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개혁방향

섹션:

부 제목: 
사회통합적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구축

글쓴이 :

yskim@kl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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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과 임금소득 불평등 실증분석 결과>
첫째,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1위이다. 오차수정모형을 사용하여 노동시장, 고용, 임금에 대한 장기 탄력성, 1월 이내 단기 탄력성, 조정속도를 계산하면 9개 지표 가운데 8개 지표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높다.
둘째, 정규직도 노동시장 유연성에서 세계 1위이다. 자연대수 표준편차를 사용하여 고용 변동성을 계산하면, 한국 노동자는 0.023(정규직 0.022, 비정규직 0.036), 미국 노동자는 0.006으로 한국의 정규직은 미국의 노동자보다 고용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정규직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셋째, 비정규직 증가 원인과 관련된 가설을 검증하면,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가설은 기각되고, 기업의 인사관리전략 변화,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만 지지된다. 따라서 비정규직 증가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나 정규직 과보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기업의 인사관리전략 변화, 노조 조직률 하락 등이 맞물린 결과이다. 
넷째, 임금소득 불평등도를 ‘상위 10%와 하위 10% 임금격차(90/10)’ 기준으로 계산하면, 2000년 4.9배, 2001년 5.2배, 2002년 5.5배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상용직 풀타임(정규직)의 임금소득 불평등도는 남자 4.3배, 여자 4.0배로,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다음인 2위이다.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면 한국의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세계 1위일 것으로 추론된다.
다섯째, OECD 기준으로 저임금 노동자는 2002년 8월 전체 노동자 1,363만명 가운데 절반인 663만명(48.6%)이다. 정규직은 122만명(20.6%), 비정규직은 541만명(70.0%)으로, 정규직은 5명중 1명, 비정규직은 10명중 7명 꼴로 저임금 노동자이다. 
여섯째,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남자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여자 비정규직은 39로, 성별·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기업규모간 임금격차와 복지격차 역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개혁방향>
노무현 정부는 12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노동정책 기조로 제시했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노사관계 중층화’를 제시한 점에서 과거 정부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과 불평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정책’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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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O 김영삼 정부는 1996년 상반기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노동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그러나 1996년 하반기 경기침체와 맞물려 재계의 공세가 강화되자 애초 기획했던 ‘노동법 개정’은 ‘노동법 개악’으로 뒤바뀌고, 당시 집권 여당인 신한국당은 12월 국회에서 ‘노동법 개악 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 결과 연인원 500만 명이 참가한 1996-97년 총파업 투쟁이 촉발되고, 차기 집권을 자신하던 신한국당은 1996-97년 총파업과 1997년 11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O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12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노동정책 기조로 제시했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노사관계 중층화’를 제시한 점에서 과거 정부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구축’을 함께 추진하지 않는다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O ‘사회통합적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구축’은 장기 계획과 분명한 비전 하에,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양자를 진단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때만이 실현 가능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⑴ 노사관계 영역에서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노동정책 기조로 제시하면서도, 노동시장 영역에서는 노동시장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화 정책’을 답습하고, ⑵ 노사관계 영역에서는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고, 노동시장 영역에서는 재계 요구를 수용하며,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각각의 영역에서도 재계와 노동계의 요구를 ‘주고받는(give and take)’ 방식을 답습함으로써, 노동정책에서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 노무현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화’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출범한지 6개월밖에 안 되었음에도 대선 공약인 ‘비정규직 남용 규제’는 실종된 지 오래고, ‘노동시장 유연화’는 다시 제1의 노동시장 정책과제로 자리잡고 있으며, 기업규모·고용형태별 임금격차와 임금소득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하는 임금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년 상반기에는 노사분규와 경기침체를 빌미로 재계와 일부 언론의 ‘노조 때리기’가 기승을 부렸고,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기회 있을 때마다 (대기업) 노조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면서, 노사관계 정책 역시 빠른 속도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2. 한국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진단

가. 노동시장 유연성 --- 한국의 노동시장, 과연 경직적인가 ?

