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 구조조정과 화섬노조 연대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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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지난 6월 5일 효성노조에 대한 공권력 침탈 이후, 울산지역에서는 지역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일어났다. 6월 12일 민주노총 총력투쟁 일정에 맞물려 태광산업대한화섬과 고합울산이 효성 투쟁에 이어 파업에 나서면서 지역 연대투쟁 전선은 전과 다르게 화섬노조 연대파업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특히 식칼과 고무탄총, 사제폭탄, 볼펜독침,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하고 효성 파업현장에 투입되었던 용역깡패의 문제는 전체 노동자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음은 물론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효성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침탈은 울산 사태로까지 불릴 정도다. 

울산 지역의 연대파업을 이끌고 있는 주된 사업장은 효성과 태광산업대한화섬, 고합울산 및 경기화학노조 등이다. 이들 중 경기화학을 빼면 모두 화섬업종 노조들로 지금 화섬업계가 처한 구조조정의 문제를 모두 안고 있는 사업장들이다. 실제로 이들 노조들이 연쇄파업을 한 이유는 공통적으로 일방적인 화섬구조조정 과정과 노동배제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자본과 정권이 연일 '불법파업', '고임금자가 파업이라니' 등으로 파업투쟁을 매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파업현장에 용역깡패까지 투입시켜 문제의 본질을 폭력과 불법 논쟁으로 몰아가는 이면에는 연대파업의 근본 원인인 화섬사의 일방적 구조조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 6월9일 영남지역 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효성공장탈환'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

1.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인 화섬업계

화섬업계는 현재 전환기에 처해 있다. 화섬업은 90년대 이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섬유생산국들이 생산규모를 대폭 확대한 결과, 치열한 판매경쟁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조건은 한국 화섬업계의 경쟁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그런데, 한국 화섬업계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선진국들처럼 고감성섬유, 고기능, 산업용섬유 등의 고부가가치 섬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에 힘을 쏟기보다 기존 폴리에스터 계열의 중저가 양산 제품 생산을 위주로 대규모 시설확장에 치중하여 왔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설확장이었으며, 이러한 시설확장은 화섬시장 공급과잉을 더욱 부채질하여 1996년부터 화섬가격 하락과 매출 정체, 가동률 급감 현상을 초래했다.

한편, 이러한 시설확장은 거액의 차입금을 동원하는 과정이었으며, 결국 막대한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 부실화의 주요 요인이 되어 1997년부터 불어닥친 IMF경제위기 속에서 결정적으로 부실화 판정을 받게 된다. 고합, 한일합섬, 동국무역 등이 1998년 부실화 판정을 받아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2000년에는 매출부진에 따른 적자누적과 금융경색을 견디지 못한 금강화섬이 화의에 들어가고, 새한이 워크아웃, 대하합섬이 청산 과정에 있어 화섬사 16개사 중 6개사가 부실화 판정을 받았다. 

2. 화섬3사 연대파업의 배경

효성노조

효성은 1998년 4개 계열사를 현재의 (주)효성으로 합병하여 일찌감치 기업구조재편을 마무리짓고, 분사·외주·자동화 등의 작업장 합리화를 위주로 한 구조조정을 해왔으며, 이 과정은 철저히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등이 배제된 채 강행되어 왔다.

효성노조가 4월경부터 임단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서기 이미 훨씬 전인 2월부터 효성 자본은 작업현장의 합리화를 명목으로 연신부서(추출된 응고 상태의 섬유를 길게 늘이는 작업) 조합원에 대해 일방적 배치전환과 3교대에서 2교대로의 교대제 변경 등을 3월 1일자로 시행하겠다고 통보하고 나섰다. 이에 노조는 일방적 배치전환이 단협위반은 물론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상(이하 근참법)의 협의 및 의결사항을 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절반에 이르는 연신부서 비정규직(연신부서 전체 144명 중 70여명이 비정규직)을 확대하여 도급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연신대책위를 구성하고, 출근투쟁과 집행간부들의 강력한 현장투쟁으로 원상회복시켰다.
 
