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민영화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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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전력의 민영화에 맞선 투쟁을 통해 노조운동은 국민들에게 민영화의 부당성을 각인시키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 글은 또 하나의 거대한 민영화 대상인 한국통신의 민영화를 분석하고 민영화와 고용문제에 대한 대안을 검토한다. 

한국통신은 이미 주식매각을 통한 민영화가 빠르게 진전되어 현재 남아있는 정부소유 주식지분은 28.4%에 불과하며, 총주식 3억1천2백만 주 중 정확히 49.0%가 뉴욕 주식시장과 국내 주식시장을 통해 외국인에게 매각되었다. 정부는 금년 6월말까지 잔여지분 모두를 국내 주식시장을 통해 매각할 계획이며, 주식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할 것을 대비하여 지분 일부를 삼성 등 일부 재벌들에게 매입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한국통신 주식 시가총액은 4월초 현재 약 19조 5천억원(주당 6만2천5백원×3억1천2백만주)인데, 이중 매각 대상인 정부소유 잔여지분 28.4%의 총시가는 5조 5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정부는 이러한 대규모 물량을 국내 주식시장이 6월말까지 소화할 능력이 없다고 보고 일부 재벌들에게 반강제로 매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안팎은 의외로 침잠되어 있다. 이는 이미 민영화가 진전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강제퇴직과 파상적 탄압을 겪은 노조의 곤혹스런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는 통신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나 노동자들에게나 소망스럽지 못한 방향이다. 이 글에서는 민영화가 부적절한 이유를 검토하고 민영화와 고용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

1. 통신 탈규제와 민영화 : 국제적 경혐

1) 탈규제와 민영화

국제적으로 통신산업은 국가독점 모델이 지배적인 산업 체제였다가 1980년대부터 탈규제가 진행되어 현재는 시장경쟁 모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휗戮탈袁汰?이러한 구조변동을 겪은 데는 몇 가지 요인이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첫째는 통신 네트워크의 기술적 변화로써, 기존 통신 네트워크의 디지털화와 인터넷이라는 혁신적 네트워크의 등장을 주요 흐름으로 하지만, 이 과정에는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와 케이블TV를 통한 통신, 이동통신, 기업통신 시스템등 기존의 유선전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거나 부분적으로는 대체하는 다양한 통신네트워크 및 서비스의 등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네트워크 설치 및 운영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국가독점체제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다양한 민간 틈새시장을 발생시킴으로써 통신의 자연 독점성 논리를 허무는 역할을 하였다. 두 번째는 시장에서의 변화인데, 다양한 민간 틈새시장이 발생했다는 점과 아울러, 통신서비스 산업의 관련산업인 통신장비 산업의 경쟁체제로 인해 통신서비스 산업에 대해서도 탈규제 압력이 증가했다는 점, 국제화된 생산자본과 금융자본의 정보통신에 대한 요구가 변화했다는 점을 주요하게 지적할 수 있다. 통신관련 산업의 자본들은 통신서비스의 탈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장비공급 기반을 확대하고, 또 고수익이 예상되는 통신서비스 부문에서의 사업 기회를 얻고자 했다. 또 국제적 생산자본 및 금융자본을 비롯한 대자본들은 기업정보 통신망을 필두로 한 정보통신망 일반을 축적의 중요한 기반으로 간주하여 국가독점체제의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이 기업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였다. 세 번째는 이러한 기술 및 시장변화를 탈규제라는 정책 이슈로 구체화했던 신자유주의 정책 사조의 등장으로써, 미국의 레이건 정부 및 영국의 대처 정부로 대표되는 1980년대의 보수당 정부들 하에서 이러한 탈규제가 대대적으로 구체화되었다.

