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의 허위기재와 해고의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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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08. 12. 19. 선고 2008구합2051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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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말을 통해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1970년대에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이고, 둘째는 전태일에 관련된 책이 나온 후 무수히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대학졸업 학력을 속이고 노동현장에 취업하러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위장취업’ 또는 ‘학력사칭’이라는 단어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원래의 순수한 본질적인 취지보다는 ‘불법’ 또는 ‘사기’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만들어서 사람들의 의식까지도 편향적으로 판단하게끔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법원은 그동안 대학졸업 학력을 이력서에 기재하지 않고 노동현장에 취업하여 근무하다가 이후 발각되어 해고된 경우, 원칙적으로 ‘노사 간의 신뢰관계’나 ‘기업의 질서유지’라는 이유로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해왔고, 다만 예외적으로 착오가 있었거나 그 정도가 사소한 경우에는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해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학력의 허위기재와 해고의 정당성에 대해 결론이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이 글에서는 “학력 허위기재가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를 충실히 반영하여 판단한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대학졸업 사실 미기재, 해고사유가 될까?

원고(이 사건 해고자)들은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후 각각 GM 부평공장 사내하청회사에 생산직 사원으로 2003년 9월1일부터 2006년 7월1일 사이에 입사했다. 이들은 이력서에 자신들의 학력을 그들이 졸업한 고등학교까지만 기재하고 대학졸업 사실은 기재하지 않았고, 이후 2007년 9월2일에 전국금속노동조합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여 간부 등으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이들이 다니고 있던 회사들은 원고 등의 경력 등에 관하여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모두 대학 졸업자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회사들은 “원고들이 입사 당시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각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했고, 2007년 9월10일부터 9월17일 사이에 각 인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원고 등을 해고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재판장 이경구 판사)은 종전 대법원 판례 법리를 그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에도, “채용 당시 명시적으로 고졸 이하의 학력을 채용조건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학력이 원고 등의 업무수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입사 이후 동료들과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갈등을 유발함이 없이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징계해고 사유가 되고, 최근에 대학 졸업자의 하향취업 경향과 헌법 등의 근로 3권과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학력 허위기재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며, 정당한 해고사유로 적법하게 원고 등을 해고한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종전 대법원에서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입사 시 이력서상의 학력을 사칭 또는 은폐하여 채용된 후 근무하다가 이 사실이 발각되었을 경우, “‘노사 간의 신뢰관계’나 ‘회사의 기업질서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회사는 신규채용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가 일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정직성 등 인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학력 등의 사칭 또는 은폐의 사유는 징계해고사유로서 적법하고 근로관계를 더 이상 계속시킬 수 없는 정당한 해고사유로 되고, 다만 예외적으로 작성자의 착오 또는 그 내용이 극히 사소한 경우에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되지 아니한다”고 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노조활동을 추진 중이던 근로자에 대한 보복적 제재의 방편으로 학력사칭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워 해고한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로서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법이 택해야 할 길

한편 이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례법리에 입각하여 원고들의 학력 허위기재행위가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그럼에도 몇 가지 논쟁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이번 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최근에 대학 졸업자의 하향취업 경향이 있고, 헌법 등에서 근로 3권과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이러한 사정이 학력허위기재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행정법원의 다른 판결은 이와 같은 내용을 오히려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는 논거로서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주장은 최근의 ‘청년실업’,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우리 사회 노동시장의 시대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대법원 판결들이 주된 논거로 삼았던 ‘노사 간의 신뢰관계’, ‘기업질서 유지’라는 명분을 뛰어넘어서 더욱 합리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본 판결은 이러한 시대적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학교 졸업학력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며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의 회사들이 학력 등의 허위기재 행위에 대해서는 각 취업규칙에 모두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종전 대법원 판례 법리에 의해 ‘위장취업’ 또는 ‘학력사칭’은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상식으로 굳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대학 졸업생들이 해고를 각오하고 노동현장에 ‘위장취업’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노사 간의 신뢰관계’ 또는 ‘기업질서 유지’라는 한 축과 ‘근로 3권의 실현’이라는 한 축을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 사회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아직도 약 10% 내외인 점, 개별 노동자들이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실현시키기에는 한계가 많은 점,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양극화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는 곳으로 원고들이 취업한 점, 조금씩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용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적대적인 점 등을 종합해서 보았을 때, 원고들의 대학교 졸업 미기재행위는 근로관계를 중단할 해고사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와 같은 판단 뒤의 결과가 결국 사회적 취약계층과 대학졸업생들 간의 연결고리를 차단시키는 효과까지 낳을 수 있다고 하면, 이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 3권이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으므로 더욱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라고 생각된다.

