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단조직화 지평 연 금속노조 권리찾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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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가 지난 2001년 출범할 당시 의의 중 하나는 지역·공단의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산별노조의 강점인 중앙집중성을 이용해 예산과 인력을 중앙으로 집중시켜,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투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사업비 예산 중 미조직·비정규직 사업비의 비율을 높이고, 지역별로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위원회를 구성해 나갔다. 

지역의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위원회는 지역지부 사업담당자와 지회별(사업장)로 담당자 1명씩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사업계획-실천-평가 체계를 만들어 나갔다. 지역별로는 조직화대상 지역·공단을 정하고, 정기적인 선전 및 캠페인과 함께 상담-교육-조직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한편으로는 기업별 조직화가 아닌 지역조직화의 기치 하에 지역지회를 육성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 나갔다. 금속노조 규약부칙에 명시되어 있는 ‘지회는 동종자본, 인근지역, 사업장단위, 공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지역지회로 재편한다’는 것은 기업별로 완결되어 있는 조직형태를 극복하고, 지역단위로 조직을 재편해 조직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완성된 산별노조는 지역·공단조직화의 높은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법·제도의 한계도 명확했지만 금속노조의 힘만으로는 벅찼다.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위원회는 전담이 아닌 다른 업무와 겸직하는 방식으로, 지역현안이 발생하면 사업이 중단되기 일쑤였다. 특히 임단협 시기에는 사업장 단위 임단투에 모든 조직력이 동원되어 미조직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한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의 항상성을 위한 지역지회로의 재편도 기업지부 해소문제와 맞물려 앞으로 나가지 못하였다. 
이렇듯 금속노조가 출범하면서 기획했던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의 기조는 한계에 다다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과 실천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그 요구의 결과는 1차적으로 ‘지역 권리찾기 사업단’ 사업으로 표출되었다.  
 