통신 탈규제는 1980년대 미국 AT&T의 분할과 영국 BT의 민영화를 시작으로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1990년대 들어와 미국은 UR 및 WTO를 통한 두 차례에 걸친 국제통신협정을 주도하여 통신 탈규제를 국제적으로 강제하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유럽 역시 EU가 1987년 및 1993년 역내 통신협정을 통하여 탈규제를 의무화함으로써 통신 탈규제의 국제체제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국제 통신산업은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 각국 안에서 경쟁체제가 성립함은 물론 미국의 통신 대자본을 필두로 각국의 공공통신 사업자들이 규제가 풀린 국제통신시장을 선점하려 경쟁에 뛰어듦으로써 경쟁이 급속히 국제화되었다. 둘째, 기술과 시장의 급속한 변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제품다변화와 산업 융합(convergence)이 빠르게 진전되었다. 셋째, 각국의 공공통신 사업자들은 경쟁체제의 도래로 인해 격심한 구조조정과 민영화 압력에 휘말려 있다.

민영화 현황을 살펴보면, 1980년대에는 통신 민영화가 10여개 나라에 불과했으나, 1999년 국제통신연합(ITU) 통계로는 180개국 중 80여개 나라가 통신 민영화를 경험하였다. 민영화 경험은 1998년부터 WTO 및 EU의 포괄적 통신 자유화 협정이 발효에 들어감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통신 민영화의 대부분은 부분 민영화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여기에는 공공통신 사업자에 대한 국가의 산업 전략적 판단, 경쟁시장 구조의 존재 여부, 자본시장의 민영화 소화 능력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OECD 가맹국의 1998년 민영화 현황을 살펴보면, 영국,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등 7개 영미권 국가들은 공공통신 사업자가 완전 민영화된 반면, 대륙 유럽국들을 비롯한 13개 나라는 부분 민영화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북유럽 국가들을 필두로 한 9개국은 아직도 100% 국유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민영화는 통신 탈규제가 국제 규범화되면서 더 확산되리라 예상할 수는 있지만, 민영화가 국제규범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국가간 산업경쟁력과 관련한 통신산업의 높아진 지위 때문에 각국 정부가 민영화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불투명한 점도 많다. 통신 민영화는 각국이 처한 조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나는데, 재정위기나 거시경제 위기, 공공통신 사업자의 낮은 효율, 그리고 이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대응이 통신 민영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면, 공공통신 사업자의 높은 효율, 조합주의(corporatism) 정치체제 등은 통신 민영화를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 통신 탈규제의 쟁점

통신 탈규제의 결과로 다양한 통신서비스 공급이 양적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기술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탈규제 당시 약속되었거나 혹은 예상되었던 변화와는 다른 결과들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신 탈규제론자들이나 그 비판자들 모두가 탈규제 이후 경쟁시장 형성 여부가 탈규제 성과에 규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에 따라 탈규제 이후 통신시장 정책은 비대칭 규제 등을 통한 경쟁구조 형성을 필수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에서 유효한 경쟁 체제는 일부 서비스분야에 국한되고 있다. 교환장비 시장이나 음성전화 서비스 시장 등은 경쟁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대표적인 부문인데, 이러한 독과점 체제가 국가독점 체제보다 효율성과 가격, 품질 면에서 우월한 것인 지는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투명하다. 국가독점 체제와 민간독과점 체제의 사회적 후생 손실 차이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통신 탈규제 결과가 예상과 달리 전개되면서 각국의 통신 정책은 규제완화에서 재규제로 전환하고 있다. 애초 높은 수준의 규제완화를 시도했던 뉴질랜드, 호주, 영국, 미국 등 주요 탈규제 국가 정책당국들이 모두 효율적 경쟁과 보편 서비스라는 정책목표가 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에 강력한 규제 없이는 성취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됨으로써 재규제의 길로 들어섰다.

