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세계여성파업의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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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 70여 개 나라의 여성단체들이 "세계여성파업"을 한다. 2004년 3·8 여성대회에 맞추어 전개되는 5차 세계여성파업은 “세계를 멈춰라 그리고 바꿔라 죽임이 아니라 보살핌에 투자하라”는 주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세계여성파업은 아일랜드의 전국여성협의회(National Women's Council of Ireland)와 가사노동 임금쟁취(Wages for Housework Campaign)라는 두 단체를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들이 새천년을 ‘전국 총파업’으로 맞이하면서 국제가사노동 임금쟁취운동 네트워크 (International Wages for Housework Campaign)라는 국제 네트워크에 ‘여성파업’을 지구적으로 전개할 것을 제안하면서 2000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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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요구 사항

* 모든 ‘보살핌’의 노동에 대한 임금, 연금, 토지, 기타 자원을 등의 보수 지급. 아이들을 키우고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일보다 더 귀중한 것이 무엇인가? 군사비와 감옥 대신에 생명과 복지에 투자하라.
* 세계 시장에서 모든 여성과 남성에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라.
* 모유를 먹이는 어머니를 시작으로 모든 사람들의 식량 안보를 보장하라. 유급 출산 휴가, 수유 휴식 그리고 기타 혜택을 보장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행되는 모든 불이익을  철폐하라.
* 제3세계는 외채 상환에 책임이 없다. 우리는 빚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진 빚을 받아야 한다.
* 깨끗한 물, 보건의료, 주택, 교통, 문자해독능력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라.
* 여성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비오염 에너지와 기술을 보장하라. 모든 사람에게 조리 기구,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그리고 휴식 시간을 보장하라.
* 가족 구성원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한 모든 형태의 폭력과 박해로부터 보호와 휴식처를 보장하라.
*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자본은 자유롭게 이동한다. 사람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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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세계여성파업은 ‘가사노동 임금쟁취’라는 단체가 나서서 시작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는 큰 줄기를 중심으로 그 모습을 갖추어 왔다. 이들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여성의 모든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임금 지급 그리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여성의 빈곤, 착취, 차별을 없애는 핵심 지렛대로 파악하고 있다. 

유엔에 의하면 수유와 육아 그리고 병자, 노약자, 장애자를 보살피는 일, 가족을 위한 식량을 재배하고 음식을 장만하고 요리하는 일(아프리카에서 소비되는 모든 식량의 80%가 여성에 의해 생산된다), 자원활동, 청소, 의류 생산, 노점상, 성노동 등 비공식 경제 부문의 노동과 공식 부문의 노동 등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의 3분의 2를 여성이 맡아서 하고 있다. 공식 부문의 여성 노동도 병원, 학교, 가정부, 탁아, 개인 비서 등 보살핌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은 영세 공장 등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한다. 이러한 노동을 하는 과정에는 성과 인종에 빗댄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여성파업을 주도하는 단체들은 이러한 세계 모든 나라의 여성노동이 인류의 복지뿐만 아니라 존립 자체의 기초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가치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 여성이 노동을 통해 받는 대가는 세계 총자산의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199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여성대회에서는 여성들의 생애 무임금 노동 시간과 이를 통해 창출되는 가치를 국가 차원에서 집계하도록 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스페인은 이러한 통계작업을 법제화하였으며 많은 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조사를 하고 있으며 무임금 노동을 법 판결과 정부 정책에 포함하기 시작하였다. 

1997년 영국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무임금 노동이 영국 경제에 7,400억 파운드에 해당하는 기여를 하고 있으며, 1995년 조사에 의하면 임노동에 종사하는 아이가 있는 여성은 추가로 주당 46시간의 육아, 음식 장만, 청소, 빨래, 시장 보기 등의 가사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남성은 주 25시간의 가사 노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주로 여성이 아무런 임금을 받지 않고 담당하는 장애인 등을 보살피는 노동은 연간 390억 파운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이를 포함한 각종 공식·비공식 자원 활동의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680억 파운드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전쟁이 아닌 보살핌의 노동을 지원하라

세계여성파업을 주관하고 있는 국제가사노동 임금쟁취 운동 네트워크는 가사노동, 육아, 식량 재배 및 음식 장만, 집, 학교 그리고 병원에서 행하는 보살핌 등 빈곤과 경제적 종속의 폭력에서 탈피하기 위해 행하는 이중, 삼중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임금 지급을 요구한다. 세계여성파업을 통해 보살핌의 노동을 생산 노동보다 더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 각국 정부는 군사비에 매년 9천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는데, 1997년 유엔 인간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돈의 10%만 있으면 세계 모든 민중의 기본 의식주가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여성파업에 참여하는 여성단체들은 “죽임”을 숭배하며 지속시키는데 자원을 투입하는 것을 중단하고, 생명을 낳고 키우고 보살피는 여성의 “보살핌”의 노동을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데 투입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여성파업은 “‘목적도 끝도 없는 전쟁’과 무기거래 그리고 이로 인한 인종 학살의 즉각 중단”, “군사비로 지출되는 9천억 달러의 예산의 세계 민중과 지구의 보살핌과 복지를 위한 재원으로의 전환”, “주로 여성이 담당하고 있는 보살핌 노동의 가치 인정 및 이에 대한 임금 지급 그리고 이러한 평생 노동에 대한 연금 지급”을 주요 요구로 내걸고 있다.

