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당신은 임금명세서를 해석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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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100문 100답: 임금에 관한 모든 것』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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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명세서를 의무적으로 교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다. 
최근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민변 등 1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 입법청원 공동행동'은 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 입법을 위한 1만여 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두지 않고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에게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아도 되고, 교부를 하더라도 사업장마다 내용과 형식이 제각각이다. 
공동행동은 9월 국회 입법 청원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탓에 임금지급액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커지고 임금체불 분쟁이 비일비재하다"며 "임금지급에 관한 노사 간의 신뢰 구축과 투명성 제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법 청원 서명에는 건설노동자·아르바이트 청년 등 임금내역이 불명확한 직종 노동자들이 집중 서명했다. 
그런데 입법 청원에 참여한 1만 명, 이들과 유사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만 자신의 임금내역을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중소기업에 다니면서 매달 꼬박꼬박 임금을 받는 월급쟁이들은 자신의 노동 대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인가.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생산직 노동자 중 자신의 시간외근로수당·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한 뒤 한 달 노동 후 정확한 월급을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상여금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은 도대체 어떻게 계산하는 것인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나의 노동 대가
 
 자신의 시간급도 계산하지 못하고,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고, 임금이 적은 이유도 모르는 노동자들이 태반이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기형적으로 복잡한데다가, 정규 교육과정에서 '노동'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은 탓이 크다. 
노동전문지 <매일노동뉴스>가 최근 발행한 '임금 100문 100답(부제 : 임금에 관한 모든 것)'은 월급쟁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바탕으로 임금의 기초개념부터 계산방법까지 안내하고 있다. 같은 직무에서 일을 하고도 동료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직장인, 잔무가 많은 아르바이트임에도 사용자가 주는 대로 받는다는 대학생의 사연이 담겼다. 회사에서 잘렸는데도 퇴직금조차 받지 못한 전자제품 수리서비스 기사의 사례도 실려 있다. 월급제와 시급제의 차이를 묻는 이도 있었다. 
책은 채용부터 퇴직까지 노동자가 알아야 할 임금에 관한 내용을 질문과 응답의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책의 구성도 채용부터 퇴직까지 시간흐름에 따르고 있다. 기본개념과 임금제도 유형과 문제점, 직종·직무별 임금특성과 차이점 등은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임금문제, 근무기간 중 발생하는 임금문제, 해고·퇴직과 임금문제 등은 노동조합 활동가나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들이다.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통상임금의 경우 개념·사례·행정고시 및 질의회신·법원판례·노사 입장을 별도의 특별섹션에 담고 있다. 
책의 한 토막을 끄집어 보자. 근기법은 사용자가 임신 중인 근로자에게 출산 전후에 90일의 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 이 기간 임금은 어떻게 될까. 책에 따르면 회사는 90일 중 최소 60일을 유급 처리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유급 처리되는 최초 60일의 임금은 최소한 통상임금 수준으로 지급돼야 한다. 만약 회사가 우선지원 대상기업이면 정부가 90일분에 대한 출산전후휴가급여를 지급한다. 아닌 기업은 30일분을 지급한다. 즉 노동자는 90일 휴가 모두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례지만 임신 중 유산·사산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직접 찾아보도록 하자. 
 
통상임금 논란에 왜 다들 무관심할까
책은 통상임금을 마지막 특별섹션에서 다루고 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임금과 수당 개념에 대한 윤곽을 잡은 뒤 읽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통상임금은 임금과 수당을 계산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이조차도 모른 채 일을 하고 있다. 대기업노조들이 수백억 원대의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더니 최근에는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소송에 동참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법원은 지난 9월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노동자들은 통상임금 논란이 자신과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통상임금이 얼마인지, 어떤 임금항목들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조차 정확히 모른 채 일 하고 주는 대로 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이후 임금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뒷전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임금인상은 언감생심이었다. 임금 삭감과 동결 얘기가 나와도 일자리만 지킬 수 있다면 감지덕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우리나라 임금구조는 기본급이라는 줄기에 각종 수당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는 기괴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외환위기는 여기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발언으로 부각되긴 했지만 통상임금 문제는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할 과제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노동계의 목소리는 높아져 가고 있고, 경영계는 비용부담을 호소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근기법에 "통상임금이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해 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원의 판례를 준용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정의한 근기법 개정안을 내놨다. 정부·여당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지만 수면 아래의 물 흐름은 거세다.
책에는 그동안의 법원 판결과 노·사·정이 주장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살펴보고, 통상임금이 산출되는 근거도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노동·임금문제와 관련해 각종 자문과 소송을 담당했던 유성규·한창현·박준우 등 세 명의 공인노무사가 공동 집필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출간했던 '타임오프 100문 100답', '복수노조 100문 100답','비정규직·차별 100문 100답', '산재 100문 100답' 공동 필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이들이기도 하다. 
유홍준 씨는 그의 유명한 저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다. 책을 읽고 그동안 무심코 받았던 임금명세서를 한번 꺼내 보자. 자신의 노동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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