력운영 효율화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이 업무·조직 운영의 인센티브로 작용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1월19일 발표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현행 간부직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성과연봉제 대상을 사실상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고,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상시 퇴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년연장에 맞추어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겠다며, 이를 도입하지 않은 기관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사실상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제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의 증액없는 신규채용 요구다. 정년연장으로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장된 정년기간 동안 현재의 임금을 나눠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정년이 늘어나더라도 ‘생애임금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인 셈이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의 실질적 사용자는 정부다. 정부는 예산편성지침 등 각종지침과 경영평가, 감사원감사 등 각종 규제․통제를 통해 노사관계에 직․간접 개입하고 있다. 때문에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곧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전반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의 2차 정상화대책 추진방향에서 확인된 것처럼 공공기관 노동자에 대해 ‘성과경쟁’을 부추기고, 임금피크제를 강제 도입하여 임금을 삭감하는 한편, 저성과자 퇴출제도를 도입하여 일반해고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전반을 개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분명한 태도다. 
 
공공성 훼손의 주범, 성과 없는 성과경쟁
신공공관리론이 확산되면서 공공부문에는 광범위하게 성과경쟁체제가 도입되어 있다. 기관별, 사업장별, 부서별, 개인별 목표가 구체적으로 부여되고 경영평가와 기관 내부평가, 청렴도 평가, 고객만족도 평가 등 각종 평가를 통한 성과 측정과 이에 따른 보상체계로서 성과급 차등이나 성과연봉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종사자 대부분은 이런 성과경쟁이 공공서비스의 효율성 향상보다는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공공서비스의 중요한 목적은 이윤이 목적인 사적재화와 달리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서비스를 안정적․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서비스를 성과 측정의 대상으로 설정함에 따라 각 공공기관은 중장기적인 공공서비스의 개선이나 발전에 중심을 두지 않고, 비용절감과 수익중심의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공공서비스의 안정적, 보편적 제공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또 지나친 성과경쟁으로 인해 조직 내 위화감이 조성되면서 협력적인 조직문화가 저해되고 있고, 특정부서에 대한 기피 또는 선호현상, 기관 간의 협업체제 붕괴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현행 성과경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성과측정의 방법과 공정성, 그리고 결과에 대한 보상체계 문제도 심각하다. 개별 기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측정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보상체계의 과도한 차등이 직원들의 개인적인 불만 차원을 넘어 제도자체의 무용론까지 제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평가제도의 근간인 정부경영 평가가 공공서비스의 특성을 무시한 개별 기관의 줄 세우기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평가결과의 수용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협업체제로 운영되는 기관의 운영시스템을 넘어선 과도한 개인별 업적평가 또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성과연봉이나 성과급 차등이 과도하게 이루어지면서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연봉의 경우 개인별 총연봉 기준으로 30% 이상 차이가 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일반 직원들은 연간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의 차등폭이 2배 이상 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성과평가의 결과로 성과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진급이나 근속 등을 감안한 자체 서열을 매겨 지급하는 역설적인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 잘하는 사람보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높은 성과급을 받는 역선택의 문제도 발생한다. 기존의 성과평가 제도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전 직원 성과연봉제 확대와 저성과자 2진 퇴출제까지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전체 노동시장에 대한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개편,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확산시키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무급노동 강요하는 임금피크제
2016년 정년연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노사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동안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운용하는 기관의 경우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이 적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정년연장으로 인한 추가 인건비를 정부가 동결했기 때문에 전체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요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기존에 정년이 60세인 기관에 대해서도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년연장의 시행이 직원들의 임금삭감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 대해 ‘정년연장이 되더라도 기존의 임금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소득 자체는 같아야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정년연장으로 인한 정부의 추가 부담은 줄이면서 노동자에게는 늘어나는 정년만큼 일을 더시키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확인해 줬다. 더군다나 정부는 ‘정년연장이 청년실업을 가중시킨다’는 세대 갈등의 논리를 확산시키면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재원을 신규채용에 쓸 것을 강요하고 있다. 

 
양대노총 공대위의 요구, 공공서비스 확대와 올바른 공공기관 개혁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제하기 위해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지난 3월23일 전국공공기관노조 대표자대회에서 공공서비스확대와 올바른 공공기관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6대 정책요구안을 채택하였다.
공공기관 제도개혁 방안으로 공공서비스의 적극적인 확충과 사회양극화 축소 및 경제활성화, 세월호 사건으로 빚어진 생명․안전 분야의 공공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운영을 왜곡하는 낙하산인사와 현재의 비민주적 지배구조를 국민과 노동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지배구조로 개선하는 것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대해서는 우회민영화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에 따라 기능조정 방안에 대한 국회보고, 전문가그룹․노동계․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성과체제 확산과 관련해서는 성과평가체제 및 성과연봉제가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성과연봉제와 2진 퇴출제 반대 및 노사자율의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임금삭감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노사자율로 도입여부를 정하되 전제조건으로 총인건비 증액를 통한 원활한 신규채용을 요구하였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상시업무 비정규직 노동자의 예외없는 정규직 전환, 무기계약직 처우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하고, 간접고용에 대해서는 외주화 확대 시 노사합의 필요 및 하청업체 변경 시 고용과 단협승계, 적정임금 보장 등의 제도개선을 요구하였다. 아울러 1차 정상화정책 미이행기관에 대해 2015년 임금을 동결시키는 지침의 폐지를 요구했다. 
 
2단계 정상화 저지투쟁,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으로
공대위는 1단계 정상화 저지투쟁이 양대노총의 취약한 역할, 정부의 과다복지와 방만경영 프레임에 따른 여론선점 실패, 현장의 참여부족 및 공대위 지침에 대한 강제력 부족, 경영평가 대응부재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공대위은 3월23일 전체공공기관 대표자 회의에서 2015년도 투쟁계획의 기조를 △국민과 전체 노동자와 함께하는 투쟁, △여론의 지지를 받는 투쟁, △단위노조 간 연대를 활성화 하는 것으로 정했다. 아울러 4월까지 양대노총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투쟁에 선도적으로 참여하며, 단위사업장 간 결속을 통해 6월까지 경영평가 불이익에 따른 정부의 강압을 돌파해내고, 대시민 여론전을 전개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전 조직 쟁의결의 등의 투쟁일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11일 공대위는 소속 조합원 7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오는 5.1절 노동자대회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양대노총이 연대하는 투쟁을 성사시키는데 주력키로 했다. 
5월에는 전국 단위의 대시민 여론 선전전과 캠페인을 진행하여 공공기관의 올바른 개혁에 대한 대안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현 정부의 노동정책과 공공부문 정책의 부당성에 대한 국민들의 반향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또 현장단위의 실질적 연대투쟁을 위해 경영평가 단위별 회의체 운영을 수시로 개최하여, 경영평가를 통한 정부의 압박에 공동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상반기 중으로 쟁의행위 결의가 가능한 조직은 실질적인 연대투쟁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예산편성지침 확정과 2단계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강화되는 하반기에 전체 조직의 동시 쟁의발생 결의를 통해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1단계 정상화대책 대응 과정에서 방만경영과 과다복지의 여론 프레임에 갇혀 수세에 몰렸던 공공기관 노조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위한 수단으로 추진되는 2차 정상화대책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임금삭감과 고용불안,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노동자 전체의 의제가 공공부문 노조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공대위는 선도적인 투쟁을 통해 2015년 전체 노동자 투쟁의 승리를 견인해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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