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과 금속산업 노사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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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제목: 
- 제95차 노동포럼-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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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토론: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본부장,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일시: 2012년 7월26일(목) 오후 4시~7시
장소: 서울 서대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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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95차 노동포럼을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토론의 주제는 ‘현대차의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과 금속산업 노사관계 전망’입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문제에는 노동시간 단축, 심야 노동 철폐 등의 과제들이 연동되어 있고, 나아가 완성차 사업장 노사관계가 갖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고려해, 이를 단순한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금속산업 전체의 노사관계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먼저 주간 연속 2교대제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논의됐던 쟁점들을 박태주 박사께서 ‘현대자동차 근무형태변경추진위 자문위원회’ 방안을 중심으로 개괄해서 발표해주시고, 이에 대해서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께서 오늘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토론을 해주시겠습니다. 또 오늘 이 자리에 양 노총 금속산별 간부들도 많이 참석해주셨는데요. 우리가 공동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박태주 교수의 발표를 듣겠습니다. 

[주제 발표]

박태주: 반갑습니다. 박태주입니다. 오늘 제가 설명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지난 6월28일 현대자동차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이하, 근추위 자문위)에서 노사에 보고 드린 방안입니다. 이는 6월5일 근추위 3차 회의에서 노사가 자문위에게 각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논의를 모아 보고한 것입니다. 현재 이 방안이 노와 사 모두에게서 논란이 되고 있고, 또 제가 자문위 대표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습니다만, 이를 기반으로 제가 고민하고 있는 바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현대차 자문위를 맡고나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현대차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가 과연실현될까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제 답변은 될 것 같다, 노와 사 모두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 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현재 노동시간 관련해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나는 10년 이상 끌어온 주간 연속 2교대제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10월 노동부로부터 적발된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번 협상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합의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교대제는 그대로 두고 근로기준법 준수를 통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임금 보전’이 쉽지 않고, 이는 특히 노조에게 문제가 됩니다. 또 사측 입장에서도 노조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계속 안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통해서 노동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합니다. 노조 집행부로서는 이번에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조합원의 압력으로 내려가야 할 거라고 봅니다. 이러한 외부적 상황 때문에 노와 사 모두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특히 현대차에서는 10년 이상 이 문제를 가지고 협상해오다 보니, 조합원들 내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이해도와 공감대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러한 조건이 주간 연속 2교대제의 현실화에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실현될 거냐고 물으면, 이번에는 될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었고, 이와 관련된 논의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통한 법정 노동시간 단축과 기업 차원 협상을 통한 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업 차원의 실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관련해서 현대차의 주간 연속 2교대제 논의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만일 현대차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이 되면 그 효과가 다른 완성차 대기업, 나아가 부품사들로 파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이 현대차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문제가 금속산업 노사관계에 있어 중요성을 갖는 이유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현대차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논의 배경과 경과

이제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실태는 [표1]과 같습니다. [표1]에서 드러나듯 지난해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은 평균 2,678시간을 일했고, 연평균 노동시간은 최근으로 올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노동조합이나 법률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물량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다 점을 말해주는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추세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최근 많이 바뀌었죠. 일단 장시간 노동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에 대한 현대차 사측의 입장도 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까지는 회사의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런데 최근 노동부의 근로감독과 노동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내부와 외부의 환경 변화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논의를 끌어가고 있는 형국이죠. 

주간 연속 2교대제가 현대차 노사관계에 처음 제기된 것은 1998년이고, 또 도입에 노사가 합의한 것이 2005년입니다. 그렇지만 시행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는데요. 현재 회사는 2013년부터 시행하자고 제안고 있고, 노조 측은 올해부터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입장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이제 논의는 끝내고 우선 도입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집권하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4대 집행부는 올해 초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의 2008년 합의와 2010년 합의와는 다른 기조를 공표하고, 4월 대의원대회를 거쳐 새로운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표2]와 같습니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6월부터 자문위가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자문위가 세웠던 원칙은 첫째,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 둘째, 노사 호혜의 원칙과 비용 중립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조합의 사회 연대를 연결시켜야 한다, 등이었습니다.

자문위가 이 요구안을 검토한 결과, ‘8시간 + 8시간’(이하, 8/8) 체계를 직접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8/8 체계로는 현재의 ‘10시간 + 10시간’(이하, 10/10) 노동체계에서 생산하고 있는 물량 수준을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설비투자와 시간당 생산량 증가를 감안해도 연간 약 16만 5천 대 감소). 생산 물량은 회사에게는 이윤의 원천이고, 노조에게는 고용과 임금의 원천입니다. 또 현대차가 생산 물량을 감소시키면 부품업체와 협력업체들에게는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부품사로부터 “너희들 좀 편하자고 우리는 모가지를 내놔야 하느냐.”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기존 생산 물량 수준을 보전하는 방향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자문위는 ‘8시간 + 9시간’(이하, 8/9) 노동체계에서 추가적인 설비 투자와 UPH(시간당 생산량: Unit Per Hour) 개선을 통해 물량 보전과 임금 보전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완성차 부문(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은 8/9 체제로 가도 문제가 없지만 PT(엔진, 변속기, 소재: Power Train) 부문은 부분적으로 물량이 보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PT 부문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8/9 체계로 가더라도, 일부 PT 라인은 상시 야간조를 도입해 3교대제로 가자는 것이죠. 

