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좌담]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산별노조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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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 엄교수 금속노조 정책실장,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실장
■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일시: 2013년 2월 26일 오전 10시~12시
■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실

 

사회자: 정부가 바뀌면 기대가 커지기 마련인데, 노조 입장에서 이번 정부는 기대보다는 근심과 걱정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해서 산별노조들이 새 정부에 어떤 대응계획을 갖고 있는지, 각 산별노조의 정책실장님들을 모시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박근혜 정부가 어떤 성격의 정부냐, 즉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는가 아니면 다른 성격을 보일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각 산별노조마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산업 및 노동 정책 중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을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박근혜 정부의 등장이라는 변수가 의미하는 것

공광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세련되고 안정된 보수일 거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노조 입지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비정규직 문제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 노조가 나서기 전에 기업들이 알아서 개선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해관계가 걸린 다른 현안들에 대해서는 자기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할 테고요. 어쨌든 그러다보면 노조 입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금융산업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는 은행 민영화나 신경분리 등 노동조합과 충돌할 만한 정책들이 많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는 뚜렷한 금융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국정목표라고 제시한 것을 봐도 금융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잘 안 보이고요. 금융 정책이 출렁이지 않으면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환경 변화가 없어서 안정감이 있겠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영명: 이명박 정권은 ‘국민 성공 시대’를 내걸었고 박근혜 정권은 ‘국민 행복 시대’를 내걸었는데, 지난 5년간 국민은 성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일부 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세워서 당선이 됐고 그것이 시대적 과제로 부각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일정 부분 진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지만 우리가 볼 때는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은 본질이 다르지 않습니다. 선거 기간에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후 취임할 때까지 행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내세운 국정 과제를 보면, 그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없고 공약 실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는 이명박 정권 때와 환경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 기대하는 것과 우려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노동과 관련해 기대할 만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대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거죠.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산업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공세적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의료 정책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OECD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겠다, 그리고 이른바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벌써 어느 정도 입장을 후퇴시켰지만, 향후 노조 등의 요구를 전적으로 외면하지는 못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 별다른 노사관계 정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대통합과 엄격한 법질서 적용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통합과 법질서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 법질서 안에 있는 세력은 포용하되 그 밖에 있는 세력, 즉 박근혜 정부의 눈 밖에 난 민주노조 세력은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죠. 또한, 보건의료산업을 신성장 동력의 주력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에 기반해 영리병원 허용이나 의료민영화 정책 등을 강하게 밀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현재의 보건의료체계 자체가 허물어질 수도 있습니다.

박준형: 박근혜 정권을 이명박 정권과 비교해서 보자면, 우선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민생고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권의 복지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은 경제정책에 기반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수위에서 지명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 이명박 정권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입안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위원을 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냈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조원동 씨도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에서 경제정책을 만들었고 조세연구원 원장을 지낸 인물이죠. 이렇듯 관료들 경력을 봐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복지정책이 그 위에 얹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경제 운영 방향은 같을 겁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서 특별한 정책과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는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지난 정권의 것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어쨌든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입니다. 구체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사회복지와 안전 쪽의 일자리를 늘리고,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족하긴 하지만 이러한 방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입니다. 즉,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노력이 반영돼 있는 성과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변화를 폄하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노동운동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서, 괜찮은 일자리 창출 등 더 공세적인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달성된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과는 다른 노정관계가 정립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안 됐죠. 공공부문 노동조합에게는 대정부교섭이 매우 중요한 사항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실상 더 많이 투자해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게 객관적이 판단이겠죠.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 박근혜 정부가 총론적 측면에서는 기대할 만한 것이 있어 보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명박 정부와 근본적인 차별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정부가 어디로 튈지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노동운동은 다방면에 걸쳐 있는 만큼 2013년 전략과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권의 변화 외에도 중요하게 고려된 환경적 측면이 있을 텐데요. 어떤 것들이었습니까? 

현실화되는 장기 저성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박준형: 정권 출범 이외 중요한 변수가 있다면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위기입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에게는 이러한 환경 변화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즉, 경제위기에 따라 민생고가 가중되면서 사회복지 확대 요구가 강화될 텐데, 이는 공공부문 노조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겁니다. 공공서비스의 확대 추진이라는 측면은 기회이지만, 정부가 그에 따른 세수를 부자 증세가 아닌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나 나아가 민영화로 마련하려 할 경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죠. 

