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이제 출구전략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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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천안함 사태를 한반도 평화협정회담으로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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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사태 발생 3개월이 지나고 있는데도 한국사회가 천안함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와 한반도 정세의 변화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천안함 사태를 어떻게 봐야하고 또 그 출구전략은 무엇인가?

천안함 사태, ‘명백한’ 증거물과 ‘살벌한’ 대북 제재

지난 5월20일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은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 폭발의 결과로 침몰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여기서 ‘천안함 침몰 = 북한 소행’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세 가지 단서가 필요하다. 첫째, 천안함을 ‘명백히’ 폭발시켰다는 어뢰가 필요하다. 합조단은 ‘결정적 증거물’이라며 어뢰 추진체 잔해를 공개했다. 둘째, 이 어뢰 추진체가 ‘틀림없는’ 북한제라는 게 필요하다. 합조단은 잔해에 파란색 매직 글씨로 쓰인 “1번”이 북한 글씨체라고 발표했다. 셋째, 천안함이 이 어뢰에 의해 폭발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합조단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에서 다량의 흰색 분말이 흡착물질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 여세를 몰아 나흘 뒤인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라면서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대북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역 중단과 방북 불허,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대북 심리전 재개와 서해상 대잠수함 훈련 강화, 그리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이행 등의 ‘살벌한’ 대북 제재안을 열거했다.

이 정도로 ‘북한의 소행’임을 밝히는 명백한 증거물과 살벌한 대북 제재라면 북한은 곧 국제사회에서 퇴출될 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혀 다른 기류가 형성됐다. 정부의 일방적 발표와 전쟁 분위기 조성은 6?2지방선거에서 철퇴를 맞았다. 6?2지방선거를 전체적으로 지배한 건 천안함 사태이고 그로부터 촉발된 ‘북풍’이었다. 유권자들이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볼모로 일으킨 북풍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역풍으로 대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북풍으로 인해 코리아리스크가 작동했고, 선거판은 ‘전쟁이냐 평화냐’로 요동쳤다. 결국 민심은 ‘역북풍’으로 화답했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명백한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물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의혹이 제기됐으며, 살벌한 대북 제재는 부메랑이 되어 정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의혹 제기와 부메랑 된 대북 제재

국내외 전문가와 네티즌 사이에서 합조단 발표에 대한 의혹은 수백 개가 될 정도 많다. 그 중에서 합조단이 밝힌 세 가지 단서에만 집중해 보자. 먼저, 합조단이 북한 무기 카탈로그에서 찾은 설계도라는 것을 ‘결정적 증거’인 북한산 어뢰 추진부와 함께 공개했으나 이에 대한 조작·날조 의혹이 제기됐다. 즉, 설계도면은 북한산이 아니라 독일제 어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1번” 잉크물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물’이라고 가져온 어뢰 추진체의 표면은 녹이 슬어 있는데, 그건 폭발이 나서 어뢰 밖에 칠해져 있던 페인트가 타 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잉크보다 비등점이 높은 페인트도 탔는데 “1번”의 잉크물질만 하나도 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뢰와 선체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흡착제가 폭약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즉, 폭발실험에서 나온 물질과 어뢰 및 선체에서 나온 물질이 같지 않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조단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합조단 조사결과와 배치되는 요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 상식적으로 보면,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 정황과 관련한 요인이 100개가 있다면 이중에서 ‘북 어뢰 폭발’과 관련된 3, 4개만 살리고 나머지 96, 97개는 무시한 격이다. ‘북한 소행’임을 맞추기 위해 짜깁기 조사를 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아가 통일·국방·외교 3개 부처가 호기롭게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마저 후폭풍을 맞고 있다. 통일부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조차 막자 보수인사들도 나섰다. 이 대통령을 지지했을 법한 보수 기독교계 원로 목사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6월17일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끝내 거부할 경우 종교계가 먼저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위한 대형 확성기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확성기가 설치되는 족족 조준격파 사격”하겠다며 ‘서울 불바다’까지 운운하자, 우리 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심리전 방송을 일단 보류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나아가 ‘천안함 외교’도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 중국은 초지일관 천안함 사태에 의문을 제기해 왔고,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단도 은근히 북한 소행이 아님을 내비치고 있다. 그나마 믿었던 미국마저 일찌감치 안보리 추가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결국 정부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에서 ‘의장성명’으로 목표를 낮췄으나 그나마도 불투명하다.