이러한 입장을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판단이었습니다. 우선, 노조가 주장하는 공장 신설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재에도 자동차는 세계적으로 과잉 생산되고 있고, 특히 현대차는 ‘글로벌 톱 파이브’라는 모토 아래 해외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해왔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새로 공장을 지었다가 수요가 급감하면, 자칫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실제 프랑스 등 유럽의 자동차 공장에서는 경제위기 속에서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현대자동차가 경영전략의 방향을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심야 노동을 완전히 없애는 것 또한 어렵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도입이 논의되는 3교대제의 내용들은 사실상 심야 노동을 포함하고 있죠. 자문위가 유럽의 폭스바겐이나 미국의 자동차 공장들을 살펴본 결과, 거기서도 심야 노동이 일반적일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비중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공장 신설보다는 공장 가동시간은 늘려 물량을 맞추려는 설비 집약적 경영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다수 공장에서 지원자 중심으로 상시 야간조를 운영하면서 기술과 작업조직에서 심야 노동의 위해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조합원이 원하면 3조 2교대제나 3조 3교대제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현대차에서도 심야 노동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교대제 전환 전제는 물량 보전과 임금 보전

자문위가 제기하는 물량 보전의 기준은 “평일 10/10 노동체계에서 가능한 생산량”입니다. 휴일특근으로 인한 생산물량은 포함시키지 않았죠. 10/10 체계의 생산량을 단축된 노동시간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생산량(UPH)을 늘리고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PT 부문 일부에서는 노동자 개인의 노동시간은 단축시키고, 설비의 가동시간은 늘리는 방향, 즉 상시 야간조를 포함한 3교대제로 가자는 것이 자문위의 제안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비투자 등을 통해 UPH를 현재의 402에서 432로 높이고, 추가적인 작업시간 확보를 위해 조회나 안전교육 등은 정취시간 바깥에서 실시하자, 식목일이나 제헌절 등도 일하자는 것이죠. 세부적인 내용은 [표3]에 정리했습니다.

임금 보전은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인한 임금 삭감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은 “평일 10/10 노동체계에서의 연간임금 총액”으로 잡았습니다. 임금 보전을 위해서 10/10 노동체계에서 8/9 노동체계로 가면서 생겨나는 연장근로 3시간을 ‘고정 O/T(연장근무)’로 포함하여 조정 적용하고, 2조의 마지막 1시간에 대해서는 실 연장근로수당으로 지급한다는 게 기존의 합의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줄어든 심야노동시간에 따른 할증수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노사가 합의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회사는 당연하겠지만 법정수당인만큼 보전할 이유가 없다는 거였고 노조는 임금 보전이란 점에서 지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이에 대해 자문위는 회사가 심야할증수당을 주더라도 단위노동비용은 늘지 않을뿐더러, 임금 보전이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의 기본적인 전제라는 점에서 심야할증수당은 보전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UPH 상승에 따라 통상임금을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금 보전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임금 보전과 관련된 세부적인 쟁점은 [표4]와 같습니다. 또한 상시 야간조의 임금은 기술직(생산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무형태를 조정하면서 월급제를 도입하되, 심야할증수당은 제외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인원 충원 및 배치전환 문제 역시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문위가 봤을 때 UPH 향상 분은 임금 인상으로 보전되기 때문에, 인원 충원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는 기존 노사합의 사항이기도 합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듦에도 임금이 보전되는 것은 UPH 향상이 뒤따르기 때문인 것이죠. 다만,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 PT 부문에서 상시 야간조를 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들, 그리고 기술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인원 충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현재 공장별로 UPH가 서로 다르고, 이에 따라 노동 강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를 평준화하기 위해서는 배치전환이 불가피한데, 이를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가 노사 간 쟁점입니다. 회사는 표준 M/H(Man Hour: 3년 이상의 숙련자가 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작업분량)를 도입해서 이를 기준으로 삼자는 데 반해, 노동조합은 M/H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 자문위가 제안한 것은 표준M/H를 도입하지는 않더라도 일회용 작업인원 산정 기준은 필요하다, 이를 금속노조의 'M/H 가이드라인'을 기본으로 해서 현대차지부가 독립적으로 만들고, 그 결과를 기존의 모답스(간략 기정시간 표준: MODular Arrangement of Predetermined Time Standards)와 비교 및 조정하자는 방안입니다. 또한 현재 집행부가 표준 M/H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후에 표준M/H를 도입하자는 게 자문위의 의견이었습니다. 

공백 상태로 있는 협력업체 대책

한편, 현대차 노사 모두가 협력업체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대차의 교대제 변경은 협력업체들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함께 가는 거죠. 그런데 줄어든 노동시간에 현대차가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 협력업체가 할 수 있는 선택 가운데 노동 강도(UPH)를 올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현대차에 비해 협력업체의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설비를 투자하고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실제 그럴 자금이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또한 설비투자나 신규충원은 납품단가 인상 압력으로 나타날 텐데 현대차가 납품단가를 올려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협력업체 경영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또 협력업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임금 보전을 요구하게 될 텐데, 노동 강도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다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임금 보전 요구를 어떻게 받아 안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현대차에게 대놓고 말하고 요구할 수 있는 힘이 협력업체 사장들에게는 없습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힘은 민주노총의 금속노조와 한국노총의 금속연맹에게 있다고 봅니다. 특히 납품단가의 인상이나 불공정 거래의 해소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 그리고 금속연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2011년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에 준비 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표5] 참조). 지금도 제가 가서 만나보면 현대차의 도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러한 협력업체 의견들도 제도 도입 과정에서 충분히 수용해야 하는데, 현재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지부조차 “우리 코가 석자인데 협력업체까지 언제 신경을 쓰느냐.”고 말할 정도입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선 도입하는 것이 요구돼