나영명: 일단 세계경제가 당분간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고, 따라서 대외 의존적 구조를 가진 한국경제는 장기적인 저성장 체제로 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저성장 구도에서 과연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실제 정책은 성장 위주로 짜이게 될 것이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정리해고제 요건 완화나 비정규직 확산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노동법 개악이나 노동 통제 강화로 이어지게 될 테고요.
다음으로, 엄청난 긴장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 또한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보수 정권이 장악했고, 중국은 팽창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 전략을 재편하고 있고, 북한을 핵을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가 국가안보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경우,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고 활동이 매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산업 차원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병원 간 경쟁의 문제입니다. 이른바 ‘빅4’ 병원들부터 해서 모든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확장 전략을 내세우고 건물 신축이나 증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분별한 확장 경쟁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겁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며 임금인상 억제, 비정규직 확산, 노동강도 강화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사회자: 환경에 대한 인식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주체 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보죠. 먼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노조 상황이 어떻게 변했느냐를 총론적 측면에서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어떤 변화를 겪었고, 그러한 가운데서도 변화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공광규: 


지난 5년간 금융노조가 겪은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노조법 개정으로 인한 것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전임자의 임금을 노조 조합비에서 주다 보니 조직의 부담이 무척 커졌고, 때문에 실제 노조 전임자 수가 줄었습니다. 파견간부가 17명이었는데 11명이 됐죠. 
지난 5년간의 또 다른 변화는 조합원 수가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더 많았지만 IMF 직후 금융권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이 채우면서 상당히 줄어 있는 상태였죠. 그 비정규직 일자리를 지난 5년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조합에 가입시키면서 조합원 숫자가 늘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직운영 방식 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화된 환경이나 상황에 맞게 노조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하고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년 전의 교섭전략이나 조직전략이 지금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도 내부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현재 조직 규모가 4만 3천 명 가량 되는데 꾸준히 조금씩 커져온 것이죠. 어쨌든 지난 5년간 제일 큰 변화는 산별중앙교섭과 관련된 것입니다. 보건의료노조는 2004년부터 산별교섭을 시작해서 2008년까지 잘해왔습니다. 그런데 2009년부터 교섭이 파탄나기 시작해서 2010년과 2011년에는 산별교섭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용자 측 교섭 태도가 불성실해졌고, 그것이 교섭파탄으로 이어졌던 거죠. 다행히 지난해에는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산별교섭 정상화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투쟁함으로써 50% 이상 산별교섭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다음으로,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제도가 바뀌면서 현장 분위기가 악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사측이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든지, 정부가 감사를 핑계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현안 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5년은 산별노조 중앙이 현안 사업장 문제를 따라잡느라고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수시로 발생하는 현안에 매달리다보니 산별노조다운 활동을 해나갈 여유마저 없어졌던 거죠.

박준형: 공공운수노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산별노조를 시작했습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건설된 것이 2006년 말,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이었습니다. 시작하는 시기가 안 좋았죠. 그런 조건에서 주체 내부도 열악했지만, 정권의 압력에 의해 현안이 밀려오다보니 산별노조다운 특색을 만들고 성과를 쟁취하기에는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공공노조와 운수노조, 그리고 연맹 사이에 산별노조 전망에 대한 합의가 수년간 이뤄지지 못하면서 산별노조의 힘을 모아내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도 과제일 텐데요. 현재는 과거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도 평가지만 이보다는 산별노조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 최소한의 합의를 모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한편, 산별노조로 전환함으로써 좋아진 점도 여러 가지입니다. 특히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에 있어서는 상당부분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산별노조의 힘을 강조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금속노조 엄교수 실장님이 방금 도착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지난 5년간 각 조직의 내부 상황 변화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환경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금속 이야기도 들어보죠. 

엄교수: 간단한 것 같지만 대단히 광범위한 질문인데요. 2월28일 진행되는 대의원대회 자료에 이 질문과 관련된 내용이 모두 담겼습니다. 어쨌든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는 겁니다.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여당이 차지하고 보수 세력이 언론을 장악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종용하면서 민주노조를 배제하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라 예측했는데요. 벌써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직접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자고 해놓고 민주노총에게는 제의를 하지 않은 거죠. 
한편, 향후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투쟁을 양산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 조건이 민주노조운동 배제 전략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이런 예측에 기반한 대응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금속노조 내부 상황은 지난 5년 간 어떻게 변했습니까? 

엄교수: 지난 5년간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를 더 발전시키거나 사회적 영향력을 더 키우지는 못했지만, 최근 최초의 15만 시기 집중 투쟁을 경험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완성차 대기업지부들이 4년 만에 금속노조의 일정에 맞춰 시기 집중 투쟁을 실천했고, 군소 사업장 조직들이 대기업 조직 중심의 일정에 맞춰 자기 일정을 조정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그런 경험을 통해 산별노조로서 투쟁력의 저변을 키웠다고 봅니다.
문제는 여전히 조직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교섭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법적 강제가 없고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으니 대기업자본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는 포괄적인 교섭테이블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 노동운동 전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금속노조의 경우 최근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를테면, 어제 최강서 열사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만, 한진중공업의 장기투쟁이 희망버스 등을 통해 최근 해결되는 과정을 거쳤고, 또 유성기업투쟁을 통해 밤샘 근로를 하지 말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금속노조가 주도적으로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SJM지회의 투쟁을 통해서 민주노조에 대한 자본의 기획탄압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는 과정에서도 금속노조가 전면에 서게 됐죠. 사회적으로 노동운동의 투쟁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금속노조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올해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기도 했지만, 산별노조를 조직적으로 안정시키고 교섭력을 갖추는 단계를 반드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그런 부분에 사업의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금지 이후 현장 변화

사회자: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제도 도입,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등은 산별노조 입장에서 중대한 법제도 환경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변화가 조직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각 조직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중앙과 현장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졌나요? 

