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경쟁은 당연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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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반대한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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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던컨 와츠(Duncan J. Watts)는 자신의 저서『상식의 배반』에서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또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그래서 아예 질문의 대상이 되지 않는 온갖 암묵적 전제들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할 것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상식이 통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또 많은 상식들이 이론적·현실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무의식중에 취하는 상식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판단과 행위는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거나 우연적인 결과를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상식’은 어쩌면 우리의 삶이 처한 다양한 부조리의 원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은 사회문제의 원천이다”
알피 콘(Alfie Kohn)의『경쟁에 반대한다』(알피 콘 저, 이영노 역, 산눈, 2009)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인, 그래서 거의 문제제기의 대상이 되지 않는 용어인 ‘경쟁’에 대해 매우 근본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취합니다.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는 저자가 단순히 경쟁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경쟁 그 자체가 여러 사회문제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당연한 상식처럼 되어버린 사회에서 바로 그 경쟁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경쟁의 배반’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자는 경쟁의 폐해를 완화시키자는 말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태도들은 경쟁 자체를 당연한 또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경쟁 그 자체에 대해 의심하고 그 대안을 찾아보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왜 이기기 위한 경주에 삶을 낭비하는가?’라고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지요.
 
경쟁옹호론이 근거하는 4가지 ‘신화’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경쟁을 당연시하는 경쟁옹호론이 근거하고 있는 네 개의 ‘신화’에 대해 언급합니다. 첫째는 경쟁이란 피할 수 없는 인간본성의 일부라는 신화입니다. 둘째는 무엇에든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경쟁이라는 동기가 필요하며, 따라서 경쟁 동기 없이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신화입니다. 셋째는 경쟁을 하는 것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신화입니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경쟁으로 인해 인간이 인격을 형성할 수 있고 또 삶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신화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경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온갖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화들에 사로잡혀서 경쟁 그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 네 가지 신화들의 함정을 폭로하는 수많은 ‘과학적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경쟁의 문제점을 성찰하는 수상집이 아니라 경쟁의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과학 서적입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경쟁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지요. 경쟁의 신화에 반대하여 협동의 과학을 제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쟁의 대안으로 협동을 모색하자
물론 경쟁의 대안으로 협동을 모색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경쟁을 근간으로 작동하는 사회 속에서 경쟁이 몸에 배어있는 개인들이 전혀 다른 원리인 협동에 기초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지 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따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의 삶이 아니라 서로 돕는 협동의 삶이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은 아닙니다. 비록 그러한 삶의 방식이 경쟁시스템에 의해 그동안 억압되어 왔더라도,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협동하는 삶을 살아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이는 노동조합운동의 역사가 그 증거가 되겠지요.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극복은 어쩌면 나만이라도 살아남겠다는 삶의 태도를 조금씩 느슨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배제의 논리가 아니라 포용의 논리를 지금보다 더 중시하는 사회의 모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노동조합운동이 그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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