마지막으로 시행 시기 문제입니다. 노조는 올해 시행하자는 거고 회사는 내년에 하겠다는 건데, 이와 관련해서 자문위가 고려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설비투자에 걸리는 시간이고, 둘째는 협력업체들이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 그리고 셋째는 정치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입니다. 설비투자와 관련해 회사는 부분적으로 공장을 셧다운(가동 중지) 하더라도 10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들도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집행부의 임기가 내년 9월 말까지인데, 그 안에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자문위의 의견이었습니다. 이번에 도입하지 못하면 2014년 이후로 미뤄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문위는 이 세 가지를 고려해, 올해 내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내년 임단협이 시작되기 전인 4월1일부터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면 2013년 임단협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문위가 공감하고 있는 것은 완성된 제도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제도를 도입해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우선 8/9 체계를 도입한 후에 어떻게 보완해서 언제 8/8 체계로 갈지도 정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노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후 논의하는 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정 토론]

하부영: 저는 근추위 자문위 의견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우선 문제제기하고 싶은 것은 자문위에서 현대차 자본을 너무 착하게 봤다는 점입니다. 연구자들이 너무 순진하게 기술적으로만 문제를 인식했어요. 있는 그대로는 잘 봤지만, 그 뒤에 숨겨진 맥락을 옳게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방안대로 실제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진행될 경우 집행부가 임기를 못 지킵니다. 제가 예전에 이와 비슷한 방안으로 현장에서 1,500명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75%가 반대했어요. 이 방안대로는 안 됩니다. 자문위 안은 현대차 자본의 입장의 대전제인 ‘물량 보전 = 임금 보전’ 원칙을 충실하게 대변하는 의견으로, 현장 정서와 괴리가 크고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배치전환 기준 마련을 위한 표준 M/H 도입입니다. 이거 잘못하면 노조 망합니다. 현장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을 회사에 헌납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하는 일이 없으면 노조는 금방 무력화됩니다. 현재 현대차 사측이 표준 M/H를 안 갖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미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걸 지금 노조에서 추인해서 도장 찍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이 안대로 가서 현장 권력이 약화되면, 노사관계 힘의 균형이 깨지고 노조는 치명적으로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자문위 방식 교대제 전환, 노조 권력 약화시킬 수 있어 

주간 연속 2교대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건강권을 확보하고, 인간다운 삶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되는 거잖습니까? 그런데 자문위 안대로 가면 기존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착취체제’에서 ‘저임금 고강도 노동착취체제’로 가는 정도의 변화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의 낡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혁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의 쥐어짜기 의도에 부합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컨대 ‘물량 보전 = 임금 보전’이라는 것은 ‘10시간 + 10시간’ 근무체계에서 만들던 만큼 ‘8시간 + 8시간’ 근무체계에서도 하면 임금을 보전해줄게, 이런 거잖습니까. 노조가 이런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 봅니다. 조합원들이 실리주의적인 게 아니라 노조 간부들이 실리주의적인 건데, 조합원 핑계를 대고 있는 거죠. 조합원들의 생각을 지레 짐작해 왜곡하고 접근한 게 이 문제를 꼬이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라고 봅니다. 

제가 볼 때 조합원들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나라 걱정도 많이 하고, 회사 경영 상태도 잘 파악하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정당치 않은 차별이고 착취라는 점을 잘 알고 판단을 내리는 상식적인 사람들입니다. 현대차에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다수 의견이 임금 조금 삭감되더라도 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가자는 거였고, 이번에 기아차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 시범 실시했을 때 주된 반응이 잔업수당 안 받아도 좋으니 이대로 가자는 거였잖아요. 조합원들은 실리주의자 아닙니다. 간부들이 생각하는 조합원이 실리주의죠.

그렇게 편견을 갖고 오판을 하니 ‘임금 삭감 반대 이데올로기’에 빠져서 노동 강도는 높이면서 생산성을 20%나 올려주는 선택을 하게 된 거죠. 근무시간을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생산물량은 보전하니 대략 20% 정도 생산성이 늘어나는 겁니다. 말이 20%지 이건 사람 수로 따지면 4천 명 고용의 문제예요. 현대차지부 4기 집행부가 지금 생산공장 하나 더 짓고 3,500명 신규 채용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이러한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거죠. 이러한 엄청난 작업혁신을 잔업수당 몇 푼 때문에 노조가 합의해준 것 자체가 세상물정 모르고 하는 일입니다. 

제가 볼 때는 현재 자문위 방안은 임금 보전이 아니라 임금 삭감, 그것도 대대적인 삭감이라고 봅니다. 일단 심야할증수당 잘 안 주려 할 겁니다. 그리고 노동시간이 주는 만큼 전기세 등의 경비 절감도 엄청날 텐데, 모두 회사 측에게 돌아갈 겁니다. 또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통해 공장 간 물량 이동을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생산량을 상당부분 보전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통해 주 52시간(정규근로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노동을 하게 된다면, 연간 약 2,400시간가량 일을 하게 됩니다. 2011년 현재 2,400시간 이상 일을 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82%인데, 회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2,400시간을 초과해서 하던 노동에 대한 임금이 절약되는 겁니다. 왜 이런 것들이 자문위 안에서는 계산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 빼고 수당만 가지고 계산해서 이야기하니까 자문위 안을 현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애초 ‘노동 강화 없이, 임금 삭감 없이, 고용 불안 없이’라는 ‘3무(無) 원칙’을 제기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문위의 안대로 하면 ‘인원 충원 없이, 임금 보전 없이, 노동조합 없이’라는 ‘신(新) 3무 원칙’이 현장에 실현될 것 같습니다. 대단히 문제가 있고, 회사에게 보너스를 따따블로 주는 방안이라고 봅니다. 정몽구 회장이 공식적으로 밝혔듯, 현대자동차의 지향점은 생산방식은 도요타고 노사관계는 현대중공업입니다. 꾸준하게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고, 사측에서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역시 마찬가지 방향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자문위원들이 이런 부분을 간파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교대제, 노동시간, 불법파견… 일점돌파가 필요하다

