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별노조의 특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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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 산별노조의 문제진단과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의 결론을 요약 및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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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별노조의 조직 특성

한국 산별노조의 발전 과정에는 건설 초기 산업 특성과 조직구조 논의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산업 특성에 따라 업무 및 직종의 단일성 여부, 지역조직의 중요성 차이, 노동조합의 주요 관심사가 달라질 수 있고, 조직구조 논의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이 산별노조 발전 과정에서 쟁점이 되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금융노조,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는 상대적으로 산업 특성도 다르고 조직체계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표1] 참고).

 

 

금속노조는 주로 제조업 생산직을 조합원으로 하는 특성을 보이며 조합원 수에서는 가장 많은 규모를 지니고 있다. 생산직노조는 노동운동의 역사 속에서 가장 활발한 투쟁과 높은 단결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한국 산별노조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노조이기도 하다. 금속노조는 여러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업종이라는 점에 특성이 있으며, 산별중앙교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조직체계 측면에서는 본조-지역본부-지부(지역지부/기업지부) 체계를 가졌고,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지부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금융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주로 은행원, 간호사, 의료기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사무직노조라고 할 수 있다. 금융노조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경험하면서 정부 및 사용자의 구조조정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산별노조를 건설한 측면이 강하였다. 조합원 규모는 금속노조보다는 작지만 은행산업이라는 단일한 업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수준의 중앙 집중성에 도달해 있는 산별노조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노조는 주로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사용자의 구조조정 정책 대응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어 왔다. 

금융노조는 조직체계 면에서도 단일 은행이 전국적 점포망을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고, 산하조직 중 지방은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서 지역본부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노조는 본조-지부(기업지부)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산별노조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기업지부가 여전히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주로 병원을 조직대상으로 하고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등 다양한 병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금융노조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지속적으로 병원산업의 공공성 문제를 의제로 제기해왔다. 조직체계 면에서는 금속노조와 유사하게 본조-지역본부-지부(기업지부) 체계로 이루어지 있지만, 금속노조와 달리 산별노조 건설 초기에 기업지부를 인정하는 상황에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아직 공공운수연맹과 공공운수노조 이원체계로 구성되어 있고,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공공운수노조라는 대산별을 지향하고 있지만 현실적 진행 과정에서 소산별이 존재하고 있고, 소산별을 중심으로 하는 과도기 단계를 거치자는 논의도 있어서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조직체계도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본조-지부 및 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를 사용자로 하는 공공부문이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업종들을 포괄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산별노조의 교섭구조 

한국 산별노조가 가장 핵심적인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는 교섭활동은 산별중앙교섭이다.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기업노조와 중소기업노조 또는 비정규직노조 간의 임금 및 노동조건의 격차를 감소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산별중앙교섭을 통해서 통일적인 임금수준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커다란 관심사였다. 산별노조의 교섭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기 위해 외국 산별노조 사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 바가 있다.

대표적인 산별노조들의 교섭구조 변화의 시기별 특성은 다음 [표2]와 같다. 한국 산별노조는 기업별 교섭을 뛰어넘는 산별중앙교섭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산별노조를 건설하고 나서 산별중앙교섭을 위해 제도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해당 산별노조와 중앙교섭을 할 수 있는 산별사용자단체의 결성이었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는 사용자단체에게 산별중앙교섭을 담당하는 산별사용자단체를 구성할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산별사용자단체의 구성과 관련해서 이제 공식적으로 제도화가 된 것은 금융노조의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다. 금융노조는 종전에는 은행사용자단체와 공동교섭하거나 은행연합회와 교섭하던 것을, 2010년부터 법적으로 인정되는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도 이 같은 과정을 일반적으로 밟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해당 산업의 노사관계의 특성을 반영해서 그 속도 및 수준에는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2003년부터 중앙교섭을 시작하여 지역지부교섭과 사업장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지역지부교섭과 기업지부교섭으로 이원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금속노조는 애초 제기한 교섭전략과는 달리 중앙교섭의 위상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차산업 완성차지부들이 기업지부교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중앙교섭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각선교섭, 지역별 공동교섭을 우선 진행하고 2004년부터 중앙교섭을 제도화하였다. 2004년에 사용자대표단 구성에 합의하고 2007년에 사용자단체가 출범하였다. 이렇게 안정화되어 가던 보건의료노조 중앙교섭은 2008년 정권이 바뀌고 2009년에 산별중앙교섭이 파행되면서, 대부분의 사용자단체가 불참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은 다시 안정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3. 산별노조의 성과와 한계

한국 산별노조는 사용자단체가 늦게 구성되고 중앙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지속적으로 산별교섭을 안정화하고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산별노조는 기업별노조와는 달리 중앙 차원에서 교섭활동, 조직 및 교육활동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산별노조가 성취한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한계는 다음과 같다([표3] 참고). 