한편, 통신산업에서 경쟁체제가 일반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경쟁이 허용되고 있는데, 네트워크 투자는 기본적으로 엄청난 매몰비용(sunk cost)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복수의 네트워크 건설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은 기존 기간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거나 강화하는 비용보다 훨씬 높게 들고, 이 경우 사회적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장거리전화 시장에서의 AT&T-MCI-Sprint간 네트워크 과잉투자가 90년대 초 이미 수요의 160%에 달하여 사회적 자본의 불필요한 낭비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며(Jeffrey H. Keefe & Rosemary Batt, 1997), 자유화는 했지만 독일텔레콤(DT)의 전화 및 케이블TV에서의 독점을 용인하여 네트워크 중복을 피했던 독일식의 통신구조 개혁이 기업, 노조, 노동자,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Rosemary Batt & Owen Darbishire, 1998).

한편, 재산권 이론이나 대리인 이론 등에 근거하여 사적 소유권으로의 전환이 기업 효율 향상에 우월하다는 주장이 통신 민영화 논의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민영화의 대부분은 부분 민영화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완전 민영화를 단행한 나라들은 영미식 자본주의를 추구하거나 멕시코, 페루 등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취약한 나라들이라 할 수 있다. 서유럽의 경우 1993년 EU 차원의 합의를 통해 포괄적 통신 자유화를 단행하였으나, 사회적 후생손실을 우려한 각국 정부의 견해 차이로 공공통신 사업자의 민영화 문제는 의안으로 다루지 않았다. 즉, 통신산업의 탈규제 추세 속에서도 민영화는 자유화보다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다.

한편, 통신 민영화에 대해 비판적 논의도 대두되어 있다. W. H. Melody(1999)는 각국의 통신민영화 결과를 살펴본 결과 '(각국의 통신 민영화 결과는) 성공, 부분적 성공, 실패, 후회의 혼합으로써 민영화가 효율성과 보편 서비스라는 목표 달성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등 일부 나라에서 통신 네트워크를 너무 싼값에 팔아버림으로써 국내외 자본에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거나, 뉴질랜드처럼 효과적인 규제가 수립되기 전에 민영화가 이루어져 국가독점 체제보다 더 효율적이지는 않은 상황을 연출한 사례가 민영화에 대한 비판의 증거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 공기업 체제 하에서도 공공통신사업자가 높은 성과를 이룬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공공통신 사업자가 그 대표적인 경우로, 이들은 100% 국유 체제 하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효율성과 기술력 및 서비스 제공능력, 자본동원 능력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더 적극적으로는 시장 자유화 조건에서도 공기업 체제 유지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논의도 있다. 예를 들어 Johan Willner(1994)는 '공기업이 민간 경쟁자를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공기업들이 반드시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은 아닐지라도, 민영화는 그 자체로 복지 최대화를 위한 어떤 시도도 차단한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공적 소유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외에도 통신처럼 자연 독점성이 강한 산업에서는 경쟁으로 인해 몇몇 사기업이 이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경제적 왜곡이 야기되기 때문에 공적 소유를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논의도 있다.

민영화 및 경쟁체제가 보편 서비스와 충돌한다는 증거도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탈규제 경험을 살펴본 Rosemary Batt과 Owen Darbishire(1998)은 대기업들은 장거리 및 국제전화 가격의 현저한 하락으로 통신 이용료를 크게 줄일 수 있어서 탈규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으나, 일반시민들의 경우는 시내전화의 탈규제 속도가 늦추어진 덕분에 보호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의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 경험을 조사한 Adrian E Gonzales, Amar Gupta와 Sawan Deshpande(1998)의 보고는 민영화와 경쟁이 서비스 공급에 얼마나 큰 왜곡을 초래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멕시코에서는 1990년 공공통신 사업자인 텔레멕스(Telemex)를 민영화하는 동시에, 2000년까지 100인당 20개의 전화선 가설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투자를 하는 것을 인가 조건으로 시내전화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텔레멕스(Telemex)와 경쟁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부유층 거주 지역에만 투자를 집중시켰을 뿐, 수익성이 낮은 저소득 지역에는 투자를 기피하였다. 이로 인해 멕시코 정부의 전화서비스 공급목표 달성은 좌절되었고 전화서비스 공급에서의 빈부격차가 증대하였다.