지금 현대자동차에서는 주간 연속 2교대제만이 아니라 불법파견 정규직화 문제, 근로시간 관련 노동법 위반 문제가 뒤죽박죽 얽혀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쟁점이 따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회사의 ‘불법 경영’ 관행에서 생겨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각의 대안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점돌파 방식으로 회사가 불법 경영을 포기하고 합법 경영으로 가도록 하는 방안을 내야 합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번 구속됐을 때 ‘준법 경영 각서’를 쓴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직후에도 현대자동차 사측에서는 ‘불법 생산계획’을 발표했어요. 현대자동차가 한국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 생산할 수 있는 대수가 약 170만 대인데, 194만 5천 대를 목표로 하는 시정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재벌 대기업은 회장이 목표를 제시하면 무조건 그대로 가는 것 아닙니까. 이미 준법적인 생산능력보다 약 25만 대를 초과하는 불법 생산계획을 회장이 제시했는데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니까, 현장에서 봐서는 어떤 방안도 신뢰가 안 가는 것이죠. 불법파견, 근로기준법 준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방안이 아니면 안 되는 겁니다. 대충 봉합하는 방안을 내밀어서는 현대차 재벌 압박에 노조 집행부가 못 견딜 겁니다. 실현되지 못하고, 결국 노조 집행부가 물러나도록 만들 겁니다.

그동안 회사는 불법적으로 여기저기서 많이 뜯어 먹었잖아요. 이제 회사가 먼저 좀 양보해야 해요. 불법만 하지 말라는 겁니다. 준법만 하면 됩니다. 또 노조도 많이 반성해야 합니다. 대중의 실제 요구를 보지 못하고 단기적 소아적 실리주의에 사로잡혀서 주간 연속 2교대제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조합원들도 임금 삭감 반대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야 하고요.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에 익숙해진 노조와 노동자들이 실리주의와 임금 삭감 반대 이데올로기에 갇혀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합니다. 특히 활동가들은 노동자들 핑계로 회사 입장에 동조해주는 태도를 멈춰야 하고요.

전태일 열사가 사용자들 보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을 했는데, 저는 지금 노동자들 에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불법 연장근로는 노동자들도 동조하니까 이뤄지는 거죠. 불법 연장근로로 남의 일거리 뺏고 다른 사람 실업자 만드는 결과에 현대자동차 조합원들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간 연속 2교대제로 현대차 조합원들도 득보려고 해서 안 됩니다. 이해관계가 너무 얽혀 있어서 노와 사가 단기적인 이해를 따져서는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없고, 노와 사 모두 조금씩 양보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생산 목표량 줄이고 ‘준법 경영’ 해야

먼저, 회사가 근로기준법 준수 범위 내인 170만 대로 생산 목표를 줄여야 합니다. 그로 인한 손해는 현대차 노동자들과 협력사들도 함께 책임지고 감내해야 합니다. 어쨌든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30UPH 상승 정도는 수용을 하고, 나머지는 공장 간 물량 이동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30UPH 상승이면 줄어든 노동시간으로 인한 임금 삭감분의 50%가 보전이 되고, 나아가 공장 간 물량 이동을 자유롭게 한다면 삭감분의 75% 정도는 보전이 될 텐데, 현장 노동자들은 그 정도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거고요. 

다음으로, 연간 2,400시간 근로시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자는 겁니다. 회사가 물량계획을 거기에 맞추고, 노동자들도 불법으로 연장근로, 철야근로 해서 가져가는 것들을 포기하자는 거죠. 이걸 도입하지 못하면 물량 확보 경쟁을 막을 수 없고, 그러면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원 충원을 하고 약간의 배치전환을 해서 기반을 만들고 근로시간 상한제가 철저하게 준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연간 근로시간이 대략 2,200시간 정도로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법파견 문제를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연동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는 2000년 이후에 부각이 됐는데요. 1998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채용된 비정규직들을 현장에 복귀한 사람들이 인정 안 하니까, 비정규직을 덤핑으로 투입을 했습니다. 이를 테면 10명이서 하던 공정에 비정규직들까지 12명으로 투입을 한 거죠. 정규직 입장에서는 자기가 할 일 안하고 비정규직 시키면 되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게 지금 현대자동차 현장입니다. 사측에서는 편성효율(작업라인의 적정 인원 대비 실제 인원)이 낮다고 뭐라고 하는데, 자기들이 합작해서 그렇게 만든 거죠. 어쨌든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해서 이런 신분질서를 깨고 작업을 평준화한다면, 편성효율이 상당부분 올라갈 겁니다. 생산성도 높일 수 있고 대의명분도 있으니 함께 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법인세 인하 분, 아니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생기는 인건비 절약 분이면 비정규직들 모두 정규직화하고 신규 인원 충원하는 데 충분합니다.