그러나 회사는 배치전환을 거부한 조합원 5명에 대해 결국 정직 징계를 내리면서 노조 탄압으로 일관했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부터 회사는 직반장들에 대해 회사측 일방의 교육을 실시하여 단협에 명시된 노조와의 협의 사항을 무시했다. 회사는 직반장에 대한 회사측의 일방적 교육과 각종 특혜를 통해 반노조 의식을 은연중에 고취시키고, 현장조합원을 관리, 통제하는 회사측 행동대로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 왔던 것이다. 이에 노조는 반장 교육을 저지하고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마찰을 이유로 회사는 또다시 간부 등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다. 일방적 배치전환과 반장교육 저지 등으로 인해 간부 및 조합원 21명이 징계 및 해고를 당했다. 노조는 이러한 사측의 탄압에 맞서 현장 투쟁을 벌이면서 임단협 투쟁을 준비하고, 4월경부터 임단협 교섭에 돌입했다. 그러나 회사는 또다시 체결권 등을 이유로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노조 말살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5월 초에는 공권력이 침탈하여 천막 농성중이던 위원장을 포함한 간부 3명을 연행,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노조는 전면적인 사측의 탄압에 맞선 파업투쟁을 전개하게 된다.

효성파업의 직접적 계기가 된 연신공정 배치전환 등의 구조조정은 효성만의 특수한 사정은 아니었다. 화섬업체 대부분이 중합(섬유 원료와 부원료를 넣어 적정 온도와 압력을 가하는 과정), 방사를 제외한 연신 등의 후가공 공정과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비섬유 제품군의 공정들을 외주화하거나 용역직에 넘기고 있다. 

태광산업대한화섬노조

태광산업대한화섬의 경우는 스판덱스와 폴리에스터 단섬유 부문이 공급과잉 상태에서 경쟁력을 잃음으로써 판매 부진과 재고가 누적되어 왔다. 이를 이유로 태광대한화섬 자본은 이미 3년 전부터 기계정대, 휴업 등을 반복해왔으며,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어 왔다. 효성과 마찬가지로 라인축소, 철거 및 외주화 등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확대 또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태광노조의 임단협 교섭 요청도 이미 4월경부터 시작되었으나, 효성과 마찬가지로 사측은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반장교육을 실시하여 노조와의 마찰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효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교섭을 요청하고 있던 그 시기에 회사는 지난해부터 문제되어 왔던 반장 교육 저지를 이유로 노조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고소고발을 자행하고, 심지어 주임, 반장들을 조직하여 반노조 행위를 일삼게 했다. 5월에는 화섬부문 251명에 대해 일방적인 무기한 휴업 실시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효성이 파업을 전개하자 연대파업을 우려한 회사가 5월 말경에 교섭을 하자고 나섰으나, 회사는 임금 14.5% 삭감이나 정리해고 실시 등을 제시하여 노조는 6월 12일 전격적으로 효성 파업에 이은 연쇄 파업에 나서게 되었다.

울산고합노조

고합의 경우, 노사간 쟁점은 화섬원사 부문을 중국 현지법인으로 매각, 이전하는 문제였다. 고합은 화섬원사 부문을 중국 현지법인인 고합청도유한공사에 매각하고, 일부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에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노조에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워크아웃 기업인 고합은 1996년 석유화학단지 시설확장을 위해 엄청난 외부자금을 끌어다 썼고, 그 결과 IMF경제위기가 오면서 1998년 워크아웃 기업으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고합 구경영진은 막대한 부채를 갚으려는 노력은 소홀히 한 채 경영권 유지를 위해 워크아웃 연장에만 혈안이 되어 부실 규모가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고합노조는 화섬 설비의 해외이전이라는 회사측의 일방적 방침에 맞서 6월 12일 태광노조와 함께 공동으로 파업출정식을 가지게 된다.

3. 노동이 배제된 일방적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화섬자본은 고부가가치 섬유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에 힘을 쏟기보다 화섬업으로부터의 철수 및 합병·매각, 해외이전 등의 사업재편과 분사·외주화·비정규직 확대 및 고용조정 등의 방식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화섬업계 구조조정의 과정은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과 근로조건의 악화 및 고용 불안이 심화되는 과정이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나 동의 과정은 철저히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희생이 전제되었다. 이는 효성, 태광대한화섬, 고합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직접적 배경이었다. 