박준형: 복수노조 문제가 큽니다. 긍정과 부정 양 측면이 있을 텐데요. 우선 버스와 택시 사업장 등에서 민주노조 건설의 길이 열렸고 실제 조직이 확대되기도 했다는 점은 중요하게 봅니다. 그러나 일부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사측이 주도하는 어용노조가 생기기도 했죠. 대표적인 것이 발전사업장이고, 도시철도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영향이 큰 공공부문 사업장에 정권 차원의 관리나 사측의 통제가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공공부문은 정책 방향이 한 번 정해지면 바꿔내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향후 정책적 변화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민주노조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공광규: 금융노조 같은 경우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가 교섭 과정에 복잡성을 더하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큰 영향은 없었어요. 복수노조가 일부 생기긴 했지만 극소수고, 이들 노조가 힘을 발휘하거나 문제를 복잡하게 한 것은 그렇게 없었습니다.

나영명: 보건의료산업에도 복수노조가 그렇게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타임오프제도입니다.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고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사관계가 좋았던 사업장에서도 노조활동 인정 관련 단체협약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이 때문에 간부 양성 및 교육이나 산별교섭 시기 안정화에 부정적인 조건이 형성됐죠. 더 중요한 것은 이 제도로 인해 노동부나 교과부에서 감사가 들어오면서, 기존의 노사합의로 잘 시행되던 현장의 제도들이 시정명령 대상이 됐다는 겁니다. 정부가 현장 노사관계에 개입해서 특정 관행을 언제까지 고쳐라, 그렇지 않으면 지원금을 환수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서 노조활동에 큰 타격을 받게 된 거죠. 


엄교수: 그 두 제도는 특히 금속노조를 표적으로 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실 조합비 인상이나 중앙집중화가 쉽지 않았는데, 타임오프제도가 도입되면서 임금 인상과 조합비 인상을 연동하는 사업장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상근자 임금을 마련하고 노동조합의 경제적 독립을 이루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중소사업장으로 가면 상황이 다릅니다. 상근자들의 입지가 불안하니 이것저것 활동에 제약을 받습니다. 또한 회사가 제공해온 사무실이나 편의제공 등도 노사관계가 어긋나면 막아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아슬아슬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는 사측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사업장이 만도기계입니다. 이 사업장에서 금속노조에 대한 기획탄압 후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지면서,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 놓여 있죠. 그렇지만 어쨌든 교섭권은 아직까지 만도지부가 갖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이나 다른 장기투쟁사업장에서도 자본이 틈을 노려 기업별노조를 만들고 조합원들을 빼가는 방식으로 산별노조 탄압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타임오프제도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점진적으로 조직의 경제적 자립을 확대해가는 방향에서 대응하려 하고,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대응 매뉴얼 제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제도를 통한 기획탄압 양상은 어디에서나 대부분 비슷하기에 이를 취합하여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조직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물론 소수노조의 의견 반영 통로를 만드는 등 법체계의 근본적인 개선 추진이 병행되어야 하겠죠. 한편, 타임오프제도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제도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제도로 인해 한국노총의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빅딜이 있지 않겠나 생각하는 거죠. 그럴 경우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테고요.

고난의 시기 산별노조의 근육은 어떻게 단련되나

사회자: 이제는 각 조직의 동원력, 교섭력, 정책 개입력, 사회적 설득력 등 각론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죠. 산별노조의 위력을 나타내는 것은 이 중에서도 특히 중앙교섭일 텐데요. 지난 5년간 산별중앙교섭을 위주로 해서 노동조합의 힘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공광규: 일단 동원력은 이슈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비교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금융노조 같은 경우는 교섭력에서 큰 변화가 없었어요. 금융기업들은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공기업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산별교섭 관행이 안정돼 있죠. 한편, 정책 개입력 측면에서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선거 시기를 맞아 금융노조가 정치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했습니다. 작년 총선, 대선에서 집중적으로 정치 활동을 해서 한국노총의 몫으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무리한 정치활동 추진으로 위원장이 사퇴하고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는 등 분열과 혼돈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틈을 타서 규모가 크고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노조가 한국노총을 대신하여 정치적 진출을 주도했던 거죠. 

