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바통 이어받은 파업제한 성격

부 제목: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도시철도 필수유지업무 판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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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하루를 평균하여 쟁의행위 발생 전 해당일 도시철도차량 운행 수준의 79.8%를 유지하여야 한다. 다만, 출근시간(오전 7시~9시)은 쟁의행위 발생 전 운행 수준의 100%를 유지하여야 한다. 
2. 일요일【「관공서공휴일에관한규정」(2006. 9. 6.대통령령제19674호로 개정된 것)에서 정한 공휴일을 포함한다】은 쟁의행위 발생 전 도시철도차량 운행수준의 50%를 유지하여야 한다. 
3. 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업무별 유지·운영수준, 대상직무, 필요 인원은 별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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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3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도시철도공사가 신청한 “필수유지업무결정신청”에 대하여 파업 시에도 △토요일을 포함한 평일 지하철 운행수준을 평시 대비 최소 79.8%로 유지하고, △출근시간에는 평시와 같이 정상운영하며, △일요일에는 운행수준을 평시 대비 최소 50% 수준을 유지토록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위원회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위원회의 위와 같은 결정으로써 지하철 등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이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제도로 원천 봉쇄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금년부터는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으로 최소한의 필수업무를 제외한 전 영역에 걸쳐 파업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파업 시에도 지하철 운행 수준을 평시 대비 80% 수준을 유지하라는 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위원회가 선전하듯이 과연 공익성과 쟁의권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먼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의 결정이 과연 필수유지업무의 법규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인지, 그리고 현행 필수유지업무에 관한 법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차례로 검토해보기로 한다.

파업하면 20% 이하만 쉬어라

위 결정문의 3번에 명시된 별지의 내용을 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필수유지 대상 직무를 운전직(승무·구내·운영기관사), 관제직(전기, 신호, 통신, 차량, 열차, 여객, 설비), 전기직, 신호직, 통신직, 차량점검직, 선로보수직(본신 1·2팀, 장비팀, 토목1·2팀)으로 구분해서 필수유지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필수유지업무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에서는 “이 법에서 ‘필수유지업무’라 함은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말한다”라고 정하고, 철도와 도시철도사업에서의 필수유지업무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동시행령 제22조의 2에서 “철도사업과 도시철도사업에서 필수유지업무는 정기노선여객의 운송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업무로서 운전·관제·전기·신호·통신·차량의 정비(중정비를 제외한다)와 선로점검·보수업무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의 4 제2항에서는 필수유지업무결정신청을 받은 노동위원회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 필수유지업무의 특성 및 내용 등을 고려하여 필수유지업무의 필요최소한의 유지·운영수준, 대상직무 및 필요인원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 법규에서는 필수유지업무란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이어야 하며, 필수유지업무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필수유지업무의 필요최소한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지식 부족해 사측 자료에만 의존”

그러나 먼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필수유지업무의 대상 직무를 “운전직, 관제직, 전기직, 신호직, 통신직, 차량점검직, 선로보수직” 등으로 상세하게 열거하여, 사실상 영업 및 기타 지원직 일부를 제외하면 도시철도사업에서 거의 모든 업무를 필수유지업무 대상 직무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렇듯 필수유지업무 대상 직무에 사업장의 거의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버린 결정은, 이미 결정 주체의 구성에서부터 예상되었다고 할 것이다. 필수유지업무를 결정한 특별조정위원회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서울대 경영대 교수, 그리고 변호사로 구성되었는데 도시철도에 대한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조차 “조정위원들이 전문지식이 부족해 사측에서 준 자료를 토대로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위원회는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존해 거의 모든 업무를 필수유지업무의 대상 직무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필수유지업무를 필요최소한에 한정하여야 한다는 현행 법률규정과 최소업무의 범위가 실제상 비효과적인 파업(파업의 한정적 영향력으로 인한 비효과적인 파업)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자유위원회의 결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업무유지율, 외국은 많아야 50% 한국은 적어도 50%

