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에 내리는 시원한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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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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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어느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던 한 특성화고교생이 뇌출혈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이 학생은 성인 노동자들과 동등하게 주야 2교대 및 주말 특근에 투입돼 주 54시간 근무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미성년 실습생의 근무 시간은 주 46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또 다른 특성화고교생이 울산 앞바다에서 사업체 현장 실습을 하던 도중 작업선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일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의 고등학생 168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2011년 6월)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해 본 학생의 76%가 근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또 사업주의 일방적인 근로 조건 변경(56.7%), 임금 체불이나 삭감(26%), 성희롱․신체 폭력 같은 인격 모독(30.9%)까지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최저 임금은 ‘최고임금’으로 악용되기 일쑤며, 이마저도 위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이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안타깝게도 고작 7.7%만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는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노동 인권에 내리는 단비 같다.

성인 노동자 위한 ‘노동인권 입문서’로도 손색 없어

이 책은 크게 ‘1부-노동, 그리고 노동자’, ‘2부-노동자의 권리’와 ‘3부-청소년 노동, 우리의 권리’라는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노동은 무엇이며 노동자는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하고, 2부에서는 노동 기본권을 포함해 노동조합과 파업에 대해서 설명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 특히 이 책은 청소년이 대상인 만큼 10대의 노동 인권에 대해 알기 쉽게 얘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을 포함해 노동과 노동자를 둘러싼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해 노동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도 유용하다. 
또한 ‘왜 노동을 해야 하는지’, ‘왜 노동자가 단결해야 하는지’를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사례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깨닫고 동조하게 만든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예비 노동자인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 인권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학교 교과 과정에서 노동과 노동 인권을 다루는데 인색한데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인 노동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특히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에 대해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단체 행동의 정당성을 풀이함으로써 파업에 씌어 있는 ‘불법’이라는 그릇된 이미지를 걷어낼 수 있게 해 준다. 이에 자신의 노동 인권에 눈 뜨지 못한 모든 노동자들은 물론, 노동조합 신규 조합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다. 
몇 년 전 전교조가 서울 지역 고등학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노동자 하면 주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라고 물었더니, 55.3%가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심지어 39.4%는 ‘나는 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전체 일하는 사람의 70%를 헤아리는 노동자들의 슬픈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는 첫 단추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에서부터다. “이 책이 10대들에게 바르고 건강한 노동관을 심어 주는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바르고 건강한 노동관이 확산되는 데 이 책이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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