나영명: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보건의료노조는 2009년 산별교섭 도중 파탄을 겪은 후 2년간 중앙교섭 공백을 겪었습니다. 현장교섭 강화를 통해 그런 공백을 우회하고자 했지만, 개별 교섭들이 너무 장기화되면서 산별교섭을 반드시 복원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죠. 한편, 이 과정에서 민간 중소병원이나 지방의료원에서는 특성별교섭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2012년 산별교섭을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산별교섭 공백 기간에는 산별노조의 힘으로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영리병원 도입 반대 투쟁이나 무상의료 실현 투쟁 등을 통해 사회적 쟁점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2011년에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제 투쟁, 즉 환자 안전과 인력 확충의 관점에서 의료기관을 평가하라는 요구를 제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에는 병원인력법을 발의하는 투쟁을 진행했죠. 이러한 투쟁들을 통해 실제적인 정책 변화를 만들어냈고, 또 총선과 대선을 통해 무상의료를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동원력에 있어서는 별다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일단 조직 대상 노동자 60만 명 중 우리 조직이 포괄하고 있는 것은 4만 3천 명밖에 안 되니, 기본적인 사회적 대표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워낙 많은 투쟁 일정이 잡혀 있다 보니 조직의 집중력과 동원력이 떨어지고 피로도가 쌓이고 됐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보건의료노조 이름으로 집중투쟁을 벌인 것이 11번입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이죠. 그래서 한 번 투쟁할 때 확실하게 동원해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엄교수: 금속노조의 동원력은 최근 상당히 강화됐습니다. 특히 작년 15만 집중투쟁을 처음으로 벌일 수 있었죠. 그 전까지 말로는 “15만 산별”이라했지만, 실제로는 간부 중심의 동원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동원력의 양적 숫자가 늘긴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좀 위축된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금속노조가 정치파업이 가능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경제파업이나 단체교섭에 근거한 파업 외에는 잘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한편, 교섭력의 발전은 ‘약보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때 170개 정도였던 산별중앙교섭 참여 사업장이 지금은 80~90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산업 차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주는 대공장이 참여를 안 하니 중소사업장들도 점점 나오지 않고 있는 거죠. 금속노조 15만 명 중 현대와 기아에 속한 조합원이 7만 명입니다. GM과 만도까지 포함하면 과반을 넘어서죠. 이 사업장들이 중앙교섭에서 다 빠져버리면서 중앙교섭의 위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금속노조가 대공장 사측에게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춘 이후에는 중앙교섭에 합류하겠다는 약정을 받는 것으로 대응했죠. 그렇지만 요즘에는 회사가 그런 것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자구책을 찾다가 업종별교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으로는 산별교섭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법제화투쟁을 추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동차업종, 철강업종, 조선업종 등을 중심으로 노사합의가 상대적으로 쉬운 업종별교섭을 추진하는 겁니다. 
그런데 업종별 노사협의체를 만들어서 산업 전망과 발전전략이라든지 경기침체 대응 방안 등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보자고 해도 사용자 측에서 나오질 않아요. 작년에 창구가 열릴 듯하더니 현대 자본이 후퇴하면서 무산된 경험이 있습니다. 어쨌든 올해도 이러한 방향에서 교섭력을 키워가는 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한편, 이렇듯 교섭이 강화되지 못하다보니 정책 개입력이나 사회적 설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본의 아니게 향상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 시기 정부와 자본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일방적인 노조 탄압이 사회적으로 늘어났고, 이에 대해서 금속노조가 문제해결 주체로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금속노조의 사회적 설득력이 강화될 수 있었다는 거죠.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3년 동안 기획탄압, 구조조정, 장기투쟁사업장 등에서 금속노조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박준형: 교섭력 강화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금속이나 보건의 선례를 따라가지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했는데, 막상 교섭을 추진해 보니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은 다른 산업과 조금 다르더라고요. 기관의 사용자들을 모아서 교섭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실 사용자들도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때문에 2011년을 지나면서는 정부에 더 집중할 것을 목표로,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를 강화하고, 조직 내부에 공공기관 정책을 다루는 인력을 확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정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공공부문 공대위를 통한 협의로 요구안을 정책에 좀 더 많이 반영했다든가 산별노조의 추진력과 설득력이 발전했다는 겁니다. 특히 정책연구소를 만들고, 시민사회연대를 강화함으로써 조직의 정책 개입력과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증진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18대 국회 후반기에는 의정포럼이라는 국회 내 단체와 함께, 국회-시민사회-노조가 연대하는 체계를 만들어 현안에 대응했습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는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다가 후기에는 이를 민영화 강화로 발전시켰는데요. 이에 대해서 국민적 반대가 많았습니다. 노동운동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 KTX 민영화, 에너지산업 민영화 등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는 능력도 키우고,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키워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정권 시기에도 그러한 방향에서의 활동이 지속될 수밖에 없겠죠. 