2000년 제1차 세계여성파업에는 30여개 나라의 여성단체들이 참여하였다. 아일랜드의 많은 여성 단체들은 여성의 무급 노동이 연간 140억 파운드의 가치를 생산하는 아일랜드 최대 산업이라고 주장하며, 2월1일을 모든 여성에게 휴가비가 지급되는 유급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였다. 필리핀에서는 여성단체들이 3월8일을 유급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여성을 상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 자본에 대한 항의로 쇼핑하지 않는 날로 지정하였다. 나이제리아의 기층여성재단도 3월8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며 모유를 먹이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특별 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다.
 
인도에서는 마드흐야 프라데쉬(Madhya Pradesh) 지역의 여성들은 3월8일 하루 가사노동 및 기타 모든 노동을 거부하기로 하고 지역 중심 지역에서 수 천 명이 참여하는 행진을 진행하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가정주부노조 회원들이 각종 조직된 행사 외에 자기 집 앞에 빗자루를 세워놓는 행동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무임금 노동자들에게 무기여 연금 지급하라"를 주요 요구로 내세웠다.  

세계 곳곳의 여성운동 투쟁들

작년의 4차 세계여성파업에는 70여 개 나라의 여성단체들이 참여하였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진행된 2003년 세계여성파업은 전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참가단체들은 공동 호소문에서 "세계 군사 예산을 주로 여성이 담당하는 보살핌의 노동에 투입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들은 "생명과 보살핌이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있도록 우선 순위의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모든 여성과 민중에 전쟁을 자행하는 전쟁을 위한 기름, 석유를 위한 전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였다. 

세계여성파업의 "본산지"인 영국에서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라크 여성대표가 미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50만 명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폭로하였고, 에트리아에서 난민으로 온 여성대표가 여성과 어린이가 무장 분쟁의 주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였다. 그린햄코먼스에 참여했던 여성대표는 여성들의 직접 행동으로 미국의 순항 미사일을 무찔렀던 사례를 되새겼다. 그리고 장애 여성대표는 전쟁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장애인을 위한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였다. 

인도에서는 3개 지역에서 파업 행사가 진행되었다. 츠핫티스가르흐(Chhattisgarh) 지역에서는 5일간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매일 5천명 이상이 반전 시위에 참여하였다. 3월10일에는 주지사를 면담하여 "과부에 대한 재정 지원, 마을 단위에서 여성 지원 정책 실시, 여성에 토지 분배, 부부의 토지 공동 소유, 강간, 지참금 제도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 근절, 동일 임금 그리고 빈민층에 대한 사회보장 등을 요구하였다.

아일랜드에서는 미군의 샤논 공항 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공항 점거 투쟁을 전개하였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여성들이 공동으로 "중립주의를 세계화하자"라는 공동 구호를 내걸고 공동으로 샤논 공항 에워싸기를 하였다. 아일랜드는 헌법으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데, 미군의 샤논 공항 사용 허가가 불법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을 진행하였다. 몇몇 여성들이 미군 비행기를 공격하여 군인을 실은 3개의 군함이 철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투쟁에 참여한 한 여성이 시설 파괴로 기소되었는데 배심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을 거부하여 석방되었다.

페루에서는 아이마라(Aymara)와 퀜추아(Quenchua) 등 농촌 지역 여성들이 주 수도에 집결하여 집회와 행진을 전개하였다. 이들은 농산물의 공정한 가격,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수도와 전기 확충, 모성 보호 확대를 요구하였다. 이들은 또 선주민의 문화와 언어 보전 권리를 요구하면서 자기 언어로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물과 전기와 같은 모든 사람들의 공동 자원으로 생산되는 서비스의 사유화·사영화를 저지할 것을 호소하였다. 

우간다에서는 전쟁, 지구 온난화, 기아로 폐허가 된 카라모하(Karamoja) 지역에서 "카아봉(Kaabong) 여성 연합"의 회원 1,500 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고 "죽임에 투자하지 말고 보살핌에 투자하라, 여성은 전쟁을 반대한다", "여성은 식량 안보와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여성의 보살핌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 농촌 여성의 빈곤과 질병을 퇴치하라", "가정 폭력을 근절하고 여성의 권리 존중하라", "우리 아이들을 죽이는 전쟁을 위한 무기를 사는 것 대신 생필품을 보장하라" 등을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이들은 이러한 투쟁을 통해 병원 진료 때 개인이 내야 했던 개인 부담금 제도의 철폐를 쟁취했다.

세계여성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은 사파티스타 투쟁, 인도 칩코 여성들의 벌목 반대 투쟁, 영국 여성들의 그린햄코먼스 미군 기지 반대 투쟁, 여성 참정권 투쟁, 러시아 혁명을 촉발시킨 여성 노동자 파업 투쟁, 작업장 내 탁아소 쟁취 투쟁 등 많은 투쟁을 통해 저항의 전통을 이어왔다며 3·8 세계여성의 날에 진행되는 세계여성파업은 이러한 전쟁, 빈곤, 성폭력, 차별, 여성 노동에 대한 불인정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투쟁을 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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