3) 탈규제와 노사관계 변화

한편 탈규제에 따라 노사관계도 격변하고 있다. 두드러진 변화로는 공공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격심한 고용변동, 노동유연화 증대, 임금격차 확대, 미조직노동자 증가, 노사관계 구조변화 등을 들 수 있다(표 참조). 공공통신 사업자 고용변동에 대해서는 세 가지 측면, 즉, 고용감소, 고용구성 변화, 외주인력 이용 확대 등을 주요하게 지적할 수 있다. 고용변동의 요인으로는 기술과 시장변화를 지적할 수 있다. 특히 국가독점체제/탈규제 여부가 고용량 감소에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직무·임금·노동시간 제도가 유연화되고 있다. 이중 직무체계는 여러 곳에서 직무통합과 다능화에 기반한 것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한편 탈규제에 따라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공공통신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 저임금과 노조부인(否認)정책을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다. 외주하청업체도 이와 같은 사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산업 전체적으로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늘고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쟁체제와 공공통신 사업자의 민영화와 사업구조조정 등으로 노조가 재조직되고 단체교섭 구조가 분할되는 등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2. 한국통신 민영화 : 비판과 대안

1) 한국통신 민영화론 비판

한국통신 민영화의 문제점은 공공성, 효율성, 경제민주주의, 민영화 절차 등의 측면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공기업에서 공공성과 효율성은 공존한다. 효율성은 공적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중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기업에서 효율성은 공공성이라는 목표 수행의 수단적 의미를 갖는 점이다. 따라서 공기업 민영화 논의는 공기업을 사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경제적 가능성 차원에서 따질 문제가 아니라, 공기업이 수행하는 공적 역할이 사기업화를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지부터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통신은 국가기간통신망 담당자로써 행정망과 군통신망을 비롯한 사회의 제반 통신 네트워크가 한국통신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 사회를 맞이하여 기업과 가구에 고도의 정보통신 서비스를 안정적이고 제공할 과제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사기업으로써의 한국통신은 투자, 네트워크 운용, 서비스 제공 등에서 모두 공적 목표 수행에 왜곡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 민영화된 공공통신 사업자가 단기수익성을 좇아 투자 우선 순위와 요금 구조를 왜곡시키는 경우는 앞서 살펴본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다. 물론 민영화 이후 한국통신은 전력처럼 산업특수적 시장규제 하에 놓이며, 이를 통해 국가기간망 및 보편서비스 제공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목표가 수익성 논리에 규정될 한국통신 경영에 잔여적 범주로써만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가 목표인 네트워크 고도화는 투자수익성에 제약되어 왜곡될 가능성이 있으며, 벽지·장애인·저소득자 등에 대한 보편서비스 역시 이윤논리와 충돌하여 제한될 수 있다. 나아가 각국 보편 서비스의 주된 의제이자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해소의 대책 중 하나인 초고속 인터넷 등 고도통신 서비스의 보편 서비스화도 적극적인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결국 민영화는 최대수익 추구라는 자본시장 요구가 공공성을 대체함으로써 통신의 경제·사회적 인프라와 복지 기능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민영화가 효율을 높인다는 주장도 현실에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불과하다. 영국의 민영화 경험을 총화한 Vickers와 Yarrow(1988)는 효율성이 민영화라는 소유권 구조 변화보다 시장경쟁 수준과 규제정책 효과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실제 경쟁구도의 결여 속에서 민영화만 실행에 옮겼던 뉴질랜드의 경험 역시 민간독점이 국가독점에 비해 더 효율적이지 않은 상황을 연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민영화와 경쟁 정책을 둘 다 채용한 나라들에서도 정부의 비대칭 규제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효율을 보증할 경쟁적 시장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하나는 통신산업이 지닌 규모의 경제성과 외부성 때문에 인위적으로 경쟁을 조성하는 강력한 비대칭 규제가 장기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한 신규 사업자의 시장 정착이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 정책을 취하는 정부들조차 통신산업의 글로벌 경쟁체제를 염두에 두어 대표적 사업자를 통한 통신주권 및 통신 경쟁력 확보를 꾀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제로 발생하는 시장구조는 사실상의 독과점 구조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경우 신고전파 경제논리상 국가 독점과 민간 독과점 체제는 모두 완전 경쟁에 비해 후생 손실을 지니는 체제로써 그 효율성 차이를 구분하긴 힘들다. 오히려 공공성이 강한 산업에서 민간 독과점 체제는 공적 규제에 대한 강한 반발력 때문에 국가독점 체제보다 후생 손실을 더 가져올 수도 있다. 과점 상태인 국내 이동통신 분야에서 높은 요금문제가 시민단체들에 제기되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사적 소유권 전환이 더 높은 효율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대리인 이론이 대표적이지만, 소유권의 효율 유인 기능이 단지 부분적이며 (Vickers와 Yarrow, 1988; Liebenstein, 1995), 이들이 주장하는 자본시장의 대리인 규율기능 역시 정보 비대칭과 무임승차 문제를 안고 있고, 대리인 문제를 완화할 감시와 인센티브는 공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점(김균, 1999; 김윤자, 2002)에서 설득력은 불투명한 것이다. 