한편, 외교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되자 참여연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서한 발송 등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극우단체 회원들은 연일 참여연대 앞에서 폭력적인 행위를 벌이고, 보수수구언론은 ‘이적행위’ 딱지를 붙이고 있다. 참여연대 서한으로 인해 정부의 안보리 대북 제재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과잉 반응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조사결과와 대북 제재, 천안함 외교 등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협정회담만이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막는 길이다

이렇듯 정부는 천안함 사태로 인해 사면초가에 처했다. 천안함 사태의 교훈은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것도 선거 일정에 맞춰 서둘러 발표한 혐의가 짙다. 나아가 내부문제(남북문제)를 외부문제(국제문제)로 가져갔다. 한마디로 정부는 천안함에 모든 걸 걸었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다가 비장하게도 돌아갈 배를 침몰시켜버린 격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정부는 국내에서는 숱한 의혹에 시달리고, 여당과 야당으로부터도 ‘천안함 올인 외교’가 질책을 받고, 북측으로부터는 ‘선전포고’라는 강한 반발에 시달리고, 그리고 국제사회로부터는 철부지로 취급받고 있다. 단일한 사태가 이토록 한반도 정세와 한국사회에 커다란 흔적을 남겨놓은 것도 드문 일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천안함 수렁에 갇혀 있을 것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한반도 상공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남북관계는 전쟁 접경으로 들어서고,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고, 그리고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천안함 수렁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새롭게 진상규명에 나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출구전략을 짜는 일이다. 즉, 밝힐 건 밝히고 나아갈 건 나아가자는 것이다.

먼저, 천안함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새로운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합조단 발표가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하나의 의혹에 정부가 답을 하면 거기에 새로운 의혹의 꼬리가 붙는다. 의혹을 완전 불식시키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사를 해야 한다. 

이와 관련 북측은 국방위원회 검열단 파견을 제안했다. 중국측은 1994년부터 방치된 군사정전위원회를 열어서 남북미중이 천안함 사건 공동조사를 실시할 것을 정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전자는 남측 정부에 의해 거부되고, 후자는 이미 무력화된 군사정전위원회를 재가동할 수 없다는 북측의 사정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나오는 남북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꾸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 방법이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현실적 방도로 유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출구전략이다. 지난 6월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책 건의한 보고서에서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건의해서 주목을 끌었다. ‘민주평통이 오죽 급했으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육지책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천안함 사태 발생 이전에는 합당한 것이었으나, 천안함 사태 이후인 지금에는 부적절하다. 그에 앞서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 출구전략의 핵심은 ‘6자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다. 

6자 회담 재개문제는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북미 간에 대략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선 천안함 후 6자 회담’ 전략에 갇혀 미국마저도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개입력이 있는 미국이 하는 일도 없이 헛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6자 회담 재개의 중요성은 단순히 6자 회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북미 간에 있어 6자 회담은 ‘한반도 평화협정회담’과 연동되어 있다. 즉, 6자 회담이 재개되면 평화협정회담이 동시에 열리거나 또는 약간의 시차를 두게 열리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 6자 회담을 재개한다는 것은 평화협정회담을 개최하는 일이 되고, 바로 이 평화협정회담 개최가 천안함 사태의 출구전략으로 되는 것이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지난해 6자 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동행했다면 천안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형사고를 당해 많은 희생자를 내고 또 오랜 시일을 거쳐 에돌아 와서 평화협정회담과 다시 마주 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은 미국과 한국 당국의 무능과 불신을 드러낼 뿐이다. 지금과 같이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고 남북 사이에 아무런 제동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선 천안함 후 6자 회담’의 빗장을 풀고 병행 전술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천안함 사태 진실을 파헤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6자 회담을 재개해 한반도 평화협정회담의 닻을 올려야 한다. 그게 6?2지방선거의 교훈이고, 남북관계 개선의 첩경이자, 할 일없이 놀고 있는 미국에 특명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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