둘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위와 같이 대상 직무를 포괄적으로 인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유지운영수준(업무유지율)과 관련하여 파업 시에도 평일 지하철 운행수준을 평시 대비 최소 79.8%로 유지하고, 출근시간은 평시와 같이 정상운영하며, 일요일에는 운행수준을 평시 대비 최소 50%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전체 평균 79.8%의 열차운행 유지를 위해 전체 855명의 기관사 가운데 78.1%에 해당하는 668명의 기관사를 투입해야 한다고 결정하였는데, 현재 공사에서 3급 이상 승무관리자들과 본사인력, 차량정비 등 기관사 면허를 소지한 인력은 250명에서 300여명 정도임을 감안할 때 노동위원회의 결정인원 668명은 현재 기관사 총원을 넘어선 것으로, 도시철도 파업의 주된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운전기관사의 파업참여를 사실상 봉쇄한 것이다. 즉 최소업무의 범위와 수준을 “실제상 비효과적인 파업”을 초래하는 정도로 폭넓게 결정함으로써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는 필요최소한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현행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원회의 결정은 “파업의 완전한 금지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최소서비스는 파업에 대한 실질적 제한 내지 완전한 금지가 정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다수 근로자의 파업권을 문제 삼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설비의 안전한 운영을 확보하고자 하는 때에 적절한 것”이고, “최소서비스에 관한 조항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ILO의 견해와도 상치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스페인의 경우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의 경우 관련 규정은 혼잡시간대에는 50~60%, 그 외의 시간대에는 15~20%의 운행을 보장할 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노사가 합의로 최소업무를 규정하지 못할 경우 최소업무보장위원회가 임시적인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임시규칙은 △통상적인 업무의 50%를 초과하는 할당량을 규정할 수 없고, △업무의 유지에 필요한 인원은 엄격하게 필요한 수준으로 정해야 하며, △해당 부문 또는 해당 기업의 3분의 1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업무유지율에 대한 제도를 두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에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업무유지율에 대한 결정은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에 필요한 ‘필요최소한’이 아니라 ‘필요최대한’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근본적으로 현행 법규에서 그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직권중재 폐지 무색케 하는 판단기준, “공중의 일상생활”

우선, 긴급조정제도가 존치되고 있는 현행 법체계에서 필수유지업무를 도입한 것은 파업권에 대한 중복적 규제로서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한 입법체계라고 할 것이다. 특히 파업에 대한 사전적·사후적 통제장치가 병존한다는 점에서, 이는 그 자체로 쟁의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현행 법률은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수준과 대상 직무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필수공익사업에서 파업 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를 “그 업무가 정지 또는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나 건강 또는 공중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업무”라고 정의한 것은 필수업무의 판단기준으로서 공중의 생명·안전·보건 이외에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 “공중의 일상생활”을 끼워 넣음으로써 최소한이어야 할 필수업무의 대상범위를 크게 확대시킬 여지를 남긴 것이다. 

ILO에서는 파업이 제한되는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대해 “그 중단으로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 신체적 안전이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한국의 현행 법률에서의 필수유지업무는 “공중의 일상생활”까지도 파업 제한의 요소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수적”이라는 단어를 곧바로 “공중의 일상생활에 불이익이나 불편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환원시켜버릴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결정한 80% 가량의 업무유지율은 바로 이 공중의 일상생활에서의 불이익과 불편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ILO에서는 필수서비스와 구별하여 최소서비스(minimum service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파업 시 최소 업무의 설정은 ①그 중단에 의해 국민의 전부 또는 일부의 생명, 안전 또는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업무(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서비스), ②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서비스는 아니지만 파업의 범위 및 기간에 따라서는 공중의 정상적인 생활조건을 위험에 빠뜨리는 긴박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업무, ③기본적으로 중요한 공공서비스 등에 대해서만 가능하다”고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ILO의 최소서비스 설정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행 법률에서 필수유지업무의 정의에 포함시킨 “공중의 일상생활”이라는 요소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최소서비스는 ①명확하게 설정되어야 있어야 하고, ②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개념요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시행령에서는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대부분을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로 열거함으로써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노동자의 파업권 행사를 사실상 극도로 제한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마저 열어둔 것이다.

이상과 같이, 파업 시에도 지하철 운행 수준을 평시 대비 80% 수준을 유지하라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은 공익성과 쟁의권의 조화를 정면으로 깨뜨린 것이다. 이러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새로이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규정 자체에서 유래하고 있다. 

결국 현행 법률은 ILO로부터 대표적인 노동권 탄압의 독소조항으로 비난받아 오던 직권중재제도는 폐지했지만, 필수유지업무의 정의와 범위를 애초의 필수공익사업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넓혀 노동자의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제한 내지 금지함에 따라 국제수준에 걸맞은 노동권 보호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로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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