민영화에 따른 경제력 집중과 불평등 분배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민영화는 전국민이 공평한 소유권을 지닌 공유 재산을 현재의 재산 불평등 상태를 전제로 하여 민간 부문에 이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현재의 재산 불평등 구조를 유지 강화하게 된다. 한국통신은 고수익의 독과점 기업이기 때문에 불평등하게 배분된 재산권에서 발생하는 잔여 이익은 재산불평등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분배 문제와 더불어 우려되는 것은 재벌이나 외자에게 한국통신의 기업 지배권이 이양되는 경우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전문경영체제를 지지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소유경영체제를 자연스럽게 보고 있다. 또 현재의 외자 소유지분 49% 제한 규정은 OECD의 지분제한 철폐 제안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외자나 재벌의 한국통신 지배를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재벌이나 외자가 소유경영자로 나설 경우 민영화는 경제력 집중 내지, 외자의 경제 지배를 심화시켜 경제 시스템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일단은 현재화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통신산업을 2∼3개의 종합통신 사업자가 지배하는 과점 체제로 구축하려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통신과 SK 및 LG 등 재벌이 그 주체로 거의 확정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통신 민영화는 통신산업의 재벌 지배에 문호를 완전히 열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절차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1998년 1차 공기업 민영화 대책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한국통신이 국가기간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시내통신망에서 경쟁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완전 민영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사회적 토론도 없이 권력 핵심층이 돌연 완전 민영화정책으로 전환하였다. 또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주요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의 의사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절차적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공공통신 사업자의 부분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는 노동조합과 고용 및 신분보장을 합의한 후 민영화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와 대조적으로 민영화 과정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고용조정과 노조탄압을 저질렀다. 

2) 민영화에 대한 대안 

한국통신은 민영화보다는 기존의 문제점을 지양한 대안적인 공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그 대안적 조직의 성격은 잠정적으로 '공공 기업'으로 규정할 수 있다. '공공 기업'은 우선 관료주의적 통제를 완화시킨 자율적 공기업으로써 소유권의 주된 소재를 국가로 하되, 노동자와 시민의 소유권 참여를 인정하고, 통제권 역시 국가·시민·노동자가 분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며, 공기업이되 민간기업과의 서비스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적극 추구하면서 동시에 가격의 모범적 규율자 역할을 통해 과점시장의 후생손실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공 기업'으로써 한국통신의 기업체제는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노사관계는 다음의 원칙에 의거하여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부가 최대주주이고, 노동자를 중요 주주로 하는 소유구조.
- 경영자율성과 공공의 참여가 확립된 공공참여형 전문경영체제.
- 교섭자율성과 경영참여가 진전된 자율·참여형 노사관계. 

