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노동부문 마지막 국정감사 주제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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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국정감사에 쏟아진 관심은 여느 때 보다 높았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국정감사였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관심을 얻어 재선되는 것은 모든 현역 의원들의 바람이다. 
노동부문을 소관 하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대한 관심은 그 중에서도 돋보였다. 2015년 전반기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정부·여당이 하반기 핵심 국정운영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조하던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막바지 절정에 달했을 때 국정감사가 시작됐고, 곧 합의가 이뤄졌다. 노동계 전체가 들썩였고,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구체화한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발의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정감사장이 노동개혁을 옹호 혹은 성토하는 토론장으로 변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예년에 비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노동지형의 현실을 보여주는 개별 노사관계가 다뤄지는 비중은 줄었지만 없진 않았다. 주제는 비상식적인 노조탄압이나 사업주의 산업재해 은폐 문제에 집중됐다. 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되는 내용이다. 해를 거듭해도 노동이 처한 현실은 그다지 변하는 게 없다는 얘기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본다. 
 
(제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김영주 의원실)
 
 
노동부 장관 성토로 문 열고 임금피크제 공방서 절정 달해 
노동부문 국정감사는 지난 9월11일 고용노동부의 현안보고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공교롭게도 당일 노동부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합동 브리핑을 갖고 노사정 합의가 없어도 노동개혁 입법 및 제도개선 방안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최절정에 달한 시점이었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 등 핵심 쟁점을 제외한 기저 의제에 대해선 이미 노사정위의 합의가 끝났고, 국정감사 시작 다음 날인 주말 회의에서 합의문 도출이 시도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 상태였다. 
그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노동부 장관이 노동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더군다나 국정감사 현안보고를 목전에 앞둔 상황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여당은 “행정부로서 정책추진 방향을 밝힌 것”이라는 입장으로 노동부의 편에 섰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야당의 반발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는 (노사정 대화를) 무한히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야당 의원들의 원성을 잠재우기엔 부족했다.  
결국 이번 환노위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다 이날 오후 열린 증인·참고인 심문을 통해 재개됐다. 논의의 초점은 과연 정부 주장대로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되는 임금피크제가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다시 말해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에 따른 이른바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할 마중물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야당은 증인·참고인 심문에서 120만 명에 육박하는 청년실업자 수를 감안했을 때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금융산업 등 이미 제도가 도입된 사업장에서 청년고용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진술을 이끌어 냈다. 특히 외부압박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물꼬를 터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여러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여당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의 전제라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2013년 정년 연장의 근거를 담은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하며 환노위 야당 의원들도 법에 명시된 “임금체계 개편”이 “임금피크제”를 포함하는데 동의했다는 주장이다. 여당은 당시 회의록을 인용해 야당이 임금조정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노동부는 “30대 대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14만개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노동부가 청년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으로 홍보한 이른바 ‘20만 일자리 창출설’에 포함된 수치인데, 야당 의원들은 이중 12만 5천개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인턴·일학습병행제·직업훈련사업 지원인원임을 드러냈다. 
이와 같이 이번 국정감사의 논의는 출발에서부터 임금피크제 효과가 실재하느냐를 따지는데 지나치게 집중됐다. 그런 가운데 야당은 임금피크제의 대안으로 강조하던 재벌 사내유보금을 직접 투자한 일자리나 청년고용할당제의 확대·적용과 같은 이슈들은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노동계가 청년실업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강하게 요구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같은 주제도 아예 묻혀 버렸다. 
 