구조조정의 과정

효성은 이미 1998년 효성T&C를 모체로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을 흡수·통합하는 대대적인 기업구조 재편을 통해 6개 사업부를 청산, 3개 사업부를 매각, 분사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고용조정이 함께 단행되어 1997년말 4,906명이던 생산직 가 2000년 3월 3,764명으로 1,142명이 줄었으며, 5,216명이던 사무관리직도 3,058명으로 2,158명이 줄어 총인원의 1/3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고용조정의 희생물이 되었다. 대대적인 고용조정을 통한 기업구조재편이 끝나자 효성은 기업합리화를 실시하게 되며, 이 과정 또한 노조와의 협의 등은 철저히 배제된 일방적 과정으로 점철되었다. 파업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던 전환배치, 직반장 교육뿐만 아니라, 팀제개편, 생산설비 개폐 및 외주하청, 아웃소싱 확대 등의 과정을 일방시행 또는 사후통보로 일관했다. 

태광은 이미 1999년부터 3년째 배치전환과 휴업을 반복하고 있으며, 지난 3∼4년간 용역과 하청화, 부서라인 축소, 자동화 등이 공장 곳곳에서 시행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등은 전혀 없었다. 이러한 일방적 구조조정의 과정은 이번 파업의 원인이 되었던 251명에 대한 무기한 일방휴업 통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고합 역시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효성, 태광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팀제 등 조직개편, 기업소유구조 변동 등은 사후 통보식이었고, 계열사 및 관계사 매각과 업종 및 생산품목 변경 등은 일방 시행이었다. 화섬 설비의 해외이전 문제 역시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이었으며, 이 과정에 노조가 근참법을 근거로 경영현황 자료 등을 요구하며 고발조치를 고려하자, 회사는 마지못해 감사보고서 1부만 건네주고 말았다.

파업 3사 이외에도 이러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똑같은 방식으로 일관되고 있다. 회사 청산 과정에 처해있는 대하합섬의 경우도 청산 선고 전에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과정을 노조에 사후 통보하는 식이었으며, 코오롱 역시 작년 단협을 통해 '분사가 없을 것'이라는 합의를 해놓고도 협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분사를 일방적으로 시도하여 노사 갈등을 조장하기도 하였다.

일방적 구조조정의 결과

일방적 구조조정의 결과는 고용조건의 악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비정규직의 양산이다. 효성 울산의 현장노동자 중 비정규직 수는 정규직을 넘어서고 있으며, 태광대한화섬과 고합의 경우도 비정규직 규모가 30%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숫자로 보더라도 효성과 태광은 천여명을 넘는다. 이들 비정규직 고용의 대부분은 사내하청, 소사장제 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노무관리는 원청 화섬사가 행하고 있어 불법파견, 불법도급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화섬자본이 섬유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제품투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기존 부문을 비정규직화를 통해 값싸게 생산하겠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 결과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2%p 정도 높았던 인건비 비중이 97년 이후 비정규직 양산으로 지금은 인건비 비중이 대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고용조정은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악화는 물론 정규직의 노동강도도 강화시켰다. 같은 장치 산업인 석유화학이 일찍부터 4조 3교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에 비해, 화섬업체들은 여전히 3조 3교대제를 고집하고 있어 노동강도 강화와 실질노동시간의 증대로 화섬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

4. 화섬사 노무관리의 폭압성과 전근대성

화섬 노조들이 연쇄파업을 전개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일방적 구조조정과 함께 화섬사들의 전근대적인 노무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번 연대 파업에 나선 효성, 고합울산, 태광대한화섬 등은 모두 실질적 교섭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투쟁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는 화섬자본의 의도적 교섭 회피 및 노조 무력화와 길들이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었다. 