<'무료노동 이제 그만' 캠페인 포스터 ©노동자의 미래>
 
각지에서 지역·공단 권리찾기 사업단 꾸려 
2011년부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위원회를 넘어 미조직사업의 주체를 넓히고, 강화하기 위한 논의들이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금속노조 지역지부와 민주노총 지역본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들이 지역·공단조직화를 위한 논의와 공동의 실천들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3년 현재 서울남부 ‘노동자의 미래’, 경남 ‘녹산김해 조직화대책회의’, 창원 ‘경남노동자네트워크 길(ROAD)’, ‘거제통영고성 미조직비정규 사업팀,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이 구성되어 모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조직화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남부 ‘노동자의 미래’는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가 중심이 되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서울지부, 사회진보연대, 남부 노동상담소, 진보정당 등이 협력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갔다. 우선 2011년 말부터 지난 1년여 동안 ‘무료노동 이제 그만’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근로계약서 상의 출퇴근 시간과 달리 조례나 교육을 한다며 노동자들을 30분씩 일찍 출근시키고, 일을 마무리하라며 30분씩 늦게 퇴근시키는 행태들을 근절시키자는 취지였다. 또한 2012년 10월 한 달 동안에는 ‘근로계약서를 서면 교부하라’, ‘불법시간외 근로를 근절하라’, ‘근로자건강센터를 설립하라’ 등의 3대 요구를 내걸고 공단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3천여 명이 동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30건을 한꺼번에 진정·고발했다. 언론사에서 사설(경향신문 12월1일자)로 다룰 만큼 여론의 지지도 컸다. 
그 결과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에서 2013년 5월8일「일하기 좋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위한 공동선언」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공동선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첫째, ‘근로계약서 미교부, 불법시간외 근로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개인과 노동단체 등이 제기하는 신고사항에 적극 대처한다. 둘째, 노동자·사용자를 대상으로 노동법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제 단위들이 적극 협력한다. 셋째, 근로기준법 준수 사업장에 대해서는 구로구청과 금천구청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 밖에도 ‘노동자의 미래’ 사업단의 요구와 투쟁에 힘입어 지난 2013년 4월29일 출퇴근 노동자가 가장 많은 가산디지털단지역 5번 출구에 서울근로자건강센터가 개원하기도 했다. 
경남 ‘김해녹산 조직화대책회의’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금속노조 부양지부, 민주노총부산본부 서부산노동상담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주민과 함께, 김해노동인권상담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대책팀은 김해·녹산공단 조직화를 위한 정기적인 선전·캠페인, 설문조사, 건강권을 매개로 한 조직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이주노동자 대상 건강검진 등 다양한 사업을 접목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이주노동자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금속노조 인천지부가 중심이 되어 민주노총 인천본부, 노동당, 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건강한노동세상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단은 2012년 11월 부평, 남동공단 곳곳의 식당 앞에서 11월 한 달 동안 9차례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에는 총 117개사업장 노동자 347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휴업수당 미지급 사업장 32개 △휴업수당 미지급 인원 927명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불법파견업체 실태조사 및 고발사업, 5인 미만 사업장 실태조사 및 작업환경 개선사업을 벌여 나갔다. 최근에는 장시간 노동으로 2명이 과로사한 핸드폰 부품업체 (주)아모텍에 대한 33일 간의 출근선전전과 시위 끝에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안전관리자 채용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회사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서약서를 유족과 직원들에게 발표했고, 이에 따라 근무시간을 1주당 73.5시간에서 60시간으로 변경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손해(20~50만원)를 충당하기 위해서, 기본시급을 4,860원에서 5,460원(12.3%)으로 인상했다. 
‘창원지역 ROAD 사업단’은 창원지역에 있는 노동조합과 산재추방연합, 경남비정규센터, 여성비정규센터, 경남이주민센터가 힘을 합쳐서 만들어졌다.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거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찾지 못하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함께 찾기 위해 경남노동자네트워크 ‘길(ROAD)’을 출범한 것이다. 경남노동자네트워크 ‘길(ROAD)’은 소통하고 관계 맺은(Relate) 스스로가(Oneself) 대안을(Alternative) 민주적으로(Democracy) 만들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미조직비정규 사업팀’은 2013년 3월부터 금속노조 경남지부, 민주노총 거제지부, 비정규직근로자 지원센터,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등 지역의 노조와 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목표는 지역소재 중소조선소의 임금체불 및 산재은폐를 규명하고, 대안을 모색하여 조직화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팀은 실태조사부터 시작했다. 실태조사는 심각한 현실의 고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법·제도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근거로 삼기로 했다. 임금체불과 관련해서는 원청회사 및 직상 수급인이 책임지도록 근로기준법 44조 2·3항을 수정 보완해서 조선업에도 적용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산재와 관련해서는 원청회사의 안전보건 총괄책임, 하청업체 산재발생시 원청회사 책임명시, 산재은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엄중처벌을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아모텍 규탄 기자회견 모습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공단조직화의 새 지평 연 경주지부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강력한 지역연대로 공단조직화의 또 다른 모범을 창출하고 있다. 금속노조 출범당시 경주지부는 9개 지회 1,500여명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회사 측의 집중탄압으로 인해 기존 6개 사업장 1,200명이 탈퇴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경주지부는 다시 신규조직화사업을 벌여 17개 사업장을 조직했고, 현재는 21개 사업장 3,000명의 조합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중심 사업장이 무너져 나갔으나, 신규 조직화 사업을 통해 2배 이상의 조직력을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은 경주지부의 사례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경주지부의 조직화 특징을 보면 노동자들의 상담 접수 후 초동주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압도적 수의 조합원을 조직해 나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주지부 간부들을 동원해 회사에 들어가서 지회설립 보고대회를 한다. 타사업장 소속이라 하더라도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사측은 경주지부와 소속지회 간부들의 출입을 막을 명분이 없다. 설사 사측이 막더라도 노동자들이 안팎에서 완력으로 밀고 들어가 설립보고 대회 및 총회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측에 교섭을 요청해 기본협약의 수용을 촉구하여 관철시킨다. 
실제 경주의 (주)엠에스오토텍에서는 2013년 6월19일 지회설립 보고대회와 함께 1박 2일 동안 사측과의 긴박한 대치가 있었다. 신규지회 조합원들과 경주지역 간부들은 이틀 동안 대오를 유지하며 함께 싸웠다. 결국 경주지부는 사측으로부터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는 신규 사업장에 대한 탄탄한 준비와 함께 충돌을 감내한 지역의 결단과 과감한 연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투쟁과정에는 이주노동자들도 힘을 보탰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25명이 1박2일 총회투쟁에 함께 한 것이다. 그때 영사관의 지시를 받은 경찰이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게 “강압에 의하여 농성장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노동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우리가 원해서 있다”고 답했다. 복수노조에 대비해 이주노동자를 적극 조직했던 전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엠에스오토텍 지회의 승리는 1차 계열사 조직화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경주지부는 공단의 주변사업장으로 조직화 대상을 넓혀 나갈 것이다. 공단을 중심으로 한 사업장이 조직화되면 주변 사업장으로 번지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임금상승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져 연쇄반응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조직화 토대 닦는 지역·공단 권리찾기 사업
지역·공단 권리찾기 사업단은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이전의 1회성 선전사업, 찾아오는 노동자에 대한 피동적 차원의 상담을 넘어서 이제는 정기적 선전·캠페인을 기본으로 다양한 실태조사와 함께 적극적인 고발을 시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단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쟁점화해 협약 체결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비록 일련의 노력들이 당장 조직화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훌륭한 조직화의 토대가 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권리찾기 사업단의 사업이 빠질 수 있는 함정도 있다.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할 금속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관망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간부와 조합원들이 권리찾기 사업단 사업에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미조직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자각이 필요하다. 이후 금속노조는 권리찾기 사업단 사업을 더욱 확산시켜나가는 한편, 간부와 조합원도 함께 참여해 나가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경주지부의 공단조직화사업 사례에서 보듯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동주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복수노조의 한계인 단결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준비태세가 시급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아울러 준비는 철저히 하되 승부는 빠른 시일 내에 보는 지역의 결단 및 연대가 필요하며, 이와 결합한 공세적 초기전술에 대한 고민과 개발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노동사회' 2013년 11.12월호(173호)의 특집 '노동조합 조직화 현실과 과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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