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새로운 실험, 민주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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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선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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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사회당 창당대의원대회 모습  ▷ 출처:한국노총 ]

환골탈태하려는 한국노총

한국노총은 지난 11월3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5층 대강당에서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대의원대회를 열고 '민주사회당'을 창당했다. 초대 당대표로는 현 한국노총 위원장인 이남순 위원장이 선출됐으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10대 강령, 100대 정책'을 발표하고 '반특권·반부패·반지역주의의 진보적 대중정치시대의 구현'을 선언했다. 민주사회당은 11월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99번째로 정당등록필증을 교부받음으로써 법적 정당지위를 얻었다. 현재 민주사회당은 40여 개의 지구당과 3만5천명의 당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에 정당이 99개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한국노총의 '독자정당 창당'은 더욱 이례적인 결과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한국노총이 보여준 정치 활동을 살펴보면 분명해 진다. 한국노총은 전통적으로 승자편승전략 즉, 집권 여당에게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노동계에서 한국노총의 특권적 지위를 유지시켜 왔다. 또한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의 댓가로 1988년 총선에서 6명, 1992년과 1996년 총선에서 5명의 한국노총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었다. 한국노총의 정치활동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보다는 기껏해야 조직을 징검다리로 한국노총 소속 개인이 정치계로 입문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1996년 집권 정당이었던 신한국당이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등을 포함한 노동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한국노총이 50년 만에 최초로 전국단위 총파업을 벌이면서 여당지지 전략은 종지부를 찍었다. 

1997년 9월22일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은 노조의 정치활동 규제 철폐 등 9가지 정책을 제시하며 김대중 정부에게 정책연합을 제의했다. 그리고 1997년 노동자대회에서 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올 연말 대선에서 정책연합을 통한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와 정치 세력화를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김대중 정부의 집권에 반쪽 짜리 노동계의 지지가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그 결과는 어처구니 없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펼쳐진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정책의 피해로 한국노총의 정치적 선택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총 정치세력화의 역사는 정치의 주인을 기존 정당으로 한 채, 여전히 자신들은 정치의 들러리로 머무르는 전략이었다.

한국노총의 독자정당 창당 배경

한국노총의 독자 정당 창당은 세 가지 내적 조건에 기인하고 있다. 첫째는 앞에서 밝힌 과거 한국노총이 해왔던 정치 활동 방식에 대한 평가이다. 집권 정당에 대한 지지나 정책 연합의 결과가 전체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본부는 지역본부별로 총선과 지자체 선거를 의식해 자신의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정당을 따르다보니 전체 차원의 통일된 정치력은 점점 약화되었다. 

둘째, 1997년 대선 이후 정치 활동의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한국노총이 정당창당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한국노총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60% 이상의 조합원이 한국노총의 독자정당에 대해서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1998년 2월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노동자와 국민대중을 중심으로 한 독자정당 건설'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21세기 정치활동 플랜(PLAN)'을 확정했다. '플랜'(PLAN)은 2012년 대선에서 집권을 목표로 하고 2004년 총선 이전에 독자정당을 창당해 총선에 임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셋째로 한국노총의 대선 전 독자 정당 창당의 직접적 계기는 6·13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다. 전국 득표율 8.13%(134만표)의 놀라운 득표와 함께 자민련을 제치고 제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에게 상당한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노동자 주도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의 약진은 제도권 정치와 노동계의 관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던 한국노총에게 자신의 입지 축소가 불을 보듯 훤한 일이었다.

2002년 민주사회당 창당

민주사회당의 창당은 엄청난 속도전이었다. 2002년 5월7일 한국노총 제11차 중앙정치위원회에서 대선 참여와 개혁적 국민정당(가칭) 창당을 결의했다. 그리고 9월 민주사회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 10월 전국노조대표자 결의대회에서 민주사회당(가칭) 창당 결의, 11월3일 마침내 민주사회당을 창당했다. 따져보면, 창당에 따른 실무를 3개월만에 해치운 것이다. 한국노총 창당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이런 빠른 행보의 원인이 이번 대선이 끝나면 노총 내부에서 정치적 분위기는 가라앉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국노총의 독자정당 창당은 사실상 2004년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빠른 창당 과정을 두고 한국노총 내부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독자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가 평조합원들 사이에서 충분한 공감대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있다. 독자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사회당 내부에는 민주사회당의 방향을 두고 서로 엇갈리는 전망을 갖는 세력들이 혼재해 있다. 이런 혼재때문에 이남순 위원장의 당 대표 겸직을 둘러싸고 진통이 일기도 했다