회사측의 교섭거부

효성을 비롯한 태광과 고합울산의 경우는 지난 4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임단협 교섭을 요청하였으나, 자본은 체결권 및 교섭대상불가 등의 핑계로 교섭 자체를 거부해 왔다. 화섬 자본의 이러한 불성실 교섭 행태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태광의 경우, 지난 1998년부터 해마다 체결권 시비를 겪어왔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는 교섭을 통한 대화로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정상적 과정보다는 노조를 자극하고 탄압하여 고립시키기 위한 비상식적이며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에 의존해 왔다. 올해 역시 이러한 태광 자본의 의도적 교섭 회피 전술은 다를 바가 없었으며, 조금 다르다면 체결권 시비에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자본의 조직분리를 빌미로 회피해 왔다는 것이다(이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법인 분리를 말한다. 

기존에도 법인은 따로 있었으나 대표이사 1명이 각 법인을 통괄해 왔으며, 노조는 태광과 대한화섬을 묶어 한 조직으로 활동해 왔다. 회사는 이번 교섭과정에서 각각의 법인에 대표이사를 따로 두게 되었으니 교섭도 따로 하자고 하며 교섭을 회피해 왔다). 화섬자본이 이러한 불성실교섭을 해마다 관행처럼 저지르는 이면에는 노동행정의 불공정성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코오롱의 경우, 자본이 체결권을 시비 삼는 바람에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노조가 조정신청을 내자 노동위원회에서는 행정지도를 내려 불법파업 시비로 몰아갔다. 다행히 지난 6월 26일 대법원에서 뒤늦게 나마 '행정지도하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판시하긴 했으나, 이러한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남발 등은 그간 화섬 자본들이 교섭 초반부터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하도록 빌미를 제공해 왔다.

직반장을 동원한 노조탄압

효성과 태광에서 일방적 직반장 교육으로 노사간 마찰이 일어나고, 이것이 효성 파업의 직접적 원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화섬자본의 전근대적 노무관리 때문이다. 효성과 태광노조가 반장교육을 저지하고 나선 것은 비단 일방적 교육과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들 화섬사들은 이미 반장협의회 등을 조직하여 반노조행위를 일삼아왔으며, 노조는 이러한 회사측의 노조 무력화 공세에 맞선 과정이 반장교육 저지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효성의 경우, 작년 임단협 투쟁시기부터 반장협의회를 통해 노조에 압력을 행사해 왔으며, 태광 역시 올해 협상 시기인 4월 23일 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를 시작하고 있을 시간에 회사 중역회의실에서 주임, 반장협의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회사의 일방적 반장교육을 저지하는 노조간부들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는 등 반노조 행위를 노골적으로 시도했으며, 급기야 '조합비 납부 거부' 등을 실은 성명서까지 협의회 이름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직반장들을 동원한 회사의 노조 탄압행위로 작년 코오롱노조가 파업을 끝낸 후 반장들이 파업하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연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코오롱노조가 작년 임단협 시기 파업을 전개하자, 회사는 파업대오에 반장들을 참여시키지 않기 위해 불법파업이고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파업 끝나고 불이익이 주어질 것'이라고 반장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파업은 노조의 승리로 끝났고, 회사는 반장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반장들은 회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작업을 거부하여, 반장 및 관리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인 것이다.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화섬자본의 억압적 노무관리는 올해 효성의 파업 돌입과정에서 보다 여실히 드러난다. 효성노조는 이미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를 실시했던 1999년에도 투표를 무산시키려는 회사측의방해공작을 뚫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던 전례가 있다. 노조는 올해 파업찬반투표를 준비하면서 회사측의 방해공작이 더욱 극심하리라 예상하여 투표 기간(총회)을 1주일여로 충분히 늘려 잡아 총회투쟁(찬반투표)을 벌여나갔다. 그러나 회사측의 방해공작은 상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조합원을 집단적으로 휴가를 보내고, 총회 투표 참가를 차단하기 위해 본사 관리자 및 용역깡패 수백명까지 동원하여 긴장을 조성하는가 하면, 심지어 조합원이 작업하고 있는 공장의 문을 잠그고 쇠창살까지 설치하는 만행을 자행하였다. 결국 노조는 회사의 비상식적 노조탄압 및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총회 중단을 선포하고 곧바로 파업으로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화섬자본의 노사관이 전근대적인 것은 화섬업체 대부분이 60∼70년대 군사독재 정권의 특혜적 지원과 노동자 억압을 등에 업고 사업을 확장해 왔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여전히 군사독재 시절의 노사관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노사 대등의 관계보다 노동억압을 체질화하고 있다.