O 김영삼·김대중 정부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적이다’는 전제 아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노동정책 제1의 과제로 추진했다. 그러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1999년 3월부터 임시일용직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55.7%(2001년 8월)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직적이지 않다. 지나치게 유연한 것이 문제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작년 말 대통령 선거 때는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의 노동시장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매우 유연하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금년 1월 30일자 포브스(Forbes) 지는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캐나다에 이어 제3위’라고 발표했다.

O 1990년대 중반부터 ‘노동시장 유연화’가 지배적 담론으로 얘기되고, 김영삼·김대중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노동정책 제1의 과제로 추진했음에도, 정작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실증분석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1월 30일자 포브스지의 ‘노동시장 유연성 국제비교’는 ‘1년 이상 장기실업자 비중, 단체협약 적용률, 해고의 용이성, 법정 휴가일수’ 4가지 지표를 척도화 하여 비교한 것으로, 경제학적 의미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추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OECD(1999)의 ‘고용보호법제 경직성 지표’ 역시 해고관련 법제 몇몇 조항을 척도화 하여 비교한 것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O 경제학적 의미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가 변동할 때 노동시장이 얼마나 유연하게(탄력적으로, 빠른 속도로) 조응하는가를 의미한다. 여기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기능적 유연성과 수량적 유연성으로 구분되고, 수량적 유연성은 다시 고용 유연성, 임금 유연성 등으로 구분된다. [표1]은 오차수정모형(Error Correction Model)을 사용하여 한국과 미국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을 추정한 결과이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1위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고용 유연성, 임금 유연성 각각을 장기 탄력성과 1개월 이내 단기 탄력성, 조정속도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9개 지표 가운데 8개 지표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높다. 고용의 단기 탄력성만 미국이 높을 뿐이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 때 한국의 고용 유연성은 크게 증가했다. 고용의 장단기 탄력성과 조정속도 모두 증가했고, 장기 탄력성은 절대값이 1을 상회하는 등 매우 탄력적이며, 빠른 속도로 고용조정이 이루어졌다.



O 여기서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은 ‘경제가 변동할 때 고용과 임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가’를 의미하는 바, 노동자 개인에게는 그만큼 고용불안정, 임금불안정을 의미한다. 즉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이 클수록 노동자 생활은 불안정해지고 변동폭이 커진다. 따라서 정부와 재계는 ‘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측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란 그만큼 노동자의 생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바, 노동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경제운용의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 저해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O ‘한국의 노동시장이 매우 유연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최근에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유연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규직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적이다’는 변형된 형태의 노동시장 유연화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정규직 과보호론’ 내지 ‘정규직 노동시장 유연화론’으로 연결되어 ‘정규직 노조 때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O [표2]는 외환위기 전후(1997년 7월~1998년 8월)를 통제한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의 고용 변동성을 자연대수 표준편차를 사용하여 비교한 결과이다. [표2]에서 장기 추세를 제거했을 때 고용 변동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외환위기 이전인 김영삼 정부(1993:03-1997:06) 때도 고용 변동성은 한국(0.013)이 미국(0.009)보다 높다. 외환위기 이후인 김대중 정부(1998:09-2003:02) 때 한국(0.023)은 2배 가량 증가했고 미국(0.006)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 노동자들의 고용 변동성은 미국보다 4배 가량 높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고용 변동성이 증가했다. 정규직은 0.015에서 0.021로, 비정규직은 0.021에서 0.036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한국의 정규직도 미국의 노동자보다 고용 변동성이 훨씬 크고 유연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 비정규직 증가 -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인가 ?