각 산별노조들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노력들

사회자: 산업 현장에서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는 노동조건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각 조직들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또한 산별노조에게는 산업 차원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포괄할 것인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 요구되는데요. 그와 관련된 고민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눠보죠. 

공광규: 금융노조는 2004년부터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요구를 정규직의 2배로 해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비정규직의 임금 및 복지가 상당부분 개선됐죠. 또 2007년에는 기간제노동자를 무기계약직이나 하위직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를 하고, 이 사람들을 조합에 가입을 시켰습니다. 조합원이 된 사람들은 당연히 노동조건이 개선됐고, 미조직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높은 임금인상률이 적용됐으니 그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금융노조는 무기계약직의 노조 가입을 위한 나름의 전략이 있었던 겁니까?

공광규: 무기계약직 같은 경우에는 일단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기 때문에 조합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방침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일률적으로 가입하지는 않았죠. 처음에는 일부 지부에서만 무기계약직을 가입시키다가 나중에는 거의가 다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조합원이 늘어났죠.

박준형: 두 부문을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공공기관에서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노동조건 차이가 너무 없어서 문제입니다. 정부 지침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노조 효과가 뚜렷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는 노조효과가 분명한데, 그 외에 임금과 노동조건에서는 크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조직이 공공기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요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고민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정규 부문에서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에 분명하게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청소용역이나 시설관리 등의 최저임금 사업장에서는 뚜렷이 나타납니다. 노조에 가입한 최저임금 사업장들은 수년간의 투쟁을 통해서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은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민주노총 요구안에 근접하게 됐죠. 그런데 그렇게 안정된 사업장에서는 민주노총 차원의 최저임금투쟁에 대해서 점점 관심이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침을 내리면 형식적으로 참여는 하지만, 처음 노조를 만들었을 때 같은 전투적인 느낌이 사라진 거죠. 어쨌든 노동조합의 효과는 비정규 부문에서는 분명히 의미가 있는데요. 이를 보다 적극적인 조직화와 결합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엄교수: 


금속노조 조직들은 어쨌든 미조직노동자와 관련된 사업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장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사업은 금속노조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이 대표적이죠. 기아차 같은 경우 사업장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한 조직이 포괄하도록 하는 1사1조직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각 지역지부들은 산업공단 조직화사업을 비롯해서 미조직․비정규직과 관련된 지역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단 조직화 사업을 보면, 실제로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합니다. 가뜩이나 기업운영도 불안한데 노조까지 생기면 망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를테면 선전을 하는 금속노조 간부를 조용히 불러다가, “우리 사업장에 오지 마세요. 우리 사장님 힘든데 노조 생기면 회사 문 닫아야 돼요”라고 화를 내는 식입니다. 이런 분들을 잘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노조로 조직하지는 못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이나 임금체불 등과 같은 영역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조직노동자와 조직노동자 간의 갈등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특히 거대기업 안의 미조직노동자들과 조직노동자들이 느끼는 계급적 이질감이 큽니다. 문제는 산별노조가 이런 것들을 다 끌어안을 수 있냐 하는 것이잖아요.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결국 산별노조의 관심은 자신의 구성원인 조직노동자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미조직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을 할 때 기존의 조직된 정규직노동자의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산별노조가 풀어야 할 숙제죠. 특히 당장 발등에 떨어져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미조직노동자와 조직노동자 간 갈등은 그나마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들에게서 생기는 겁니다. 아예 방치돼 있는 노동자들, 이를테면 환경이 매우 열악한 노동자들이나 아니면 사업장 내 노조 사각지대에 있는 사무직이나 관리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사무직과 관리직은 노조 규약상으로는 조합원이지만 단체협약으로는 조합원이 아니죠. 이런 분들에게 조직적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별노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고, 결국 이런 사업들이 자리를 잡아야 산별노조의 위상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영명: 작년에 보건의료노조가 10군데 병원에서 조직화사업을 진행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조사를 해보니까 노동조건 등이 조직노동자들과 천지차이인 거예요. 미조직노동자들은 대부분 연봉계약제였어요. 임금은 연봉제, 고용은 계약제인 거죠. 조직화사업을 진행하지만 한계가 있고, 그 외에 이러한 미조직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비정규직 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선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조직에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서 격차가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병원청소, 시설관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죠. 이 분들은 완전한 노조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노조 자체도 이 분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하고요. 어쨌든 이렇게 미조직노동자와 조직노동자 간 노동조건 격차가 커지다보니, 사측에서 이를 빌미로 정규직과 조직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노동운동의 거시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죠. 