산별노조의 성과는 주로 중앙교섭 내용, 본조 차원의 정책 및 조직 활동에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건설 이후에 중앙교섭을 수행하여 주 40시간제를 합의하였고, 산업별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보호 협약을 체결하였다. 조직적으로는 산하 조직의 투쟁지원을 제도화시켰고 미조직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투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산별중앙교섭으로 기업지부 간의 임금평준화를 달성하였으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제도화시켰다. 또한 산별교섭을 통해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루었으며, 정치연대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보건의료노조도 산별교섭을 제도화했고 중앙협약으로 의료공공성 강화 협약을 맺었다. 조직적으로는 조직 내부에 많이 존재하는 비정규직을 조직화하는 활동을 다방면으로 진행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달성하였다. 공공운수노조는 안정적인 산별노조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공공부문 전체 문제인 공공부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적 토대를 마련하였고, 산하 조직에 존재하는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고 임금 및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한국 산별노조는 건설된 지 10년 정도 밖에 안 되었다는 점에서 교섭내용이나 활동에서 부족한 면도 존재하고, 또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게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면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는 무엇보다도 산별중앙교섭에서 완성차지부가 중앙교섭에 참가하지 않는 문제가 있고, 교섭 과정에서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역할 정립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이 중요하게 지적된다. 조직화 측면에서도 비정규직 중에서 사내하청이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고, 미조직 조직화사업이 충분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본조와 지부, 조합원 간의 의사소통 구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과 본조의 활동 강화를 위해 인력 및 재정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한계가 개별 사업장 차원의 성과주의 체계 개편에 대한 대응이나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직 내부적으로 서울대병원 등 일부 국립대 및 사립대병원이 이탈한 문제가 있고, 최근 들어 산별중앙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조직화 측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활동을 비교적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수준에 있으며, 정책 측면에서는 보건의료산업 경영혁신 및 사업장 성과주의 경영전략에 대한 대응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산별노조 전환 확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커다란 문제이다. 이 점 때문에 공공기관 대정부교섭의 문제나 본조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문제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4. 산별노조의 과제

한국 산별노조는 지난 10여 년의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 발전 방안을 논의하여, 다시 새롭게 산별노조운동을 전개할 시기에 이르렀다. 산별노조는 조직, 교섭, 활동 면에서 기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고, 기업별노조와는 다른 위상을 가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산별노조의 모습을 토대로 향후 과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산별노조의 발전방안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로 모아질 수 있다. 한국 산별노조의 과제는 크게 보아 노동운동 이념, 교섭전략, 조직화의 세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산별노조의 이념은 조직체계와 운영과정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 산별노조는 임금 및 노동조건의 향상뿐만 아니라,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하는 ‘사회적 노동조합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각각 공공의료, 사회공공성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금속노조는 지역 차원에서 사회적 활동 및 연대 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해 왔으며, 금융노조는 정부정책에 대응해서 금융정책의 공공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산별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본조 차원에서는 인력과 재정을 강화하여 정부정책이나 산업정책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 나가고, 지역 차원에서는 지역본부 역할 및 지역 활동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야 한다. 본조와 지역의 기능 배분은 해당 산별노조의 특성과 조직구성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될 것이다. 금융노조는 조직구조의 특성상 정부정책에 대응하고 사회적 연대활동에서 본조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본조와 지역의 역할 배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지역의 역할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산별노조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교섭전략에 있어서는 산별중앙교섭을 강화하고 지부교섭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산별노조의 교섭 과제를 보면, 금속노조는 완성차지부에 대한 본조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본조가 교섭을 노사정 또는 노정교섭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금융노조는 단체교섭구조를 안정화하고 교섭의제를 금융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발전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비정상적인 중앙교섭을 안정화하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고, 공공운수노조는 초기업별 교섭구조의 건설 및 확산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산별중앙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단체와 안정적인 교섭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별교섭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교섭 및 협의도 추진하여 노사 간에 정부정책 및 산업정책에 대한 충분한 상호이해가 만들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부교섭 문제는 산별중앙교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지부교섭의 상대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내용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금속노조의 완성차지부는 산별중앙교섭으로 통합하면서 기업지부의 교섭 내용을 정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별중앙교섭은 개별 기업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뛰어넘는 산업정책이나 법제도 문제에 집중하면서, 교섭내용을 강화하고 확대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산별노조가 건설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인 조직 확대 및 미조직 조직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산별노조는 각각 조직화를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지만 본조의 역량이나 사업장 상황에 의해서 사업목표로 삼았던 조직화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조직화 사업이 잘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가 산별노조 본조의 조직부서 인원이나 재정이 부족한 경우에는 논의를 거쳐 역량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개별 사업장에서 조직화 진행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본조와 지부의 조직담당자 간의 연계 및 협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지부 간부들이 조직화 사업의 중요성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본조 교육본부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산별노조의 조직화 방식의 전환도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금속노조는 개별적인 조직화 방식에 한계가 있을 경우에는 공단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자체를 활용하여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화하는 방안도 찾아볼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직종별, 고용구조별 등으로 나누어서 조직화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산별노조는 이제 다시 조직발전을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다. 지금까지 산별노조 경험을 기반으로 해서 현실에 맞는 산별노조 조직체계와 교섭구조를 재정립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별노조운동의 이념, 교섭, 조직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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