먼저 소유구조에서, 정부가 최대 주주로서 공공성을 담보할 책임 있는 주체로 역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8.4%의 정부지분을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더 매입할 필요도 있다.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소유를 확대하여 이들에게 한국통신에 부과된 공공적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총주식의 5% 정도를 종업원 지분으로 할애하되, 지분의 약 70%는 개인매매가 불가능하도록 하여 안정적 지분을 통해 이사회 참여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반면, 재벌 및 해외자본의 대주주 지위는 불허해야 한다. 

지배구조에서는 기존의 핵심 문제점인 타율성과 지대 추구를 타파하면서 공공성과 효율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대안적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우선 이사회에 대주주인 정부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소액주주 등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 경영진은 정부의 타율적 규제나 지배·개입이 없도록 자율성을 보장하여야 하며, 정부는 자신의 소유지분에 준한 권한을 이사회를 통해서만 행사하고, 그 밖의 부처 통제는 금지해야 한다. 경영진은 전문경영진으로써 경영 계약을 통해 채용하고 성과에 따른 추가적 보상을 허용할 필요도 있다. 한편 경영계획에서는 복수의 기업목표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공공성과 상업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공공 참여적 전문경영체제'(김윤자, 1999)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노사관계 구조에서는 자율성과 민주적 참여가 주요한 특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노동법 규정에 준하지 않은 정부의 일상적 노사관계 개입과 사용자의 노조활동 개입을 청산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노사가 공히 발전시켜야 할 새로운 요소는 '참여'의 요소이다. 노조는 이사회 참여를 통해 자신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장기적 시야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사용자는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고용 및 작업조직의 관리에서도 노사합의에 기반한 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 나아가 노사는 독과점 기업에서 예상 가능한 '독점지대 추구를 위한 담합'을 서로 견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의 내부자 감시를 허용하고, 임금결정과 성과배분에 대한 '사회적으로 납득 가능한 기준'을 운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고용 안정에 대한 토론

한국통신 노동자들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는 공공성 훼손 가능성과 더불어 민영화로 야기될 고용문제에도 있다. 엄밀히 말한다면, 한국통신의 고용문제는 민영화 이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여 야기된 것으로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2)(주2: 통신산업에서 기술과 시장변화는 시장구조와 제품구조를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것이 고용량과 필요숙련 변화를 야기하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선전화 네트워크 유지와 유선전화 서비스에 투입되는 노동력의 양과 숙련은 기술적·조직적 합리화의 주된 대상이 되고, 마케팅·고객관리·인터넷·미디어·소프트웨어 등의 부문의 노동력 이용은 양적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일반적 추세와 함께 기업의 사업구조전략, 시장지배력 유지능력 등이 고용변동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민영화가 완성될 경우, 그 이후의 구조조정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고용감소 가능성을 극대화하여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수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자유주의 국가의 강력한 후원 하에 벌어진 완전 민영화가 이후에 사용자 주도로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대량의 고용조정을 유발했던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지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Katz(1997)는 이를 기술·시장 주도적 구조조정으로 부르며, 유럽의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corporatism) 국가들에서 벌어진 노동매개적 구조조정3) (주3: 그러나 최근 들어와 이러한 유형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는 적어도 고용량에 있어서는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두 유형의 고용보호 성과 차이는 실은 노사관계 외에도 노동매개적 구조조정 유형의 국가들에서 90년대 중반까지도 통신의 국가독점체제가 더 잘 유지되어 왔다는 사정에도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EU차원의 포괄적 통신자유화가 실행에 옮겨지고, WTO기본통신협약이 발효에 들어간 1998년부터 각국의 통신자유화 속도가 현저히 빨라지면서 대량의 고용감소가 공공통신사업자들간에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과 구별하였는데, 기술·시장 주도적 구조조정의 특징은 자본시장의 강한 규율에 의해 기술과 시장 변화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데 반해, 취약한(혹은 노조에 불리한) 노사관계 제도화 때문에 노조 약화와 고용감소 수준이 유별나게 크다는 점이다. 