O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비정규직 사용이 기업의 고용관행으로 자리잡으면서,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는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가 노동부문 최대 공약으로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더딘 데는 ‘비정규직 증가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이니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등의 경제 결정론과 시장 만능론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심지어 ‘노조 책임론’ 내지 ‘정규직 과보호론’ 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O [그림3]에서 지난 20년 간 임시일용직 추이를 살펴보면, 경제환경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전두환 정권 때 이미 50% 선에 육박했고, 다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1983년 2월에는 노동자 4명 중 1명이 임시일용직인데, 1986년 10월에는 노동자 2명중 1명(49%)이 임시일용직으로, 3년 반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둘째,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을 거친 뒤인 노태우 정권 때는 임시일용직 비중이 감소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이 출범한지 1년 남짓 지난 1994년 5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를 겪은 뒤인 1999년 3월부터 50%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51%대에서 구조화하고 있다.

O [표3]은 지난 20년 동안 비정규직(임시일용직) 증가요인을 시계열 분석한 결과이다. 역대 정권별로 모형의 설명력을 살펴보면 전두환 정권은 61.9%, 노태우 정권은 88.4%, 김영삼 정권은 87.5%, 김대중 정권은 84.7%이고, 노조 조직률은 계수 값이 전두환 정권 -16.53***, 노태우 정권 -1.03, 김영삼 정권 -2.92**, 김대중 정권 -5.44***이다. 이것은 ⑴ 전두환 정권 때는 시장외적 요인 즉 행위주체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지만, 노태우 정권 이후로는 노동시장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었고, ⑵ 김영삼 정권 때부터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되고,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시장형 인사관리전략이 확산되었으며,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저항이 강화되면서, 점차 행위주체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고, ⑶ 노조 조직률 하락은 비정규직 증가요인, 노조 조직률 증가는 비정규직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O [표4]는 비정규직 증가 원인과 관련된 가설들을 검증한 결과이다. 횡단면 분석(사업체조사)에서는 검증 가능한 3개 가설 가운데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만 지지되고,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가설은 기각된다. 시계열 분석에서는 검증 가능한 5개 가설 가운데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만 지지되고, 인적구성 변화,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산업구조 변화 가설은 기각된다. 



O 역대 정권별로도 인적구성 변화, 경제환경 변화, 정규직 보호 가설은 일관되게 기각되고, 산업구조 변화 가설은 노태우·김영삼 정권 때만 지지된다. 이에 비해 노사간 힘관계 변화 가설은 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정권 때 지지되고,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은 김대중 정권 때 지지된다. 이것은 비정규직 증가가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기업의 인사관리전략 변화, 노조의 조직률 하락 등 행위주체 요인에 기인하며, ‘노조 책임론’ 내지 ‘정규직 과보호론’ 역시 사실이 아님을 말해준다.

- 경제환경 변화 가설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비정규직 증가가 불가피한 현상으로 자리잡았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횡단면 분석에서는 시장환경 변화(경쟁격화, 수요증가), 고용변동성(경기순환변동, 계절변동) 모두 유의미하지 않다. 시계열 분석에서는 경쟁격화의 지표로 사용한 대미달러환율이 유의미하지 않다. 노동수요 변동성(경기순환변동, 계절변동)은 노태우·김대중 정권 때만 유의미한 (-)로 변동성이 클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하고, 다른 시기는 모두 유의미하지 않다. 따라서 경제환경 변화 가설은 기각된다.

- 정규직 보호 가설은 ‘수요의 변동성이 클수록 정규직 보호를 위해 비정규직이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횡단면 분석(사업체조사)과 시계열 분석 모두 동 가설을 기각한다. 횡단면 분석에서 고용 변동성은 유의미하지 않고, 시계열 분석에서 노동수요 변동성은 노태우·김대중 정권 때는 유의미하지만 계수값의 부호가 (-)로 변동성이 클수록 비정규직이 감소한다. 이밖에 다른 시기는 모두 유의미하지 않다. 따라서 정규직 보호 가설은 기각된다.

다. 임금소득 불평등 증가 - 상용직 풀타임도 미국 다음으로 높다.

