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과 한국노총의 임단협 대응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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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월간『한국노총』2014년 2월호(통권 501호)에 쓴 기고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과 한국노총 대응방안’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1.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와 문제점

 
2013년 12월18일 대법원은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의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반면,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어 온 복리후생적 급여에 대하여 소정근로의 대가와 관계없이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된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특히 정기상여금의 경우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하면서도 근로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임금을 청구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으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추가임금의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노동자의 권리구제보다 기업의 재정 부담을 우선시하는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통상임금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혼란을 잠재워 주리라 믿었으나 현장의 혼란은 오히려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애매모호한 전원합의체 판결 탓으로 노사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해석상 혼란과 법률쟁점으로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180여 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과 향후 제기될 통상임금 소송들도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사업장별로 정기상여금, 기타 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 과거 미지급 통상임금에 대한 추가임금 청구가능성,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범위 재조정과 향후 임금협상에서도 노사갈등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판결 이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자율적 해결을 유도하기 위하여 지침을 시달한다고 했지만, 그 배경에는 고용노동부에게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을 내놓으라는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의 압력이 있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현장의 혼란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 자명하다. 
한국노총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초로 현장을 지도하되, 조합원들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임금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교섭 방침으로 임금제도 변화에 적극 대응해나가고자 한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법적 쟁점
 
1) 신의칙 적용가능성
이번 통상임금 판결에 있어서 첫 번째 쟁점은 신의칙에 반하는 추가적인 임금청구의 제한이다. 대법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가 있고 합의에 반해 통상임금를 청구할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그 청구가 신의칙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마치 3년치 임금에 대한 소급청구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신의칙은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의칙 적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경영상 어려움은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 노동조합측에서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 방법으로 과거분에 대한 추가임금 청구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2) 판결 이후에도 기존 노사합의에 의한 신의칙이 적용되는가
이번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가 있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추가임금 청구가 중대한 경영상 위태로움을 초래하는 경우 신의칙 위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이를 반영한 법정수당을 지급토록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요구한 뒤부터는 더 이상 사용자의 신뢰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노사지도지침에서 “기존 임단협의 그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신의측이 적용된다”라고 자의적 해석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동부 해석대로라면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노사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했음에도 기존 단협의 만료일까지는 법원이 강조한 근기법 강행조항이 무력화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3) 정기상여금 등에 통상임금성을 부인하는 추가조건의 적정성 여부
경영자단체 및 일부 기업에서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수당들, 정기상여금 등에 대해 일정 근무일수 조건, 재직자 조건 등을 추가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재직자 기준과 같은 추가조건은 근속수당,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에 통상임금성을 부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고 이로 인해 단지 퇴직자에게 지급을 배제한다면, 유노동 유임금 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임금의 본질에 어울리지 않으며 탈법행위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근속수당, 정기상여금 등은 소정근로의 대가 성격이 명확한 통상임금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였다. 추가 조건에 관한 논의는 정기상여금이 아닌 소정근로의 대가 성격이 불분명한 금품(복리후생 명목의 금품, 하기휴가비, 단체보험료 등)에 한정된 논의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이므로 추가 요건을 요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일부 경영계의 ‘재직자만’이란 추가조건을 붙이면 통상임금성이 부인된다는 논리는 기본급도 ‘재직자만’ 지급한다고 하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터무니없는 논리에 불과하다. 
대법원은 일찌감치 정기상여금에 대하여 “단체협약 등에 고정적 정기상여금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상여금 지급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이미 근로를 제공한 기간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어떤 사업장의 경우 지급일 이전에 퇴사한 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으나 그것은 엄연히 위법한 관행이다. 상여금이 1월을 초과하여 정기적으로 근로한 대가에 해당한다는 것인 만큼 퇴직자에게 근로한 기간에 대한 임금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과 기존 행정해석의 입장이기도 하다. 
 
 
3. 한국노총의 대응방향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업장별로 상여금, 기타 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 통상임금 범위의 재조정 문제 및 적용시점, 과거 미지급 통상임금의 청산방안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현장의 관심과 혼란을 감안하여 다각적인 지원 및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산하 회원조합과 시기집중 공동 임단투를 전개하기로 했다. 요컨대, 통상임금 범위 재조정과 법리적 판단기준 정립 등을 위하여 근로기준법상 입법정비를 추진하는 한편, 미지급된 임금의 합리적 청산, 임금구조의 단순화와 안정성 강화를 위한 지침을 시달하고, 각급 조직별로 투쟁위원회를 설치하여 2014년 임·단투에서 선도사업장 사례를 통한 패턴교섭과 시기집중, 총력투쟁을 전개하고자 한다.
대응방향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근거로 현장단위에서 통상임금 범위 재조정과 판단기준 정립, 법정 기준이하로 미지급된 임금의 합리적 청산 방안 관련 지침을 마련하여 현장 교섭을 지원할 것이다. 산하 조직의 대응방안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임이 확인된 만큼 각 사업장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부터는 조정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각종 법정 수당 등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보내고, 사측에서 신의칙을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거나 추가지급 청구를 거부하는 경우 소송을 위한 조합원의 서명과 날인을 받아서 사측에 이전 3년치 임금채권 지급을 청구하는 최고장을 발송하도록 했다.
둘째, 부당한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에 기초한 행정관청의 조치에 대해선 법적 대응방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특히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고용노동부가 내부지침을 이유로 통상임금 범위 미조정 및 기준미달의 각종 수당 지급문제를 방치한다면 이에 대한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다. 
셋째, 한국노총은 경영자단체 및 일부 기업에서 통상임금성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 수단, 즉 모든 수당들, 정기상여금 등에 대해 일정 근무일수 조건, 재직자 조건 등을 추가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무분별한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철저히 대응할 방침이다. 미조직사업장에서 자행될 사업주들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임금지급 행태의 부당한 변경 등에 관한 부당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미조직노동자들도 지원할 예정이다.  
넷째, 통상임금 분쟁의 근원적 배경에는 그동안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신설하면서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장시간 근로의 관행을 확대해 왔다는 점이 있다. 한국노총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을 계기로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구조를 단순화하고, 장시간노동 관행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임금구조 개편 논의와 노사교섭을 지원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3년 6월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여 임금제도 방향을 마련해놓은 상태이다. 향후 정부는 이러한 논의결과를 새롭게 출범할 노사정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로 이관하여 추가적인 논의를 거친 후 제도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시간외 수당과 같은 추가노동에 따른 가산수당 이외에 일체의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인 통상임금으로 단일화하여 임금구조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노동계를 진정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자 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노사정위원회나 정부 차원의 논의기구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이에 한국노총은 통상임금 문제, 노동시간단축 문제, 비정규직 문제, 무분별한 정리해고 남용문제, 노동기본권 확보 등 주요 노동현안 해결을 위하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내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조만간 공식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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