한국통신의 고용 여건을 고용량의 측면에 국한해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장기적으로는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고용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1999년과 2000년 총원의 1/4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감축이 이루어진 반면, 이후의 ADSL 등에서의 업무량 폭주로 현재는 오히려 장시간 노동 및 노동밀도 강화가 현안 문제가 되어있다는 점, 또 사업구조 고도화의 일환으로 신규사업 확대가 이루어지고, 경기회복도 전망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반면, 장기 고용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기술과 시장에서의 구조 변화로 인해 네트워크 및 유선 전화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노동력 감소가 더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자. 한국통신은 1995년∼2001년 사이에 전체 인력의 26.1%인 15,472명을 감축하였는데, 이중 12,355명을 1998년∼2001년 사이에 감축하였다. 고용감축은 보직 직렬(13%)보다는 비보직 직렬(22%)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비보직 직렬에서도 특히 네트워크 교환직렬(-76.0%)과 선로직렬(-25.9%)에서 대대적인 인원축소가 이루어졌다. 보직 계열에서도 일반사무직(-16.3%)은 통신기술직보다 고용감소 정도가 더 두드러진다(아래 표 참조). 1998년∼2001년 사이에 고용 감소가 집중된 것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효과이지만, 직렬별 고용조정 방안을 작성한 것은 내부 정보에 밝은 사용자로써 기술과 시장변화를 반영한 사업 재편 전략에 기초한 것으로 보여진다. 보직보다 비보직 계열의 고용 감소가 더 심한 것은 전자가 고급의 일반적 숙련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후자는 기업특수적이되 구(舊)숙련보유자였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의 고용조정이 단행됨으로써 한국통신은 당분간 대량 고용조정은 겪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당분간(약 2∼3년?)에 불과하다. ADSL시장의 포화, LM통화 및 접속료 인하, 시내망 공유(LLU), 네트워크 집중운용 체계, ICIS(통합고객정보시스템) 등 한국통신의 매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노동력 절약을 야기할 시장 및 기술 변화는 계속 되고 있고, 사업구조 고도화와 조직개편, 유연한 인력관리 전략은 사용자가 추구하는 소위 "세계적모범(Global Best Practice)"에 비해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약간 더 멀리 보면, 초고속 광통신망 구축 이후 현장기술 인력의 추가적 감소를 더 예상할 수 있으며, 통합정보시스템 고도화 역시 조직 슬림화와 중간관리인력 감축을 추가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유·무선 대체 심화, 인터넷 서비스 확대, 대안 네트워크 등장 등 서비스 다변화와 서비스융합은 한국통신의 사업구조에 대대적인 수술을 강요하며, IT 및 인터넷에 기반한 인력구조로의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비대칭 규제 심화는 비용합리화 필요성을 증가시켜 인력감축 유인을 강화하고 비핵심사업 및 공정에 대한 외부화(하청·분사화)를 더 촉진할 것이다.