보수정권과 장기불황을 맞는 산별노조들의 자세

사회자: 주체 상황에 대해서 말씀들을 나눠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대응 전략은 어떤가요? 특히 올해 산별노조에서는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교섭을 어떻게 풀어가고자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광규: 금융노조는 우선 산별중앙교섭에 집중할 겁니다. 지금 요구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임금인상 요구는 기본이고요. 이번에는 사업장 내에서 비정규직을 아예 철폐하자고 요구를 할 것입니다. 물론 간접고용 같은 경우는 직접적으로 신경 쓰기가 어렵겠지만, 어쨌든 간접고용 노동조건 개선까지 요구해보려고 합니다. 나아가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성과 중심의 문화를 개선하고, 정년연장을 금융공공성과 연결시켜서 투쟁하고자 합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는 세 가지 방향에서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본에 충실한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5년에 이어지는 박근혜 정부 5년 동안은 민주노조에 대한 배제와 고립화가 두드러질 겁니다. 그 5년을 잘 버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3대 현장강화운동’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노동환경을 바꾸며 노사관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간부수련회도 하고 지난 한 달간 지도부가 직접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다음으로, 박근혜 정권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압박하는 운동을 전개할 겁니다. 우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만약 공약과 어긋나게 영리병원 등이 들어온다고 할 경우 전면적으로 투쟁에 나설 계획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복지나 의료 쪽으로 공약을 많이 내놨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지키라고 압박하는 것은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만약 영리병원 도입 등 공약과 어긋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보건의료노조가 전면에 나서 투쟁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산별교섭 강화 계획입니다. 정권교체가 됐다면 여건이 훨씬 좋아졌겠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서는 산별교섭 정상화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 때문에 산별중앙교섭 틀을 완성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노사가 공동의 관심을 가진 의제를 개발하여 제기함으로써 현재 조건을 돌파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테면 의료수가 같은 경우 사용자들은 관심이 큰 데 비해 우리는 잘 접근하지 않았던 영역입니다. 이런 문제를 노사가 한 번 공동으로 다뤄보자고 2개년 계획을 짰습니다. 금속노조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몇 년간 노사 공동으로 준비했던 것처럼, 보건의료 노사도 의료수가 등 공동의제를 가지고 월 1회 워크숍 등을 하면서 공감대를 만들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면서 산별교섭 틀을 장기적으로 완성해가자는 겁니다.

엄교수: 금속노조도 올해는 산별교섭 법제화를 걸고 대정부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니 산별노조가 교섭력을 갖추지 못하면 현장에 파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란 말이죠. 그 때문에 뒤늦게 산별노조로 전환한 측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불만 내지는 상실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의 틀을 강화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또한, 교섭과 투쟁의 4대 과제를 설정했습니다. 즉, 당장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는 정리해고, 노조탄압, 구조조정, 비정규직 문제 등을 올해 임단협투쟁에서 제기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별교섭 법제화투쟁을 전면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기했죠.
그런데 이러한 산별노조의 과제와 목표는 현장에서 대중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어요. 이와 관련해 특히 다음 두 가지 양상이 두드러집니다. 먼저 대공장 중심으로 ‘산별노조 무용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역으로 지역지부에서는 산별노조가 너무 대공장조직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조합원 교육훈련과 홍보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산별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산별노조 출범 시의 첫 마음을 다시 세워보자는 거죠.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우선 조직 전체가 두 가지 의제에 집중할 계획으로, 사무처도 두 부분의 핵심체계로 조정하고 나머지는 정리하려고 합니다. 즉, 교육이나 선전 같은 후선 업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공공기관 대응’ 부분과 ‘비정규직 조직화’ 부분에 역량을 몰아서 배치했습니다. 정책실도 폐지했죠. 이는 정세와 내부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인데요. 올해 투쟁계획과도 연결됩니다. 
즉, 올해는 먼저 공공기관 민영화에 대응하는 대정부투쟁이나, 사회보장과 사회보험을 핵심 쟁점으로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투쟁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음으로, 정부가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인천공항이라든가 학교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쟁취하는 투쟁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투쟁들을 통해 이완돼 있는 조직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집중화시키고자 합니다.

2013년 임단협투쟁 전망

사회자: 조직이 아무리 좋은 목표와 계획을 세우더라도 현장의 동원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게 노동조합운동의 기본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임단협에서 현장 조합원들에게 이러한 사업목표를 납득시키고 동원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사업이 있습니까? 각 조직별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공광규: 올해는 아무래도 경기부진으로 은행 등 금융권의 수익이 약화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금융권은 항상 순익이 수조 원대입니다. 그래서 순익에 대한 분배투쟁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순익 분배구조의 필요성에 대한 선전을 조합원 대상으로 할 겁니다. 또, 그야말로 사람을 쥐어짜는 성과 중심 문화를 바꾸기 위한 사업들, 조합원들의 퇴직 후 생활안정을 위한 공제회 추진 요구, 최근에 여론의 탄력을 받고 있는 정년연장 요구 등을 앞세워서 산별노조의 투쟁에 조합원들을 최대한 추동해 보려고 합니다. 