사장님, 정말 대학 나온지 모르셨나요?

둘째, 사용자가 원고들이 대학 졸업자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시기가 언제였던가 하는 점이다. 만일 입사 시부터 알았음에도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난 다음에 해고시켰다면 부당노동행위로서 위법,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판결에서는 원고들이 비정규직 지회를 설립하고 난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2007년 9월2일 이후에 알게 되었다는 각 회사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입사 시부터 알고 있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노동현장에서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이 설립될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면 주변의 동료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핵심간부 등에 대해 학력조회 등을 실시해 대학 졸업자임을 알아내고, 이력서와 대조해 해고사유를 만든다는 것이 이따금씩 노동조합 탄압보고서에서 밝혀지고 있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이때에는 사용자의 내심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우므로 구체적인 기준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사용자의 발언, 노동조합 설립 전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 해고자들의 노동조합에서의 지위 및 활동정도(이 사건의 경우 1명을 제외하고 5명이 노동조합 임원 및 집행간부임), 노동조합 설립 후 해고 시기까지의 시간적 밀접성, 해고된 이후 노동조합의 조직력 약화정도 등이다. 또한 원고와 같은 근로자들이 이러한 부분까지 찾아내어 입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채용할 때도 일할 때도 학력 문제 안 삼더니

셋째, 이 판결에서도 “학력허위 기재행위는 근로관계가 성립하기 전의 행위이므로 그러한 행위가 있었던 근로계약의 체결 당시에 착오나 사기에 의한 근로계약의 취소가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근로계약의 존속 중에 근로계약의 체결 전의 사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그런 행위와 같은 경우에도 근로능력의 평가와 관련이 있는 경력에 한정하여야 하고, 조합활동, 학생운동, 정치활동 등의 활동경력에 관한 사칭행위의 경우에는 근로능력의 평가와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유로 한 해고는 원칙적으로 정당하지 않고, 나아가 그러한 사칭의 효과는 현실적으로 기업질서가 문란하게 되었다는 결과의 발생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때에 한하여 시인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부차적인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판결에서는 회사가 원고 등을 채용할 당시 명시적으로 고졸 이하의 학력을 채용조건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학력은 원고들의 업무수행과 전혀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급여, 인사, 승진 등의 결정이나 노무배치에 있어서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동료들과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성실하게 근무하여 왔었다는 점들을 인정하였음에도 결론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판결의 배경에는 대법원 법리에서 확고하게 주장하고 있는 근로자의 정직성 등 전인격적 판단이라는 기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주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사용자가 채용 및 면접 당시 명시적으로 학력조건을 요구하고 있는지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경영활동에 가장 적합한 노동력을 모집하여 활용하는 것은 노무관리의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이후 그것이 기업의 성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이러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그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은 자신의 경영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판례 법리에 일방적으로 끼워 맞추기 위한 주장일 뿐임을 알게 해준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는 이 사건과 유사한 사안에서 대졸자가 구직난을 겪고 있는 현실과 하향 취업의 가능성, 근로계약의 본질적 사항이 아닌 최종 학력의 미기재는 해고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점,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한 취업도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가 승소하였는데, 현재 회사가 상고하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 결과가 주목된다.

헌법적 가치를 위해서, 법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전체 노동자 수에 비해 약 10% 정도로서, 경제규모에 비례하여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치임에 틀림없다. 본 사건 원고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취업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데다가, 설령 그러한 목적으로 취업했다고 해도 근로관계를 중단할 정도의 사유는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법이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여야 하는 것처럼 노동법은 노동현실을 반영하여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학력사칭’, ‘위장취업’을 이유로 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종전 대법원의 원칙적이고 확고한 법리와 본 사건의 판결 등이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헌법의 근로 3권이 보장되고 실현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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