물량 보전과 임금 보전 연동하면 제도 도입 어려워

‘물량 보전 = 임금 보전’이 기준이 된다면 주간 연속 2교대제는 실제 현장에 도입되기 어렵습니다. 지금 조합원들 요구 역시 임금 보전 조금 안 되더라도 어쨌든 주간 연속 2교대제 가자는 겁니다. 다만, 이 집행부가 어디까지 임금 삭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는 거죠. 이 기회에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더불어 작업 평준화를 통한 시간당 생산량 상승, 일부 인원 충원과 설비 개선 투자 등을 기반으로 노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가능한 생산물량을 협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사업부별 협상으로 전환해서 먼저 합의되는 곳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다면, 2013년 1월1일부터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상으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임금 보전과 물량 보전 연동은 노사 합의사항

이종탁: 사실 박태주 교수님이 발표한 현대자동차 근추위 자문위 안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큰 이견이 없습니다. 현재 조건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려고 하면 자문위가 추구한 방식밖에 없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부영 동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임금과 물량의 연동관계를 깬다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2008년 현대자동차 노사합의가 임금과 물량의 보전을 기준으로 제시했거든요. 2003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논의가 시작된 이래 현대차 자본은 물량 보전 관련 입장을 초지일관하게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2008년 노조가 물량 보전의 전제 위에서 임금을 보전 받겠다고 선언하고 합의해준 것이죠.

저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방향을 이렇게 가져가는 상황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 관련해서 자문위 안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것은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최대한 빨리 도입해서 실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다면 자문위 안이 제시한 방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합니다. 하부영 동지가 지적한 대로 그로 인해 현장에서 사용자가 구상하는 노사관계가 관철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는 있지만, 다른 방향의 계획을 고민한다면 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고 도입 시기를 훨씬 늦출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측의 함정에 빠졌든 실수를 했든 아니면 자신의 실리주의적 경향을 조합원들에게 전가를 했든, 어쨌든 노조가 물량 보전과 임금 보전을 연동시키는 데 합의를 한 상황이고, 제도를 설계하고 도입하는 것은 그 기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노동운동의 주제가 돼야 할 ‘잠들지 않는 사회’

저는 그래서 주간 연속 2교대제도 자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토론보다는 금속산업 노사관계와 노동운동 전망이라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짚어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우선 임금과 물량의 교환관계가 왜 만들어졌을까를 봤을 때, 저는 근본적으로 우리 노동조합이 회사의 생산과 성장을 통해서 생겨난 열매를 공유하는 노동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학자 표현대로 ‘일면적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거죠. 우리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자본의 성장 혹은 규모에 따라 자신이 몫이 결정되는 상황을 수용하고 담합적으로 지속시켜왔다는 겁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깰 건가 말 건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 물량을 줄이자고 하는 이야기가 공허해지기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더 많이 일해서 임금을 올리는 것을 노동자 권리를 획득하고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여기는 패러다임에서 나아가서, 이제는 생활과 소비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최근 복지논쟁이 제기되고 있는데, 단순히 근로빈곤층이나 저임금층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삶의 비용을 사회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출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서 노사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야 하고 제도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보약 지어 먹으면서 일상화된 초과노동을 하고 자기 건강 갉아먹으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상황이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도 주말에는 좀 놀고 야간에는 잠 좀 자자는 문제의식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면, 노동운동이 지금과는 다른 양식과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사측을 끌어 당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측 입장에서도 그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비용 절감 효과를 갖게 될 테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잠들지 않는 사회’에 대한 주제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에 가면 밤에 술 먹을 데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왜 24시간 잠들지 않는 사회를 당연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전반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법제도적 측면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사회 문제로서는 제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마감시간이 새벽 1시로 연장되면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다시 앞당기자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논의가 없는 가운데 진행되는 기업단위 노동시간 단축 추진이 사회적으로 선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저는 약간 회의가 있습니다. 줄어든 노동시간에 장시간 근로에 익숙한 이들이 과연 뭘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더 많은 휴일과 휴가를, 경영 통제와 고용 증대를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좀 더 능동적이라면, 임금 삭감 없는, 노동 강도 강화 없는, 고용불안 없는 ‘3무’(無)가 아니라, ‘3더’(More) 운동을 해야 합니다. 먼저, 생산과 경영 통제에 대한 더 많은 참여를 추구해야 합니다. 하부영 동지가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됐을 때 현장 권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야기하셨는데, 당연히 사측은 그걸 추구하겠죠. 이에 비해 지금 현장조직과 노동조합들은 현장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자신들의 중심적인 테마로 안고 있는 것인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노력이 없는 가운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와 교섭으로 치우치니 하부영 동지가 지적한 우려 지점이 생겨나는 것이라 봅니다. 독일의 금속노조(IG Metall)는 자신들이 조사한 기준을 가지고 사측과 M/H 협상을 합니다. 그런데 한국 노동운동은 그런 자기 기준이 없는 거죠. 생산과 노동에 대한 자기 기준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교섭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더 많은 휴가와 휴일을 논의해야 합니다. 많이 놀자, 많이 놀기 위한 생산성 증대 방안을 논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자동차 공장에 가보니 정규직이 주말 특근을 하는 게 아니라 주말에 일하는 단기직, 임시직을 채용합니다. 그러면 비정규직을 허용했으니 독일 노동운동은 맛이 간 거냐, 그렇게 볼 것이 아니라 노조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가를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이 노동으로부터 좀 더 많이 벗어나도록 하려고 한다면, 노동조합이 이런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휴일과 휴가를 늘림으로써 고용을 늘리는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라는 제도가 제기된 핵심 배경이 노동자 건강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심야 노동을 줄이는 노력뿐만 아니라 절대적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그런 논의를 해야 고용의 문제도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절대적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고용을 늘리기 위한 체계화되고 구체화된 전략을 노동조합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만 대안적 교대제인가