이러한 장단기 추세에 민영화라는 변수의 역할을 더 고려해 보자. 일반적으로 민영화가 고용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노사간 힘 관계의 비대칭성 확대와 비용절감 경영의 지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노사관계 규율과 산업구조 전환기를 주요 환경으로 하는 한국통신의 완전 민영화는 단기수익에 민감한 주식시장의 이해를 주로 반영하여 시장·기술 주도적 구조조정을 현실화하는 매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민영화에 대한 노조의 대응이 민영화 저지로 표현될 이유가 있는 것인데, 다만, 노조는 민영화 저지뿐 아니라 고용에 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안적 기업체제에 끼워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한국통신 고용 문제는 경기 상황이 아닌 기술과 시장변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주요하다고 하였다. 이런 고용문제에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단위 기업 차원에서 기술과 시장변화를 근본적으로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기업 구조조정에서도 노사는 다양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기업이 추세 변화에 대응하여 전개하는 사업전략, 일자리 재편, 기술 선택 등에 대한 노조 개입은 가능하다. 이것은 작업장 통제력과 정책 역량에 바탕한 참여 전략에 의해 일정 정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시장 변화가 규제 정책에 상당히 영향 받기 때문에 노조의 통신정책 개입은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실제 비대칭 규제는 한국통신의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노조가 이를 다루는 데서 단순히 기업경쟁력이나 고용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독점지대를 추구하는 내부자'로 시민의 비판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산업발전, 보편적 서비스, 고용발전 등의 관점에 선 경쟁규제 논리를 개발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서비스 수용자인 시민·사회조직들과의 연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편서비스와 고용 발전의 관점에서 시민운동과의 제휴 속에서 탈규제 정책을 선택적으로 수용, 혹은 비판해 온 미국통신노조(CWA)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요한 여러 전제들을 생략하고 협약 차원에서만 보면, 재배치를 중심으로 한 장기 고용안정협약과 자발퇴직 프로그램, 임금에 대한 유연한 접근 등을 대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첫째, ① 총원 차원 고용유지와 ② 재훈련에 기반한 재배치 극대화를 원칙으로 한 장기 고용안정협약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총원 차원 고용유지 원칙은 기술적·시장적 요인에 의한 직렬별로 불균등한 고용재편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감안하되, 총원 유지를 고용 마지노선으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재훈련에 기반한 재배치 극대화는 구조적 고용불안에 대한 주요한 고용유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는 재배치 능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재배치를 통한 고용유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훈련을 통해 노동자들이 시장변화에 조응하는 숙련을 보유케 해야 하다. 여기에는 사내훈련제도의 대폭 확충과 주5일 근무제 조기시행 및 훈련시간 추가 확보를 인프라로 하며, 훈련프로그램 형성에 노조가 반드시 참여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두 번째로 고용조정에 대한 대비로써 강제조정 방식이 아니라 '자발적'4) 퇴직을 원칙으로 정하고, 자발적 퇴출구로 기능하기 위한 두 가지 제도를 노사합의로 시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상시적인 명예퇴직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전직지원제도이다.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경우 평균 근속년수 내지 연령이 높고, 대부분 통신기술 이외의 다른 기술을 지니고 있어서 퇴직 이후 다른 기업에 적정 임금을 받으며 취업하기 매우 어렵다. 또 자영업으로 전환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경력이나 숙련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기 쉽다. 따라서 충분한 퇴직보상과 구체적인 전직지원은 자발적 퇴직을 위해 필수적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대량 고용조정을 통해 대규모 흑자를 실현하고 있으므로 이런 프로그램을 상시화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4) 근본적으로 이를 자발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는 볼 수 없다. 여기서는 단지, 명시적인 강제사직과 구별하는 의미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임금조정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통신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해고된 계약직 노동자들에 비해서는 4배 가량 높고, 유사 근속년수의 자동차나 화학섬유산업 대기업 노동자들보다 높으며, 공무원 노동자들보다 낮지 않다. 그러나 석유정제업이나 석유화학업 노동자들보다는 높지 않으며, 주요 경쟁업체인 SK텔레콤 노동자들보다도 높지 않다. 사용자는 임금을 고용조정 이데올로기로 활용해 왔지만, 실제 근속년수나 학력 등의 인적 요인들을 통제했을 때 동일 산업의 타 기업 노동자들에 비해서 임금 수준이 어떠한 지 확인된 바 없다. 따라서 '고임금 이데올로기'는 사실 여부부터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집단 노동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은 노동연대를 약화시키고, 사용자의 비정규직 활용을 유인하며, 경쟁 체제에서는 기업의 비용경쟁력을 약화시켜 추가적 고용 감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임금-고용 대체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노조가 임금 문제에 전략적 태도를 지니는 게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임금 절약분은 반드시 고용안정을 위해 활용되도록 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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