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노조 간부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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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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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혁신과 조직화: 나라별 사례들』은 ‘한국노동운동연구소’(소장 임영일)의 부설 출판사인 ‘노동의 지평’에서 발간한 비매품 자료집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의 연구자들이 자국 노동운동의 최근 흐름을 개괄하고 평가한 논문들을 읽기 쉽게 번역해서 실었다. 저자들이 다양하다 보니 일일이 허락을 구하기 어려워 비매품으로 발간하게 됐단다. 비매품이지만 보다 많은 노조 간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 노조 간부들에게 한국 노조운동이 처한 상황을 보다 상대화해서 통찰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힘을 통해서만이 관성에서 벗어난 능동적인 실천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치밀한 사전 조사와 능동적 전술 활용이 필요하다
이 책에 실린 각국 사례들은 혁신과 조직화에 집중돼 있다. 그 내용을 축약하면, △노동조합운동이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 및 그 방향 △미국, 캐나다, 프랑스 노동조합운동의 조직문화 혁신 사례에 대한 논의, △미국의 서비스부문과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에 대한 평가 △영국의 조직가 양성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활동가 교육을 위한 방향 △일본 유니온운동 형성 및 전개 과정과 그로 인해 발생한 실천적 쟁점들 등이다. 이러한 내용 속에서 제기되는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의 구조적 변동으로 위기에 처한 노동조합운동은, 생존 자체를 위해서 보다 폭넓은 사회적 이슈와 연대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그 방향은 행동주의 전략을 강화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현대화된 전술들의 목록을 선택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의 조직문화 혁신과 행동주의 전략 강화가 사회 구조의 변동 흐름을 역진시킬 수는 없겠지만, 의식적이고 집중적인 실천들은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들을 능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관성적인 실천 속에서 무기력하게 구조 변동을 따라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둘째, 조직화사업에 있어 효과적인 계획과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조사와 유연한 전술 활용이 필요하다. 치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조직 대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미시적 관계 맥락, △이들을 고용한 사용자가 처한 상황 및 사업체의 강점과 약점, △조직 대상 노동자들과 그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법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한 상태에서 조직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유연한 전술 활용이란 조직가가 관성적인 실천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 전술의 효과를 성찰하면서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전술 목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기존의 전술들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그대로 활용된다. 다만 그 효과가 오늘날 상황에서도 그러한지는 조직가 스스로의 판단이 필요하다. 
셋째, 금융자본 중심의 지구화가 전 세계를 지배하면서 각국 노동조합운동이 처한 환경과 대응 양식은 상당 부분 비슷해졌다. 예를 들어 원청 자본이 생산기지를 다른 나라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제조업 부문의 하청 노동자가, 자본의 고정성이 강한 공공부문이나 서비스부문의 비정규직에 비해 조직하기 어려운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조직화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한 미국에서도 제조업 조직화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일본에서는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형노동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산업단위 골간체계와는 구별되는 유니온운동이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산별노조 전환을 추구하는 한편, 이들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지역일반노조, 여성노조, 청년유니온 등이 새롭게 형성되어 활성화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노동운동 위기’라는 낡은 유행어를 넘어서기 위하여
‘노동운동의 위기’가 한국에서 유행어가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위기란 “구조적 환경 변화에 대한 노동조합운동의 전략적 대응 실패와 그로 인한 노동조합운동의 대표성 및 영향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흐름은 우리보다 강력하고 제도화된 노동조합운동이 존재하는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1987년 대투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고서는 노동조합운동이 구조 변동의 힘을 역진시키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나아가 그런 폭발적인 상황을 노조운동의 의식적인 실천만으로 만들어내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긍정적인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한국 노동운동 상황을 돌아보면 심심치 않게 모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일반노조, 여성노조, 청년유니온 등 새로운 형태의 노조들이 만들어졌고, 양대 노총과 그에 가맹한 산별조직에서도 중요한 실천들이 진행됐다. 문제는 그러한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전략적 목표와 전술 목록을 재구성, 현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두드러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책이 노조 간부들 및 연구자들의 노력을 활성화하는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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