O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월임금총액 평균값을 계산하면 2000년 115만원에서 2002년 133만원으로 18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하위 10%는 45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만원 증가했고, 상위 10%는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50만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위 10% 와 하위 10% 사이에 임금격차(90/10)는 2000년 4.4배에서 2002년 5.0배로 증가했고, 시간당 임금기준으로는 2000년 4.9배에서 2002년 5.5배로 증가했다.([그림4]와 [표5] 참조)



O 2002년 8월 현재 남녀, 고용형태별 월임금총액은 남자를 100으로 할 때 여자는 58이고,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은 53이며, 남자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여자 비정규직은 38밖에 안된다.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는 남자를 100으로 할 때 여자는 61이고,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은 51이며, 남자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여자 비정규직은 39밖에 안된다. 남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비정규직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O 상위 10% 계층과 하위 10% 계층 사이에 임금격차(90/10)를 각 집단별로 살펴보면, 월임금총액 기준으로는 3~4배,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는 3.6~5.1배이다. 각 집단 내부적으로도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O [표7]은 우리나라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인지를 비교하기 위해 Freeman and Katz(1995), Katz and Autor(1999), Mishel, Bernstein and Boushey(2003)에서 OECD 주요 국가의 임금소득 불평등도를 종합한 것이다. 이들 자료는 시급, 주급, 월급 중 어느 것을 조사한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은 상용직 풀타임 남녀 시간당 임금과 월임금총액 2가지를 계산해서 비교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미국·영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는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높고, 유럽대륙 국가와 일본은 낮다. 둘째, 한국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는 미국 다음으로 높고, 월임금총액 기준으로는 앵글로색슨 국가들과 엇비슷하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국의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라는 통설과 상반된 결과이다.



O 더욱이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임금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상용직 풀타임을 기준으로 비교한 [표7]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앞서 [표5]에서 2002년 8월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임금격차(90/10)가 5.5배이고 로그임금 격차(90-10)가 1.7임을 감안하면, 비정규직까지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임금소득 불평등도는 한국이 미국보다 높으리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점은 추후 비교시점을 일치시켜 미국 CPS 자료를 분석할 때까지 결론을 유보한다.

O OECD는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프랑스 등 OECD 국가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정하곤 한다. 이에 따라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160만원)의 2/3’인 ‘월평균임금 106만원 이하’를 저임금 계층으로 분류하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2년 8월)에서 전체 노동자 1,363만명 가운데 절반인 663만명(48.6%)이 저임금 계층으로, 정규직 122만명(20.6%), 비정규직 541만명(70.0%)이다. 정규직은 5명중 1명, 비정규직은 10명중 7명 꼴로 저임금 계층인 것이다. 



라. 기업규모간 임금·복지격차 확대

O 노동부 매월노동통계조사에서 사업체 규모별 월임금총액과 임금격차 추이를 살펴보면, 1988년부터 1991년 사이에 확대된 사업체 규모별 임금격차가 지난 10년 동안 유지되다가 2002년에 다시 확대되고 있다. 2002년 현재 500인 이상 사업체를 100으로 할 때 300-499인 사업체는 87, 100-299인 사업체는 76, 30-99인 사업체는 68, 10-29인 사업체는 63이다. ([그림 6] 참조)



O 노동부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서 임금총액에 복지비 등을 포함한 노동비용 추이를 살펴보면, 기업규모간 격차는 임금총액보다 기타 노동비용에서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7] 참조)