국정감사장 뒤흔든 노사정 합의와 노동개혁 5대 법안     
국정감사 돌입 얼마 후 노사정 합의가 도출됐다. 민주노총은 물론이거니와 합의 주체였던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합의안 추인 과정에서 분신소동이 일만큼 노동계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곧이어 노사정 논의의 근거지가 됐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고, 국감장은 격렬한 성토장이 됐다.   
야당은 노사정 합의에 한국노총이 끝까지 반대한 ‘킬러토픽’이 포함된 것이 정부·경영계·노사정위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킬러토픽은 실적부진자에 대한 근로계약해지(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뜻하는 것으로, 한국노총은 이 같은 의제가 노사정 합의에 거론되는 것 자체에 끝까지 반대했었다. 그런데 최종 합의문엔 “정부는 일방 추진 않는다”는 식의 구속력이 부족한 문구와 함께 두 가지 사안 모두가 포함됐다. 
국정감사는 노사정위가 설립 목적에 맞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회적 대화 참여주체 사이에서 합리적 중재자의 역할을 했는지를 검증하는데 집중됐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두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을 거침없이 몰아세웠다. “한국노총의 팔을 비틀어 합의를 이끌어냈다”거나 “노사정위원장이 1,800만 임금노동자들을 파리 목숨으로 만들었다”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노사정 합의로 경영상의 이유와 상관없는 ‘쉬운 해고’의 길이 열린 만큼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이 크게 낮아지고, 그 자리를 결국은 비정규직이 채울 것이란 논리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김대환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력을 상기하며 그가 노사정 합의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여당은 “헌법 개정보다 까다로운 것이 노사정 대타협”이라고 강조하며 내용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노사정위라는 틀 안에서 노사정이 어찌됐든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환 위원장은 문제의 사안들이 노사정 합의에 포함된 것은 특정한 결과를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나 취업규칙 변경 지침이 마련되더라도 이는 행정규칙에 해당되기 때문에 상위법이나 법원의 판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노사정 합의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지만, 여야는 이를 보완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기 드문 상황은 얼마 가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추인한 다음 날 보란 듯이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여기엔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뿌리산업인 금형·주조·용접 같은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포함됐다. 노동계가 일컫는 ‘비정규직 확산법’이라는 별칭이 꼭 들어맞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법안들이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정은 기간제 사용기간이나 파견 허용 업종 등을 전문가 의견수렴과 공동실태조사를 거쳐 정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법안이 발의 직전에 열린 당정협의를 거쳤고, 지난해 12월 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유사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입법이다. 
이로 인해 노동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노사정 합의 당사자인 정부가 스스로 합의를 깨뜨렸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노동부는 새누리당의 법안에 대해 “비정규직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지만,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름을 빌린 정부입법 자체가 최소한 합의파기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청년일자리 정책 한계 지적…노조파괴·산재은폐도 도마에 올라 
임금피크제와 쉬운 해고의 명분을 열어 준 노사정 합의가 주된 흐름으로 국정감사 전반을 관통한 가운데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개별 노사관계에 대한 잘못된 대응에 대해서도 여러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특히 정부·여당이 노동개혁의 볼모로 삼은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가 운영하는 청년일자리 사업이 그 자체로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중장년층 임금·근로조건을 손보기 앞서 정부 스스로가 운영하는 정책부터 손봐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정부가 청년들의 외국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2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해 운영하는 해외인턴 사업의 경우 물류인력 해외인턴과 해외한인기업 인턴을 제외하고 취업률이 10% 미만으로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도 정부의 청년일자리 사업에 대한 효율성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청년들의 스펙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한 스펙초월 멘토스쿨 사업이 도마에 올랐는데, 취업률(43.8%)이 낮은 것도 모자라, 1인당 투입된 교육비(1,153만 원)에 비해 평균급여가 172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청년고용률 재고의 핵심과제로 삼은 일·학습 병행제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이 학습근로자 1명 운영 시 연간 1,95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와 관련해선 아사히글라스와 갑을오토텍에서 발생한 노조파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아사히글라스는 사내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자 일방적으로 도급계약해지를 하는 식으로 노조활동을 억제하려 했으며, 갑을오토텍은 경찰·특전사 출신을 신규 채용해 노조 조합원들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고, 이 장면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용두사미에 그쳤다. 야당 의원들을 해당 사업장이 위치한 지방고용노동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각 노동청장에게 제대로 된 단속을 주문했지만 “위법 사항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만 이어졌다. 2012년 창조컨설팅으로 유명한 ‘심종두 사건’에서부터 유성기업까지 노조파괴 문제가 해마다 국정감사에 등장하지만 이듬해에도 똑같은 문제가 다시 등장하는 이유다. 
사업주의 산업재해 은폐와 노동부가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도 다시 나왔다. LG생활건강의 협력사로 화장품을 제조하는 에버코스와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대표적인 산재 은폐 사업장으로 지목됐다. 해당 사업장들은 작업 중 노동자가 크게 다친 상황에서 산재를 은폐하려 119 구급차를 돌려보냈거나, 회사 지정병원에 후송하기 위해 119 신고를 늦춘 바람에 결국 사고자를 숨지게 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노동부는 신세계건설에 벌금 500만 원만 부과했다. 에버코스의 경우 2003년부터 무려 4천일 이상 무재해 사업장으로 분류돼 노동부 감독 면제 같은 각종 혜택을 받았는데, 산재사망 사고 이후 벌어진 수시·특별감독 결과 그동안 최소 29건의 산재를 은폐한 사실이 적발됐다. 평상시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그만큼 부실했다는 뜻이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산재 은폐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을 문제로 보고, 현행 산재 은폐 1건당 1천만 원 이하인 과태료를 크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노동부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과태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오며 
결국 19대 국회 환노위 마지막 국정감사는 박근혜 정부 노동관의 근본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노동이라는 사안의 중요성을 뚜렷하게 인식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예를 들어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노동개혁을 국정운영의 핵심 기치로 내걸고 결국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내더니,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대결구도를 형성해 다른 이슈를 집어삼켜 버렸으니 말이다. 
문제는 정부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너무 막무가내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가 그토록 반대하던 킬러토픽은 결국 노사정위 합의문에 포함됐다. 이후 사실상 정부입법을 통해 대놓고 합의를 조롱하는 태도를 감안하면, 이를 달리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야당과 정부·여당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설전을 벌였지만 사실상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여기서 되돌아봐야 할 점은 야당과 노동계의 뒷걸음질이 정부·여당을 현 상황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수없이 반복돼 온 과정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곧 막이 오를 19대 국회의 마지막 법안심사가 그 변화의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과 하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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