그런 측면에서 저는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자동차산업의 일반적인 교대제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습니다. 현대자동차야 워낙 벌어놓은 돈이 많으니까 사측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비용문제를 해결하면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할 수 있지만, 당장 한국 지엠(GM)만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형태의 교대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고정 야간조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부품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통틀어서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가기 어렵습니다. 모듈화와 서열화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완성차기업 등의 지원을 통해 도입하되, 개별 기업의 교대제는 구체적인 조건에 현실적으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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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 서로 연관되는 자동차 부품을 일체형으로 조립하여 반(半)제품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 예를 들어, 섀시 모듈은 차체, 브레이크 등을 모은 것이고, 운전석 모듈은 계기판, 라디오, LCD 모니터, 에어백 등의 모음이다.
직서열 생산(Just In Sequence): 완성차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조립되는 시간과 순서에 맞춰 부품사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생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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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휴가와 휴일, 그리고 고용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초과 노동으로 받았던 임금 일부는 포기해야 합니다. 초과 노동을 통해서 벌었던 부분까지 보전 받아야 할 임금 총액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초과 노동에 대한 또 다른 갈망을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과 노동을 통해 얻은 수입이 정상적인 임금이라 전제하고 임금 보전을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부분은 앞으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면 손도 쓸 수 없이 없어질 수밖에 없는 돈입니다. 그렇다면 주간 연속 2교대제 등 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노동자들이 초과노동수당의 감소를 감내하되, 그 대신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구체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실제적으로 논의한 것이 벌써 7년째입니다. 2008년과 2010년에 노사가 합의한 내용이 있지만 아직도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모호한 상태죠. 지금 현대차 교섭에서 자문위 안을 중심으로 상당히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노동 입장에서 이것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오기 위해서는 결국 힘이 필요합니다. ‘착하게’ 교섭을 통해서 풀자고 한다면 자문위 안에서 나아가지 못할 겁니다. 노동조합이 자기 행동으로 문제를 풀지 않고 말로만 제기한다면,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없지 않겠냐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토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발표와 토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우선 토론자들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 발표자의 답변을 듣고, 현장에서 궁금한 점이나 토론거리를 받아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박태주 교수님께서 답변해주시죠.

교대제 전환, 사회적 의미가 중요하다

박태주: 하부영 본부장의 지적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물량 보전과 임금 보전을 연계시키는 것을 사측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오해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 물량 보전은 사측을 위해서도,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협력업체들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이렇듯 산업적 차원에서 물량 보전이 전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임금을 깎자고 나설 필요도 없으니 임금 보전과 연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차 조합원들이 실리주의인가 아닌가는 이 논의에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실리에 대한 욕구를 분명히 갖고 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자문위안은 현대자동차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를 저임금 고강도 노동체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시간당 3만 6천 원으로 일하는 현대차 노동자를 두고 어디 가서 저임금으로 일한다고 말하면 믿을 사람 없습니다. 그리고 해외나 국내 완성차 공장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노동 강도는 솔직히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또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자문위 방안으로 도입했을 때 말씀하신 것처럼 노동 강도가 20% 증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402UPH를 432UPH로 높이자는 것이니, 정확히 7.5% 증가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는 작업편의성 확보를 위한 신규 설비 투자로 노동강도가 완화되는 부분은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작업 피로도도 줄어들죠. 

물량 보전과 관련해서 회사가 불법 생산계획을 제출했다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여기서 불법 생산계획이란 곧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장시간근로에 기반한 계획을 말합니다. 불법을 합법으로 가져가려면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하부영 본부장이 지적한 대로 노동시간과 생산량을 동시에 줄이는 방향입니다. 다른 하나는 195만 대의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되 신규 설비 투자를 하고 사람을 더 뽑아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방향입니다. 저는 후자의 방향이 노사 입장에서나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성차 노사의 오만함 반성해야

그런데 저는 현대차 노사가 정말로 노동시간 단축에 의지가 있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회사 측 태도야 논외로 하더라도, 노조 역시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현대차 지부는 미사용 휴가수당을 통상임금의 100%에서 150%로 인상시켰습니다. 현대차 노동자가 갖고 있는 연월차 휴가는 2010년의 경우 평균 38일 정도인데, 이 중에 실제로 쉬는 날은 11일입니다. 사용하지 않은 휴가보상수당이 늘어났으니 올해는 실제 쉰 날이 더 줄었을 겁니다. 연월차 휴가만 제대로 써도 주간연속 2교대제만큼 노동시간 단축효과가 나는 셈이죠. 우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하는 ILO 기준은 휴가를 임금으로 보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돈이 아니라 시간으로 보상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런 조건에서 하부영 본부장이 주장하는 2,400시간 상한제는 근로기준법이 바뀐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공허합니다. 실제 2006년에 3,000시간 상한제를 노사가 합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현대차 노조 측의 실 노동시간 단축 의지 역시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금속노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행동은 성명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조가 왜 이런 태도를 취하는가, 결국 다 돈, 조합원들에게 만연한 실리주의 태도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 조건에서 노조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수용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실제 설문조사를 해보면 그 수용 범위가 대략 월 5만 원에서 10만 원입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임금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액수입니다. 이것을 임금 삭감에 대한 동의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주간 연속 2교대제 관련 논의 역시 임금 보전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한편,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된다면 고용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물량이 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노조(지회)들이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차가 물량 보전을 전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하는 만큼 교대제 변경으로 전체적인 물량이 줄어드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데 2008년 현대차 노사는 완성차와 협력업체 노사가 모여서 자동차산업교대제개선위원회 구성을 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에서도 비슷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둘 다 안 지켜졌습니다. 노조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 협력업체들은 주간 연속 2교대제 논의에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차가 제도를 도입하면 결국 따라올 겁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자동차산업 양극화와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살아남으려면 따라오라.”고 말하는 완성차 노사는 한 마디로 오만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내하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잘 나가는 뒤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죠. 사내하청은 현대차 노사 담합의 산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들은 자기들의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 전환배치를 피하기 위해서, 노동 강도를 완화하가 위해서 사내하청 증가를 묵인하고 방조해 왔습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의 연대가 잘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통해 풀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반성과 제대로 된 연대를 통해서 풀어야 합니다. 사내하청 문제를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통해 푼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지난 6월에 노조에서 조합원 설문조사를 했더니 ‘8시간 + 9시간’에 대한 동의가 많았습니다. 또한 부족하더라도 빨리 도입하자는 의견이 늦더라도 제대로 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하부영 본부장께서 현장의 의견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주장을 하시겠지만, 자문위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현장 의견을 확인하면서 시행방안을 논의해왔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유 토론]