박준형: 아무래도 조합원들의 관심은 일단 임단협투쟁과 연계될 텐데요.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산별교섭이 아직 안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핵심 목표는 ‘대정부 임단투’라는 사이클을 만드는 것입니다. 상반기 요구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장 요구안과 대정부 요구안을 연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장 임단투 사이클과 대정부 투쟁 사이클을 결합하는 것이 올해 핵심과제입니다. 이를테면 임금피크제도 같은 요구가 사업장 요구가 되면서 동시에 대정부 요구가 되게 하는 것이 핵심일 겁니다. 
비정규직 부문도 비슷합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올해 공기업 간접고용노동자 정규직화 투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대정부투쟁과 원청인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투쟁이 결합해서 진행될 겁니다. 집단교섭단위를 꾸려서 노동쟁의를 준비하고, 그러한 쟁의행위 시기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시기를 결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정부투쟁을 현장 임단투와 결합해야 동원력이 확보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이를 위한 구조적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게 올해 핵심 목표입니다. 

엄교수: 조합원 대중이 동원되어야 대정부투쟁을 할 텐데, 공동 목표와 의제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소사업장 같은 경우는 임단투 의제가 임금인상률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쉽게 가려고 하는 경향이 생기는데, 그에 휩쓸릴 경우 산별노조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유명무실화 될 수 있습니다. 기업별교섭을 기반으로 하는 법체계와 관행이 견고한 상황에서, 산별교섭에 조합원들의 관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산별노조 법제화를 요구로 내걸고 싸워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이것만 내걸어서는 대중적인 투쟁이 안 돼요. 그래서 정년연장이나 월급제 도입 등 몇 가지 연결고리가 되는 요구들을 제기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반적인 노동자 정년은 58세인데, 국민연금은 63세부터 나온단 말이죠. 5년 동안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단 말입니다. 정년연장으로 그 간극을 줄이자는 겁니다. 
또 하나 지금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노동운동 입장에서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죠. 그런데 지금 같은 시급 중심의 임금체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삭감으로 이어집니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늘리는 기업에 인건비 보조를 해준다고 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이야기는 아무도 하질 않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내야죠. 즉,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저시급 임금구조를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월급제로 바꾸는 요구를 산별노조 강화를 위한 연결고리로서 제기하고자 합니다.
한편, 주간연속 2교대제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것이 중소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봐야 합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노동시간 줄인다고 노동강도를 강화하거나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요. 금속노조가 이러한 현실을 전면적으로 내세워서 대기업노동자들과 중소기업노동자들의 공동 이해관계가 걸린 요구를 내걸고 실현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즉, 앞서 말씀드린 정년연장이나 월급제 도입 등의 요구를 산별교섭 법제화 요구와 결합해서 끌고 가겠다는 거죠.