지난 10월30일 한국노총 중앙위원회는 민주사회당의 기조를 놓고 다양한 세력들이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였다. 전체 중앙위원 155명 가운데 107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는 한국노총과 민주사회당의 관계, 노총 임원의 당직 겸임 문제 등이 논의되었다. 회의 결과는 한국노총과 민주사회당은 상호 독립적이며, 노총의 정치활동은 민주사회당을 중심으로 실현한다. 그리고 노총 임원들이 당직을 겸임할 수 있지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겸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창당 필수 조건인 당대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겸임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위원회 결의로 이남순 위원장의 당직 겸임을 확정했다. 겸임 반대는 민주사회당과 한국노총을 상호 독립적으로 분리하기 위한 제도적 방편이었다. 


[ 11월 12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와 민주사회당 이남순 대표가 만났다.  ▷ 출처: 한국노총 ]

협상인가, 통합인가

민주사회당은 지난 11월3일 창당대회에서 단일정당 건설을 위해 민주노동당과 협상을 개시할 것을 결의한 후, 11월12일 첫 공식회의를 가졌다. 첫 회의 이후 실무협상단 접촉의 어떤 결과도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의 창당을 두고 보수 정당과 정책 연합을 버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를 선택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왜 하필 독자 정당이냐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한국노총의 정당이 협상용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의구심은 한국노총 내부에 기존 보수 정당의 당적을 갖고 있는 세력들이 아직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노총 내부에는 크게 두 가지 세력이 존재한다. 이 세력들이 창당 과정에서부터 민주사회당의 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고 지금도 그렇다.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민주사회당이 보수 정당과의 제휴를 통해 대선 활동을 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반면 민주사회당의 창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거나 한국노총의 독자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민주노동당과 통합해 진보진영 단일 정당을 세우고 대선 활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노조의 한 활동가는 "민사당의 창당 계기가 이제 더 이상 보수 정당을 믿을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 정당과의 제휴는 마치 당을 없애자는 얘기"라며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다른 한편 현재 한국노총의 이남순 위원장이 민사당 당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정당과 제휴할 경우 지도부가 받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쉽사리 이루어 질 수 없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민주사회당의 대선 방침은 아직 결정 나지 않은 상태다. 『진보정치』와의 인터뷰에서 이용득 민주사회당 부대표(금융노조 위원장)는 만일 대선 전 민주노동당과 협상이 안된다면 기존 정당과도 연대가능하다는 발언을 했다. 보수 정당 당적을 버리지 않고 있는 지역본부 의장들 사이에서도 한나라당을 포함해 지지후보를 선출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결국, 언제라도 한나라당과의 제휴문제는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와 민주사회당의 이남순 대표가 만난 첫 회의 자리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한 정당을 위해 노력하는데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 양당의 입장 차이가 크다. 민주사회당은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할 경우, 지도부 체제와 당명, 강령에 대한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사회당이 요구하는 사항을 '협의'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의 성격 상 당명, 강령은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안건에 준하기 때문에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명과 강령, 지도부체제를 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태도에 대해 한국노총의 독자 정당지지 세력들은 실망하는 눈치이다. 민주노동당의 지도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지만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볼 때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진정한 노동자 정당으로 발전해야

외부에서 민주사회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우려가 높은 편이다. 민주노동당의 이상현 대변인은 "한국노총이 기존 정치권 의존적인 활동을 벗어나 민주노동당과의 독자적인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 자체가 매우 크나큰 변화"라며, "노동계가 양대노총으로 나뉜 상황에서 정치 활동을 단일하게 구성하자는 제안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진보진영 단일정당이란 기대를 기대가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노총이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고 이상현 대변인은 말한다. 하나는 "협상용 정당이란 의심을 불식시키는 것"이고 민주노동당과의 협의과정에서"지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우려"를 스스로 종식시키는 것이다. 

민주사회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독자정당 창당이란 어려운 걸음을 했다.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것이라고 표방도 했다. 지금 이 홀로서기는 보수 정당과의 제휴 흐름과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펼쳐질 민주사회당의 대선 활동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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