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채용간부도 사업장 출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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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피신청인들에 대한 일반적인 「출입 및 퇴거불응 금지」나 「현수막 게시 또는 선전물 부착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은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허용하기 어렵다. (2008. 2. 12. 서울고등법원 2007라397 출입금지등 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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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동발전(주) 외 4개 회사들은 노조활동으로 인해 해고된 후 부당해고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해고조합원 3명과 회사와의 근로관계 없이 발전노조에 고용된 채용간부 3명 등 총 6명(피신청인)에 대하여 기업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 기업시설관리권 등을 이유로 이들의 사내출입을 금지하고 퇴거요구에 응하라는 등의 출입금지등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신청인측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회사 건물 및 부지에 출입하는 행위, △신청인들의 허락을 받고 건물 및 부지에 들어온 후 퇴거요구에 불응하는 행위, △건물 등에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선전물을 붙이는 행위,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위 행위를 하도록 제3자를 교사, 방조 또는 협박하는 행위 등의 금지 처분을 법원에 신청하였다. 한편, 신청인측은 위 신청취지대로 결정이 되어도 신청인의 허락을 받고 건물 및 부지에의 출입을 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피신청인들의 회사 출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노조활동에도 회사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러나 ‘허락을 받고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허락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며, 출입을 허락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신청인측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피신청인들의 출입을 ‘권리’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신청인측의 주장은 피신청인들이 사내로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신청인측이 피신청인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경우 피신청인들은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들어갈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피신청인들이 사내로 들어간 이후 신청인의 퇴거요구에 응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가, △신청인의 허락이 없는 경우에도 건물 등에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선전물을 붙일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였다. 

이에 따라 본 사건에서는 ①노동법상의 근로자 개념과 노동조합 규약상의 조합원 지위, ②노동조합에 채용된 상근자의 법적 지위, ③조합활동을 위한 사내 출입의 필요성과 기업의 시설관리권의 충돌 및 해결방안, ④사용자의 가처분 남용에 대한 한계와 요건 등 여러 가지 쟁점들이 다투어졌다. 이 글에서는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각각의 쟁점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했는지를 다뤄보려고 한다.

① 해고자들도 노조법상 ‘근로자’이며 노동조합 규약상 ‘조합원’이다

해고자들이 비록 해고가 확정되어 회사와 고용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의 규약에 따라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여 노조임원 및 노조간부로서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면, 사용자인 회사와의 관계에서 단결권에 따른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3권에 의한 정당한 노동기본권 행사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 회사에 대한 출입 및 조합원들과의 접촉은 보장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한편, 노조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의 ‘근로자’에는 해고된 근로자, 일시적인 실업자나 구직 중인 자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피신청인 이○○, 김○○, 박○○은 신청인 회사 또는 그 전신인 ○○공사에서 해고된 근로자로서, 노조법에 따라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라고 하여 해고자들의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였다.

또한 법원은 “발전노조는 ‘발전산업 및 이와 관계있는 사업부문에 종사하는 자’ 등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규약 제7조는 ‘발전노조의 조직대상’을 열거하면서 제3호에서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를 포함시키는 한편, 제9조는 ‘조합원의 자격상실’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 제1호 단서는 ‘단,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는 해고를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해고자들은 모두 규약상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이므로 “규약 제7조 제3호 및 제9조 1호 단서에 따라 발전노조의 조합원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피신청인들은 발전노조의 조합원으로서 관계 법령과 신청인 회사들과의 단체협약 등에 정해진 바에 따라 정당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② 채용간부도 조합활동의 권한과 의무가 있다

회사와 고용관계가 없고 조합원도 아닌 노조 채용상근자들의 회사출입권 보장도 문제가 되었다. 채용상근자의 회사출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의 취지는 비록 상근자들이 노동조합에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으나 노동조합 규약 및 각종 규정에 따라 노동조합의 결정사항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상근자들의 활동이 곧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귀속되므로, 회사와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출입을 금지한다면 결과적으로 상근자들의 활동을 통한 노동조합 업무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피신청인 문○○, 변○○, 박○○은 발전노조의 조합원은 아니지만, 발전노조의 직원 내지 기관으로서, 정당한 업무의 범위 내에서 발전노조의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가 있다”라고 판결했다. 

③ 기업의 시설관리권이 노조 활동권을 마음대로 제약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그러하듯이 이 사건 노동조합도 각 사업소 내에 지부사무실을 두고 있고, 회사 내에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고충상담, 노동조합 교육, 홍보활동, 간담회, 체육활동 등 다양한 일상적 조합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법원은 “발전노조는 단체협약에 따라 신청인 회사들의 본사 및 발전소들 내에 조합 지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신청인 회사들은 발전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정당한 조합활동과 회사 내 홍보활동을 보장하기로 약정하였고, 조합활동에는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 및 상담, 홍보활동 등이 필수적이라고 보이므로, 발전노조의 조합원 또는 직원인 피신청인들은 신청인 회사들의 본질적인 시설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러한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하여 조합원들 및 조합 지부가 있는 신청인 회사들에 출입하는 등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있다”라고 하여 피신청인들의 회사 출입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서 회사의 건물과 부지 등 시설은 기업의 소유이므로 노동조합의 조합원 내지 상근자에 대해서도 재량에 따라 언제든지 사내 출입통제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사고하면 곤란하다. 기업의 시설관리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노동3권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조합활동권과 기업의 시설관리권이 충돌하는 경우 그 조화방안에 대하여 법원은, “사업장 내의 노동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지만, 그러한 규율이나 제약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정당한 노동조합활동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이 조합활동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설관리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용자의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 정당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시설관리권을 이유로 한 규율이나 제약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 머물러야 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규율이나 제약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즉 노동조합은 정당한 조합활동의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허가 없이 사내에서 조합활동을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출입금지 및 퇴거불응금지를 구하는 것은 사내에서의 조합활동권 자체를 박탈하려는 것으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④ 사용자의 비합리적인 가처분 남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헌법과 노조법 등이 노사 간의 자주적 해결을 예정하고 기대하고 있으므로, 조합활동에 관하여 당사자가 사법적 구제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조합활동이 본래 요청되고 있는 이성과 양식을 잃고 폭력의 장으로 변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쟁의행위 등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가처분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용자의 각종 가처분 남발에 대한 일정한 한계와 요건을 제시하였다.

또한 “조합행위의 포괄적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은 금지되는 행위의 범위가 불명확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점, 조합활동 중 일응 부당하다고 평가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노동관계의 유연성에 비추어 추후에 정당성이 용이하게 회복될 수 있는 점 …… 등에 비추어, ‘기타 신청인들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하여 노동조합에 대한 포괄적인 활동제한이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노조활동권의 과도한 제약 관행에 제동

본 판결은 해고된 조합원이라고 하더라도 산별노조의 조합원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면 사업장에 출입을 할 수 있다는 일부 학설을 수용한 최초의 판결일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의 채용 상근활동가의 출입권을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이유로 제한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며, 가처분 요건에 대해서도 “조합활동이 본래 요청되고 있는 이성과 양식을 잃고 폭력의 장으로 변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함”을 명시하여 사용자의 법률적 탄압으로 제기되는 가처분에 대하여 일정한 한계와 요건을 제시하였다.

최근 산별노조의 확대와 더불어 노동현장에서 산별노조를 포함한 초기업별 노조간부 및 조합원, 채용간부의 소속 사업장에의 출입과 관련한 여러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사용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산별노조의 간부, 해고조합원, 채용간부의 사내출입권을 봉쇄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일상적 조합활동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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