5. 정부의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인 1998년 하반기부터 기업구조조정과 결합한 신산업정책을 제시하였다. 화섬업을 포함한 장치산업의 산업정책과 관련하여 정부는 중복·과잉설비 해소 및 적정 가동률 유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 범용제품 위주의 생산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 등을 정책 내용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별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특히 재벌체제의 철저한 개혁 등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과잉 해소는 작년 11월 대하합섬 청산으로 400여 노동자들만 실업자로 만들었을 뿐 화섬산업의 과잉공급 해소에는 특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또, 화섬업체들 대부분은 고부가가치 중심의 구조 고도화보다는 탈섬유 투자집중과 기존 부문에 대한 합리화에 치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태광의 경우를 보면, 화섬업에 대한 자본의 신규투자 및 기술개발 투자 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1998년 이후, 화섬업이 아닌 금융관계사와 CATV 등에 집중하여 왔다. 1997년 한국케이블TV 안양방송 설립과 2000년 5월 천안유선방송과 한국케이블 TV중부방송 인수, 2000년 7월 한국케이블TV 수원방송 인수 등이 태광산업대한화섬 노동자들에 대한 기계정대와 일방적 휴업 등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면서 고용불안을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고합의 경우는 애초에 석유화학단지 매각을 통해 부채의 상당부분을 갚을 예정이었으나,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회복을 염두에 두고, 가장 이익이 많이 남을 석유화학단지 매각을 방해하거나 소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재 고합은 화섬원사 부문의 해외매각을 통해 구조조정 노력을 하는 척하며 워크아웃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신산업정책의 심각한 문제는 이를 통해 벌어지게 될 고용조정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으며,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참여가 오히려 퇴행하고 있는 점이다. 이미 작년에 청산에 들어간 대하합섬은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어 막대한 설비가 고철 덩어리가 되고 있으며, 400여명의 실업자를 양산했을 뿐이다. 구조조정에 처한 화섬자본들이 막무가내로 정리해고와 고용조정을 실시하여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산업현장에 공권력과 용역깡패가 난무하게 되는 것은 정부의 노동정책이 부재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확대한 비정규직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6. 구조조정의 올바른 방향과 과제

화섬산업의 구조조정은 공급과잉 해소와 화섬산업에 대한 혁신적 재투자의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그 바탕에는 노동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의 보장과 노사합의적 구조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 또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알량한 실업대책 위주가 아니라,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다 적극적인 고용유지 방안 및 신규 고용창출 등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화섬 3사가 연대파업 전선을 완강히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효성에 대한 무자비한 공권력과 용역깡패의 침탈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화섬자본들이 관행처럼 해왔고, 지금도 자행하고 있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때문이다. 화섬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 강행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억압적 노동통제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화섬사 연대파업은 바로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화섬 구조조정의 관행을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이다. 또,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함을 강변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이럴 때만이 경영상황에 대해 투명한 공유가 이루어지고, 구조혁신과 고용안정을 전제로 하는 노사합의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고용유지와 근로조건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노조 역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화섬산업 특성을 고려한 4조 3교대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화섬노조들의 파업투쟁은 지역 연대투쟁으로 확산되어 투쟁의 중심에 서있기는 하나, 화섬 구조조정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화섬 구조조정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문제며, 이는 지금 파업하는 노조 이외의 화섬노조들이 함께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와 자본의 폭력진압에 대한 응징과 함께 화섬 구조조정의 문제에 대한 여론과 사회적 쟁점화를 통해 투쟁 전선을 넓혀야 한다.

또, 이번 연대파업으로 화섬노조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절실함을 깨달았다. 화섬노조들은 그간 업종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오래 전부터 끈끈한 연대를 유지해왔다. 그러한 연대의식은 이번 연대파업 투쟁 과정에서도 드러나 투쟁기금 지원과 각종 집회투쟁에 화섬산업의 많은 동지들이 참여했다. 이러한 연대의 힘이 이번 파업투쟁의 실천과정을 통해 이후 기업별 조직의 틀을 깨트리는 실질적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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