O 이처럼 기업규모간 임금·복지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해소할 정책수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2003년도 임금정책 방향”(2003.3)에서 ‘⑴ 노사자율에 의한 임금교섭 관행 정착 ⑵ 임금제도의 합리적 개선 ⑶ 성과배분제 등을 통한 협력적 노사관계 증진 ⑷ 적법한 연봉제 도입 운용 ⑸ 임금 근로복지 패키지 교섭 지원 ⑹ 임금격차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별 기업의 임금체계를 합리화하고, 기업 내에서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완화하며, 성과배분제와 연봉제 등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지불능력이 있는 사업장은 임금을 적정 수준에서 인상하는 대신 우리사주, 사내근로복지기금출연, 학자금·보험료·의료비·보육비 등 기업복지를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것은 개별 기업의 지불능력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것으로, 기업규모간 임금·복지 격차 확대를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O 앞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기업규모간 복지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 사내근로복지기금법은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의 5% 범위 내에서 매년 기금을 출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시행한지 10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2002년말 기금 총액은 4조 2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전적으로 개별 기업의 수익성에 의존하고 있어, 1천인 이상 대기업은 61% 설치한데 비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0.1%만 설치하고 있다. 따라서 동 기금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기업규모간 복지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의 5%를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아닌 전국 또는 산업 차원의 임금·복지 격차 해소 기금으로 적립했다면, 이 기금은 기업규모간 임금·복지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O 이처럼 정부의 임금정책 부재 내지 잘못으로 기업규모간 임금·복지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정부와 일부 언론은 기업규모간 임금·복지 격차 확대가 마치 대기업 노조의 책임이라도 되는 양 비판해 왔다. 그러나 기업별 노조·교섭 체제에서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덜 올린다고 해서 그만큼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 임금인상 재원으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지불능력이 양호한 대기업 노조가 임금인상률을 낮추면 그만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은 더 낮아진다. 따라서 기업규모간 임금·복지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초과이윤 또는 임금인상 자제 분을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또는 복지증진 재원으로 돌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 할 것이다.

마. 낮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O 지난 20년 간 노조 조합원수는 최대 193만명(1989년), 최소 98만명(1982년)으로 100만명 대에서 오르내렸고, 노조 조직률은 최대 18.6%(1989년), 최소 11.2%(1997년)로 10% 대에서 오르내렸다. 최근 조합원수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2001년 말에도 조합원수는 157만명, 노조 조직률은 11.8%로, ‘조합원수 100만명대, 조직률 10%대’라는 지난 20년간 한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 하다.([그림8] 참조) 



O [표8]에서 한국의 노조 조직률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프랑스(9.1%) 다음으로 낮다. 그러나 프랑스는 노동운동 이념에 따라 노조 가입을 선택하고, 노조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파업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 노조와는 성격을 달리 한다. 더욱이 프랑스는 산별교섭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을 전체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하기 때문에 단체협약 적용률은 90%에 달한다. 따라서 프랑스를 예외로 하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모두 가장 낮다. 

O 이처럼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10% 대에 머무르고 국제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은, 정치권력의 억압과 노동기본권 제약, 사용자들의 적대감과 반노조 사회문화 의식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결과이다. 그러나 노동운동 내부적으로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조 체제’를 극복하지 못한데서 주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낮은 노조 조직률은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그만큼 한국의 사용자들이 노조 조직 내지 가입조차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대항권(?)을 풍부하게 누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O KLI 3차 노동패널에서 남녀별 노조 조직률을 살펴보면, 남자는 16.9%, 여자는 8.3%이다. 고용형태별로는 상용직은 17.3%, 풀타임은 14.7%이고, 임시직은 1.2%, 일용직은 1.0%, 파트타임은 3.7%이다. 기업규모별로는 500인 이상 1000인 미만은 41.6%인데, 50인 미만은 1.6%에 불과하다. 산업별로는 운수창고통신업은 46.7% 전기가스수도사업은 30.4%, 금융보험업은 23.4%, 제조업은 20.0%인데, 가사서비스업은 0.0%, 공공사회보장행정은 1.9%, 숙박음식점업은 2.0% 기타서비스업은 5.1%, 건설업은 5.3%, 도소매업은 5.9%이다. 이처럼 남녀별,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산업별로 조직률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여러 원인이 맞물린 결과이지만, 노동운동 내부적으로는 역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조 체제’를 극복하지 못한데서 주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O 노동조합은 일차적으로 조합원의 요구와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노조 조직률이 10%대에 머물고, 조합원 구성이 특정 산업, 대기업, 남자, 정규직에 편중된 상태에서는 지도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체 노동자 대중의 요구와 이해를 실현하는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더욱이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는 집행부의 활동이 기업 울타리 내에서 임금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에 주력하기 십상이다.