사회자: 먼저 하부영 본부장 답변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시간관계상 원래 말씀드렸던 대로 오늘 참석하신 분들에게서 자유롭게 질문과 의견을 먼저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후에 발표자와 토론자가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시 야간조, 차별 아닌가

참가자: 박태주 교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면 인원 투입 없이 30UPH를 올린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생산성 향상과 인원 투입은 함께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방식이 타당한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박태주: 무엇보다도 비용 중립성을 근거로 그러한 제안을 드렸습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서 노동시간을 줄임에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은 이렇듯 생산성의 증대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임금 삭감을 수용한다면 사람을 더 뽑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 상시 야간조의 운영을 노조가 수용하는 것은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한 처우를 우리가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상시 야간조에 속한 인원이 이후 주간조로 전환할 수 있는 겁니까?

박태주: 상시 야간조의 노동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8/9체제로 간다면 5시간을 약간 넘을 정도입니다. 자문위의 최우선 전제는 그렇게 단시간으로 일하더라도 동일한 월급제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는 상시 야간조의 충원을 기존 노동자의 자원을 받아서 한다는 겁니다. 폭스바겐을 가봤더니 거기에서는 가사나 교육 등 낮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야간 상시조를 지원하는 사람이 줄을 서는 실정입디다. 그렇게 해서 안 채워질 때는 신규 충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로, 상시 야간조 노동자는 일정 기간(6개월 또는 1년)을 채우면 주간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시 야간조를 설정하면서 이러한 전제들을 제시했습니다.

물량 이동과 배치전환 그리고 현장 권력의 함수관계

참가자: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면 물량 이동이 실제로 원활하게 이뤄질 거라고 보십니까?

박태주: 2005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부터 월급제도가 도입되면 공장 간 물량 이동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데에 대해서는 노조 내부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배치전환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물량의 조정은 공장간 물량이동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고 배치전환은 후순위로 이루어져야겠지요. 한편, 사내 하청을 늘려온 데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이유도 있지만 배치전환이나 물량 이동의 유연성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측면도 있거든요.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사내하청 문제를 논의할 때 ‘유연성’이 금기어처럼 되어 있는데,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부영: 제가 앞서 배치전환을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될 경우 노조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노조 활동에 열성적인 조합원들을 고립시키고 이동시키는 등 이를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으로 볼륨 조정이 이뤄지는 게 자동차 산업의 특징입니다. 새로운 종류의 차가 나오면 많이 팔리니까 일거리가 많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안 팔리니까요. 그럴 경우 그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에서 일하던 인원을 이동시킬 것이냐 물량을 이동시킬 것이냐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제 얘기는 둘 중 하나만, 인원 이동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게 많으니까, 물량으로 하자는 겁니다. 인원 배치전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테면, 신차의 노동 과정은 기존보다 10~15% 정도의 인원 절감을 목표로 설계가 됩니다. 협력업체로 갈수록 심해지죠. 본 공장의 강한 노조 때문에 계획을 관철하지 못하니까 모듈 생산업체나 이런 부분에서 실현하는 거죠. 어쨌든 대략 5년마다 새로운 차종이 나오니, 그 계획이 완전하게 실현될 경우 20년이면 50% 이상의 인원이 구조조정 됩니다. 회사가 배치전환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신차 제작과정에 들어가는 맨아워(M/H)는 줄어들었는데 인원은 그대로니 그걸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건데, 이런 조건에서 그걸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물량 이동의 권리만 가져가도 대단한 진전입니다. 또 남는 인원은 시간을 두고 자연적으로 조정됩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유연성이 없다고 말이 많은데, 전주 공장 3천 명, 남원 공장 7천 명 울산 에서 짐 싸들고 갔거든요. 유연성 있습니다. 

사회자: 오늘 한국 GM과 금속노조에서도 오셨는데요. 간단하게 현장 상황을 소개해주시죠.

