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비평]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제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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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위장도급 확정 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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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 회사(현대미포조선)가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는 직접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 종업원지위확인 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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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0일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현대미포조선에서 선박의 수리, 검사업무를 하던 노동자 30여 명이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지위 확인 소송에서, 현대미포조선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로는 이 하청업체 소속으로 되어 있었다)과 체결한 계약은 '위장도급계약'에 불과하고 노동자들은 처음부터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에 고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노동자들이 2003년 1월31일자로 용인기업의 폐업으로 해고되어 거리로 나선지 꼭 5년 6개월 만이다. 그리고 이 30여 명의 노동자들 중 2명은 이미 정년이 지나버렸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현대미포조선이 원고들의 채용, 승진,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였고 작업과정에 있어서 지휘감독권을 행사했으며,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하여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하청업체인 용인기업은 독자적인 사업장비 등 사업경영상 독립적인 물적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이를 모두 현대미포조선이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용인기업에 소속되어 있었던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는 현대미포조선과 근로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람 사고파는 ‘위장도급’, 21세기형 노예계약 ‘파견제도’

오늘날 간접고용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회사는 파견, 용역, 도급 등의 이름으로 뒤에 숨어서 사용자로서 마땅히 져야 할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고, 그 모든 책임을 힘도 없는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간접고용에서 원청 사업주는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다. 도급계약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 쉬운 예가 집주인과 건축업자 사이에 맺는 집 건축계약 같은 것이다. 건축업자는 자신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고, 자재를 구입하고, 기술을 가지고 집을 짓고 그 대가로 도급료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 간접고용에서의 도급계약은 어떤가? 쉽게 정리하면 ‘인력도급’, 곧 사람 사고파는 장사에 불과하다. 하청업체는 인력 대주는 곳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급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직접고용관계를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위장도급’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럼 ‘파견’은 무엇인가? 고용관계는 파견업체와 맺고 있지만 사용 사업주, 즉 원청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원청회사의 노동자와 동일하게 원청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을 하는 사람을 파견 노동자라고 한다. 합법적으로 직접고용관계를 회피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파견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파견법에서는 일정한 파견 대상업무에서는 사유제한 없이, 게다가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일부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서 파견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불법파견은 무엇인가? 파견 대상업무에 해당되지 않거나 일정한 사유가 없는데도 파견 노동자를 사용했거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파견업체로부터 파견을 받았거나, 파견 노동자를 2년 넘게 계속 사용했거나 하는 경우에 불법파견이 된다. 그러나 마지막 경우에도 노동자를 교체하여 계속 파견을 받는 것은 가능하게 되어 있다.

법원에서는 위장도급인 경우에 그 실제 관계는 파견관계가 있을 수 있고 아예 직접고용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좀 심한 경우여서 하청업체의 실체가 불분명할 정도이거나 원청 사업주가 채용·임금지급·징계 등에 관여하는 경우는 직접고용관계로 인정하고, 그보다 덜한 경우에는 파견관계로 인정한다고 보면 된다. 파견관계인데 도급으로 위장하고 있다면 역시 불법파견이 될 것이다.

정리하면 현재 간접고용은 대부분 도급계약으로 위장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직접고용관계를 회피한 것에 불과하다.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사용자 책임을 몰래 회피하려는 파견을 비롯한 간접고용은 없어져야 하고, 실제 고용주인 원청 사업주가 온전히 사용자로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21세기 노예제도”라고 불리면서까지 이를 합법화 해 놓고 있는 파견제도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애초 현대미포조선 용인기업 사건에 대해서 노동부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뒤집고 도급으로 인정했고, 울산지법과 부산고등법원도 이를 도급계약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현대미포조선과 용인기업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그것은 도급계약을 위장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현대미포조선과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있다고 한 것이다.

염치도 양심도 필요없다, 비용만 줄이면 OK!

2007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랜드·뉴코아 사태는 1년이 지난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는 차별금지 등의 비정규직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계산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업무를 용역업체로 넘기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용역업체로 넘어간다는 것은 원청회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회사가 그 일을 한다는 것인데, 용역과 아웃소싱, 도급의 이름 아래 원청회사인 이랜드·뉴코아 사측이 용역업체의 노동자를 사용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으니 사용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3년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KTX 승무원. 우리는 KTX를 타면서 그들이 철도공사 직원이라는 것에 추호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도 명목상으로는 철도공사의 하청업체인 철도유통 소속이었고, 이들이 불법파견을 주장하고 나서자 철도공사가 KTX관광레저로 도급계약처를 통째로 바꾸면서 하루아침에 전원 해고되었다. 1,000일이 넘은 기륭전자 불법파견 여성 노동자들, 300일이 넘은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 아직 투쟁이 현재 진행형인 사업장이 모두 이 간접고용과 관련된 사업장들이다.

원청회사는 직접고용을 회피하면서 하청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다. 그나마도 또 용역업체가 중간이득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이중의 중간착취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코스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주면서 이들에게 정규직 노동자의 옷을 입히고 정규직 명함을 쥐어주며 증권회사에 나가 일하게 했다. 증권회사와 업무 계약을 맺을 때 정규직 노동자가 시설을 관리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경영적 지배관계 없어도 직접고용 인정한 대법원

노동법은 어디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라고 낙인을 찍어 이들에게는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고 노동기본권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원청회사는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정하면서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어,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3권은 물론이고 노동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해도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업체는 폐업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만 고용승계를 하면서 조합원들을 쫓아내는 것이다.

어렵게 노조가 유지되어도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면 “남의 공장에 와서 노조활동을 한다”면서 원청의 용역들이 동원되어 플래카드를 뺏고 폭행을 가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진다. 단체교섭 요구를 하면 원청 사업주는 “우리는 당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제3자”라면서 일체의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 하청업체도 “우리가 무슨 힘이 있냐. 임금도 원청이 도급료를 맞게 주어야 인상을 해주는 것”이라고 발뺌하면서 교섭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 정도라면 사실상 노동3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종래 소사장 제도나, 모자회사 관계 등 경영적 지배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원청회사와 노동자 사이의 직접 근로관계를 인정하던 것에서 그 범위를 더 넓혔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즉 원하청 사이에 경영적 지배 관계가 없더라도 파견관계를 넘어 직접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앞으로 이러한 판단이 더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는 단순한 인력파견에 불과한 사내하청을 비롯한 간접고용 형태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원청회사와의 직접고용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기를 기대한다. 특히 원청회사가 도급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도급에 불과한 간접고용은 모두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하든지, 최소한 불법파견으로 보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원청 사업주들의 ‘사용자 책임’을 온전하게 강제하라!

하지만 이 정도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하거나 파견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 사용자들은 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외형을 바꾸고 증거를 은폐하기 때문에 문제는 계속 남게 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도급이든 무엇이든 막론하고 원청 사업주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원청 사업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해야 하고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이나 쟁의활동이 모두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원청 사업주가 영향력을 미치는 노동조건 등에 대하여는 원청 사업주도 하청업체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노동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노동으로 생기는 경제적인 이익도 가져가고 권한도 행사하는 원청 사업주가 사용자로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상식을 지키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에 대하여 자본과 정부는 수백, 수십억의 손해배상청구와 해고, 구속 등의 형사처벌로 답하고 있다. 법은 이미 상식의 최소한이 아니라, '상식을 거부하는 자들을 보호해주는 방패막'이 된 지 오래인 모양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다른 회사의 노동자가 아니다. 직접고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다른 회사 노동자로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노동조합도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같은 조직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화 요구,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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