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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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정치다. 탈(脫)정치는 이데올로기다. 변산반도 앞 외딴섬 위도에 세운다던 핵쓰레기장을 둘러싼 노무현 정부와 부안군민의 공방은 한국 사회에서 어느 것도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총선이 있는 2004년은 정치의 해다. 현상적으로 경제나 문화가 정치를 압도하는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정치는 경제와 문화를 결정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치며, 서로 작용한다. 그 변화의 한 가운데 정치가 자리잡고 있다.

2004년 노동운동의 화두는 ‘계급정치’의 실현 여부다. 지역주의에 기반한 보수정치를 계급계층의 이해에 기반한 계급정치로 전환시키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다. 2004년 노동운동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우선 순위를 점한다. 

‘개혁과 수구’의 대립구도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둘러싼 각축일 뿐이다. 이것은 이미 낡은 구도가 되었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로 대표되는 한국의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서구적 의미의 자유주의를 달성할 수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한국 사회의 발전단계를 따져볼 때, 한국적 맥락에서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개혁은 이미 달성되었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주의 개혁’을 실현할 세력은 오로지 진보정당, 즉 민주노동당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개혁은 계급계층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공방일 때 가능하다. 4월 총선은 개혁 자체를 당위로 선언하는 초보적 수준이 아니라, ‘개혁의 계급성’을 둘러싼 각축장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4월 총선의 구도는 ‘진보와 보수’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개혁’을 이유로, 혹은 ‘혁명’을 이유로 노동조합운동 내부에 ‘정당 선택의 자유’, ‘정치 활동의 자유’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런 목소리들의 우편향은 열린우리당 지지를, 좌편향은 이른바 범좌파진영 공동대응을 목놓아 외치면서 ‘정치 시장에서의 선택의 자유와 규제철폐’를 내세울 것이다. 2004년 노동운동의 과제는 이러한 ‘정치적 신자유주의’를 물리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곧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을 이뤄내는데 있다. 다시 말해 계급정치의 거점을 의회 내에 확보함으로써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마무리하는데 있다. 2004년 정치의 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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