참가자: 사실 GM은 노조 집행부가 무슨 안을 갖고 있는지 현장과 공유가 되질 않고 있습니다. 현대차에서 합의안을 만들고 시행하면 비슷하게 가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답답합니다. 어쨌든 회사 측에서는 도입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교대제 전환이 실시될 거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고, 또한 가장 큰 수출처인 유럽의 경제침체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대-기아보다는 조금 늦겠지만 한국 GM에서도 교대제 전환이 실시될 것이라 보는데, 다만 그 과정에서 임금 보전이 제대로 될지 적절한 노동 강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참가자: 제가 완성차지부에 있다가 본조 간부가 되니까 부품사 상황에 관심을 더 갖게 되는데요. 주간 연속 2교대제 관련해서 부품사 입장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임금 문제인데요.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적절한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맨아워 문제입니다.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맨아워 협상의 기준과 절차, 방법을 만들어서 준비해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맨아워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대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회자: 이제 발표자와 토론자의 마무리 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종탁 연구위원부터 말씀해주시죠.

교대제 전환과 부품사 문제 논의를 위한 전제

이종탁: 주간 연속 2교대제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이라는 보다 큰 쟁점의 맥락에서 다뤄져야 할 것 같은데요. 한국 GM의 경우에도 노동조합이 현재 처한 생산조건과 고용조건을 고려하면서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고, 한국 GM의 자문위원으로서 저는 주간 연속 2교대제보다는 3교대제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개인 의견을 노조 집행부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부품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좀 더 폭넓게 논의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폭넓게 논의를 하고 또 그 내용이 제도화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먼저, 부품 물류시스템의 여유를 확대해야 합니다. 보통 부품업체들의 재고일수가 1.5일인데, 이것을 늘리지 않으면 교대제 전환 준비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교대제를 전환하려면 어쨌든 설비 개선이 필요한데, 이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개별 기업에게 지울 것인가, 지역과 산업 차원에서 책임을 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상급단체 차원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노사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부품사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므로 발 빠르게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청의 단가 인하 압력과 임금 부담 압력에 대한 부품사의 감담 능력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쨌든 부품사 입장에서도 현대-기아차에서 제도를 도입한 뒤에 하는 것은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준법 경영 출발점으로서 불공정 거래 척결

하부영: 제가 앞서 토론할 때 부품사 이야기가 부족했던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을 조금 보강하겠습니다. 현재 동기서열화된(직서열화) 부품사가 전체 부품사의 약 5% 정도 되고, 그 회사들이 생산하는 부품 비중은 20% 정도 됩니다. 나머지 80%는 물류체계를 개선하면 원청의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상관없이 생산될 수 있는 거죠. 

그럼에도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면 부품사에서 생산성은 향상되지만 임금은 삭감되고 구조조정이 일어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파이브스타제도’(품질을 세 분야로 평가해 기준 미달 업체를 퇴출시키는 제도)를 조사해서 물밑에서 진행되는 불공정 거래를 모두 처벌해야 합니다. 지금 현대차는 부품사의 이익이 매출의 5%를 넘어서면 그 부분을 바로 CR(단가인하: Cost Reduction) 처리합니다. 또 계약상으로 납품 단가를 까 내리는 수법도 굉장히 많죠. 업체들은 그런 불공정한 제도가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지만, 자기 입으로 얘길 못 해요. 오히려 금속노조나 금속연맹에서 나서서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죠. 

다음으로, 박태주 교수와 제 입장 차이는 근본적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은데요. 저도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실리주의적이라고 판단하고 매우 비판적이었지만, 실제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서 달라졌습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회사에 의존하지 말자, 우리가 스스로 8시간만 노동하겠다, 연봉 한 5백 포기하고 잔업 안 한다 하고 가자, 그러면 오히려 회사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 하자고 매달릴 거다, 제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80%가 동의를 합니다. 조합원들은 노조 간부가 어떻게 물을 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간부와 활동가들이 물량 확보해서 돈 많이 벌어주겠다고 하면서 권력을 잡아온 것 아닙니까. 과로사로 죽은 시체는 치워버리고 라인 돌리고. 그러니까 조합원들이 아 그게 우리 노조 정책인가 보다 하고 따라온 거죠. 노조가 조합원을 믿고 다른 방향을 교육하고 추진하면 그 방향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조합원들이 알아서 연구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가 불법 경영이 아니라 준법 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은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그렇게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만으로는 안 됩니다. 노동운동 모든 세력이 연대하고, 시민사회도 나서야 합니다. 현대차가 불법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순간 자동차산업 노동자 156만 명, 그리고 3인 가족 기준으로 국민 468만 명의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저는 이를 위해서 두 달 정도 파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조 집행부가 그렇게 바꾸지 못할 거면 임단협 합의서 도장 찍지 말고 권좌에서 내려가야죠. 그렇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잘 될 거라고 봅니다. 현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걸 느낍니다.

박태주: 하부영 본부장이 된다고 하니 정말 잘 될 거 같네요. 아무튼 기아차 시범 실시에서도 나타났듯 여가의 중요성, 일로부터의 자유가 갖는 가치를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꼈을 때 더 큰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만들어질 거라고 봅니다. 실제 자문위도 4조3교대제를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2조2교대제에서 바로 4조3교대제로 가려면 두 개 조를 더 뽑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인건비 인상 부담이 너무 크더라고요. 어쨌든 기왕에 만들어진 방안이니 이번에는 꼭 도입돼서 이후에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회자: 날씨도 너무 덥고 휴가 기간이어서 오늘 토론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셨습니다. 10여 년이 된 의제임에도 우리 논의 수준이 이 정도구나 하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오늘 토론회는 부품사 문제, 물량 문제, 노동운동의 비전 문제 등 교대제와 관련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경기위기라는 외부적 변수가 교대제 전환 논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최대한 빨리 제도를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긴 시간 동안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으로 노동포럼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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