O 최근 노동조합운동은 기업별 노조·교섭 체제를 극복하고 산업별 노조·교섭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2002년 12월말 현재 기업별 노조를 해산하고 산업·업종·지역·고용형태별 초기업적 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한 조합원수가 40만명에 달하고, 금년에는 금융노조, 금속노조 등에서 산별교섭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현대자동차 임단협 타결 과정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사내하청 도급단가 인상(기본급 73,000원, 성과급 200%, 근속수당 지급, 휴업시 평균임금 70% 지급), 인원충원시 사내하청 노동자 우선권 부여’를 합의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O 그러나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화와 불평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첫째,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직후에도 노조 조직률은 10%대, 조합원수는 10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 했다. 앞으로 1987-88년과 같은 정치·사회적 격변기가 쉽사리 도래하지는 않을 것인 바, 현재의 노사관계 패러다임 하에서는 상당 기간 조직률 10%대를 넘어서지 못 할 것이다. 둘째, 이처럼 조직률이 낮은 상태에서는 설령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하더라도, 동종 산업 내 다수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지 못 하고 있어 유의미한 산별교섭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조건에서는 ‘전국-산업-기업’을 잇는 중층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전국·산업 단위 교섭과 협의를 촉진함으로써, 전체 노동자 대중의 생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노조 조직률의 제고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O 금년 상반기에 일부 언론은 마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산업현장에서 엄청난 분규라도 발생한 양 보도했다. 그러나 [그림11]에서 연도별 파업건수, 파업참가자수, 파업손실일수를 살펴보면, 1987-89년에 폭발적으로 전개되던 파업이 1990년대 초중반에 빠른 속도로 감소했고, 외환위기 이후 다시 증가했지만 ‘노동운동의 위기’(?)라 얘기되던 1992-94년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표9]에서 금년 상반기 파업 지표를 살펴보면 파업발생건수와 참가자수는 작년 상반기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파업손실일수와 피용자 천명당 파업손실일수는 작년 상반기보다 감소했다. 따라서 금년 파업은 예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년작이라 할 수 있다.





3. 맺는 말

O 노무현 정부는 12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노동정책 기조로 제시했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노사관계 중층화’를 제시한 점에서 과거 정부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과 불평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사후적 보완책으로 사회보험제도 확대적용과 취업알선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만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O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노사관계의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제공, 근로빈민(working poor) 해소 등을 목표로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첫째, 한국의 노동시장이 과연 경직적인지, 노동시장 불평등이 어느 수준인지에 관한 실증분석부터 착수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다’는 주장은 뚜렷한 실증적 근거 없이 몇몇 법률 조항이나 개별적인 사례, 예단 등에 기초하여 얘기되어 왔다. 김영삼 정부이래 지난 10여년 간 ‘노동시장 유연화’가 제1의 노동정책 과제로 추진되었음에도, 정부 차원에서 변변한 실증분석 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 둘째, 비정규직의 과도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탈법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임시근로의 사용사유와 사용기간을 제한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부분이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고, 한국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 임시근로의 탈법적 남용에 있음에도, 이를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비정규직 남용 근절과 보호’가 헛된 구호임을 말해줄 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함은 물론이다.

- 셋째, 비정규직의 과도한 남용을 막고 임금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하고 법정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가 인건비 절감에 있음을 감안할 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법정 최저임금 현실화’는, ‘비정규직 남용 근절과 보호’를 실현하는 유력한 방도이자 임금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법정 최저임금 현실화’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의 2/3’ 내지 ‘평균임금의 50%’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 넷째, 임금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단체교섭을 촉진하고 단체협약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노동시장 외부화가 크게 진전되었음을 감안할 때,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직무급 내지 숙련급을 형성하기 위한 제도정책적 노력 역시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다섯째,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전국 또는 산업 차원에서 임금·복지 격차 해소 기금으로 사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제도여서 사회화가 어렵다면, 사내근로복지기금 수혜 대상을 하청업체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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