나영명: 보건의료노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기 집중 투쟁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교섭 관행을 보면 5월부터 12월까지 너무 분산되어 있고 이것이 긴장감 이완으로 연결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애초 준비를 완벽히 해서 6월에 교섭을 시작하여 추석 전에 타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즉, 교섭형태가 어떻든 간에 시기를 집중해서 동원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우선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렇게 시기 집중을 하려면 공동요구를 기반으로 공동투쟁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공동요구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것인데요. 이전까지는 중앙에서 안을 만들어서 현장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었는데 올해는 좀 다릅니다. 좀 더 포괄적인 요구안을 구성하기 위해서 현장간부들이 직접 참석해서 요구안을 만들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현장토론 주제로 제기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요구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부터 대중적인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올해의 두 번째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장간부들과 조합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투쟁 전술을 제기하고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집중순회투쟁’이라고 해서, 한 지역에서 간부들이 3일씩 머무르면서 강연과 캠페인, 문화제 동시에 벌이는 투쟁전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게 준비해서 한 번 세게 때리는 대중집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한편, 올해 핵심적인 임단협 요구는 병원 인력 문제입니다. 국민들은 잘 못 느끼지만 병원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래서 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이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의료사고나 의료서비스 질 저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여성노동자들이 인력부족으로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이를테면 유산이나 사산, 생리휴가를 못 쓰는 것 등의 피해사례를 직접 조사해서 그것을 폭로하는 투쟁을 해보자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산별노조운동다운 산별노조운동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자: 산별노조가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 채워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을 텐데요. 개인적으로 생각하시기에 우리 노조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장기적으로 마련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공광규: 앞서 금속에서 말씀하셨는데, 노동조합의 경제적 독립 문제 즉, 재정 확충 문제가 금융에서도 현안입니다.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주면서부터 산별노조의 재정 압박이 많이 커졌습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파견간부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양질의 노동전문가가 필요한데, 채용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산별노조의 재정자립 계획과 인력계획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산별노조 15년차입니다. 그동안 현장과 중앙의 괴리, 산하 지부에서도 노조와 조합원의 괴리, 나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괴리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산별노조의 기본에 충실하자를 모토로 세우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광범하게 토론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동안 우리가 현장에 충실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불만사항이나 문제제기가 엄청나게 쏟아진 거죠. 산별노조가 나름대로 성장을 해오긴 했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기초가 튼튼한 산별노조, 이것이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래서 올해 대의원대회에서는 그동안 토론한 것을 모아서 ‘현장 강화를 위한 10대 약속’을 채택하고자 햅니다. 그 내용을 포스터로 만들어서 벽에 붙여두고, 지속적으로 이 약속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할 생각입니다. 그런 실천들을 통해 현장을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교수: 금속노조 사업장 간부들은 사실 많이 지쳐 있습니다. 노동 현안이 대부분 금속사업장에 집중돼 매주 연대투쟁을 해야 하는데다가, 진보정당의 활동이 계급대표성을 잃어버리면서 전망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거는 기대가 큰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해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중요한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편, 올해는 민주노총도 그렇고 금속노조도 그렇고 지도부가 바뀌는 해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 정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도력과 조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겁니다. 이를 위한 산별노조의 투쟁은 정치세력화와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은 한 쪽 날개가 없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올해는 15만 조합원의 집중투쟁을 통해 산별교섭 법제화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럴 때 산별노조의 대표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대표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명분을 우리 내부로부터 쌓아가는 과정을 충실히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박준형: 올해 사업 계획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된 정세에서 향후 수년 간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보수정권 시기이기도 하고, 장기불황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민주노동운동은 보수정권이나 경제불황, 각각을 경험하긴 했지만, 아직 둘을 동시에 겪은 적이 없습니다. 그 속에서 자칫하면 기업별 실리주의로 기울기가 쉬울 텐데요. 이를 극복하고 노동운동의 혁신으로 어떻게 갈 수 있을까를 중심적으로 고민해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연맹 내부적으로 현재 조직 발전 방향에 대한 이견들이 존재하는 상황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민주노조운동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들에 대한 합의선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과거에는 최소한의 합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무너진 상황이죠. 이런 것들을 복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현장간부들과 같이 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정치사업도 복구될 테고, 산별조직의 발전도 이뤄질 것 같습니다. 
또 민주노총 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요. 정말 민주노총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산별노조만 가지고 안 되는 것들이 있어요. 총연맹이 잘하지 않으면 아무리 산별노조가 잘해도 안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민주노총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산별노조들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 구동존이, 여럿이 함께… 기본으로 돌아가기

사회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노조운동 활동가 개인으로서 2013년 각오를 말씀해주신다면?

공광규: 보건에서 말씀하셨는데 저도 산별노조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한 해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국민 전체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힘쓰고, 노동자 간의 격차를 줄이며, 양극화를 무너뜨리는 운동을 산별에서부터 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나영명: 작년 대선 결과가 우리한테 안겨준 충격으로부터 생겨난 성찰이 엄청나잖아요. 저는 그것의 핵심이 진정성, 감동, 그리고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노동운동이나 진보운동이 이것을 많이 잃었지 않나 싶습니다. 조합원들이 노조를 통해 감동과 진정성을 진짜 느낄 수 있는 실천과 연대를 할 때, 노동조합이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거죠.
한편, 제가 올해 50대가 됐는데요. 이제 저도 나이가 든 축이잖아요. 그렇지만 더 젊게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살면서 그런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엄교수: 저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기업노조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금속노조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많은 것을 보게 됐습니다. 정권의 성격이나 정치적인 힘의 균형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늘 변함이 없는 것이죠. 우리 노조운동이 쉬운 적은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보수 세력이 정권과 언론은 물론이고, 국회의 의사결정권도 다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방치할 경우 노조운동이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는 어떻게든 여기에 파열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말로 껍데기처럼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해서 저 개인에게나 다른 간부들, 그리고 동력이 있는 사업장에게,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노동운동의 전망을 바라보고, 위기감을 갖고 한 데 힘을 모으자고 주문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거기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박준형: 비슷한 이야기일 텐데요. 지금 민주노조운동이 바닥을 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지하로 뚫고 가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노조가 노조다워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노조답게’ 라는 것에 대해서도 공통의 합의지반이 만들어져야 할 텐데요. 어쨌든 그 합의지반을 딛고 힘차게 발돋움해서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반인데, 이번에도 제대로 못하면 정말 망할 것 같은 위기감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 우리 연맹과 산별 안에서도 그런 것들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고전 읽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것은 고전에 난세에 필요한 원칙과 혜안이 들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위기가 닥칠수록 노조란 도대체 근본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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